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갖춘마디 (채기성 장편소설)

못갖춘마디 (채기성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비트는 계속되어야 한다, 당신의 노래를 시작할 차례다.”
사계절문학상 제23회 우수상 수상작이자, 사계절1318문고 150번째 작품. 『못갖춘마디』는 한 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잃고 멈춰 선 이들이 손을 잡고 함께 부르는 애도와 치유의 노래이다.
화재 사고로 아빠를 잃은 뒤 내일에 대한 기대를 멈춰 버린 주인공 ‘소이’. 남들은 화재 사고에서 타인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아빠를 의인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소이는 아빠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아빠가 구한 사람들, 아빠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 아빠,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원망하는 “똑같은” 날들. 멈춰 버린 소이의 시간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그 곁을 지키는 이들을 만나며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한국 최초의 청소년문학상으로 청소년문학의 첫마디를 시작한 사계절문학상은 해마다 동시대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청소년의 마음에 가닿는 목소리를 내 왔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애도와 공감의 태도가 절실한 지금, 『못갖춘마디』는 슬픔을 다루고 서로를 끌어안는 마음을 전한다. 제23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이송현, 손원평 작가, 강수환 평론가로부터 “서사의 활달함과 문학적 의미를 고루” 갖추어 “청소년 독자에게 깊이 있는 문학적 감동과 더불어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수상내역
한국 청소년문학의 첫마디, 사계절문학상 제23회 수상작
저자

채기성

저자:채기성
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앙상블」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사계절문학상우수상수상작『못갖춘마디』는음악과치유에관한이야기다.장편소설『언맨드』로제17회세계문학상을,『반음』으로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우리에게있어서구원』,『부암동랑데부미술관』,『우리의길은여름으로』를썼다.

목차

프롤로그___7
1___11
2___17
3___23
4___34
5___43
6___51
7___59
8___67
9___77
10___84
11___93
12___105
13___110
14___126
15___138
16___151
17___164
18___172
19___182
20___188
에필로그___201
작품해설___209
작가의말___221

출판사 서평

그날이후모든것이멈추어버렸다

소이에게아빠는“항상자기자신이나가족보다남을먼저생각하는사람”(9쪽)이었다.오래전친한가족끼리함께놀러간바닷가에서,아빠는물에빠진유주를구하기위해주저없이바다에뛰어들었다.어린소이는아빠가목숨을거는모습을고스란히지켜보았다.그순간은소이의기억에선명히남았다.그리고몇년뒤,상가시설관리원으로일하던아빠는화재사고가일어나자또같은선택을했다.사람들을구하려불길에뛰어들었고,자신은빠져나오지못했다.사람들은아빠가의인이라말하지만,소이는아빠를이해할수없다.소이는아빠를잃게만든모든것들에서벗어나려애쓴다.상처가될까봐가족과도아빠이야기를나누지않는다.그러다보니아빠는마치없던사람이된것같다.
그럼에도아빠의기억은끊임없이떠오른다.아빠는소이가아이돌을꿈꿀때누구보다지지해주었고,연습생을그만두기로결정했을때에도그저고생했다고격려했다.아빠를원망하는마음,제편을잃은상실감,자신이데뷔했더라면모든비극이벌어지지않았을것만같은자책,자신에대한실망.소이를짓누르는감정들은어느것하나가볍지않다.
살다보면누구나사랑하는사람을잃게된다.이별은누구에게나어려운통과의례다.더구나이렇게이르고갑작스러운이별을소이는어떻게치러내야할까?그를지켜보는독자에게이이별은어떤의미가될까?

거대한사건에얽힌사람들
『못갖춘마디』는소이가숨긴불안과상처를한조각씩내보이며독자의호기심을불러일으킨다.소이의감정이드러나는통로는바로‘음악’이다.길을걸을때,버스창밖을바라볼때,하루를마무리하려침대에앉은순간에도소이의머릿속에는비트와멜로디가울린다.꿈을포기했다고자책하는소이는자기만의음악을멈추지않고,마음속으로나마자기만의무대에오르고있다.소이는래퍼맥퀸의크루에들어가기위해가사를써보내고,가사쓰기에도움이될까싶어시쓰기수업에도참여한다.그런데맥퀸과시선생님은소이에게비슷한조언을한다.마음깊은곳에있는무언가를꺼내어쓰라고.그리고소이가처음으로자기이야기를담아쓴가사를읽은시선생님이메시지를보낸다.

