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육처럼

프랑스 교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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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지현

프랑스대사관IT분야부상무관이자플루티스트.

고등학교진학에실패한열다섯살의저자는현실에떠밀리다시피프랑스행비행기에몸을싣는다.전공을살려음악을하겠다는목표외에는아무런계획도상세한일정도없이프랑스고등학교에들어갔다.내성적이고소심했던그녀는그낯선공간과시간사이를흔들리며흘러다녔다.꼴찌는그녀의몫이었다.그랬던그녀가바칼로레아에합격해파리5대학에서법학을공부하고,프랑스국립생모국립음악원플루트클래스를수석으로졸업했다.

고등학생시절,좌충우돌부서지고깨지며맞닥뜨린프랑스의학습법과선생님들에대한경험은불확실한인생이란사막을건너는그녀의삶에커다란영향을끼친다.프랑스에서귀국후몇차례직업을바꾸고현재의전문직을갖기까지결정적인단초를제공했다.2013년3월,한국계입양아로프랑스에서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이된플뢰르펠르랭FleurPellerin이유수의프랑스IT기업과방한했을때기업단의일정프로그램을맡았던건그녀의삶에큰전환점이되었다.2022년현재그녀는프랑스대사관상무관실에서한국과프랑스IT기업간교류증진을위해일하고있다.물론음악이있고그녀를필요로하는곳은어디든마다하지않고달려가어릴적자신을음악의세계로이끈,제임스골웨이JamesGalway의선율을선물한다.따뜻하고인자한그의모습을담아서.

이책은한아이의엄마가된그녀가굽이굽이넘어야할인생의사막몇개쯤을건너면서터득한교육법이다.“하필프랑스?”라는질문은불필요하다.한국에서의중학교과정을마친그녀가프랑스에서고등학교시절을거쳤기에비교하며깨닫게된교육노하우로,현실교육현장에놓인우리의아이들과엄마들이고개를끄덕이고가슴으로느껴당장적용할수있는셀프교육법이다.

목차

여는글
프롤로그:왜프랑스교육인가

1장없음:무無에대한취향
입학식과졸업식이없다·027
‘너이름이뭐니?’·033
가까이하기엔너무먼교과서·035
교무실이없는이유·039
남녀를구분하지않는시간·043
〈엄마와아이가함께하는실천노트〉·049

2장몰입:생각을기르는수업
학생들은토론자,선생님은진행자·053
숫자보다글이많은수학문제답안지·059
숙제가제일어려웠어요·066
책한번펼치지않고2시간수업하는법·070
무조건일주일에시詩한편을·079
대놓고시험성적을공개하다니·085
느리게,느리게·095
연필을쓰지않는프랑스초등학교·099
토론은배틀이아니다·104
〈엄마와아이가함께하는실천노트〉·111

3장각성:바칼로레아의마법
하루에한과목씩일주일동안치르는‘바칼로레아’·115
200년동안바뀐적이없는입시제도·120
바칼로레아불문학시험·123
족집게과외나유명학원이필요없는논술형시험·133
프랑스국민들에게바칼로레아란?·137
〈엄마와아이가함께하는실천노트〉·141

4장실전:바칼로레아논술작성법과예시답안
서론,본론,결론쓰는법·145
철학시험예시답안:인간은시간에서벗어날수있는가?·152
〈엄마와아이가함께하는실천노트〉·161

5장인성:학생권리vs교사권리
좋은교육을받을권리vs좋은수업을제공할권리·165
맞담배를피우는교실밖vs권위를존중하는교실안·170
존중으로부터나오는교사의권위·178
교사의의무,중립성·184
독특한방학시스템·187
〈엄마와아이가함께하는실천노트〉·189

6장일상화:삶을바꾸는클리셰Cliche,프랑스예체능교육
클래식음악은지극히평범한일상·193
나도1등졸업,너도1등으로졸업·201
체력이곧국력·204
불문학박사공부를하면서플루트를전공하고,
법대를다니며올림픽을준비하는친구들·207
불편한건참아도뚱뚱한건못참는프랑스인들·210
전역에서펼쳐지는예술축제·213
음악축제에서만난어느아마추어플루티스트할머니·221
〈엄마와아이가함께하는실천노트〉·229

7장전문성:학문은대학에서,전문기술은직업전문학교에서
아무나들어오지만,아무나졸업할수없는·233
학문은대학에서,전문기술은직업전문학교에서·239
보이지않는유리벽그들만의세상,그랑제콜·242
〈엄마와아이가함께하는실천노트〉·249

