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으로 가다

자작나무숲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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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송희복의 『자작나무숲으로 가다』는 소설집이다. 장편 3편, 단편 5편, 엽편(초단편) 2편을 모은 것이다. 1990년대에 문학평론가 및 영화평론가로 주로 활동하다가, 2001년에 소설가로 등단한 그는 진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정년퇴임을 한 이후에, 주로 소설을 창작해 왔다.

이 소설은 창작적인 과정에서, 소설의 장르적 성격이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라고 하는 고전적인 명제를 해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가는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약자와 강자의 관계로 보고 있다. 최근에 주로 비유되는 용어로는 이른바 ‘언더도그-톱도그’라고 하겠다. 그의 소설집에서의 ‘자아-약자-언더도그’는 예술가이거나 여성이다. 이들은 이 소설집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 속에 본질적으로 동화하지 못하는 자아가 바로 예술가요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 10편 중에는 무용가, 성악가, 연주가, 대중가수, 시인, 화가, 북 디자이너, 용장(俑匠) 등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이 소설집의 저자인 송희복은 이번 소설집을 통해 옥비랑, 김재휘, 손명희, 목혜수 등의, 강단 있는 ‘이브의 초상’들을 빚어냈다. 굵은 묵선의 붓 터치에 짝을 이룰 세필의 감칠맛도 적잖이 필요했기 때문에, 쉽지 아니한 작업이라고 했다. 자신은 이번에 낸 소설집을 통해, 남성 작가로서 젠더 감수성의 가치와 동기를 부여하는 데 겨우 벽돌 한 장을 쌓아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후기’에서, 소설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라고 보았다. 소설이나 영화가 아직까지 유지해온 것은 이른바 ‘언더도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강자와 약자의 위치가 역전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우리가 눈여겨 볼 게 있다. 대체로 보아서, 과거에는 보수적 세계가 강자였고, 진보적 자아가 약자였다. 이제는 정치적인 지형도 바뀌어간다. 앞으로 언젠가, 세계적으로, 진보가 세계화(강화)되거나, 보수가 자아화(약화)될 수 있다. 보수와 진보가 이전투구 식의 개싸움을 벌여, 보수가 ‘깔린 개’처럼 동정과 응원을 받을 시대가 올 것이다.”
저자

송희복

저자:송희복
1957년부산출생
동국대학교국문과졸업
같은학교대학원졸업(문학박사)
1990년조선일보신춘문예문학평론당선
2001년불교신문신춘문예단편소설당선
진주교육대학교교수역임(1998~2022)
저서
『그리움이마음을흔들때』
『영화,뮤즈의언어』외다수
수상
2016년청마문학연구상
2021년박인환상(학술부문)

목차

1.중편

옥비랑,한삼을뿌리다
시황제의블랙리스트
자작나무숲으로가다

2.단편

김강사와명예교수
꿈꾸는저편의유칼리
삶이곧눈멂이라는
다람쥐와유리그릇
꽃새암부는율포

3.엽편

단미와그린비
아버지의노래

작가후기

소설을위한잡감

출판사 서평

이소설집의작가인송희복은소설집『자작나무숲으로가다』의후기에서자신의소설에대한관점과창작의견해를자세히밝혀놓고있다.이소설집의마지막페이지에놓인마지막단락에서자신의간행소회를이렇게밝히고있다.

“시도하지않는성취는없다.내가그동안다양한성격의책을냈지만,소설집만큼내모든것을걸어본일도없다.소설쓰기는내게글쓰기의또다른도전인셈이다.그런데읽히지도않을소설은왜쓰느냐고,누가내게묻는다면,나는대답할것이다.쓰니까살아지고,사니까쓰이더라고.요컨대글쓰기가바로,글쓰는이의삶이더라고.특히글쓰기의욕망위에경험적인삶,상상하는삶을얹으면,소설은인간의참모습에한결더가까워지더라고.”

가면이없이춤을추지않는다,연출이없으면,연행도할수없다.식재료보다는요리의스킬이다.콘텐츠보다표현력이다.이러한유의명제를승인한다면,소설에서는특히우리시대의문제의식보다언어에의한감화적인공감대가무엇보다중시되어야한다.우리나라문학이그동안에알게모르게,지나치게내용에치중되어왔고,언어형식의문제는간과하는측면이없지않았다.