─그럼소이주위에……8월14일에정의상가에서나오지못한분이계셨던거니?(중략)내가알던사람도그곳에서…….나오지못했어.(103-104쪽)

이메시지를시작으로소이가품은진짜비밀이드러난다.소이아빠가돌아가신‘정의상가화재’의전말,소이아빠가마지막으로구한아이,그아이의제보로소이아빠를구하러들어갔다가끝내숨진소방관,그리고시선생님의지인….서사곳곳의단서와감정,아무상관없어보이던인물들은하나의비극적인사건으로촘촘히연결되어있다.제17회세계문학상수상작『언맨드』를비롯한장편소설로저력을쌓아온채기성작가는이작품에서탄탄한구성과극적인전개로독자를사로잡는다.그런작가가‘정의상가화재’를조명하는방식은사뭇의미심장하다.소이는온라인에올라온뉴스와동영상등을통해아빠의마지막행적을복기한다.소이에게는절박한추적이지만,이는독자에게지금우리사회가재난과참사를다루는참담한현실을떠올리게한다.더욱이소방차가진입할수없는골목의낡은상가,밀집한상점,잦은경보기오작동등은현실에너무도흔한풍경이다.그러므로소이의경험은개인적인차원을넘어우리모두의것이된다.

살아남은이들이나누는위로와연대
소이는아빠가구한아이를찾아간다.아빠가구할만한가치가있는아이인지를확인하고싶어서다.하지만그아이는좋아하는일마저도포기한채무기력하게살고있다.소이는그모습에화를내고,비난하면서도외면하지못한다.“누군가의삶을대신살고있다는느낌”(123쪽)에짓눌려,생명을빚지고도타인을구하지못하는스스로를벌주듯살아가는아이.소이는그아이에게서자기자신을본다.아빠의죽음에책임을느끼고,노래를멈춘것은소이도마찬가지이기때문이다.혹시자신은그아이가화재사고에서벗어나지못하기를바란것은아닐까?그러나소이곁에는상처를안고오늘을살아가는사람들이있다.쌍둥이같은상처를가진유주는자신역시어두운원망의시간을지나왔음을고백하고,시선생님은소중한사람을잃고도슬픔에매몰되지않고,삶의균형을찾으며소이에게제안한다.“무거운짐을내려놓고지금이순간을살아가자고.”(186쪽)소이는그제야자신에게내밀어진손을잡고,타인에게손을내민다.그과정에서소이는오랫동안품었던의문에답을내린다.

누구나살아야할이유와가치가있었다.아빠는위험에빠진낯모르는타인의생명을자신의안전보다귀중하게여겼다.아빠가구한사람이아니라,아빠스스로가자기삶을의미있게만들었다.나는이제야아빠를조금이나마이해할수있을것같다.(180-181쪽)

“나는알았다.이제랩을시작할시간이라는걸.”
소이가아빠의선택을이해하려애쓴이유는,그답을찾은이후에야아빠의죽음을받아들일수있기때문이다.소이가자기내면을들여다보고,상처받은사람들을만나고,조금씩희망을품는과정은,소이가자기만의노래를완성하는과정과맞물려있다.소이는그랩을완성해,그토록간절히바라던무대에선다.그리고소이의여정을함께한이웃들이그모습을지켜본다.“세상이선한자들의무덤”이라원망하고,“아빠가구한세상이싫”어숨었던소이는이제세상을향해그리고자신을향해아빠처럼“타인향한손놓지않는사람”이되겠다고노래한다.(195-196쪽)아빠가그토록기대했던무대에서소이가외치는자기만의이야기는관객들의환호에힘입어완성된다.

이무대는누구를위한걸까.오직나자신만을위해랩을하고있는게아니라는사실만은분명했다.(198쪽)

소이는시와가사를통해자기슬픔을표현하고,랩으로세상에외치며애도와치유를이루어낸다.『못갖춘마디』는소이가자기슬픔을극복하는이야기이지만,독자는수많은참사의생존자와유가족에게,그들의상처를내뱉는일이얼마나중요하고절실한가를깨달을수있을것이다.이별은,애도는어떻게이루어질까.정답은없겠지만,『못갖춘마디』는떠난이를지우는것이아니라,그빈자리를기억하고슬픔을나누며내일로나아가는것이라고전한다.‘못갖춘마디’의사전적의미는‘박자표에정해진박자를다갖추지못한마디’이다.그리고이작품에서‘못갖춘마디’는불완전하게시작해도괜찮다는,조금부족하더라도세상에는그목소리를함께완성해줄사람들이있으리라는믿음을의미한다.『못갖춘마디』는조금부족하고서투르더라도자기만의무대에오를모든청소년에게전하는다정한응원이다.

“마지막으로이소설을읽은당신에게하고싶은말이있다.인생의마디에갖춰야할박자가조금모자라도괜찮아요.그러니앞으로나아가자고요.”(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