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심혈관 (양선주 시집)

열렬한 심혈관 (양선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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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평면과 입체를 동시에 그려 넣은 그림 같은 시편들
양선주 시인의 시집 『열렬한 심혈관』이 푸른사상 시선 203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움직이지 않는 정물과 정물 같은 사람이 움직이는 순간을 생동감 있는 언어로 포착해낸다. 입체주의 미술품과 같은 시편들을 읽다 보면 그 입체의 구성 요소들이 하나씩 살아나는 감각에 사로잡힌다.
저자

양선주

저자:양선주
전북남원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대학원응용언어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2006년『시평』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으로『사팔뜨기』가있다.대산창작기금을받았고,『소설미학』동화부문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우리들의포옹
땅콩껍질/소녀와안내견/이방인/유림빌라203호/흰/좀더깊숙한골목/낙엽/삐에로/호랑가시나무/나는정물이아니다/아잔(Azan)/삼인행(三人行)

제2부채워지기위해
일어서는여자/별/창녀들의독서/은행나무/흰바다가불러/호랑가시나무/나래수선집부부/부재/실비식당/빈집/절벽/손등/가을하늘공활한데

제3부진지한말
설국/시라는것/장대비/땡볕/재봉틀/호랑가시나무/석양아빠/이드(Eid)/바이-바이/봄날/나의정물/무덤/이장(移葬)

제4부시화집
숨은얼굴찾기/한방울의눈사람/석양의큐비즘/사과를사랑해도될까요/호랑가시나무의여백/석양유화/대문앞크로키/피카소가그린아들의초상화/정물플랜Z/석양을각색하다/벚꽃데생/반쪽의여인

작품해설:정물을움직이는언어-김효숙

출판사 서평

양선주시인은자신과부단히대화를나눈다.지난과거를현재로만들고,미래마저다가올현재로만들면서오직현재성을발언하는일의가능성을열어나간다.남다른모색과새로운언어실험으로자신이시쓰기의주체라는점을알린다.시인은정물을움직이게하는어떤힘의작용점을『열렬한심혈관』에세심하게담아낸다.조용히놓여있는정물,정물같은사람들이문득깨어나움직이는순간을써나간다.한편한편다면체같은면모를지녔으면서,한편에서는신체의눈으로사물을대하는감각을,다른편에서는마음의눈으로그것을보는감각을발휘한다.앞은형상적이미지를,뒤는이미지가모호해지는그순간에관념이발생하는시언어라는점에서그러하다.특히입체주의미술품을보는듯한시에서는평면의화폭에담긴대상이전체상이아니라부분들의난립처럼보인다.이때는전체상이모호해지기때문에부분들을통하여시인의의도를짚어낼수있다.(중략)

양선주시는평면과입체를동시에그려넣은그림을보는듯한감각을유발한다.날렵한비유와행간두기,고딕과아방가르드를혼합한이미지로더이상긴말을하지않겠노라는자세를보인다.사물을단순하게배치한듯한형식을지나내용에이르면우리는그깊이감앞에서침묵하게된다.이같은감정은몸-눈이보는사물,그리고마음-눈으로직관하는사물이한편의시에병렬적으로담긴데원인이있다.이점이그의시를입체적이게하고,정물처럼냉담해보이는인물들에게서반어적으로정감을읽어내게한다.언어의경제적운용에세심히관여하는양선주시인은최적의묘사로이점을달성한다.
―김효숙(문학평론가)해설중에서

추천사

양선주시인은사물이나상황이나감정앞에서호흡을가다듬으며서술과묘사,서정과서사의주체성을견지하면서융합을이룬다.긍정과부정,웃음과울음,개념과실행,단면과입체,침묵과리듬등도끌어안는다.그리하여이방인,유림빌라203호,호랑가시나무,나래수선집부부,실비식당,재봉틀,이드(Eid),반쪽의여인등은싱그럽게빛나고춤추고일어서고색칠하고멀리가고꽉뭉친다.지하철문이열리자“사랑하는사람/큰마리”가호흡을맞춘뒤“열차속으로/한사람의거대한사랑”으로“들어”(「소녀와안내견」)가는것이그모습이다.
―맹문재(시인·안양대교수)

시인의말

세상의정물을
움직이려고한다
불구하고
사랑할수밖에없는
정물앞에
나는또언어의힘을믿는다
나의말이
너를껴안는다

책속에서

<이방인>

염산같은겨울입김과나는다르다
혼자와텅빈가방과나도다르다

바람이언다
딱딱한길과빙초산공기는썩어울린다

막다른골목
벽과담벽은붙잡힌다

안개의집은어디인지

구름한마리
이동의각도를펴다접는다

날개와나는관계가적다

너의이곳인가
적막은구석에서홀로묶인다

약국문침묵을닫는다
독일빵집텅빈빵은그대로다

통유리앞에서서
적도의밤
명치끝까지올려채운다

긴새벽녘
메아리와오그라든등뼈는하나다

삐걱거리는대문
냄새의걸음들몰려나온다

권총같은새한마리
빈가슴에장착한다

<호랑가시나무>

몸통한가운데바짝마른다

주인은고개를창밖으로돌린다
루버셔터는햇빛을차단한다

바람의목
문틈에서삐걱거린다

주인은나무의몸통을손아귀로꼭쥐고
데리고왔다고나무가들리게말한다

사람들동시에나무를바라본다

비쩍비틀리는나무의몸뚱이
주인의얼굴을찬찬히훑어내린다

모두들가까이다가가
꼼꼼히들여다본다

이파리는갈퀴를닮고
발톱은톱니를닮아

앙상히뒤틀리는주인의뼈대

벽쪽으로함께돌아가는
주인의깊숙한심장

<땡볕>

열렬한심혈관

뜨거운개인을태운다

수억개의뙤약볕
집단적으로작열한다

빛의뿌리깊숙이달궈진다

백색공포에뛰어들어야한다

에코백말아쥐고
길바닥음지를찾는다

마을버스구석에낀
암청의응달점점비좁아진다

아스팔트속
팽팽한백발이증발한다

앞선다는것은지킨다는것

햇빛은
흰칼만휘두른다

열기속
아무렇게나걷다
두다리던져버릴까

빵빵
클랙슨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