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철학 (일상적 고민에 대한 철학적 답변)

어쩌다 마주친 철학 (일상적 고민에 대한 철학적 답변)

$18.00
Description
같은 고민에 발목 잡혀 제자리를 맴도는 삶.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긴 시간 외면해왔던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 속에 있다.
“왜 무기력해질까?”, “왜 새로운 시작은 어려울까?”,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고민이다. 하지만 이런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시대 많은 이들은 일상의 고민에 대해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답변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취업이 고민인 이가 자기계발서나 유튜브 영상에서 ‘생생하게 꿈꾸며 노력하라!’는 답변을 찾았다고 해보자. 그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답변은 잠시의 위안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를 더 공허하고 허망한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유는 간명하다. 겉보기에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고민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네 일상의 고민에는 사실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문제들이 뒤엉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이 무엇이든 그것을 진정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문제까지 기꺼이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우리는 같은 고민에 발목 잡혀 늘 제자리를 맴도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마주친 철학』은 우리의 일상적 질문에 철학자가 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봤지만 한 번도 답하지 못했던 고민에 대해, 탈레스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 더 나아가 아우구스티누스와 오컴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탁월했던 고대, 중세 철학자 17명이 자신만의 답을 이야기해준다. “왜 새로운 시작은 어려울까요?”라는 고민에 고대철학자 루크레티우스는 “기울어져 빗나가는 것(클리나멘)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 답한다. “반복되는 삶이 지겨운가요?”라는 고민에 종교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반복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다.”라고 답한다. 처음에는 이런 철학자들의 답이 난해하고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유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일상의 고민 속에 복잡하게 엉켜 있는 문제들을 명료하게 볼 수 있는 생각의 틀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당대 최고의 지성들의 사유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고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저자는 철학의 궁극적인 쓸모는 일상의 고민에 ‘스스로’ 답하는 것이라 말한다.

진정한 행복은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것에 있지 않다.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긴 시간 외면해왔던,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 속에 숨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조금 고되고 불편하더라도,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들을 피하지 말고 직면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다. 그러니 이제는 철학을 만나볼 시간이다. 어쩌다 마주친 이 책이, 아니, ‘어쩌다 마주친 철학’이 모든 것을 바꿀 작은 빗나감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저자

황진규

“앎과삶을연결할수없다면철학은필요없다.”

철학을공부하며,글을쓰고,수업을하며산다.앎과삶을연결하려는인문공동체,‘철학흥신소’에서사람들과부대끼며살아가고있다.철학과삶에대한주제로몇권의책을썼고앞으로도계속쓸것이다.

『스피노자의생활철학』(2020년),『가드를올리고도망치지말것』(2019년),『한입매일철학』(2018년),『철학보다연애』(2017년),『고통말고보통』(2016년),『처음철학하는사람을위한아는척매뉴얼』(2016년),『소심타파』(2015년)등의저서가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생각의시작
1.철학은돈버는데도움이되나요?_탈레스의‘형이상학’
2.나와다른것은왜불편할까요?_헤라클레이토스의‘변화’
3.왜쉽게위축되거나오만해질까요?_소크라테스의‘성찰’

생각의생각
4.강박적인마음을어떻게해야할까요?_플라톤의‘이데아’
5.왜무기력해질까요?_플라톤의‘원인론’
6.어떻게당당해질수있을까요?_디오게네스의‘시니시즘’
7.어떻게사람들을설득할수있을까요?_아리스토텔레스의‘에토스,파토스,로고스’
8.어떻게타인과함께기쁘게살아갈수있을까요?_아리스토텔레스의‘폴리스’

생각의믿음
9.어떻게해야마음이편안해질까요?_스토아학파의‘아파테이아’
10.피해의식을어떻게극복할수있을까요?_에피쿠로스의‘아타락시아’
11.왜새로운시작은어려울까요?_루크레티우스의‘클리나멘’

