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 남겨진 것과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 남겨진 것과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

$18.50
Description
도시의 끝자락에서 산촌·어촌까지
김시덕이 바라본 현재진행형 한국
“처음 가서 보는 모습이
그곳의 마지막 모습일 때가 많습니다”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2』는 2017년 여름부터 ‘도시 답사’를 시작한 문헌학자 김시덕의 답사 방법론과 그의 전국 답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서울과 경기도라는 도시지역에 관심을 두고 출발한 김시덕의 답사는 어느덧 전국 곳곳의 도시는 물론 농촌, 산촌, 어촌 지역에까지 이르러 일종의 ‘문명론 탐구’라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 급변하는 21세기 초 한국의 모습, 오늘날까지 이 땅에 발 딛고 살아온 시민들의 다채로운 삶을 김시덕은 생생히 포착해 낸다. 운전면허 없이, 오롯이 두 발로 뚜벅뚜벅 걸으며.

저자

김시덕

일주일에서너번은동네근처에서먼지방까지다니며도시곳곳을촬영하고기록하는도시답사가이자,도시에남아있는지나간시대의흔적과자취를추적하며도시의역사와현재를탐구하고예측하는도시문헌학자다.고려대학교일어일문학과학부와석사과정을거쳐,일본의국립문헌학연구소인국문학연구자료관(총합연구대학원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일본연구센터HK연구교수와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HK교수를역임했다.
주류의이야기가아닌서민들의삶에초점을맞춰서울이라는도시지역의역사와문화를기록한‘서울선언’시리즈『서울선언』(2018세종도서선정),『갈등도시』(2020세종도서선정),『대서울의길』을통해언론과대중의주목을받았고관악구의과거와현재를여러각도에서조망한『관악구문화예술기초자료집:관악동네역사』를출간하며지역문화발전에이바지한공을인정받아2021년제70회서울특별시문화상(학술부문)을수상했다.그밖의주요저서로는『우리는어디서살아야하는가』,『동아시아,해양과대륙이맞서다』(2015세종도서선정),『일본인이야기1·2』,『양천동네이야기』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대서울의경계를넘어한국으로

제1부:산책하며발견하는현대한국

01간판:일상에서도시읽기
02문화주택:중심에서주변으로,한세기를풍미하다
03시민예술:아름다운삶을꾸려가려는주체적태도
04화분과장독대:불굴의텃밭정신을찾아서
05냉면과청요리와누룩:한식의어제,오늘,내일
06민가:한반도주거의다양한세계
07개량기와집:‘한옥’을둘러싼모순
08공동주택:느슨하게함께사는모습
09아파트:베고짓고기억하다
10상업시설과공공시설:우리곁의문화유산
11철도:서울에서제주도에이르기까지
12버스정류장:붙은이름,남은이름

제2부:현대한국에서일어난문명충돌

01농민과어민:바다에논을만들다
02화전민과농민:울창한산림의뒷면
03도시와공장에흡수된농촌:지워진길,토막난마을
04공업도시울산의탄생:망향비를따라걷다
05제주탑동로:제주도의과거,현재,미래
06조치원:도농복합도시세종의정체성
07부천역곡동고택:알박기혹은‘이곳만은꼭지키자!’
08영남대로:사라져가는길을발로잇다

