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문인수 시집)

쉬! (문인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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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인수 시인의 시집 『쉬!』를 문학동네포에지 42번으로 다시 펴낸다. 『심상』으로 등단한 것이 만 40세였으니 “젊지 않은 나이에 노래를 익”힌 셈이나 “어느새 득음의 경지를 열어젖힌”(김명인) 시인, 그렇게 우리에게 “도대체 늙지 않는 노래”(이종암)를 선물한 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1985년 등단해 2021년 더 먼 여행을 떠나기까지 36년, ‘마치 시마(詩魔)에 들려 있는 듯’ 그 치열함 길었으나 그 떠남 앞에선 너무 짧았다 말하게 하는 그다. 표제작이라 할 시의 제목은 「쉬」이고 시집의 이름은 『쉬!』임에, 느낌표 하나 있음과 없음 사이에 삶을 담고 우주를 품어냈다.
저자

문인수

1985년『심상』을통해등단했다.시집『늪이늪에젖듯이』『세상모든길은집으로간다』『뿔』『홰치는산』『동강의높은새』『쉬!』『배꼽』『적막소리』『그립다는말의긴팔』『달북』『나는지금이곳이아니다』,동시집『염소똥은동그랗다』가있다.대구문학상,김달진문학상,노작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시와시학상,편운문학상,미당문학상,목월문학상을수상했다.2021년6월7일생을마쳤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달북/쉬/덧니/벽의풀/고인돌/고인돌공원/성밖숲/꽃/원서헌의조상(彫像)/낮달이중얼거렸다/수장(樹葬)/저할머니의슬하/새벽/뿔,시퍼렇게만져진다/우렁각시

2부
그림자소리/바다책,채석강/바다책,다시채석강/등대/등대도팔힘을쓴다/소나기/청령포/항해/꽉다문입,태풍이오고있다/꽉다문입,휴가/2박3일의섬/모항/민박/바다가는길/땅끝/그리운북극/나비

3부
그늘이있다/철자법/산길에서늙다/정취암엔지옥도가있다/각축/고양이/집근처학교운동장/오지않는절망/발톱/새해/밝은날명암이뚜렷하다/저수지/황조가/밝은구석/서쪽이없다/집에전화를걸다/끝

4부
짜이/기차가몰고온골목/빨래궁전/말라붙은손/먹구름본다/시타르를켜는노인/굴렁쇠우물/모닥불/모닥불1/모닥불2/갠지스강/새/불가촉천민/기차를누다

출판사 서평

그의상가엘다녀왔습니다.
환갑을지난그가아흔이넘은그의아버지를안고오줌을뉜이야기를들었습니다.생의여러요긴한동작들이노구를떠났으므로,하지만정신은아직초롱같았으므로노인께서참난감해하실까봐“아버지,쉬,쉬이,어이쿠,어이쿠,시원허시것다아”농하듯어리광부리듯그렇게오줌을뉘었다고합니다.
온몸,온몸으로사무쳐들어가듯아,몸갚아드리듯그렇게그가아버지를안고있을때노인은또얼마나더작게,더가볍게몸움츠리려애썼을까요.툭,툭,끊기는오줌발,그러나그길고긴뜨신끈.아들은자꾸안타까이따에붙들어매려했을것이고,아버지는이제힘겹게마저풀고있었겠지요.쉬-
쉬!우주가참조용하였겠습니다._「쉬」전문

“어이쿠,시원하시것다아”일상에서툭불거진말,“쉬,쉬이”“끄윽끅”입에턱붙는말.살아있는말이자삶을위한말.압축적언어로간명한이미지를,그리하여삶에바싹붙은순간들을훌쩍시로올려내는시들이다.시인이소리내어부를때보름달은북이되어둥둥울리고(『달북』)“밤새도록반짝반짝어둠을파내던별들”은목탁으로흘러들어“향맑은소리”가된다(『새벽』).삶을사랑하여사람을위해부르는노래이니‘사람이야말로절경이다’했던그의말에끄덕이게도된다.

시뻘건욕창이등가죽에다꽃박아놓은것같습니다.커다란소들이비명도없이그쓰라린데를끔벅끔벅지나가고요,
소음과매연으로꽉차지옥같이들끓는거리를참느리게통과하면서큰눈이자꾸더깊어지는지요,
깊어져진실로아름다워지는지요,먼데를보는사람들이무표정하게오래흘러갑니다._「모닥불1」부분

항시낮은곳으로,가난한이들,소외된이들,아픔에도꿋꿋한이들쪽으로향하는것이시인의눈이다.낮음과높음이,허공과바닥이,삶과죽음이뒤섞인‘인도소풍’에서,시인의눈이곧“인도미인들의검은눈”이되고(「짜이」),남루한움막집에서빨래하는이의“저검고깊은눈”이되고(「빨래궁전」),쇠똥덩어리를말린땔감으로불을피우는이의안타깝도록깊은눈이된다.앙상하게야윈손위로혼자고생만하는아내의모습이겹쳐“이리저리고개돌리며”자꾸만“찔끔”거리는바로그눈이다(「말라붙은손」).그러나또한그렇게낮은곳에서도,“어둠속에서도한사코밝은구석을찾는”눈,“온갖악조건속에서도기어이웃음을웃고야마는”눈(최재봉),“여하튼불멸인듯웃는”민들레같은눈이다(「밝은구석」).

인도블록과블록사이,인도블록과담장사이,
담장금간데거나길바닥파인데,
민들레는여하튼틈만있으면웃는다.낡은주택가,
너덜거리는이시꺼먼표지의국어대사전속에
어두운의미의그숱한말들속에
밝은구석이있다.끝끝내붙박인‘기쁘다’는말,
민들레는여하튼불멸인듯웃는다._「밝은구석」부분

시인은집에서길이시작되고또집에서끝난다했다.여행또한집으로돌아오기위한떠남이니,‘세상의모든길을다헤매봐야그세상모든길은결국집으로간다’했다.그렇게일평생노래를,길위에시를새긴시인은이제집으로돌아갔으니,그가우리에게남겨준시의집이다름아닌이시집이겠다.그집에서길은또시작되겠다.

민박집바람벽에기대앉아잠오지않는다.
밤바다파도소리가자꾸등떠밀기때문이다.
무너진힘으로이는파도소리는
넘겨도넘겨도다음페이지가나오지않는다.

아너라는책,

깜깜한갈기의이무진장한그리움._「바다책,다시채석강」전문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