믿음의시작
12.앞으로펼쳐질미래가궁금한가요?_아우구스티누스의‘과거,현재,미래’
13.어떻게사랑해야할까요?_안셀무스의‘믿음’
14.일하지않고돈벌고싶은가요?_토마스아퀴나스의‘실재론’

믿음의생각
15.변덕스러운마음을어떻게해야할까요?_둔스스코투스의‘헥시어티’
16.어떻게단순하게살수있을까요?_오컴의‘오컴의면도날’
17.반복되는삶이지겨운가요?_키르케고르의‘반복’

에필로그
참고문헌
도판출처

출판사 서평

안녕하세요?저는이책의편집자이자저자황진규의제자김혜원입니다.흔히들편집자를‘최초의독자’라고합니다.아직원고상태인저자의글을최초로읽는사람이바로편집자이기때문입니다.저는이책을철저히‘저자’의편에서서만들었습니다.이책의저자가제철학스승이자저에게아주소중한사람이기때문입니다.그래서독자들이어떻게받아들일지미리생각하지않고,일단소중한사람의소중한생각을최대한온전히담아내자는마음으로이책을만들었습니다.하지만저자의글이한권의책으로세상에나온지금,저는다시한번‘최초의독자’로돌아가야겠다는생각을합니다.이번에는‘저자’의편이아닌,‘독자’들의편에선‘최초의독자’말입니다.저자와독자를어떻게든이어주고픈소개팅주선자의마음으로이글을씁니다.이글은독자1호의서평인셈이지요.

단도직입적으로말하겠습니다.이책은어렵습니다.이책이현학적이고학술적인내용으로채워져있어서가아닙니다.오히려이책은난해하고복잡한철학개념들을최대한일상적인언어와예시로설명하려고애를쓴편입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책은어렵습니다.저자가철학자들의개념을빌려우리의고민에답하는방식이매우낯설고생소하기때문입니다.예를들어볼까요?“일하지않고돈벌고싶은가요?”현대자본주의사회에서누구나한번쯤은하는생각입니다.아무도더이상“왜그렇게생각해?”라고되묻지않을정도로당연시되는생각이지요.하지만이고민에저자는중세철학자토마스아퀴나스의‘진리론’을설명하며,일하지않고돈벌고싶은마음은생각만으로물질을만드는‘신’이되고싶은마음과다르지않다고말합니다.신이‘밥’을생각만하면‘밥’이뿅하고나타나듯,우리도‘돈’을생각만하면‘돈’이뿅하고나타나길바라고있다는것이지요.저자는이를강하게비판합니다.인간은생각만으로물질을만들수있는존재가아닌,‘노동’의존재라고요.인간에게주어진실존적조건들을초월하려는욕망,즉노동의존재인인간이노동없는삶을추구하는것은몸이없는삶을추구하는것처럼헛되고위험한일이라고합니다.마지막으로저자는덧붙입니다.“노동하는삶이기쁜삶이다.다만우리가기쁜노동을마주치지못했을뿐이다.가장기쁜삶은죽기전날에도하고싶은노동을찾은삶이다.”

한가지예를더들어볼까요?“반복되는삶이지겨운가요?”역시누구나한번쯤은해봤을법한고민입니다.이질문에저자는근대의종교철학자키르케고르의말을빌려답합니다.“반복은지겨운것이아니다.반복은새로운것이다.”키르케고르는두가지반복이있다고합니다.뒤를향한되풀이인‘기억’과앞을향한되풀이인‘반복(Gjentagelsen)’이그것입니다.전자는같은영화를다시볼때처럼차이가없는되풀이인반면,후자는같은연극을다시볼때처럼미묘한차이를계속발견하게하는되풀이입니다.다시말해,전자는차이없는반복이고,후자는차이나는반복이라고말할수있지요.저자는두번째반복,즉차이의반복이우리를쳇바퀴같은일상에서구원해줄열쇠라고말합니다.

