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안아주기

꼭 안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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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주선옥

저자:주선옥
1986년1월8일서울창동에서태어났다.강남대재학시절‘시나락’이라는작은시창작모임에서시를쓰기시작했다.많은시와희곡작품,노랫말등을꾸준히쓰며서른여덟의생을시인,극작가,배우로살았다.
2008년연극배우로데뷔하여〈하카나〉〈안개여관〉〈락앤롤맥베스〉〈늑대는눈알부터자란다〉〈더하녀들쇼〉〈내아이에게〉〈밥을먹다〉〈고백의제왕〉〈시간밖으로〉〈소년소녀모험백서〉등에출연했다.2014년「너를읽다」로극작활동을시작해「소년소녀모험백서」「다락-굽은얼굴」등을썼으며,「다락-굽은얼굴」은제8회무죽페스티벌에서작품상을,「소년소녀모험백서」는제8회청소년을위한공연예술축제에서청소년이뽑은최고작품상을수상했다.한국독서문화예술공작소‘공작’대표로,독서와연극을기반으로한교육프로그램,청소년을위한독서토론및독서캠프,독서공연등을전국각지에서진행했다.
2024년4월4일연극연습도중뇌출혈로쓰러져닷새뒤인4월10일장기기증으로일곱명의생명을살리고세상을떠났다.

목차


[들어가며]이름없는악기들의소리를듣는밤|김행숙(시인)005

[시]
나무연습016
어린날의밤017
한밤의주기율표018
비의놀이터020
구름놀이024
‘ㅁ’의골짜기에서슬픔이고장나026
똥029
오래된단위030
배꼽을찾아서032
고아의잠033
지금은거울로보는것같이034
2021년본인상―역병의시대,애도를금함037
삶은모래039
나무들의시체043
구름을본다045
거북의털046
알고있는것들을쓸때모르는것이되어버리는047
아저씨가왔다051
두마리054
고장난냉장고055
심지056
귀안에서시작된이야기는057
등장인물059
판단보류062
붉은낙엽063
등단에부쳐064
블루를건너서너에게갈게065
새나라의어린이068
안부070
현재유령073

[희곡]
숨―여기에서가장먼곳077

[닫는글]숨―여기에서가장가까운곳|김선율(배우·극작가)151
[닫는시]곧거울이깨질시간|남지은(시인)155

출판사 서평

나무1역할을맡은
아이는
팔을벌린다

고도를기다리며
선명해지는가지

손을잡으면풀냄새가났다
_시「나무연습」전문

2008년연극배우로데뷔한주선옥은〈하카나〉〈늑대는눈알부터자란다〉등다수의작품에출연하며독보적인존재감을나타냈다.배우로서입지를다진그는2014년「너를읽다」를시작으로극작활동도활발히이어갔다.특히「다락-굽은얼굴」은2022년제8회무죽페스티벌에서작품상을,「소년소녀모험백서」는2023년제8회청소년을위한공연예술축제에서청소년이뽑은최고작품상을수상하며작품성을인정받았다.한편,그는무엇보다시를사랑한시인이었다.대학시절김행숙시인을은사로만나시창작의길에들어섰고,이후로도오랜시간시의언어에깊은애정을기울였다.『꼭안아주기』는부서짐과견딤,슬픔과투명함,고독과다정함이공존하는공간이다.존재의무게와시간의흐름을응시하며그안에서부서지고도다시살아가는힘을탐구한다.그의창작세계가얼마나깊고넓은지를잘보여준다.