작가인송희복은내용과형식중에서어느한쪽이중시되거나어느한쪽이경시되거나해선안된다고보고있다.문제의식과표현전략은양립되어야한다.소설쓰기를서예에비유할수있다면,굵은묵선의붓터치못지않게,이와짝을이룰세필의감칠맛도중요하다.우리시대의소설가인오르한파묵이,마치자신의심오한사상위에서정적분위기를덧칠하는기법을구사했다는평가가있듯이.

한편,단어를선택하고,문장을구성하고,단락및문맥을편성하고,비유와상징을이끌어내는측면이강화되어야한다는데서소설집『자작나무숲으로가다』는출발하고있다.소설의문체는소설그자체이기도하다.작가는이소설집에반영된언어의양감이나질감에대해,독자들이이소설집에어떻게감촉되거나감지되는지를조심스럽게지켜볼것이라고말하고있다.

줄거리

중편소설「옥비랑,한삼을뿌리다」는18세기말에서19세기초로이어지는시대를배경으로한역사소설이다.실존인물정약용이가장많은지면을할애하면서등장하지만사실상가상의인물인옥비랑이주인공이다.실제로약관의정약용이진주촉석루에서칼춤을추는한진주기생의모습을한시로묘사한바가있었다.이것이소설창작의실마리이기도하다.기생사회의풍속사와가무악연희예술사를미시적인시각으로접근한박물지(博物誌)같은소설이기도하다.

중편소설「시황제의블랙리스트」는박근혜정부시절의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사건과진시황시대의허구적인이야기를이중의서사구조로삼은소설이다.세태소설과역사소설을한데아우른융합적인성격의소설이다.신문사의정부장과국제정치학자추교수가주로등장하지만시황제,예인가족의부(父)와자녀세사람이더주목을받을수있는작품이다.작가는권력과예술가의관계를,세계와자아,강자와약자의관계라는정치한그물망으로설정하고있다.독자를위한하나의읽을거리를위해소설의언더도그효과를심미적으로인유(引誘)하고있다.

중편소설「자작나무숲으로가다」는앞에서밝힌「옥비랑,한삼을뿌리다」와함께가장전형적인‘예술가소설’을시도한것이다.예술가소설은우리나라에서는생소한소설이다.이문열의「금시조」이후에특별하게기억되는예술가소설은눈에띄지않고있다.소설집의표제작이기도한「자작나무숲으로가다」에서연인이면서내연의관계인두남녀를맺어준것은추상(비구상)한국화이다.예술의심미적경지와성적환상의자족감이어떻게긴밀한인과관계를맺고있는가하는문제에대한탐색적인서사즉일종의‘비전-퀘스트’적인로망스다.

단편소설「김강사와명예교수」와단편소설「삶이곧눈멂이라는」은대학사회,교수사회의모순과부조리와비인간성등을들추어낸일종의폭로소설이다.지식인사회는회사등의일반인직장보다더문제적인사회임을함의한소설이다.작가의자전적경험이적잖이반영된것같다.우리사회의도처에어둑한비인간화지대가있음을암시한작품이다.이두작품은각각블랙유머와인간의비극적조건에대한상이한감각을유감없이발휘하고있다.

단편소설「다람쥐와유리그릇」은행복과불행이한끗차이에지나지않는다는인생관을창작의동기로삼고있다.말하자면,인생이란다람쥐처럼달아나기쉽고,유리그릇처럼깨지기쉽다.한때86세대의마지막학번으로대학에입학한운동권두남녀학생이걸어온인생을단편속에담았다.운동권출신이지금정치권역에서첨예한쟁점이되고있는이시점에서우리사회전반에성찰적인의미를던진소설이기도하다.또한,이소설은비동의간음이라는젠더감수성의문제의식을제시한것이기도하다.

단편소설「꽃새암부는율포」는동해안어촌마을을배경으로한신비적이고몽환적인느낌의여행자소설이다.이런점에서볼때,김승옥의「무진기행」과여러모로비교됨직하다.여기에서‘꽃새암’은꽃샘바람을뜻하며,‘율포’는신라시대때의지명을되살린것이다.지금의울산광역시북구강동면에소재한곳이다.소설본문의내용처럼요동치는시간의덫에갇혀있는바닷가의삶이끊임없이윤회하고있는범속한어촌마을이다.비극적인삶의인간조건이전제된원환의이미지가짙은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