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시인선115
창작동인뿔동인시집『너는아름다움에대해생각한다』출간
“뒤돌아봐,우리가얼마나멀리왔는지.”
풍경처럼돋아나는어지럽고도아름다운미래
‘너’와‘우리’가함께회복해낼희망과애도의세계
걷는사람시인선115번째작품으로창작동인‘뿔’의동인시집『너는아름다움에대해생각한다』가출간되었다.‘뿔’은세명의젊은시인최지인,양안다,최백규가모여만든미래를지향하는창작동인이다.아름다움에대해끈덕지게사유하는시인들의목소리는분화와합침,생성을거듭한빛나는언어의공간으로독자를끌어당긴다.
‘뿔’의시세계는예견된지구의멸망과청년세대의전망없음이이제는익숙하게느껴지기까지하는절망의시대(성현아,해설)를기반으로한다.이들은“내것인데도마음대로되지않”는미래에대해골몰하며의지적으로미래를추구하는시도를보인다.재난의잔상과폭력이가득하고“전쟁을원하는자는따로있”는“바깥”에둘러싸인개인이마치“맞지않는신발을신은것”(「회복」)만같은기분을느끼고,“아무것도달라지지않는다고생각하”(「산책과대화」)게되는일은자연스러운궤도인지도모른다.다만‘나’의곁에‘너’가있고,전망없는이세계에서미래를가꾸어나갈유일한방식이너와함께아름다움을만들며함께아름다워지는것이라는사실은분명하다.그러니‘뿔’이지향하는가치가미래라는단어로귀결되는일은실로자연스럽다.
나의미래는분명내것인데도마음대로되지않습니다.그사실이종종나를슬프게합니다.내미래는느립니다.느린주제에반성이없습니다.문밖을나설용기도없으면서슬픔만있습니다.가끔은친구들이문을두드립니다.그들은복도에서서나를기다립니다.나는느린속도로외출을준비합니다.그들을따라나갑니다.그들과내가함께만든몇권의책에는이런구절이있습니다.
뒤돌아봐,우리가얼마나멀리왔는지.
―에세이「미래선언」부분
불안과무기력함을느끼기쉬운세계에서는자신을미워하는마음이손쉽게발생하고야만다.다만시인들은“나를미워하고있을때도미래는계속생겨”(「겨울영혼」)난다는서글프고도날카로운진실을직시하기에,나아가“사랑하고일하고상상하고꿈”꾸기를멈추지않기를선택할수있다.개인의주체성과고유성을지우려는폭력적인시도가계속되는재난같은상황에서“아주아주희미해지면우리/어떻게되는걸까”(「산책과대화」)라는의문을가지면서도,“사랑하는사람들이모두살아있어다행이야”(「흰」)라고용기내어말하고,“영원에관한이야기들”(「겨울영혼」)에귀를기울여보는것이다.“몸절반이빛속에있었으니어둠도있”(「팔레트」)다는진실을깨닫듯이,이들은어둠의지근거리에빛이있다는아이러니뿐만아니라슬픔과아름다움이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음을발견해낸다.
세시인은부조리와불합리,폭력과배제,차별과혐오와불화하지만,그것을직접적으로비판하는방식이아니라이를집요하게목격하는방식으로대응한다.동시에아름다움을끊임없이찾아나서면서도어떤아름다움은누군가를죽게만든다는잔인한비밀까지빠짐없이목도하고자한다.아름다움의양면성을세심하게관찰하면서도이에그치지않고스스로아름다워지려고하는이유는그래야만미래를불러올수있기때문이다.어둡고불안한오늘날의세계를대처할미래의다른이름은다름아닌‘너’다.세시인이계속해서호명하는‘너’는미래의현신이자시집을펼친당신이다.너없이미래가없는게아니라‘너’가곧미래인것이다.청년세대의현재를함축하는세시인의목소리는‘우리’가함께희망과애도의세계를회복해낼무한하고도아름다운가능성을내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