나오며:헐린자리와덮인기억들

출판사 서평

도시의끝자락에서산촌·어촌까지
김시덕이바라본현재진행형한국

저자김시덕은문헌학의방법론을적용해현대한국의‘현재사’를들여다본다.거의눈여겨보는사람없는고문헌뭉치속에서역사의흔적을발굴하듯,전국곳곳의골목을걸으며집과비석등에숨은시민들의이야기를세상에풀어낸다.도시문헌학자가바라보는현대한국의모습은어떨까?가난하지만허술하게살아가지않겠다는,어떻게든아름다운삶을꾸려보겠다는의지가낳은동네여기저기의포인트.곳곳에서문명충돌이일어나며남겨지고사라진것들이전하는이야기.『문헌학자의현대한국답사기1』은우리앞에살아온존재들을되짚고,우리뒤에살아갈존재들을호명하며지금우리가선자리를비춘다.
『문헌학자의현대한국답사기1』은저자가전국을누비며직접찍은풍부한사진자료가돋보이는책이다.각장의도입부에는주요답사지를구글지도에서볼수있는QR코드를배치해,가까운곳부터하나하나걸어볼수있도록했다.이책을들고동네곳곳을답사해보면어떨까?혼자서도좋고,여럿이면더좋다.그리고저자처럼내지역의이야기를사진과글로기록한다면금상첨화다.다음에올‘미래한국’의독자를위해.

세상을바라보는방법을새로이획득하면,
일상공간이‘탐험’의영역으로바뀐다!

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수원,울산,용인,고양….당신은이가운데어느곳에살고있는가?울릉,영양,장수,양구,진안,무주,구례,청송,화천,양양….당신은이곳들에가본적이있는가?전자는대한민국의군단위이상지방자치단체중인구수상위10개도시이고,후자는하위10개지역이다(2022년11월인구기준).어디에살든어디를가든,현대한국을살아가는우리의일상은별다르지않을지도모른다.출퇴근과등하교,돈벌이와살림살이의고단함가운데눈돌릴틈도없이하루하루바삐‘목적지’를향해가기일쑤니까.그렇다면당신의목적지는어디인가?‘아파트’로상징되는안락한보금자리인가?또는‘인스타’를도배하는꿈의휴양지인가?
꼭시간을내어멀리떠나야만,돈을많이들여야만즐거움을찾을수있는것은아니다.문헌학자의시선으로도시곳곳을들여다보는저자는우리에게‘답사’를즐길거리의하나로제안한다.이책에서그는일상을바꿔놓을탐험의비법을속속들이알려준다.답사라니,어디유적지라도가서안내판읽고기념사진찍고는주변맛집을찾아주린배를채운뒤막힌길을되돌아오는여행을떠올린다면오산이다.세상에서가장진귀한유적은바로내곁에,우리동네에있다.

가장가까운곳에서,
가장아름다운유산을‘발견’하는일

제1부‘산책하며발견하는현대한국’에서저자는크게12가지답사포인트를제시한다.간판,문화주택,시민예술,화분과장독대,냉면과청요리와누룩,민가,개량기와집,공동주택,아파트,상업시설과공공시설,철도,버스정류장등이다.이것들은우리가길을오가며매번접하면서도단순히스쳐지나가는풍경으로여기는존재다.하지만잠시걸음을늦추고거기에눈길을던져보자.전혀특별할것없어보이는전국곳곳의사물과동네가당신에게말을걸어올테니.
도시안에숨은답사포인트를충분히즐겼다면,이제도시의경계를성큼넘을차례다.제2부‘현대한국에서일어난문명충돌’에서저자는농민대어민·화전민,도시대농촌등이땅에서치열히부딪친두집단혹은세력을들여다본다.공업도시울산의망향비들,열차가달리던섬제주도,세종시를둘러싼지역민의정체성문제,택지개발과전통마을,옛길의흔적을따라걷는도시안팎의이야기를통해우리가사는지역의기억을기록하는일이얼마나중요한지를느끼게한다.