우리는쳇바퀴같은일상에질식할것같을때,새로움을찾아헤맵니다.하지만새로운영상,옷,맛집,여행지,사람을끊임없이탐닉하다보면알게됩니다.‘더새로운것’의끝에는공허와허무밖에없다는사실을요.우리는‘일상의지루함’과‘새로움의공허함’사이에서휘청거리는삶을삽니다.하지만저자는‘차이없는반복’의지루함과‘반복없는새로움’의공허함너머우리삶을진정으로유쾌하게해줄‘차이의반복’이있다고합니다.저자는말합니다.“지겨움에삶이시들어간다고해서매번새로운사람을찾아헤매서는안된다.같은사람을반복적으로만나야한다.하지만그사람이(마치같은영화를반복해서보는것처럼)매번같은느낌을주는사람이어서는안된다.매번만날때마다‘같으면서도다른’느낌을주는사람이어야한다.책,음악,영상이든,여행지,운동이든,아니면한사람이든,이‘같으면서도다른’것들의반복이중요하다.이것이바로키르케고르가말한진정한‘반복’이며,무의미한삶에활력을줄‘반복’이기때문이다.”

이책을읽다보면불편하고불쾌할수있습니다.아니,오히려불편하고불쾌하다면다행일지도모르겠습니다.불편함과불쾌함은저자의이야기를어느정도받아들이기에발생하는감정일테니까요.“일하지않고돈벌고싶은마음은인간의실존적조건을초월하려는헛되고위험한욕망이다.”라는저자의주장을조금이라도받아들이면불편하고불쾌할수밖에없습니다.저자의주장을받아들인만큼지금내가하고있는노동이기쁜노동인지고민할수밖에없을테니까요.“차이없는반복이나새로움에대한탐닉이아닌,차이의반복만이우리삶을구원한다.”는저자의주장을받아들이면지금내가되풀이하고있는일상이전부삶을질식시키는차이없는반복이아닌지진지하게고민할수밖에없습니다.아니,어쩌면키르케고르가말하는“같으면서도다른”느낌이대체뭔지감조차잡기어려울수도있죠.불편함,불쾌함,답답함.이것은진짜철학을만났을때나타나는자연스러운감정입니다.진짜철학은우리시대너머의이야기들을다루기때문입니다.그러니이책에담겨있는내용들이생소하고낯설게느껴지는것은당연한일일테지요.

제가편집자로서이책을만들때바람은딱한가지였습니다.‘이책을읽는독자들중몇명이라도철학이불러일으키는불쾌함과불편함,답답함속에서묘한끌림을느낄수있었으면좋겠다!’언젠가저에게철학이그랬기때문입니다.저는삶의고민에질식되어죽고싶을때철학을만났습니다.유튜브영상이나힐링여행같은가벼운방법은물론이고,자기계발,심리학,종교와같이나름대로진지한방법으로도도무지삶의고민들이해소되지않았기때문입니다.그렇게방황하고있을때,우연히황진규저자의철학수업을만났습니다.거기서처음철학을배우게되었습니다.처음만난철학은불쾌하고불편했습니다.아니,처음에는도대체철학자들이말하고자하는게무엇인지이해조차하기어려웠지요.하지만그불쾌함과불편함,답답함속에이상한끌림이있었습니다.무슨말을하는지모르겠지만계속들어보고싶은느낌이랄까요.저는그이상한끌림에이끌려지금까지근4년동안철학을공부하고있습니다.철학을공부하며저는삶을질식시켰던일상의고민들을근본적으로해소할수있게되었고,무엇보다기쁘고유쾌한삶이무엇인지조금씩알아가게되었습니다.그래서저는자신있게말할수있습니다.‘어쩌다마주친철학’이제삶을전부바꾸어놓았다고요.

고대철학자루크레티우스는세상은어떤원자의작은빗나감으로인해만들어졌다고말합니다.모든것을바꾸는이‘작은빗나감’을‘클리나멘’이라고합니다.저는이책이여러분들삶에작은빗나감을만들어내는‘클리나멘’이되었으면좋겠습니다.언젠가철학이제삶에서그랬던것처럼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