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보낼 용기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

널 보낼 용기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

$17.80
Description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
사랑하는 아이가 스스로 삶을 버렸다. 커다란 상실 이후, 삶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마음의 병을 앓던 열일곱 딸을 떠나보낸 저자가 상실 이후의 한 계절을 기록한 《널 보낼 용기》가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양극성 장애로 스스로 생을 저버린 딸을 반추하며 ‘무엇을 놓쳤을까?’ 되짚어보기도 하고, 비슷한 고통을 겪은 엄마들과 생사를 넘나드는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아이가 앓던 병에 대해 이해해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사랑의 흔적을 더듬어보며, 슬픔으로 잠식된 자리에도 새순처럼 돋아나는 희망이 있음을 차분히 풀어내는 한편, 극심한 마음의 병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때론 치밀하게, 때론 가슴 절절하게 써 내려간 이 글들은 브런치에 연재되는 즉시 비슷한 아픔을 겪은 부모는 물론 육아 중인 부모, 청소년의 공감과 호응을 얻어 11만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다. 비단 저자가 겪은 고통을 모르는 독자더라도, 한 개인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 되고, 어떤 아픔은 더 큰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귀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

송지영

저자:송지영
대학에서인문학을공부하고국제학교에서입학담당관으로일했다.열일곱이던딸이양극성장애진단을받은지얼마지나지않아세상을떠났다.딸의마음을이해하고싶어청소년상담을공부했다.상상조차할수없던시간을건너기위해글을썼고,상실을견디는과정을브런치에연재했다.글을통해애도와회복,그리고다시살아가는길을탐색하고있다.소중한이를떠나보내도삶은계속되어야하고,그속에서슬픔이다른형태의사랑으로변할수있음을같은상처를품은이들에게전하고싶다.
브런치brunch.co.kr/@summer2024

목차

프롤로그

1
꿈이라고해줘요
어떤만남
꿈이라고해줘요
뜨거웠던CC,상주가되다
너의주치의에게너의부고를알리다
간직해도괜찮아
내게도나만을걱정해주는엄마가있다
내겐과분했던아이
북극곰만보지말고펭귄도봐줘요

2
떠나기를결심하는아이들
꼭이유가있어야하나요
사춘기가아니라양극성장애였다
잘하고싶던아이
대학만가면괜찮아질거라는말
신호를알아채고거리를지킨다는것
정신과를찾는아이들
고립되어가는아이들
왜몰라보는구조일까?
오늘도견디고있을너에게

3
그럼에도삶은계속된다
새로운질서에맞춰살아가는법
우리만아는서사
늦은작별
슬픔을건널때는동행이필요하다
뜻밖의인연
다시,나의이름으로
절망이지나간자리에
우리는살아가는중이야
남은자들의연습
이별이다정할수있다면
세상에서가장긴편지

출판사 서평

***서울아산병원김효원교수,엄지혜작가강력추천***
***브런치조회수11만화제의도서***

10대딸을떠나보낸엄마의
삶의회복과재건에관한이야기

순식간에세상이무너졌다.아낌없이사랑을주며키웠던열일곱딸이스스로생을등졌다.아이가정신과에서마지막으로진단받은병명은양극성장애2형.임상이풍부한종합병원의진료를받기위해수개월이걸리는병원예약을어렵사리잡았지만,아이는종합병원첫진료일을일주일앞두고떠났다.“그리워말고추억해주세요”라고적은마지막편지를남기고.
《널보낼용기》의저자송지영작가는상상조차할수없던절망의한복판에서시간을건너기위해글을썼다.딸의표정과말을반추하면서상처를헤집기도,‘무엇을놓쳤을까?’되짚어보기도,전문가의심리상담을받고비슷한고통을겪은사람들과만나기도하면서아이를보낸이후의한계절을글쓰기에기대어살았다.한편한편슬픔을꿰고엮은이책은“늦었지만아이에게다가갈한줄의언어”를찾으려는여정이고,삶의끝에서딸이남긴말에힘껏응답하며살기위한결심의발로다.

2024년기준한국의자살률은인구10만명당28.3명.한사람이생을마감하면적게는6명,많게는20명의삶까지뒤흔들린다고한다.가족을자살로잃은이들의자살률은일반인보다20배이상높다는통계도있다(2022,삼성서울병원전홍진교수연구팀).그러나떠난이에대해이야기하고슬픔을털어놓는일이금기처럼여겨지기에,자살사별자가겪는구체적인고통이나당면해야할현실은통계수치뒤에가려져어림할수밖에없다.특히자식을먼저보낸자살유가족은‘저집엔무슨문제가있겠지’,‘원인없는결과가어디있겠어?’하는식의시선을피하기어려워더욱말하기가어렵다.
저자는스스로를치유했던글로써,이번에는비슷한아픔을겪고아파하는사람들을보듬길소망한다.커다란상실이후에도교교히흐르는삶의순간순간을놓치지않고,오직겪은자만이낼수있는목소리로전한다.