책속에서

20세기초반부터중반에걸쳐널리인기를끌던문화주택은,1970년대말부터쇠락의길을걷기시작합니다.1977년에한국주택은행(오늘날KB국민은행)이서울,인천,경기도수원시,충청북도청주시,경상남도마산시(오늘날창원시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제주도제주시에서융자주택입주자2,000명을대상으로실시한조사결과를보면응답자의96.3%가“40~60평(대지)규모에방수4~5개,입식부엌,수세식변소를갖춘현대식문화주택”에살고싶다고답했지요(《매일경제신문》1977년7월26일자「단독주택희망96%」).그점을보면그때까지는문화주택에대한수요가전국적으로건재했음을알수있습니다.하지만1971년서울용산구이촌동의한강맨션과영등포구여의도동의시범아파트를필두로하여1974년에서초구반포동(당시관악구동작동)의반포주공아파트,1978년에송파구(당시강남구)잠실동의잠실주공아파트,1982년에강남구압구정동의현대아파트등이잇달아건설되며문화주택의강력한경쟁자가속속나타납니다.그당시서울강북의중산층시민들은‘문화주택을구매할지,아파트단지에입주할지’를두고서고민했고바로그때의선택이이후수십년에걸친이들의경제적상황을결정지었음을지금우리는알고있습니다.
본문40~41쪽(문화주택)

최근들어타이완과일본등지에서는창문을미적으로감상하려는움직임이나타나고있습니다.특히타이완에서는창을장식하는창살을가리켜‘철화창’(鐵花窓),즉창문에피어난철의꽃이라는개념으로파악하려는움직임이있지요.한국에서는타이완만큼은아니지만그래도꽤다양한창살디자인이확인됩니다.창문의창살하나하나가미적인감각에서선택되어설치되었을가능성도있고,특히하나의벽에뚫린여러개의창에각각다른창살이설치되어있다면이는좀더뚜렷하게미적감각을인정할수있습니다.
창틀의사방을튀어나오게만든경우도보이는데,이방식은근대일본건물에서흔히나타나는것입니다.1945년8월15일일본의통치에서벗어난뒤로도한국각지의집장사들은한동안식민지시기에배운대로건물을지었습니다.사정이이렇다보니일식가옥양식은충청북도충주나경상남도진해등전국곳곳에서널리확인됩니다.
본문60~63쪽(시민예술)

특히7월과8월에도시를답사하다보면단독주택정문위에포도를기르는모습을자주봅니다.예쁘게장식된정문위에초록빛의포도나무가자라고,주렁주렁매달린포도송이가하얀종이로감싸져있는모습은여름의도시답사에서아주독특한감상포인트가되어줍니다.이제까지단독주택정문위에포도밭을조성한사례를서울과인천,충청남도천안시에서봤으니,남부지방은모르겠지만최소한중부지역에서는널리행해져온관습이라고할수있겠습니다.
본문79~80쪽(화분과장독대)

도시를답사하다가가장안타까운순간은,멋진건물을발견했는데건물앞에주차된차량때문에사진이이쁘게나오지않는경우입니다.이럴때마다크레인으로건물앞차량을들어서어딘가로옮겨버리고싶은마음마저듭니다.
하지만이렇게극단적인방식이아니더라도,멋진건물을발견했다면여러차례발품을팔아서차량이없는타이밍을노려보시길권합니다.인천동구배다리마을에있는단정한한의원건물은,몇년동안그지역을드나들던중우연히어느날밤에야촬영할수있었습니다.마침건물앞에주차된차가없었거든요.답사의가장중요한미덕은끈기입니다.
본문189~191쪽(상업시설과공공시설)

사람들은문화의본질이지리적중앙에남아있다고믿지만,실제로옛문화가가장많이남는곳은외곽지역입니다.당나라의고문서와송나라의주자학이현재베이징이아닌,서쪽변경인둔황과동쪽변방인한반도에남은것도이런이치에서입니다.20세기서울의개량기와집도북촌과서촌이아닌성북구와영등포구에가장많이,가장잘남아있습니다.그러나불과10여년전서촌의개량기와집을보존하자는움직임에거센반발이일었던것처럼,2023년현재성북구와영등포구의개량기와집블록은시민들의무관심속에철거되고있습니다.최근에는수도권전철4호선의길음역7번출구근처,성북구길음동의삼각형개량기와집블록이재건축을위해철거되었지요.
본문140~143쪽(개량기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