회색물고기가삼킨여름하늘에
까치발로서있기

비를받아먹는아이의
입술을기억하기

모두
모두가서쪽으로걸어가는
여름해를바라보고있기

기울어지는것들에는
이유가있다
합창을한뒤

낮잠을자거나
하품을하거나
옆집창문에귀를기울이는

“그애가온대요”
꼭안아주기

서쪽끝까지안아주기
그림자가사라질때까지안아주기
_시「구름놀이」전문

2024년4월10일,선옥이갑작스레우리곁을떠났다.언제어디서나생각의파편을메모하던그의모습은선옥을아는모두의기억속에여전히생생하게남아있다.평소깊이교류하며가까이지내던김선율배우ㆍ극작가가유고를정리하는역할을맡았다.선옥의노트북과핸드폰에서시,시작메모,희곡,가사등1천여개의파일이발견되었다.이후김행숙,남지은,이설빈시인이유고를맡아다듬고교정하는작업을이어갔다.수많은원고중에서선옥의목소리가뚜렷하게들려오는시들과희곡작품을가려내고,여러차례의견을나누며본뜻을헤치지않는선에서수정했다.서문은김행숙시인이맡았다.시인은오래도록선옥의시와희곡을가까이에서읽어온사람이다.그렇기에선옥이못다쓴미래의책을떠올리며,우정의마음들에힘입어이책을세상에내놓았다.책의끝에는김선율배우ㆍ극작가가선옥과나눈대화를더듬으며,선옥이생의마지막까지퇴고를거듭하며애정을기울였던희곡작품「숨-여기에서가장먼곳」의의미를되새긴다.남지은시인은추모시「곧거울이깨질시간」을통해오래된친구선옥에대한그리움과애도를넘어,그존재의빛을기억하겠다는마음을전한다.선옥의1주기를맞아유고집을제작하고낭독공연을열기위해친구,선후배,지인등103명이모금에참여하며그뜻을함께했다.

동주이야기를선옥과나눈적이있습니다.사후에전설이된동주가아니라,오로지무명인으로시쓰는삶을살았던동주.동주는‘시쓰는사람’이되고자했습니다.(…)선옥과함께동주를자꾸생각하게되는것은,동주자신의삶을보살핀무명의글쓰기에대한감동때문입니다.선옥을생각하면밀려드는감동이같은것입니다.세상에는유명한동주때문이아니라무명한동주‘들’이있어서지켜지는어떤아름다움과고결함이있습니다.실로시를쓰는시간은이름없는무명의시간입니다.시를읽는시간이또한그러합니다.이세계에그런시간이있어서참다행입니다.선옥이있어서,세상은조금더아름다웠습니다.
“내방은옆집에있었다”(「어린날의밤」)고선옥은말했습니다.이제이세계는선옥의옆집입니다.선옥의옆집에사는모든사람에게선옥의웃음입자가닿았으면좋겠습니다.이책을읽는모든사람이선옥의작은기척을느꼈으면좋겠습니다.선옥에닿으면나도당신도어제보다다정할것입니다.우리는숨을섞고나누는사이입니다.
_김행숙시인,「이름없는악기들의소리를듣는밤」부분

주선옥의글이가진힘은무명의시간속에서피어난고결함과아름다움이다.김행숙시인은서문에서,주선옥의삶과시가윤동주의무명의글쓰기와닮아있다고말한다.사후에전설이된유명한윤동주가아니라,무명속에서시를쓰며살았던사람으로서의윤동주를떠올린다.무명인으로서시를쓰는삶이주는감동과아름다움,그것이바로주선옥의글에서도느껴지는울림이다.“시를쓰는시간은이름없는무명의시간”이라는시인의말처럼,주선옥의시와희곡은조용히사람들의마음속에스며들어온기를더한다.마치무명속에서홀로싸우며견디는이들을꼭안아주듯다정하게머무른다.‘꼭안아주기’라는책제목은바로그런따뜻한위로와감싸안음의상징이다.

강유정문학비평가는이렇게말한다.“선옥은그가있다는것,존재의무게를알게해주는그런사람.다정한선옥은짧은생애그다정함을못이겨,수많은몸이되어연극을하고,희곡을썼을지도모르겠”다고.그가뜨겁게살아낸‘글쓰는삶’은“온몸의비행”(「숨-여기에서가장먼곳」)이었다.윤성희소설가는말한다.“그곳에서선옥은시를쓰겠지?언어의산에쌓여있는많고많은자음과모음을찾아서.”하여,선옥의글쓰기는마침표로끝나지않을것이다.그의다정한문장은이제이곳에이책으로남아,우리를언제까지나껴안아줄것이다.

왜다른언어를쓰는많은나라가모두,만날때와헤어질때같은발음을쓸까요?안녕.그게무슨이유든난이말이좋아요.만남과헤어짐은서로반대편에있는의미이지만,그래서가장먼곳에서만날수있는거니까.
_희곡「숨-여기에서가장먼곳」부분

저자의말

침묵과사이,그리고정적이가지는말의뜻이살아나는공연이되기를
인간의삶,곳곳에잠들어있는음악들이깨어나기를
언어는사라지고이야기가오래도록기억되기를
우리들의손과숨과삶이만나는시간이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