상실을품고살아가는일은끝내완결될수없는슬픔이다.애도는눈물로닫히는문이아니라,날마다열어야하는창문과같다.나는남겨진자로서어제보다덜원망하고,오늘을조금더살아내는선택을한다.삶은이런작은다짐들이모여나를내일로이끈다.그결심의끝에서나는우리가족의비극을우리만의비밀로가두는대신,모두의과제로내어놓는다.(9쪽)

소중한이를추억하면서살게되어도매일울어야하는건아니다.《널보낼용기》는슬픔속에도한줄기빛이스밀때가있다는걸,당장은모든것이멈춰있는듯한시간도천천히흘러간다는걸말해주는책이다.
비단참척(慘慽)의고통을알지못하는독자더라도이책에실린삶의체험을통해한개인의아픔이곧나의아픔이되고,어떤아픔은더큰사랑으로이어질수있다는귀하고놀라운경험을하게될것이다.

마음의병을앓는아이들,
“왜몰라보는구조일까?”

저자는딸이종종흘리던“어른이되고싶지않아요”라는말이사춘기를지나는아이들이하는흔한투정인줄로알았다.자주내뱉던“괜찮아요”라는말의본뜻이‘아무래도상관없어요’라는걸그때는알아채지못했다.시간이흐르면,예전의유쾌하고명랑했던모습으로돌아올거라고믿었다.“최선을다하면끝은다정할줄알았다.(…)정성으로키운아이는결국다잘된다고들했다.이말은거짓이었다.사랑으로키워도,아이는떠났다.”(33쪽)
생전아이는밤늦도록잠들지못했다.‘대학’이라는아직보이지않는내일의목표를위해오늘을유예하면서몸과마음을깎아가며버텼다.이땅의고등학생에게삶이란“밀려나면존재가부정당하는생존게임”이었다.

저자는과거를복기하며딸이앓았던병을이해하려는한편,오늘날위태롭게살아가고있는청소년들의현실로시선을넓힌다.정신건강의학과진료를받은열살미만아동이10만명을넘어섰고,매년청소년자살률이역대최악을갱신하고있다는작금의현실은그저단순한기사한줄이아니었다.딸의진료를받으러찾아간학군지의정신과대기실에서자주마주쳤던교복입은아이들,‘우리아이가그런선택을할줄은몰랐다’는온라인자살유가족카페엄마들의글.생사를넘나드는마음의괴로움에시달리는청소년들을직접만나전해들은생생한증언.그모든풍경은아이들의병이더이상특별하지않다는사실을증명했다.
이책은정신질환을앓는딸을최악의결말로부터지키고자백방으로숨가쁘게보살펴온엄마이자,“아이곁에가장가까이있었기에가장무거운책임”을지는관찰자의시선에서청소년정신건강에대해다루는섬세한르포르타주와도가깝다.비탄속에서도때론엄정하다느껴질만한진술의기저에는더는한아이라도잃고싶지않은간절함이깔려있다.정서적위기로인한아이들의자살을과연한가정의책임으로만돌릴수있을까?작년한해만스스로생을멈춘청소년들이221명이었다.뼈아프지만,바로지금청소년동료시민을둔우리모두가재고해볼묵직한질문이다.

이제질문은다르게던져져야한다.“왜몰랐을까”가아니라,“왜몰라보는구조일까”구조요청을보냈던아이보다,손내밀어야했던어른과사회는훨씬더준비되어있어야했다.(125쪽)

“고통을없애려행복까지덮어야한다면,
삶은무엇으로채워질수있을까.“
그럼에도,이삶을살아갈이유

상실이후삶은어떻게이어질까.저자는“천체충돌”같은작별이후“연기처럼너를놓친그밤”의기억에붙들리는날도,온몸이축늘어질만큼눈물을쏟아내는날도있었다고토로한다.하지만“충분히여물지못한어른으로남지않으려고”시간을견뎌내기로한다.딸과의마지막계절을글로옮기며글쓰는사람으로서의자아를지어나가고,아이가떠난뒤잠시멈췄던청소년교육공부를재개한다.같은아픔을공유하는자살유가족과교류하며서로의버팀목이되고,오늘을사는마음이중요하다는걸남아있는가족들과나누며나아간다.딸과보낸열일곱해를짧았다고한탄하기보다“선물같이”껴안을수있었던시간들에감사하면서.사랑하는이와의추억은그자체로의미가있다.비록그가부재할지라도한사람이살아갈이유가된다.
소중한누군가를잃는고통을겪지않았다면그감정을오롯이이해하긴어려울것이다.그러나커다란상실을딛고남은생을살아가는자가들려주는담담한고백을통해우리는겪지않은부재를상상해보고,그것을어떻게받아들일지사유함으로써용기있는삶의태도에한발더다가갈수있을것이다.

추억은기쁨과슬픔이얽혀만들어진섬세한실타래같다.웃음뒤에울음이,행복옆엔후회가따라붙는다.잃고나서야비로소깨닫는다.그모든감정이모여하나의사랑을이루었다는걸.간직하고싶은순간들을지키기위해,피할수없는상처까지도껴안고살아간다.시간은결국모든생을끝으로데려간다.그끝에는견딜수없는공허가기다리고있더라도,사랑은그너머로이어진다.(1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