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귀향 (양장)

미완의 귀향 (양장)

$17.80
저자

한상준

저자:한상준
전북고창의어느마을에서1955년에태어났다.일제와육이오로훼절된역사의상흔을떨쳐내지못하고여전히앓으며살고있다.전주의살던옛동네에서꽤망나니처럼어린시절을보냈다.더러소갈머리없이술독에빠져진창만밟고다니던아들의청춘무렵을지켜보셨던어머니는그런자식이‘아그덜겔치는’선생이된걸아주기뻐하시기도했다.
교사로서의품성을배우고갖추려김제평야끄트머리금구면소재의고등공민학교(정규중학교에진학하기어려운형편의아이들이검정고시를통해중학졸업과고등학교입시자격기회를주는학교)에서소작인의자녀들을가르치며농업·농민문제를알게되고추후현직교사로서가톨릭농민회활동을잠시하게됨과동시에농업·농민소설을주로쓰게된문학적천착의지점을만나기에이른다.
학교에서아이들만나며즐겁던교사생활이면에‘학교가이래서는안되지않은가?’,‘학교가죽었군’하며교육운동에발을내딛고몸을부리다해직되기도했다.
이제학교밖으로나와전남구례의어느산속에토굴을짓고어슬렁거리며텃밭일구고,멍때리면서지낸다.그집을이이재(耳耳齋)라부르는건순전히내독선이지만,자연의소리에귀를더열어두고자하는탓인걸어쩌랴.
1994년《삶,사회그리고문학》에〈해리댁의망제〉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1986,학교》(2022)가있고,소설집《오래된잉태》(2002),《강진만》(2006),《푸른농약사는푸르다》(2019)가있으며,미니픽션창작집《민규는‘타다’를탈수있을까?》(2023)를냈다.산문집으로《다시,학교를디자인하다》(2013)가있고,2004년동인소설집을내면서결성된소설동인‘뒷북’의일원으로그동안아홉권의동인소설집에작품을싣고함께해왔다.

목차

작가의말

농민
동맑실조신한(曺迅翰)이장의운멩
미완의귀향
‘연향동파’유랑의길로나서다
서미림선생
오래된잉태
이장(移葬)
만행(萬行)

작품후기

출판사 서평

새벽강江의윤슬같은이야기

농민백남기,반체제학자송두율,교사서미림…
이들인물이빚어내는소설의묘미가벅차고아름답다!

농업·농민소설을주로쓰고교육운동에발을내디뎠다가해직되기도했던한상준작가의소설집《미완의귀향》이나왔다.이소설집은작가가“만났던혹은직접뵙지는못했지만가슴에힘껏그리고가득품고있던사람들에관해쓴작품들”을묶은것이다.질박하고강건했던농민백남기,참된농사일꾼이자견고한진보주의자김일순,경계인으로서의삶을산반체제학자송두율,같이교육현장에몸담았던아홉도반,가슴에아픈상처로남아있는제자이자어디선가아이들의꿈을키우고있는교사,시를못썼지만시인의삶을살다간고(故)박배엽등이바로그들이다.

표제<미완의귀향>은그중에서2003~2004년한국사회를떠들썩하게했던재독학자송두율교수의귀국과구속,재판과강제출국,그리고끝내고국으로돌아오지못하고은퇴후포르투갈알가베로이주한송교수의디아스포라의삶을언론사기자의눈을통해보여주는작품이다.‘그뒤…,’‘그후…,’‘그렇…,’세파트로나눠전개되는이소설은두번의개작을거쳤는데,작가는송교수가귀국하지않는한,또한한반도가평화체제를공고히하지못하는한,이작품은아직도미완(未完)이라는생각을하고있다.분단된조국에서학자의양심과사상의자유가어떻게억압당하고삶을구속하는지를절제된언어로,그러나아프게보여준다.

<농민>은농업·농민소설을쓰며농업과농민문제에대한인식을넓혀온작가가2015년민중총궐기대회에참가했다가물대포를맞고쓰러진백남기농민의삶의애환을1인칭시점으로쓴소설이다.학생운동을하다1980년대중반귀농해우리밀농사를지었던백남기농민의소탈하면서도농업·농촌에대한뜨거운애정이느껴지는작품이다.어려운조건속에서도열심히농사지으며꿋꿋하게살던백남기농민이끝내공권력이쏜물대포를맞고‘쿵’쓰러지는마지막에이르러서는우리의심장도쿵내려앉지않을수없다.

