방언 : 겨레의 작은 역사 - 우리말글문화 총서 3 (개정판)

방언 : 겨레의 작은 역사 - 우리말글문화 총서 3 (개정판)

$18.00
Description
깔끄막, 툴렁이, 톰발리, 고쿠락 등 45개의 방언을 담은 초판의
내용 보완과 두 개의 방언이 추가된 개정판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전 지역어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의 방언 이야기
방언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표준어의 반대되는 말로 생각하고 있다. 심하게는 표준어에 밀려난 말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에는 정체 모를 외국어가 난무해 방언을 오히려 희귀어처럼 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방언은 표준어에 반대되는 말도 밀려난 말도 아니다. 표준어가 한 나라의 규범이 되는 말이라면 방언은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피어난 소중한 겨레말로 표준어의 바탕이 된 말이다. 방언에는 그 지역민의 삶과 정서, 문화와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3년 봄에 깔끄막에서 샤쓰개, 머사니에서 마랑구까지 45개의 방언을 담은 본책을 출간했다. 여름이 지나고 이 가을에 개정판을 낸다. 개정판에서는 미처 초판에 싣지 못해 아쉬웠던 ‘불술기’와 ‘슴둥’을 추가했다. 같은 겨레의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북한의 방언 이야기를 좀 더 소개했다.
이 책의 저자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지역어를 담당하고 있다. 남북한은 물론 중앙아시이아의 고려인,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방언까지 직접 조사하고 연구한다. 한 지역의 방언 연구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요즘, 전국 방언 연구자는 정말 드물다. 저자는 연구하는 틈틈이 초판을 읽고 또 읽으며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더 소개하면 좋을 방언은 무엇이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이번 개정판이다.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은 더 채우고, 예문도 수정하며 우리 겨레의 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
방언의 전문성 못지않게 저자의 문학성 풍부한 글맛과 말맛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방언으로 보는 우리말의 미학과 가치를 흠씬 느낄 수 있다. 해개먹음이와 달개먹음이, 꾸레미, 퍼들개, 싸박싸박, 강낭수수, 가슬 등 어감만으로도 충분히 예쁘다. 이런 아름다운 우리말 방언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표준어는 하나의 구심점이 있다면 방언은 지역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한 지역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분화하면서 사라지는 속도도 빠르다. 더욱이 역사의 굴곡을 겪으며 우리 민족이 연해주, 러시아 등으로 이주하면서 언어의 섬처럼 고립된 채 살아남은 방언들은 애환이 느껴진다. 순수한 우리말의 정서가 느껴지는 방언은 소중한 우리 겨레의 작은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사라져가는 방언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

이길재

전북대학교에서사회언어학을전공했으며,《전이지대의언어변이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전북대학교전라문화연구원객원연구원,전북대학교인문학연구소전임연구원,호남문화정보시스템책임연구원을역임했다.저서로는《지명으로보는전주백년Ⅰ,Ⅱ》가있고,역서로는《언어변이와변화》가있다.그밖에도다수의소논문을저술했다.현재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지역어를담당하고있다.

목차

머리말

첫째마당겨레의작은역사
깔끄막|가파르게비탈진곳
마우재|러시아사람
툴렁이|감자
꾸레미|부리망
떡쉬움이|효모균
꾀복쟁이친구|아랫도리를벗고같이놀아도부끄러움이없을정도의나이일때만난친구
섬닷허다|먹은음식이시원찮아배가부르지않고부족하다,비나눈이올것처럼흐리고선득하다
손잡이뜨락또르|경운기
꺼꿉서다|꼿꼿이선채윗몸을허리아래로굽히는동작
탯자리|자기가태어난곳
갱갈할매숟가락|키조개
해개먹음이와달개먹음이|일식과월식
다신어매젖줄개|민들레
간풀다|하는짓이부잡하고아주짓궂다
와가리|말매미
오여손잽이|왼손잡이
머구리|개구리
장싸귀|뚝배기
퍼들개|미꾸라지
두루바리|호랑이
꾹돈|남몰래건네는돈
마랑|은근히불어오는5월의남풍
톰발리|빨리
여들하다|똘똘하다
샤쓰개|미치광이
불술기|기차

둘째마당간직해야할소중한유산
머사니|거시기
쪼로로기|지퍼
싸박싸박|눈쌓인길을사박사박천천히걷는모양
강낭수수|옥수수
마씸|‘-요’를뜻하는어미
슴둥|‘-습니까?’를뜻하는조사
가슬|가을
쇠꼽새|비행기
포리|파리
무두태|머리없이몸통만말린명태
조코배기|아무렇게나막신는짚신
토끼치기|자치기
모드락바람|회오리바람
새파우|새우
쉐우리|부추
올랫길|거리에서대문으로통하는좁은길
고쿠락|아궁이
항가치|암컷방아깨비
디렝이|지렁이
ㅋㆍㄱ박|바가지
마랑구|기름

방언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겨레의지혜와아픔,애환을간직한소중한문화유산방언이
역사속으로사라지지않기를바라는마음,작은기록

우리말에는재미난이야기들이많이숨어있다.함경도지방에서쓰는방언인해개먹음이와달개먹음이를보자.해개먹음이와달개먹음이는《조선민답집》(유진태,1932)에실린설화에바탕을두고있다.

