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정의 실현 : 세상을 바꾸는 에코사이드 저항운동

지금 당장, 정의 실현 : 세상을 바꾸는 에코사이드 저항운동

$18.00
Description
《지금 당장, 정의 실현》은 ‘생태학살’을 의미하는 ‘에코사이드’ 개념으로 우리 사회가 생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이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에코사이드 저항운동의 역사와 현주소, 그리고 그 의의를 깊이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그간 국내에서 이런 관점으로 서술된 책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에코사이드는 정의의 문제’라는 명료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누가 에코사이드를 일으키는지 고발하고, 정의의 관점에서 이들을 어떻게 처벌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더 나아가 저자만의 에코사이드 개념을 제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에코사이드의 원인과 발생 경로에 대해 매우 탁월한 분석을 선보인다. 제목에도 담겼듯이 에코사이드는 모든 인간과 생명체를 위해 ‘지금 당장’ 금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제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지금 당장’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의 실현’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에코사이드에 대한 기초지식은 있지만, 개념을 좀 더 깊게 알고 싶은 사람들, 새로운 언어가 필요한 환경운동가들, 환경법에 전문지식이 있는 법률가들과 학자들, 인권운동의 확장을 모색하고 사회-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저자

황준서

저자ㅏ:황준서
2007년고향땅에서벌어진삼성기름유출사건이나를완전히다른사람으로만들었다.이사건은한국역사상최악의해양기름유출사고였다.그뒤나는사회문제로서환경문제를연구하는사람이되기로결심했다.2010년서울로상경해성공회대학에서인권과비판적실재론을공부하며미군기지,사육곰,생물다양성협약,DMZ등다양한환경분야캠페인에참여했다.당시강의실보다거리에있던시간이더많았다.반전평화운동과환경운동의교차성을더깊이고민하기위해잉글랜드브래드퍼드대학교로가서평화학을공부하며‘평화협정체결후북아일랜드의환경거버넌스재건(실패)’에관한주제로석사논문을썼다.이후북아일랜드퀸즈벨파스트대학교에입학해서풀뿌리환경정의운동에동참하며‘지속가능한평화를향한정의로운전환’을주제로박사논문을썼다.지금은독일함부르크대학교연구원으로재직하면서생태정의,평화운동,환경범죄,인권이론,생태민주주의,사회주의와관련된의제들을연구하고있다.한국,오키나와,아일랜드섬,독일,사르데냐등을넘나들며평화운동과생태정의운동에계속동참하려고노력하고있다.<생태정의관점에서고찰하는유럽연합의환경범죄대응정책:포용성,비례성,책무성을중심으로>,<기로에선북아일랜드:성금요일평화협정체결이후갈등과평화의동학>등의논문을발표했다.

목차

추천사_조효제

서문|에코사이드에저항하는이유

들어가며|에코사이드는정의의문제다:해수구제와‘승자의정의’
한반도‘유해동물’이된‘멸종위기종’고라니|폐허가된한반도,눈감은‘승자의정의’|정의의눈으로보는에코사이드

1부|에코사이드는어떻게시작되었나

1.에코사이드논의의시작,베트남전쟁과고엽제
고엽제의발명과환경전쟁|“고엽제살포는명백한에코사이드”|‘승자의정의’에가려진강대국과전쟁공모자들

2.죽고,파괴되고,사라지는에코사이드현장들
사회적언어로에코사이드생각하기|전쟁수단으로서에코사이드|‘부차적인피해’로서에코사이드|에코사이드-제노사이드:뿌리뽑기와땅뺏기|제도화된살상:일상의에코사이드|대형환경재난과산업재해

3.누가,어떻게에코사이드를일으키는가
생산의쳇바퀴,파괴의쳇바퀴|기술자본주의,기술과돈으로지구를살린다?|기술자본주의,기술과돈으로지구를살린다?|녹색식민주의,부자들이주도하는환경주의|기후부정론,권력집단이퍼뜨리는거짓말|해로운남성성,불평등한젠더관계가일으키는에코사이드

2부|‘한국형’에코사이드
1.모든비극의서막,개발독재
한국형에코사이드의축소판새만금개발사업|‘한국식민주주의’와토건국가의형성|개발독재국가가만든‘그린벨트’|‘제자리를찾지못한’환경법

