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2 : 버려진 것과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2 : 버려진 것과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

$18.35
저자

김시덕

일주일에서너번은동네근처에서먼지방까지다니며도시곳곳을촬영하고기록하는도시답사가이자,도시에남아있는지나간시대의흔적과자취를추적하며도시의역사와현재를탐구하고예측하는도시문헌학자다.고려대학교일어일문학과학부와석사과정을거쳐,일본의국립문헌학연구소인국문학연구자료관(총합연구대학원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일본연구센터HK연구교수와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HK교수를역임했다.
주류의이야기가아닌서민들의삶에초점을맞춰서울이라는도시지역의역사와문화를기록한‘서울선언’시리즈『서울선언』(2018세종도서선정),『갈등도시』(2020세종도서선정),『대서울의길』을통해언론과대중의주목을받았고관악구의과거와현재를여러각도에서조망한『관악구문화예술기초자료집:관악동네역사』를출간하며지역문화발전에이바지한공을인정받아2021년제70회서울특별시문화상(학술부문)을수상했다.그밖의주요저서로는『우리는어디서살아야하는가』,『동아시아,해양과대륙이맞서다』(2015세종도서선정),『일본인이야기1·2』,『양천동네이야기』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대서울의경계를넘어한국으로

제1부:현대한국의탄생을역추적하다

01대전역의동쪽과서쪽:핫플레이스와공공주택지구
02헤방촌과희망촌:6·25전쟁피란민수용소를찾아서
03월턴워커장군의길:전쟁영웅의흔적들
04부산해운대구재반로:두피란민의길
05세번의화재,네개의비석:1953~1954년부산대화재
06생산도시광주:이제는사라진IBRD차관단지에대하여
07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부석사와소수서원에가려진영주
08오늘날의순천이되기까지:전라선철도와1962년수재

제2부:도시끝에서는무슨일이벌어지는가

01원풍모방을기억하는관점:노조,아파트,상이용사촌
02서울서초구방배중앙로:도시에서행해진‘도축’
03평촌신도시와안양벌말:내친구의집은어디인가
04부산문현동벽화마을:레트로감성과붓질이지나간자리
05신종교:대서울외곽의‘전도관’풍경
06한센인의현대한국:민주공화국의피해자들
07영월광산촌:산업전환과남겨진사람들
08미군위안부기지촌:김정자선생의흔적을따라가는답사
09화성향남읍:다인종·다문화국가한국

나오며:기록들이더는사라지지않도록

출판사 서평

‘답사방법론’에서‘문명론탐구’까지
김시덕의경계없는전국기행

저자김시덕은문헌학의방법론을적용해현대한국의‘현재사’를들여다본다.거의눈여겨보는사람없는고문헌뭉치속에서역사의흔적을발굴하듯,전국곳곳의골목을걸으며집과비석등에숨은시민들의이야기를세상에풀어낸다.도시문헌학자가바라보는현대한국의모습은어떨까?전쟁과자연재해가휩쓴자리에서오늘도밀려나는사람과건물.잊히고버려진변방의이야기들.『문헌학자의현대한국답사기2』는우리앞에살아온존재들을되짚고,우리뒤에살아갈존재들을호명하며지금우리가선자리를비춘다.
『문헌학자의현대한국답사기2』는저자가전국을누비며직접찍은풍부한사진자료가돋보이는책이다.각장의도입부에는주요답사지를구글지도에서볼수있는QR코드를배치해,가까운곳부터하나하나걸어볼수있도록했다.이책을들고동네곳곳을답사해보면어떨까?혼자서도좋고,여럿이면더좋다.그리고저자처럼내지역의이야기를사진과글로기록한다면금상첨화다.다음에올‘미래한국’의독자를위해.

우리는무엇을밟고서있는가?
이길의끝에는무엇이있는가?

도시는‘확장한다’.중심에서외곽으로,철도와도로를따라.도시는‘짓는다’.나무를베고사람들을쫓아내고공장과업무용건물과아파트를.그래서마을은‘헐린다’.재개발과재건축,택지개발로.사람들은고향을‘등진다’.전쟁과댐건설에따른수몰,자연재해와격리,신도시개발이라는이름뒤의강제이주로….지금우리는어디에‘살고’있는가?누구의흔적을‘밟고’있는가?
대한민국은오랜역사를지닌땅에들어선나라다.아주먼옛날부터곳곳에사람이살았다.따라서이곳에는원주민·선주민과그들의역사가없는땅은거의없다.하지만간신히남겨진그들의흔적을우리는잊는다.어쩌면지워버린다.내가사는곳은나날이성장하고발전하길염원하면서도,내가살던고향은옛모습대로변치않길바란다.
문헌학자의시선으로도시곳곳을들여다보는저자는우리에게‘상대적인인식을지녀야한다’고강조한다.이책에서그는우리가버리고잊은장소의기억과사람들의기록을길어올린다.농촌마을어귀의이장(里長)공덕비를읽고,간척지의제방위를걷고,산길을헤치며화전민의흔적을찾고,산동네의‘타이거모기’에게쫓기며써내려간기록이다.

지금한국에서는어떤사람들이잊히고,
또어떤사람들이목소리를내는가?