2020년수해로가장큰피해를입은구례읍에서축산업을하고‘섬진강수해참사피해자구례군비상대책위원회’활동을한김일순농민활동가를염두에두고쓴<동맑실조신한(曺迅翰)이장의운멩>은오직대화로만엮은소설로,찰지고흐드러진남도사투리가맛깔나게펼쳐진다.작가가대화로만작품을쓴것은사투리를최대한많이끌어들이기위한방편이라고한다.또한이땅의원형적삶을지니고사는늙은농민들의애환이진득하게담긴입말에대한애착때문이라고한다.작가는작품후기에서지역감정을교육적으로해소할수있는방안의하나로문학교육에서만이라도사투리를담아낸소설을교과서에실으면좋겠다면서“한반도의사투리를지역별특성을담아낸소설을통해그지역의문화와식생,인식의깊이까지중·고등학교에서알게되면지역적차이,정치적감정,문화적소외,언어적차별등이해소될수있는지엽적근거라도제공할수있지않을까”말한다.

<‘연향동파’유랑의길로나서다>는교육현장에몸담았던아홉도반의모임장소변경을둘러싼논쟁을통해한국의민주주의가참으로허약하게성장해왔음을보여주는작품이다.‘압축성장’의열매를따먹으며나름누리고살아왔지만,한편으로군부독재가횡행하던시대를온몸으로겪었던이들이국민의평안과안위가날로위태로워지고있는현상황에대해느끼는불안과공포를엿볼수있다.

<서미림선생>은작가가교사로있는동안시를가장잘썼던제자가폭력과폭압으로일상화된학교로부터내몰려학교를떠난이후끝내시를쓰지못하게된것을안타까워하며쓴소설이다.교사가되고자했으나학내시위를주동했다는이유로무기정학을당하자자퇴했던그제자와연락은끊겼지만나중에교사가됐다는소식을접하고“아름답고아름드리큰나무그늘아래에서그의가르침을받은아이들이참으로즐겁고행복했으면좋겠다”는의미를담아쓴작품이라고한다.

<오래된잉태>는작가의절친한벗으로시인이자문화운동가였던고박배엽이폐암에걸리자그의쾌유를빌며쓴소설이다.누구보다맑고뜨겁고호쾌했던그가늦은나이에어렵게잉태한아이의태교를위해목놓음을택하게된심정을헤아리고있다.

<이장(移葬)>은일제와육이오로훼절된역사의상흔을떨쳐내지못하고여전히앓으며살고있는작가의아픈가족사를그린작품이다.어머니의묘이장을위해시립묘지를찾아가는것으로시작하는이소설은일제를겪어보지도,육이오의포성을들은적도없지만전쟁뒤어수선한때에어리숙한세태속에서잉태되어이세상에나온‘나’와,일제의강제징용으로아버지를잃은누님,고향집에서도망치듯떠나올수밖에없었던어머니의한(恨)많은삶을그리고있다.

<만행(萬行)>은속세와의연을끊고절집에든한처사가어느날갑자기핸드폰을소지하고,누군가를그리워하며일주문을서성이다끝내번뇌를떨치지못하고산을내려가는이야기다.한때절집을들고나던작가의아련한마음을드러낸작품이다.

이처럼《미완의귀향》에는실존인물이등장하는소설여덟편이실려있다.소설가이병천은“그가세상을살아오면서잊지말자고반추하는인물들을보라.그들은핍박없는세상을견인하려는운동가이거나올곧은세상을위해헌신한이웃들이거나통일된한반도를꿈꾸던이들”이라며바로이것이“그의소설이아름다운이유”라고말한다.

송언작가는“한상준의소설은독자를전율의소용돌이속으로끌어당기는기묘한힘이있다.디아스포라송두율의고뇌를접하는순간통증이심장을관통한다.폭력경찰이직사하는물대포에쓰러진백남기농민의죽음은너무애달프다.통한의가족사를다룬<이장>,그바탕에깔려있는절절한슬픔은지금내리는비처럼가슴을저민다”며“주룩주룩비내리는날읽기에적합한소설을원한다면한상준이펼쳐보이는새벽강(江)의윤슬같은이야기세계에영혼을흠뻑적셔”보기를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