2.한국에코사이드현장들
전쟁에서쓰이는/쓰일한국산무기들?|미군과한국군이짓밟은생태계|해외에서에코사이드를일으키는한국정부와기업들|국가가주도하는생태학살|재난과사고,책임지지않는정부와기업

3.‘한국형’에코사이드,왜계속되는가
‘종이호랑이’가된환경범죄처벌규정|미군과한국군산복합체의‘상부상조’|정경유착,‘규제포획’과‘경계지대’|위험의불평등|국가의폭력:길들이기와흠집내기

3부|에코사이드어떻게처벌해야할까?:21세기에코사이드정의운동

1.국제법상에코사이드처벌규정
국제형사법의발전과로마규정|전시환경파괴를처벌하지못하는이유|국제형사재판소의변화와도전과제,그리고희망

2.기업권력에맞선에코사이드저항운동
디프워터호라이즌사고가일으킨에코사이드논의|옛사회주의국가들이내디딘첫걸음|자연과인간의공생을위한도전?|우리들의일그러진영웅?서구자본주의국가들|방관자와반대자들|국제법상에코사이드처벌에대한토론

3.인식의지평넓히기:에코사이드처벌논쟁을둘러싼토론
인간모두가가해자인가?|넷제로는에코사이드에면죄부를줄수있는가?|인권과자연의권리를동시에지킬수있는가?|법적책임보다시장중심해결책이효과적인가?

나가며|불타는지구에서정의를묻다

미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에코사이드는정의의문제

저자는다음과같이에코사이드를정의한다.“사회적지위또는권력을동원할수있는개인또는집단의정치적,경제적,사회적이익창출을목적으로체계적으로생태계를교란하거나해체하여거주불가능한상태로만드는일련의제도화된행위또는부작위.”(61쪽)즉에코사이드는환경범죄에대한처벌을강화하는의미에서형사/사법정의,사회운동의언어이자사회적계약의원칙으로서사회정의,그리고인간과자연의관계를고민하는생태정의를가로지르는개념으로이해해야한다는것이다.

저자에의하면에코사이드는생각보다가까이에서일어난다.2007년태안앞바다에서벌어졌던‘삼성기름유출사건’을보자.이사건은‘한국형에코사이드’로서한국역사상최악의해양기름유출사고였다.그곳이바로저자의고향이다.그런데이사건은‘태안기름유출사건’으로알려지면서사건을일으킨‘삼성’이라는이름은사라지고말았다.사건이후공동체와생태계는이루말할수없을정도로큰피해를봤다.그런데과연삼성은처벌을받았나?정부는제대로역할을했나?환경법은제대로작동했나?삼성은법적책임을띠는배상금이아니라보상금으로피해자를회유했고,정부는삼성의책임회피를도왔으며,주민들은아직도제대로된보상을받지못했다.왜에코사이드를일으키는기업은책임을피해가는가?왜법과정부는제대로된역할을하지못하는가?왜피해자들은피해를인정받지못하는가?“이것은정의가아니다.”저자는이사건을계기로사회문제로서환경문제를연구하는사람이되기로결심했고,이후학문연구와다양한사회운동을하면서정의를실현하는하나의저항운동으로서에코사이드를이해하게되었다.

이책에서저자가말하는정의란“억압받는집단이가진열망의표출”이다.즉그시대에주어진정치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모순과장벽을깨뜨리고,자유롭고평등한세상을만들기위해‘사회를이렇게바꾸자’는투쟁의언어이다.이렇게저자가환경파괴에정의를묻는이유는세가지다.“첫째,우리사회가자연을어떻게대우해야하는지에대한도덕적원칙에대해질문한다.둘째,환경파괴의악순환을초래하는사회체제속에서차별과폭력을겪고있는집단의민주적인투쟁에정당성을부여한다.셋째,환경파괴를조직적으로초래하는개인과집단에책임을묻고,오늘날‘환경보호제도’의기원및한계를비판적으로검토하는기준을제공한다.”(29쪽)