에필로그:교육의목적은공부를잘하는데에있는것이아니라가치계발에있다·252
닫는글·254

출판사 서평

교육의목적은공부를잘하는데에있는것이아니라
가치계발에있다

열정으로지성으로내아이마음을사로잡을
엄마들의대반란교육프로젝트

기회와희망은셀프로

삶은얄궂게도늘그런식이다.모든것이톱니바퀴처럼잘맞아떨어져돌아가는듯하다가도,한순간돌변한다.그때는종작없이크레셴도로치닫는음악처럼점점고조되는삶의속도를멈추거나조절할수없다.병에걸리고,시험에떨어지고,이별을하고,사고를당하고,감정의면역력이떨어져자존감을크게상실하고······.그런급작스러운수많은삶의변화들을마주했을때대부분의사람들이선택할수있는감정은절망에가깝다.그런데열다섯살의저자는그절망대신,삶이최악이될수있는그절망의순간기회와희망을붙잡았다.

열다섯살,일찌감치저자는세상에서가장나쁜것은기회와희망없이사는것이란사실을깨닫는다.25년남짓지난지금도저자는그기회와희망속에하루하루를살아가고있다.결국삶에있어서기회와희망은어느날갑자기하늘에서뚝떨어지는것이아닌,스스로선택한매뉴얼대로작동하는결과가아닐까싶다.

그랬다.열다섯살에저자는예원학교를졸업한뒤현실에떠밀리다시피프랑스파리로유학을떠난다.간절하게원했던예술고등학교진학에실패했기때문이다.고등학교를떨어졌다는충격도잠시,저자는정든친구들과가족들을떠나낯선곳으로가야하는이별의통증을감내해야만했다.낯선나라,낯선곳.낯선학교와낯선친구들.내성적이고소심했던저자는그낯선공간과시간사이를흔들리며흘러다녔다.마음을추스르고의욕을북돋워적응해야하는일은참으로막막한일이었다.그렇지만저자는그런막막함마저마음이누리는사치일수밖에없음을절감한다.절박했기때문이다.

‘봉주르Bonjour’(아침인사)
‘앙팡Enfant’(어린이)

프랑스어라고는달랑두단어밖에모른채혼자서드골공항행비행기를탔다.그후6개월어학연수를마치고파리16구에위치한국립고등학교에입학한다.외국인학생을위한클래스에서1년간프랑스어로모든과목을접해본후다시고등학교1학년으로편입해일반프랑스학생들과똑같은수업을듣는다.소통이잘되지않아서생기는잦은일들이많았다.날마다전쟁이었다.언어와의전쟁이었으며,문화와의전쟁이었다.그런시간들은고등학교내내끈질기게이어졌다.하루하루를절박하고열정적으로뛰어다녔지만저자는꼴찌라는타이틀을비켜가지못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저자는마침내프랑스의수능인‘인간은시간에서벗어날수있는가’와같은철학문제가나오는바칼로레아Baccalaureat에합격해법대에입학한다.생모르국립음악원플루트클래스를수석으로도졸업했다.

엄마라는그위대한이름으로

저자는이름만대면누구나아는,시쳇말로잘나가는방송인이아니다.그렇다고자신의클래식전공을살려조성진이나임윤찬처럼음악가로활동하지도않는다.유튜버도아니다.글을전문으로쓰는작가도물론아니다.그런데도이책《프랑스교육처럼》이란교육서를썼다.이유는무엇일까?
아이때문이란다.엄마라는이름이저자로하여금펜을들수밖에없게만들었던것이다.
저자는틈만나면어린이집에서돌아온아들(3세)을데리고집근처공원이나운동장을찾는다.축구를하기위해서다.남자아이라그런지뛰는것을무진장좋아했다.처음엔아들의넘치는에너지를해소하여일찍재울목적으로시작했는데아들은엄마인저자와는목적이달랐다.일단엄마와함께몸으로노는것을좋아했다.그다음으로는아들스스로가몸을움직이며나름의룰을만들어자존감을키웠다.그게저자눈에잡혔던것이다.

“하나둘셋하면뛰어!”
“여기에서서공받아엄마!”
“이쪽으로공을차!”
“빨리뛰어!”
“천천히걸어!”

세살짜리꼬마대장은규칙을만들어엄마인저자에게명령했고,저자는그순간만큼은아들에게절대복종했다.그러자달라지기시작했다.공을차는아들이스스로가정한룰에맞춰절제력이생기기시작했다.그명령이란것이엄마에게내린명령이기도하지만,결국은본인도함께지켜야할룰이었던것이다.하나둘셋에뛰어야했고,엄마가서있는곳으로공을차고받아야했으며,뛰는속도를조절해야했던것이다.엄마와함께하며속도를맞춘다는것에자존감이높아진아들의모습은당당했다.가르쳐준것이아니었다.몸이시킨걸마음이반응했는지아니면마음이시킨걸몸이반응했는지모르지만,아이는공을차고운동을즐기며스스로의자존감을키워갔다.