까막나라는해와달이없어서밤이고낮이고늘깜깜했다.그래서까막나라의왕은해와달이모두있는이웃나라가샘나고부러웠다.어느날까막나라의왕은불개에게해와달을물어오라고명했다.불개는왕의명을받들어해를가져오려고해를덥석물었다가너무뜨거워서뱉어버렸다.(일식이일어난것이다.)불개는다시달을가져오려고달을덥석물었는데이번에는너무차가워서뱉어버렸다.(월식이일어난것이다.)

러시아사람을낮잡아이르는‘마우재’에는우리민족의아픈역사가담겨있다.나라가힘을잃어살던고향을떠나만주벌판과중앙아시아로내몰렸던상처로얼룩진우리민족의역사가담긴말이다.아직도그곳에는역사의상처를안은채살아가고있는우리의민족이있다.경운기를뜻하는‘손잡이뜨락또르’에서는우리민족의지혜를느낄수있다.이방언은중국의조선족언어사회에서주로쓰이며‘손잡이’와‘뜨락또르’가결합된말이다.‘뜨락또르’는러시아어‘трaкторный’의북한식표기로트랙터를뜻한다.고유어와러시아어를결합해중국사회에서적응하며살아간우리겨레의지혜가느껴진다.
점점빠른속도로사라지고있는방언들,그만큼풍부한우리의역사문화,삶의다양성이사라지는것이기도하다.방언들중에서훌륭한방언들은그지역을넘어표준어로살리는작업을계속해야한다.소중한겨레말방언이역사속으로사라지지않고이어지길바라는마음이다.그길에작은기록이되고자저자는지난몇개월내내방언을하나하나정리하고,또이야기를써내려가는작업을계속했다.

방언은지역의정체성을나타내는수단이자
지역문화를가장잘읽어낼수있는핵심,화합의도구

어느곳이나각지역이갖는특징이있다.바닷가마을과농촌마을의특징이서로다르고,도심과외곽지역의특징이다르다.그지역의기후나교통요건,문화등이서로상호작용을하며지역만의특징을만들어낸다.이러한차이를확인할수있는것이바로방언이다.방언에는표준어에미처담지못한각지역의특성과문화가담겨있다.
카자흐스탄의고려인들이쓰는‘떡쉬움이’에서는그지역의특성을볼수있다.카자흐스탄사람들은오랫동안이어온유목생활의전통으로말고기나양고기로만든음식과발효시킨유제품을주로먹지만,항상빠지지않는것이‘떡(빵)’이다.‘빵’과‘발효’라는말은일제강점기이후에쓰이기시작했으므로카자흐스탄고려인들의어휘체계에는없는말이었을수도있다.그래서카자흐스탄의고려인들은‘빵’과‘발효하다’를그들의언어로구현하고자그와가장유사한의미를갖는‘떡’과‘쉬우다’로대체한것으로보인다.‘떡쉬움이’는카자흐스탄의유목생활의특성을볼수있으면서우리의언어로구현하려는고려인들의지혜까지느껴지는귀중한방언이아닐수없다.
이와함께책에서소개하는‘올개돌개길이’,‘차물그릇이’,‘소비돈이’와같은고려말을보면고려말의특징을발견할수있다.고려말에서는명사에특별한의미가없는접사‘-이’를자주덧붙인다.이역만리에서우리의겨레붙이가그들만의방식으로써내려온우리의소중한언어유산인것이다.
방언을쓰는사람은투박한사람이라거나시골사람이라고만치부하는것은자신의좁은식견을드러내는행동일지모른다.그지역의많은것이담겨있는방언은서로를아는화합의도구가될수도있다.저자는이책에서단호하게말한다.“우리가촌스럽거나투박하다고생각하는방언은사실우리의정서를가장적절하게담아내는그릇이자,지역의정체성을나타내는수단이며지역문화를가장잘읽어낼수있는핵심이다.이를지키려는수고로움은계속되어야할것이다.”

기차를부르는불술기부터‘빨리’의뜻을가진
북한방언톰발리까지,겨레말찾아담기

이책에서는남북한,중국,중앙아시아등에흩어져살고있는우리겨레의방언47개를담고있다.그47개의방언을중심으로연관되는다른지역의방언,조합방식이나뜻이비슷한방언도소개해책에담긴방언의수는1,000개가넘는다.지금은많이쓰지않는말들이라낯설수도있지만,방언의의미와그말이만들어진배경을읽다보면친숙해질것이다.그방언이쓰이는문학작품속의문장도담고있어독자들의이해를돕는다.또한같은뜻의방언이지역마다어떻게불리는지정리해그변화를한눈에파악할수있다.각방언에얽힌저자의어릴적동네에서의추억과이야기도읽는재미가있다.꾀복쟁이친구들과뛰놀던그시절친구들의이야기에서방언의말맛을흠씬느낄수있을것이다.
이제더이상방언을그저하위언어체계로만보고등한시해서는안된다.방언은우리민족이얼마나뛰어난표현력을갖고있는지보여주는말이다.시간이흐를수록표준어의그늘에가려사라지는우리말이너무나많다.‘간푸쟁이’,‘불술기’,‘톰발리’라는방언하나하나가사라지는일은단순히말하나가사라지는것이아니다.그안에고스란히담겨있는우리의정서와감정도함께사라지는것이다.또한우리겨레의역사가잊히는것이며문화가사라지는것이다.문화가없는사회는뿌리가없는것과같으며,문화는한순간에쌓을수없는얼마나되는지도모르는오랜세월동안쌓여전해오는그사회의가장강력한저력이다.우리문화의저력을보존하고살리는작업은계속되어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