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얼굴들

법정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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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의 프레임 바깥에 존재하는 법정의 얼굴들
뭉개지고 흐려진 이들을 기억하려는 판사의 기록
구속, 무죄, 유죄, 선고, 징역, 재판, 형량… 형사법정에 올라온 사건들은 주로 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된다. 법정 밖 사람들에게 형사법정은 유무죄를 가리는 곳에 지나지 않지만, 기사 한 줄과 형량 너머 법정에는 뭉개지고 흐려진 ‘얼굴들’이 존재한다. 《어떤 양형 이유》로 독자를 눈물 흘리게 했던 박주영 판사는 다양한 이유로 형사법정에 오게 된 얼굴들의 서사를 기억하기 위해 코를 끅끅 삼키며 쓰고 또 썼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지었던 그가, 《법정의 얼굴들》에 말과 글로 빚어낸 눈물겨운 위무를 담아냈다.
저자

박주영

지방법원부장판사.성균관대학교법학과를졸업하고7년간변호사로일하다경력법관제도로판사가됐다.지금은지역법관제도가폐지되어지역법관이아니지만자의로부산고등법원관내에서근무하고있다.10년이조금넘는기간동안부산지방법원,울산지방법원,대전지방법원등에서주로형사재판을했지만부산가정법원에서소년재판을한적도있다.언론을상대하고행정기획업무를하는공보기획판사도세번이나했다.
공보기획판사로일하며인터뷰와대외행사를많이했지만실제로는낯을많이가리고소심하다.읽고보고듣는것을좋아해시간이나면책을읽거나영화를보거나음악을듣는다.유일하게부리는사치는오디오기기다.주머니사정상소박한진공관앰프에LP로음악,특히재즈를자주듣는다.빌리할리데이와쳇베이커를좋아한다.
지은책으로《어떤양형이유》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회복불가능한상실을견디는사람들
혼잣말하는사람들
마지막호명
라요로나
가난이모르는것들
어떤부고

2장세상은매일매일더좋아지고있는가
뷰티풀보이
처음듣는말
단약한의지
삼정목왼쪽
월식

3장사람을살리는이념과정의
우린양아침니더
여러분이법입니다
발좀치우시죠
심증
판사와글쓰기
싸움의기술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회복불가능한상실을견디는사람들
피해가들끓는세상에서우리가취해야할최선의태도

2019년말《법정의얼굴들》의저자인박주영판사는‘자살방조미수’사건을처리하게된다.그는20대에여러차례자살을시도했던피고인들을살게하기위해사회의관심을촉구하는판결문을썼고,피고인들에게법의언어가아닌한사람의간곡한부탁을담은‘당부의말씀’이라는말을따로전하기도했다.차갑고무거운법정에선어린피고인들을눈물흘리게한이판결문은당시큰화제가됐고여전히회자되며많은이에게큰울림을주고있다.
저자는법정에서이런이들의얼굴을계속해서봐왔다.감당할수없는상처를끌어안다스스로를해한청년,사랑받아야할보호자에게맞아생명을잃은아이,장기간성폭행을당한여고생,돈이없어교도소에들어가려는노인···이들의삶은아예설명되지않거나‘편의점에서빵훔쳐···징역1년’처럼기사헤드라인한줄로언급될뿐이다.그러나당사자들이세상에게,보호자에게,대물림된가난에게받은피해는평생을간다.결국회복불가능한상실을견디며살아갈수밖에없다.
이런이들이끊임없이돌아나오는회전문같은현실을바꿀수는없는걸까?저자는“서사가풍부하고넓을수록서정도크고짙어진다.결국우리가먼저할일은묘사할수없는서정을상상하고표현하는것이아니라,묻혀있는수많은서사를추적하고발굴하는일”이라고말한다.안타깝고슬픈감정으로잠시소비되고마는피해의이면에는구체적인삶의서사가존재한다.우리가취할최선의태도는보이지않는서사를꼼꼼히기록하고함께아파하는것이다.
“뉴스가없으면문제도없다.서현이,정인이,김용균,이스라엘의죽음을헛되게하지않기위해가장먼저할일은,그들의죽음을기록하고알리는것이다.사회적공분도,적절한처벌도,법률과의료시스템의개선도그후뒤따라온다.”

