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 나의 거주지 찾기 프로젝트, 춘천 편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 나의 거주지 찾기 프로젝트, 춘천 편

$15.94
저자

서진영

사람과이야기를좇아두발로전국을누비는기록자.대구에서태어나제주에서대학을다니고,그뒤로서울을거점삼아전국곳곳을걷고있다.근대문화유산을따라가는여정을담은『하루에백년을걷다』,공예무형문화재12인의장인정신을담은『몰라봐주어너무도미안한그아름다움』,전국의시장을여행지로제시한『한국의시장』,도시의매력을소개한『부산온더로드』『서울,문화를품다』,한국을대표하는노포를취재한『또올게요,오래가게』를썼다.‘잘사는것’보다는‘잘사는것’에관심을두며,주변을살피고애정어린시선으로기록하는일이세상살이안목을높인다고믿고있다.

목차


프롤로그로컬씨,당신은누구인가요

1.길고양이가이끄는골목
2.내가살던동네도사라질까
3.색깔을만드는일
4.새벽시장의도시
5.아이가자란다
6.내게알맞은속도와리듬을찾아
7.제자리에서세계를넓히는방법
8.내일의이웃을찾아서
9.낭만에대하여

미주

출판사 서평


‘로컬은과연우리의삶에얼마나녹아들었나’
이질문을던지기전에‘과연로컬이란무엇인가’

근10여년간한국의지역정책을이끄는말은단연‘로컬’이다.기존의지역정책이균형발전에맞춰져있었다면,현재의로컬담론은지역골목상권의부흥,수도권청년의이주와창업을염두에둔전방위적지역경제재구성전략이라할수있다.다만이담론이‘로컬비즈니스’‘로컬파이오니어’‘로컬크리에이터’라는여러구호를만들어낸것에비해과연무엇을실질적인성과로남겼는가는의문이다.이의문은단순히그것에소요된막대한비용에대비한효과를묻는것이아니다.그수많은‘말’이지향해온바에맞게실제로지역곳곳이어떻게변모했는가를묻고자하는것이다.

그렇다면지금필요한일은,한국의로컬담론이어느정도숙성된상태인지를파악하는것이다.만약그담론이잘숙성되었다면,다시말해‘로컬’이시민들각자의삶에조금씩녹아들었다면,그변화가우리의삶을얼마간은바꿔놓았을것이다.지역곳곳을오랜시간관찰하면서그변화를세심히파악하고구체적이고정확한평가를내려보자.미처우리가체감하지못했더라도어느새생활을바꿔놓은무엇인가가있지않을까.만약그렇지않다면그에맞는새로운진단이나와야할것이다.

‘담론으로서의로컬’은이제그만,
실질적이고구체적인로컬바로‘실체로서의로컬’을이야기할때

‘어느작가가자신의미래거주지를찾고자하나의도시를둘러본다면?’로컬담론의현황을점검하기위한방법은여러가지겠으나,그중에서‘30대,여성,1인가구’라는조건을갖춘이가본인이실제로이주할것을염두에두고직접해당지역을탐방하는방식이제격이라고보았다.굳이전문가가아니어도,정책담당자가아니어도좋다.우리는실제로그지역에서살아갈청년의시선이담긴이야기를듣고싶기때문이다.

이에따라작가서진영씨가2022년12월부터2023년5월까지6개월간도시한곳을꼼꼼히살펴보았다.그임무의수행지는바로강원도춘천.춘천은국제인형극제등여러굵직한축제의도시이면서닭갈비의도시,호수의도시등여러좋은문화인프라를가진곳임은분명한데,기존의구도심과신도시와의격차,도농복합체로서의한계등을고스란히가진,한국도시들의변천사를압축한곳이기도하다.