그런아이를지켜보던저자에게섬광처럼스치는것이있었다.프랑스에서의학창시절이었다.고등학교에첫등교하던날,교문앞수십명의학생들이삼삼오오모여담배를피우는광경에놀라움을금치못했는데그들중에선생님들도함께있었다는사실을듣고는또한번놀란다.학생과선생님이담배불을댕겨주며맞담배를피울줄이야!더놀라운것은학생들의태도였단다.맞담배를필정도로스스럼없이대하던선생님을교실에서는너무나진지하게존중했던것이다.공公과사私를명확하게구분하는선생님과학생들의태도에저자는문화적충격을받지않을수없었다.

어디그뿐인가.고3이끝나는날까지올림픽출전종목의종목이란죄다운동을해본것같은체육시간,남녀를구분하지않고운동경기맞장을뜨는가하면책한번펼쳐보지않고수업시작부터마칠때까지토론만했던철학시간,수업중욕설을뱉은학생을징계하는과정에서보여준인간을존엄하게대하는학교와선생님의방식,200년이넘도록한번도바뀐적이없는대입제도,‘언어없이도사고가가능한가?’또는‘인간은스스로에게두려움을느낄수있는가?’와같은희한한문제를내는바칼로레아철학시험,그런바칼로레아철학시험이있는날이면출제된철학시험문제를두고온국민이함께고민하는문화,특별한사람들이특별하게하는것이아닌,지극히평범한사람들이일상으로하는클래식음악등.

아,현실교육!

물론모든것은좋은면과나쁜면을갖게마련이다.세상에서좋은면밖에없는제도는신의솜씨로도만들어낼수없다고하지않던가.그렇지만하필이면아들과함께온몸으로운동을할때프랑스에서의학창시절이오버랩된것은현재의저자가슴에옹이처럼박혀있는그무언가때문이었다.아들의현실육아,현실교육!실제로저자는아들의교육문제로혼란스러웠다.지하동굴에갇혀빠져나올길을찾지못한처지였다.빠져나올통로를찾으며온몸의촉수를바짝긴장했을즈음,저자는공차기를하며신나게뛰노는아들에게서실낱같이가느다란빛을발견했던것이고,드디어동굴을빠져나왔다.입시제도를떠나미래우리아이들이받을교육의근본적인방향성까지고민한끝에저자는‘엄마’라는이름으로감히이책을쓰기로마음먹었고탈고했다.

상처를입고나서야,값비싼대가를치르고나서야비로소무언가를깨닫는것이삶이고보면그런점에서저자는다른사람들에비해좀더다양한경험을토대로체화한부분이많다.자신의아들에게해주고싶고,하고싶은이야기그리고저자와함께학창시절을보냈던,지금은저자처럼엄마가돼있는분들과아이들을위해이책을준비했던것이다.무엇보다이책은엄마와아이들이책장을펼치는순간부터바로일상에적용할수있는학습법을‘엄마와아이가함께하는실천노트’로요약해놓았다.간혹,그‘실천노트’라는것이막연하고구체적이지않다고말할사람들이있을수있겠지만,《프랑스교육처럼》을모두읽고나면큰틀에서맥락이잡힐것이다.책을덮는순간,저자가말로표현하지않은은밀하고내밀한마음까지관통할수있을것이다.

왜,하필프랑스교육인가

프랑스교육에도분명우리와또다른고민거리와문제가존재한다.아이들에게완벽한교육을제공하는나라가세상어디에있겠는가.어느나라든다음세대에게더좋은교육을위한연구를하고개선하는것은기성세대의역할이다.오랜기간축적되고세팅된한나라의교육시스템에변화를준다는것은많은리스크를수반한다.아무리좋은의도라도그변화가학생들에게혼란을야기한다면심사숙고해야한다.

그런점에서저자는이책에서우리나라교육시스템을완전히바뀔것을주장하지않는다.주어진환경에서교육에대한사회적인식을개선하고교육의목적을‘대학입시’에서‘자기계발’로변화해우리의아이들이배움의기쁨을느끼며행복하게공부할수있는사회를기대한다.

프랑스교육처럼

친구들과의경쟁은서로의성적향상에어느정도도움은되겠지만경쟁의목적이오로지대학입시로전락해버린작금의현실에서아이들에게공부는무슨큰의미가있겠는가.사회에나아가자신들의길을찾고꿈을실현할수있는역량을키우고,아이들이무엇을좋아하고싫어하는지구체적으로표현할수있는힘을기르며,예체능도깊이있게배워서세상의정답이좋은성적에만있는것이아니라는것을학원이아닌학교에서의교육이가능하다면얼마나좋을까.프랑스교육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