세상은매일매일더좋아지고있는가
악의노림수를피하는방법

저자가마주하는형사사건에는“정의와불의,가해와피해,개인적책임과사회적책임같은여러맥락이어지럽게뒤엉켜”있다.정신질환을앓다엄마를죽인피고인은자신이누구인지발딛고선곳이어디인지도몰랐고,비행을저지르고법정에선아이는초등학생때부터집밖을떠돌수밖에없던처지였다.같은죄를지어도보호자가없는아이들은소년원에가고그렇지않은아이들은집으로간다.약물에중독된피고인은필사적으로마약을끊어보려했지만함정수사에걸려다시법정에선다.
범죄를저지른사람들은주로악마나괴물에비유되곤한다.저자도법정은“온갖악이흘러드는바다같은곳”이라고표현할정도다.그러나영화<조커>의‘아서’가날때부터‘조커’가아니었듯법정에선모든악도처음부터거악이었던것은아니다.오로지아래로만향하는질기고비열한폭력,아프고병든사람들을모른체하는걸넘어조롱하거나비난하는사람들,가난뿐만아니라범죄도대물림되는현실이실재하는세상에서악은조금씩,서서히발현된다.
법정에는거악이파도처럼넘실대지만법정밖에는곳곳에악이널려있다.우리모두의본성에악이내재돼있기때문이다.저자는우리내면과주위에무수히포진한크고작은악에맞서흑화하지않으려면“공감능력과양심,죄의식과염치같은것들이필요하다”고말한다.나는저런악마들과다르다고,나는나쁜사람이아니라고생각하는건별로중요하지않다.“언제나중요한건악을자각하는일”이어서다.
“악과불의를식별하고악행을반복하지않으려면내가누굴가리거나밟고있는건아닌지,나때문에누가고통을겪는건아닌지,사실은내가사기꾼로봇이아닌지항상경계하고돌아봐야한다.······악이진정으로노리는건선이계속악을모른채살아가는거다.선이악을깨닫는순간악은‘펑’하고사라진다.”

사람을살리는이념과정의
조금더나은세상으로나아가고싶다는욕망

형사법정에서판사가하는일은법대로판단해유무죄를가리는일이다.갈등이폭발해법정까지오게된사람들에게가장중요한건판사가내편을들어줄지다.판사를내편으로만들기위해어떤사람들은판사의법정밖사생활과살아온과거까지알아내려한다.각자의이유로법정에앉아있는사람들은표정과눈빛으로판사에게묻는다.“너는어느쪽이냐?”소리없는아우성에휩싸인판사는판결문에머리를처박고만다.
세상의아우성은더크고요란하다.자유냐평등이냐,성장이냐분배냐,페미냐아니냐,동성애지지냐반대냐,명분이냐실용이냐···언제든이쪽이아닌저쪽에서있을수있지만우리는편을가르고진영을나눈뒤집요하게따져묻는다.“너는어느쪽이냐?”하지만“매일누군가학대당하고살해되는숨가쁜현장에있는”저자에게페미니즘이고담준론이아니듯,폭력이판치는세상에서중요한건모두가힘을합쳐범죄를막고생명을지켜야하는일뿐이다.
서로내가옳다며싸우고모두가불의해서정의가사라진부조리한사회를건너기위해가져야할올바른입장은어떤모습일까?저자는“불의한세상에서홀로싸우는개인을방치하지않는것,단한명도희생시키지않는것”이라고말한다.갈등이첨예하고혐오와증오가충만한시대의이념은사람이어야만한다.《법정의얼굴들》을읽은독자들은알게될것이다.결국우리가욕망해야할건지금보다조금더나은세상뿐이라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