정부주도하에기획된신도시가아닌,여러복합적특성을동시에가진도시를걷는다는점은이프로젝트에작은긴장감을불러일으켰다.다양한요소의문화가어우러진도시를어디서부터어떻게취재해야할까.우선,작가는차를두고발로만도시를탐방하기로했다.또한생태감수성을갖추고인간과비인간을두루살피고자했고,도시의구성원중에서원주민과이주민의이야기를골고루듣고자했다.그러면서구도심과신도시사람들간의인식차를새삼확인했으며,도농복합도시의경계를넘나들며자연과문명간의경계의이야기또한담아냈다.

결국우리앞에놓인것은『로컬씨,어디에사세요?』라는,알듯말듯한제목의책이다.‘로컬씨’에게주소지를묻는행위는그동안추상적으로만다뤄진하나의개념에하나의구체성을더하고자하는시도이기도하다.다시말해,‘담론으로서의로컬’은그만이야기하고,실질적이고구체적이며명확한지침서로서의로컬,바로‘실체로서의로컬’을이야기할때라는의미를담고있다.

서진영작가가자신의거주지를찾고자떠난여행은이렇게‘로컬의구체성’과연결된다.과연‘30대여성1인가구’는한국의대표적인지방도시에서자신의근거지를찾을수있을까.지역의주거,교통,교육,복지,자연,인구구성등을점검하면서‘이도시살만하다’라고느낄수있을까.

이물음의답을찾기위해작가는책속의마을곳곳,춘천효자동의고양이마을,번개시장과애막골등의시장,아이들이뛰노는후평동의골목어귀를걸으며길에서만난사람들의이야기를듣는다.춘천의버스를하염없이기다리며지역내대중교통의열악함을실감하기도한다.지역민들이청소년들을위해십시일반기증한돈으로운영되는카페를방문하고,농촌유학지를찾아두메산골로향하기도한다.소양강댐의물,여전히수요가많은연탄을바라보며지역문화의근간인에너지와자연환경을깊이있게들여다본다.지역에내려와터를잡기시작한청년들의이야기를놓쳐서는안되었고,축제의도시를지탱하는여러문화일꾼들의이야기에도귀를기울인다.이제는지역인구구성에서적지않은비중을차지하는이주노동자,북한이탈주민의이야기도빼놓을순없다.그리고가장중요한삶의터전,집에대해서도이야기한다.

한국의로컬담론에좀더생생한기운을불어넣어보자

그리하여‘30대여성1인가구’의거주지는어디로정해졌는가.더나아가‘로컬’이라는구호가사람들의삶곳곳에배어있다는것을확인했는가.이에대한답변은열려있다.작가는자신이6개월간걷고말하며,적고생각했던바를토대로다음과같이결론내린다.

“최상의환경을갖춘지역이있고내가그곳에서살수있다면더바랄것이없겠지만현실은그리녹록지가않다.춘천을오가며지역을보는시선이조금씩달라지는것을느낀다.현재얼마나좋은여건을갖추고있는곳인가를가늠하기보다얼마나여지가있는곳인지를좀더깊이들여다보게되는것같달까.그러고는스스로에게묻게된다.나는어디에서내고유의색깔을드러내며살아갈수있을까하고말이다.”(이책104면)

이책의기획은2022년늦가을강원도춘천문화재단이강원도고성의온다프레스에출간을제안하며시작되었다.춘천문화재단과온다프레스는‘담론으로서의로컬’을지양하고‘실체로서의로컬’을탐구한다는데뜻을모으고,청년세대에좀더실질적인가이드라인이될수있는책을만들기로했다.그리고지난십여년간문화기획의전반에서부터지역문화의기반,청년문화에서기업문화까지를두루취재해온서진영작가가이기획에동참했다.

이책을모두읽고나면우리는2020년대로컬의현황을조금이나마파악할수있다.길을걸으며조금은이질적으로,생뚱맞다고생각하며바라봤던,어느플래카드의문구‘로컬’이내삶과가까운이야기였음을새삼스럽게실감하게된다.다시강조하건대이제우리에게필요한것은실질적인로컬담론이다.이책이한국의로컬담론에좀더생생한기운을불어넣는데에일조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