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삶을영위하는모든생명이그렇듯,일라는결국나아가는것외다른방법이없음을깨달았다.
“본질을바꾸면사물은이전의성질을영원히잃어버리게됩니다.전혀다른세상이창조되는것입니다.진정한‘마야’란그토록무서운것입니다.그렇기에마야를가진자는그것이세상이끼칠영향을가장먼저고려해야합니다.”
“비가조금씩내리기시작하면사람들은걱정합니다.옷이비에젖을까흙탕물이장포나치맛자락에튀지않을까신발이더러워지지않을까하고요.조금이라도비를덜맞으려고안간힘을씁니다.걱정하는일들이현실로나타날까두려워하기때문입니다.하지만왕녀님,한여름의소나기를맞으며한참서있다보면깨닫게됩니다.비를맞는일이생각보다아무렇지않다는사실을요.내리는빗줄기의한가운데서있는사람은옷이젖을까,흙탕물이튈까더는두려워하지않습니다.그저온전하게비를맞을뿐입니다.왕녀님에게벗어날수없는괴로움이있다면차라리그괴로움안으로들어가십시오.”
그녀는이세상이낯설었다.어딘가자신이살던익숙한곳에서억지로뜯겨나와,덩그러니내동댕이쳐진듯한외로움과향수를느꼈다.그녀는이곳에속하지못했다.그사실이,일라의마음을아프게만들었다.
일어나게될일은반드시일어날것이다.그것은예상치못한순간에,예상치못한계기로촉발될터였다.그때까지일라는비록눈에보이는성과가없더라도지금의순간을반복해야했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