에코사이드논의의시작,베트남전쟁과고엽제

1943년식물학자아서갤스턴은‘2,3,5-트리오도벤조산’이라는화합물을흡수한식물은성장이빨라지지만,일정수준을넘어서면모든잎을떨어뜨리며말라죽는다는사실을발견한박사논문을발표했다.그런데이연구가뜻하지않게인간과식물을대량으로살상하는무기개발에활용되었다.바로‘고엽제’다.이고엽제는1948년영국이말레이시아에서처음사용했고,이어서베트남전쟁당시미국은대량의고엽제를베트남땅에살포했다.베트남약2만곳의마을에서400만명이고엽제에노출되었고,베트남전체산림의5분의1이상이사라졌으며,고엽제살포로사망한베트남인만40만명에이른다.한국군을포함생존자들은지금까지도각종질병과정신적고통을겪고있다.땅에스며든독성물질과불발탄등이일으키는자연환경피해는지금까지정확히알려진바도없다.

아이러니하게도고엽제무기화반대운동을펼친이가바로아서갤스턴이었다.갤스턴은사람을대규모로학살하는‘제노사이드’라는용어를모방해,‘집’을뜻하는그리스어‘오이코스(oikos)’에서따온‘에코(eco)’를붙여‘에코사이드’라는용어를만들었다.그리고미군의고엽제살포는“자연환경을의도적이고영구적으로파괴”한에코사이드이며,이는“인류에반하는범죄”라고주장했다.또1948년유엔총회에서‘집단살해방지협약’이체결됐듯이,‘국제에코사이드금지협약’을채택해야한다고강변했다.

고엽제살포작전,즉‘랜치핸드’작전이한창이던1966년,유엔총회에서‘대량살상무기개발및중단에관한협약’등의내용이담긴결의가채택되었고,여러차례미국의고엽제살포를비난하는결의채택도시도되었다.그렇다면미국은어떻게대응했을까?미국정부는‘인명피해를의도하지않았기때문에’제초제와고엽제가화학무기가아니라고주장했다.이런이유로국제법을위반한적이없다고맞섰다.고엽제살포는우거진삼림속에숨어서미군에피해를입히는베트콩을제압하기위한정당한,또는불가피한작전이었다고하면서법적책임을피했던것이다.이러한의도성입증문제는전쟁에직접공모하거나전쟁으로이익을얻은집단,특히기업에전시파괴에대한책임부과를어렵게만드는장벽으로작동하고있다.

죽고,파괴되고,사라지는에코사이드현장들

저자는에코사이드사례들을5개의유형으로정리한다.①전쟁수단으로서에코사이드,②‘부차적인피해’로서에코사이드,③에코사이드-제노사이드:뿌리뽑기와땅뺏기,④제도화된살상:일상의에코사이드,⑤대형환경재난과산업재해.이유형들을살펴보면어떤권력집단이어떻게체계적으로에코사이드를일으키는지알수있다.대부분국가,기업,권력집단과연결되어있다.

베트남전쟁의고엽제무기화를통해에코사이드논의가처음시작되었듯이,에코사이드는전쟁과떼려야뗄수가없다.전쟁에서승리하기위해자연생태계를파괴하는것은필수불가결한행위로여겨지기때문이다.또군대는온실가스배출,무기실험및훈련중발생하는환경오염,불발탄,독성폐기물과외래생물이동등다양한2차환경오염도발생시킨다.

당연하게도에코사이드는제노사이드현장에서도발생한다.대표적으로이스라엘의팔레스타인‘뿌리뽑기’사례가있다.이스라엘은1967년팔레스타인강제점령을시작한후지금까지80만그루이상의올리브나무를뽑아버리고,아보카도와파인애플플랜테이션을확장중이다.단일작물플랜테이션은주변지하수를빠르게고갈시키고토양의재생능력을떨어뜨려에코사이드를초래하는대표적인원인중하나이다.또오일샌드채굴을위해캐나다정부와기업들이선주민들의땅을빼앗는행위도여러이유로에코사이드이자집단살해범죄로볼수있다.‘석유대박’은선주민들에겐‘삶의죽음’을의미했다.
이처럼사고에가장책임이큰자들이사고발생사실자체를감추거나사고의규모를축소해책임을회피하려는시도를적나라하게볼수있다.그리고환경재난과산업재해는대부분취약집단이거주하는공간이나위험물질을다루는시설들이밀집해있는곳에서발생한다는점에서사회적불평등의지리적분포와중첩하기도한다.

