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명춘
저자:함명춘 강원도춘천에서태어나1991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빛을찾아나선나뭇가지』『무명시인』『지하철엔해녀가산다』를냈으며,편운문학상을수상했다.
1부바람의선물나무늘보돌부리살구나무소양강벚꽃눈물연필뿌리비상후예웃는돌해녀담벼락새나뭇잎저녁의마음돋보기바람의선물바람의집고해성사산책비갠후소신공양밥2부낙화암,그사람믹서기핸드폰고승하롱베이초원신선국수종이야기물방울뜬장낙화암,그사람봉은사품등대집봄바람횡단보도강남역애인커피포트3부집으로가는길초만원시골역단박꽃자리집으로가는길공항버스백일홍수녀아름다운비행양양문지방아버지의산청사포스무숲성당막대기밭산중산눈의여왕서부시장산모퉁이부처선바위점박이아저씨수학여행4부지붕위에소토성바람이사철나무그늘아래를지나며나무의겨울이사깃털산중화채소주외눈박이돌부처고추잠자리지붕위에소외딴절전야달차노란의자침입자기적낙관해설뿌리와날아오름,그리고치유―장정일(시인)
걷는사람시인선112함명춘시집『종』출간“고드름의전생은추위와배고픔에얼어죽은나무뿌리였으리”가장어두운곳부터별이뜨는것을기억하는‘바람의가방’을닮은시춘천에서태어나1991년서울신문으로작품활동을시작한함명춘시인의네번째시집『종』이걷는사람시인선112번째작품으로출간되었다.전작시집『지하철엔해녀가산다』에서“현대의일상속에그림자처럼살고있는신화적무한을직시”했던시인은이번시집에서인간의세속에깃든근원적힘에주목한다.큰비유나장치없이여백을두고담박하게써내려간시들은한결같이“담고넣고채우기위한가방이아니라/꺼내고버리고비우기위한가방”(‘시인의말’),즉‘바람의가방’을자처하는것만같다.평범속에비범이있고,평범속에신성(神聖)이있다는듯이시인은웅장하고거대한존재들에눈맞추기보다는보일듯보이지않는것,고독한것,그리고이름없는것을향하여서있다.“아름답고의미있는것보다는/세상에서가장추하고의미없는것들을위해/온종일빛을뿜어줄/햇볕닮은시를낳고싶다”(「등대집」)라는다짐이야말로이시집에배어있는가장깊은정서일것이다.시인은세상으로부터“뜯기고/베이고할퀴이고던져지고/쫓겨온것들”(「비갠후」)이어떻게우리삶의뿌리가되는지,나무가되고숲이되는지내내증언한다.그리하여이시집속에놓인시들은온몸으로읊는기도인가하면,한없이자신을낮추어울림을주는‘종소리’를닮았다.이러한시인의인식으로인하여어느산골후미진식당에서먹는국수는‘신선국수’로명명되고,“상처를받고때론상처를준나에게도/배신을하고때론배신을당한나에게도/한그릇의따뜻한국수를먹여”(「신선국수」)줄수있게되는것이리라.이렇듯시인은우리가놓쳐버린것,간과한것들을사뭇극진한눈으로바라본다.그런시선속에서눈송이는“소신공양하듯”(「소신공양」)내리고,놀이터의시소는“어느쪽으로도기울지않는수평선”(「후예」)처럼여겨진다.물론시인에게도‘승진’이나‘고층아파트’같은욕망이꿈틀대지만그는“맘속소의고삐를붙들어매달라”고빌고,“극락이별거더냐”(「봉은사」)소리치며자신을옭아매는것들을벗어던지기위해묵언하고기도한다.“제눈물의뿌리를향해다시돌아”(「비상」)오는‘새’,“날개가있어도얼마못가/다시돌아오는가슴이작은새들”(「돋보기」)이라는표현은세속화된고통의고귀한결실을보여주며,시인함명춘이추구하는비어있음으로써의수사학을가장잘성취해낸다.장정일시인이해설에서쓴것처럼함명춘은“세속적고통은현실에붙박은‘뿌리’를감싸안”음으로써,“현실로부터의도피(극복)는‘날아오름’으로묘사”함으로써살아갈의미와용기를찾는다.독자들은“나는나를꽉껴안았다/늘바람잘날없는나무의품속한귀퉁이에서”(「물방울」)같은구절을통해뿌리의강한생명력을느끼게된다.그런가하면장마기에불어난물때문에지붕위에올라간소의모습을형상화한시「지붕위에소」에서는아이러니하게도자연재해라는속수무책의상황에서결국소의꿈이이뤄지는장면을통해자유와해방의카타르시스를느끼게된다.추천사를쓴김민정시인은시집『종』을“모두다울고웃는얼굴일적에저홀로울지않고웃지않는얼굴일적에무표정한무채색의시집”이라고평하며,함명춘의새시집이종(鐘)을닮았다고표현한다.시집을펼치면“한없이자신을낮추고”(「종이야기」)또낮추는종,최대한힘을빼었기에그만큼멀리퍼지고또멀리달아나는종소리의미학을발견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