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 (연명지 에세이)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 (연명지 에세이)

$16.00
저자

연명지

저자:연명지
시의정전기가많은충북괴산에서태어나책만보면두눈을번쩍이며자랐다.
두번의산티아고순례길을걸으며타인을향해귀를낮추는방법과마음의속도를줄이는사랑법을배웠다.앞으로도끝모를깊이를가진,다정한위로와명랑함을잃지않는시인으로살고싶다.
2013년미네르바시선으로『가시비』를출간하며문단활동을시작했고시집으로『사과처럼앉아있어』,전자시집『열일곱마르코폴로양』이있다.
2023년호미문학상은상,경북일보청송객주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5

PART1ViadelaPlata
스페인남편13
나비주의17
강건너이네스21
그늘에대한서사25
마음의화살표30
은의길을들여다보며33
은의길을걷는동안36
우리들의술래39
마르코폴로양을생각한다42
길상씨의훈계45

PART2Caceres
엄마의보따리51
카냐베랄블루스54
외뿔고래58
뜻밖의은의길61
반얀트리63
콜치쿰67
가을피기크로커스71
레온이레온에가다74
조금만더걸으면네눈물을구워줄게77
비야단고스천사81

PART3Caminofrances
아스토로가가는길,그하늘89
철의십자가93
산실주의보97
도네이션카페100
어떤날의우정103
차곡차곡걸어산티아고107
리얼스페인111
시계비행114
큐비츠118
세잔의사과,사과처럼앉아있어122

부록|산티아고순례길알아두기30

출판사 서평

추천사

그리움은앞이아닌뒤에있다.살다가문득뒤돌아보면거기사람,사람들이있다.삶의한지점에서흐르기시작한인연은멈추었거나여전히흐르고있다.어느한지점에서헤어져서로다른흐름을이어가거나다시합수하기도한다.한데걸어본적없는‘길’이그리운것은왜일까.질문의끝에는책이있다.직장에다닐때,책만드는일을오래했다.가장기억에남는책이『산티아고순례길』안내서다.한여행사의의뢰로제작한안내서에공을많이들였다.원고를다듬고,편집하고,코스별지도와사진을넣어알아보기쉽게제작했다.순례길을걸으며휴대할수있도록최대한가벼운용지로만들었다.그책을만든지몇년후,삶의갈림길에서한사람을만났다.모계혈통의인연만으로도반가웠고,흐름은살가웠다.그완만하고도살가운흐름만으로도인연을이어가기에충분했다.어느날,시인이시집대신산티아고순례길을걷고정성스럽게쓴원고를보내왔다.길위에서의경험과사유를담은짧은글들은팍팍한내삶을돌아보게했다.그리고길저뒤에있던그리움과추억을불러왔다.마지막글을읽었을때,아직도난산티아고순례길에서벗어나지못했음을깨달았다.실제로걷고싶은,언젠가는걸어야할길.그길을걷는마음으로축하의마음과한층깊어진영혼의시편을기다린다.
―김정수/시인

책속에서

길은느리고조금천천히깨어난다.그래서머리가아닌몸으로길을느껴야한다.길의흐름에나를맡기고걷다보면이해할수도,부정할수도없는지난날들이영화의한장면처럼떠오른다.마음의화살표를따라가라는말을수없이듣고왔다.
누군가를사랑해본사람들은사랑이라는말만으로자신의감정을다담아낼수없다는것을안다.그래서사람들은사랑에설득당하기시작한다.지난날의어느길에아직도울고있는나를마주하는시간이있다.
엄마의장롱거울을깨고몰려오는두려움에잔볕이남아있는볏짚속에숨어서잠들었던대여섯살의계집아이가그렁한눈으로손을잡는다.그경험은입밖으로나오지못하고기억속에웅크리고있다.작고말랑말랑한손을꼭잡아주며괜찮다고,너의호기심으로지금내가명랑하게잘살고있다고,잘했다고토닥여준다.
올리브농장이있는산하나를넘는다.프랑스부부는역방향으로걷는다.가도가도올리브농장이다.이번순례길에서는친구를못만날것같은생각이든다.
―「마음의화살표」중에서

살라망카골목중국슈퍼마켓에서신라면과너구리를샀다.호스텔에묵느라라면을끓이지못해배낭에넣고다녔다.레온에서비야단고스델파라모까지걸은날호스텔에서1박을했다.1층카페는코로나19로문을닫았다.라면이먹고싶어기도한다.산티아고길을걷다보면내생각이기도가된다.
라면을들고불꺼진카페안으로들어간남편이나오지않는다.덜컥거리는소리에안으로들어가니임시로문을닫은넓은식당이보였다.그곳에서건장한젊은이와대화하던남편이“이분이라면삶아먹으라고부르스타와냄비를주셨어.냉장고에있는음료수도골라서먹으래”라고말했다.
눈부신기적이일어나는그곳,힐링의공간오두막!그곳에서우리는스페인천사를만나서라면을끓여맛있게먹으며하나님의체취를맡는다.
누군가의기도가나에게친절한선물이되었듯이나의기도가누군가에게좋은경험이되기를바란다.
―「비야단고스천사」중에서

스페인순례길을걷고오면많은것을버리게된다.
배낭하나로달포를살면서단순한삶의자유를누리게해준기억들이나를헐렁하게만들어주었다.이전에는잘보이던다른사람들의단점이나얼룩들이더는보이지않는다.
순례길은자신과의약속을지키는길이다.숨을헉헉거리며언덕을오르던많은날들,족저근막염으로아픈발바닥,퉁퉁부은무릎을달래가며도착한산티아고에대한그리움이사라지지않는다.
몸은돌아왔는데마음은아직그곳에있다.감자를깎다가,화분에물을주다가,불현듯산책하러나간다.길의침묵을들여다보고말을건다.길은매일매일다르게서술된다.
산티아고길은한번도안간사람은있어도,한번만간사람은없다고한다.그리움을식혀줄냉찜질이필요한날이면나는백현동의리얼스페인을찾는다.
―「리얼스페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