제1부‘현대한국의탄생을역추적하다’에서저자는오늘날대한민국의모습을낳은장소의기억들을이자리에소환한다.대전역동쪽과서쪽을비교하며철도역주변의핫플레이스화와공공주택지구개발사업을들여다보고,6·25전쟁피란민수용소의흔적과월턴워커장군의길을되짚는다.또부산해운대구재반로를걸으면서삼팔따라지‘월남민’과베트남전쟁난민‘월남민’의삶을되새긴다.화재와수재를겪으며도시를재건한부산과영주,순천의역사를조명하며생산도시화를향한광주의끝없는도전도살핀다.
기억을담은장소들에이어,제2부‘도시끝에서는무슨일이벌어지는가’에서저자는사람들의기록을꼼꼼히그러모은다.원풍모방노동조합원의기록들을통해노조와아파트,상이용사촌이라는대서울의기억을전하고,재개발·재건축사업이촉발한가장날것의충돌을서울서초구방배중앙로를걸으며확인한다.그런가하면‘내친구의집’을찾아가는안양벌말의기억과‘벽화사업’이휩쓸고지나간약탈의현실을폭로하는부산문현동의이야기는저자의시선이어디에서출발해누구를향하는지여실히보여준다.‘전도관’건물에초점을맞춰신종교가한국시민들에게남긴유산을짚는대목에서는당사자인터뷰를더해당대상황을더욱실감나게느낄수있도록했다.또한한센병력자와미군위안부기지촌여성들의증언을따라걷는길은우리가외면해버린피해생존자들의인생을고스란히소환한다.끝으로영월광산촌과화성향남읍에서는산업전환끝에남겨진사람들,다인종·다문화국가한국에주목한다.

책속에서

장림동정책이주지의어느골목에서‘새부산이용원’이라는가게를마주친저는,이제는사라진서울송파구거여동의철거민정착지를떠올렸습니다.그인근에있던군부대가경기도동남부로이전하고위례신도시가건설되기시작하자,군부대옆에형성되었던거여동철거민정착촌에서도2017년철거가진행되었지요.
한시대의끝을기록하기위해거여동철거민촌을걷던저는‘새서울이발관’이라는문닫은가게와마주쳤더랍니다.1967~1971년에서울중심부에서끝자락으로쫓겨나서도서울시민으로남고자‘새서울’이라는이름을붙였을가게주인은,아마그바람을끝내이루지못한채또다시철거를당했을것입니다.부산장림동의새부산이용원은서울거여동의새서울이발관과는다른,행복한결말을맞이할수있기를마음깊이기원합니다.
본문59~60쪽(부산해운대구재반로)

원풍모방공장에서농성하던노조원들은전투경찰과형사들에게쫓길때마다〈애국가〉를불렀다고합니다.이러면형사들은노조원들을쫓다말고“가슴에손을얹고노래가끝나기를기다렸다.”라고합니다.
본문133~134쪽(원풍모방을기억하는관점)

벌말이라는이름대로벌판에마을이군데군데자리하던평촌동과주변지역은,이름이주는한적한농촌이미지와는달리특수시설이밀집한안양과의왕의경계였습니다.지금도이일대에는오뚜기안양공장을비롯한산업시설,열병합발전소,변전소,자원회수시설,안양농수산물시장,안양교도소,한센병력자정착시설인성라자로마을,모락산자락의예비군훈련장,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등의‘특수시설’이모여있지요.
본문166~168쪽(평촌신도시와안양벌말)

가파른산길을15분쯤걸어오르자전포돌산공원과황령산을잇는능선이나타났습니다.부산진구진남로283번길과남구돌산길이만나는,속칭‘문현동안동네벽화마을’의최정상지점에다다른것입니다.남쪽으로뻗어있는깊은골짜기에는단독주택부터고층아파트까지,현대한국의거의모든건물형태가뒤섞여있었습니다.
길중간에는2008년에세워진벽화마을안내판이있었습니다.그러나안내판의코팅을누군가가뜯어버렸는지거의알아볼수없는상태였지요.이길에서영업했을‘레트로감성돋는’몇몇가게도폐업한지오래였습니다.산능선에서문현동벽화마을로내려가는돌산3길초입에는,벽화거리가시작된다는그림과나란히‘돌산마을생존권투쟁협의회/끝장투쟁사무소’가자리했습니다.
수풀이무성하게우거져서,과연아직도길로서기능하고있는것인지의심스러운돌산3길.하지만조금내려가니경로당이나오고,2020년2월26일부산광역시남구청장명의로작성된코로나19확산관련안내문이출입구에붙어있었습니다.이마을이,이길이2020년초까지도기능하고있었다는증거입니다.
본문182~183쪽(부산문현동벽화마을)

대도시바깥을답사할때는‘월드마트’,‘할랄마트’등의점포가얼마나존재하는지로다인종·다문화정도를확인합니다.향남읍구도심에는이들점포가셀수없을만큼많이들어서있습니다.‘한국이다인종·다문화국가가되어야하는가,아닌가?’하는대도시일부시민의논의가얼마나현실과동떨어졌는지를향남의옛신작로를걸으면알게됩니다.
본문250쪽(화성향남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