한국형에코사이드의현장들

한국형에코사이드를일으키는구조적요인들은뭘까?저자는권력집단에유리하게기울어진민주주의제도,토건국가,그린벨트식환경보호사고,그리고‘쓸모를찾지못하는’환경법을꼽는다.

새만금간척사업을살펴보자.새만금갯벌죽이기는‘단군이래최대국토개발사업’이라불릴정도로가장긴시간동안한국정부와건설사,외국인투자회사,심지어미군까지조직적으로가담하고있는‘한국형에코사이드’다.갯벌이사라졌고,주민들은삶의터전을잃고뿔뿔이흩어졌다.처음엔농지를만들겠다고했다가염분농도때문에농사를지을수없으니산업단지와도시를만들겠다고했다.심지어지금은국제공항을짓겠다는계획도발표되었다.여러번이사업을중단할기회가있었지만,그때마다정부는‘공익’,‘경제적이익’을내세워사업을강행했다.대체용도조차갈피를못잡는간척지가바다를정화하는갯벌보다어떤‘공익’에부합한다는걸까.새만금간척사업은국가가주도한생태학살일뿐이다.
또한해외로수출하는한국산무기들,해외에서에코사이드를일으키는한국정부와기업들,국가주도로이뤄지는각종토건사업(가덕도신공항사업,설악산케이블카,지리산산악열차,4대강등),기업이일으킨낙동강페놀사건등도한국형에코사이드에해당된다.

에코사이드,어떻게처벌해야할까

“잔혹한에코사이드를저지를수있게허용하는정치적,사회적,생태적,기술적조건들을제한하고,실제로저질러진환경파괴에책임을묻고,피해자의존엄한삶을회복하며사태의재발을방지하기위해서는가해자들이의존하고있는‘법적으로문제없다’는논리를깨뜨리는것이중요하다.”(57쪽)

중대한에코사이드범죄를일으키고있는국가,기업,권력집단등은어떤처벌을받고있을까?실망스럽게도처벌은제대로이뤄지지않고있다.국제법과국내법모두처벌규정이미미하기때문이다.
1998년채택되고2002년7월1일공식효력이발효된‘국제형사재판소에관한로마규정’으로현재국제형사재판소는국제평화에반하는4개의범죄,즉전쟁범죄,침략범죄,집단살해,인도에반한죄를처벌할수있다.국제에코사이드처벌운동은이4개의범죄와함께에코사이드를국제형사법으로처벌하자고주장하고있다.그렇지만로마규정에이미전쟁범죄맥락에서환경범죄를처벌할수있는조항이있음에도국제형사재판소는여러절차상어려움과정치적압박속에서단한건의환경파괴사례도법의심판대에올리지못했다.게다가미국,중국등로마규정을비준하지않은나라에적을두고있는기업들은처벌대상이아니고,국내법상으로처벌이불가능해야만국제형사재판소에서개입할수있어한계가있다.또한각나라의국내법도미미해서에코사이드를일으키고있는기업을처벌하지못해왔다.

그럼에도에코사이드처벌법도입에적극적인나라들도있다.2024년9월피지,사모아,바누아투가‘에코사이드’처벌을위한국제형사재판소로마규정개정안을공식제출했고,남아프리카공화국등‘글로벌남반구’국가들과시민사회는국제사법재판소에이스라엘과서방의팔레스타인제노사이드-에코사이드책임을묻기위한노력을이어가고있다.이들은그동안국제인권규범과국제형사법형성과정에서주변부에머물러야했던나라들인데,국제법무대에서지각변동을일으키고있다.약자들의목소리가수많은장벽을넘어‘변방에서중심으로’나아가는중인것이다.

2002년로마규정을비준한한국도2007년‘국제형사재판소관할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을제정했다.만약로마규정에에코사이드범죄가포함된다면한국국내법에도영향을미칠것이다.그렇지만여전히한국은에코사이드처벌에대한어떤입장도명확히내놓지않은방관자집단에속한다.에코사이드처벌에대한논의를공적영역에서전혀찾아볼수없는국가중하나인것이다.

에코사이드처벌법을둘러싸고여전히많은질문이남아있는건사실이다.확실한점은에코사이드를국제범죄로통제하고,이에가담한국가와기업등을응징하자는사회적목소리가점점커지고있으며,에코사이드저항운동은방관자와반대자들이쉽게외면할수없는사회적물결이만들어졌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