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이 물어보면 뭐라 답할까요

튤립이 물어보면 뭐라 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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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문학자(이화여대통역번역대학원 교수) 강영매의 첫시집 -
사별의 슬픈 늪에서 붙잡은 시로 쓴 사부곡(思夫曲)!
저자는 한 편 한 편 시를 써 모았다. 그 중에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의 시편이 많다. 읽어본 어느 분은 “이 시대의 마지막 사부곡일 것이다”고 하고 저자 부부를 잘 아는 분은 “너무 슬퍼 함께 울었다”라고 했다. 수필가이고 또 60년 출판의 길만을 걸어왔던 범우 윤형두 선생(남편)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시창작’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하였다. 이 시집은 오랜 기간 고전학문을 통해 문장의 원리를 터득하고 있는 저자가 사별로 인한 남편 부재기간 동안 시 쓰기를 통해 심리적 위로를 받으면서 한 권의 분량으로 실었다. 저자가 토해낸 서정적 충동은 모두 70여 편에 이른다. 그 중에서 직간접적으로 남편이 등장하는 시편이 40여 편이 넘는다. 모두 망인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슬픔이 묻어나는 사부곡들이다.

저자

강영매

저자:강영매
이화여자대학교중문과졸업.국립대만사범대학교중문학석사.
대만문화대학교일문학석사.연세대학교중문학박사.
현재이화여자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겸임교수,범우문화재단이사장.이화여대언어교육원주임강사,광운대학교연구교수,간행물윤리위원회심의위원역임.
저서에는《고사성어문화답사기》(1,2권)·《강영매의한자여행》·《한자특강》·《사통팔달중국어》·《동양고전극의재발견》·《춘향예술의양식적분화와세계성》(공저)등다수가있으며,역서에는《중국통사》(전4권)·《중국역사박물관》(전10권)·《중국인쇄사》(전5권)·《중국고전극연구》·《중국의성문화》(上·下)·《굴원》·《채문희》·《백록원》(전5권)·《선월》·《중국인의꾀주머니》ㆍ《주룽지,기자에답하다》(공역)·《한자여행》등40여권이있다.
논문집으로는《탕현조모란정연구》·《이노위에야스시의중국역사소설연구》·《탕현조한단몽기연구》가있다.소논문에는〈모란정시공간구조분석〉·〈모란정과파우스트의합창의의미〉·〈춘향전과모란정의천자문수용양상〉·〈모란정언어기교의해학성〉·〈한·중공연문화교류현황〉등다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4

1부
쑥잎몇장뜯었소12
아트하우스모모에서13
죽순15
하늘공원을오르며16
밤에우는새18
범우죽림원19
호숩다20
아주먼길21
차마22
공원묘지에서23
향을사르다24
소꿉놀이25
동지팥죽26
흥국사에서27
수선화한다발바치고28
길상사에서29

2부
원각사에서32
얼룩이아니길33
나중에34
여보35
보름회36
받지않는전화37
숫자로남은흔적38
구두39
오늘의운세40
슬픈일41
실반지42
솜이불44
불면의밤46
이쁜턱47
군자란48
만화원萬花園50
709053

3부
백담사뒤편작은연못56
겨울햇살57
봄빛58
수선화59
봄이오는소리60
오월61
월광욕62
칠월63
매미64
배롱나무꽃65
커피콩을갈면서66
늦여름68
노새69
혜나70
강아지와텔레비전71
도미72
강변북로에서74
행복하세요75
소월시인학교76
하롱베이에서77

4부
징검다리바위에눕다80
당신의바지81
그늘82
아름답게지고싶다83
꽃과나비84
나이테85
날개달린열매86
꽃무릇87
허수아비88
빨간코트89
기억저편90
골목길91
이사갑니다92
김치냉장고94
시집온수선화95
튤립이물어보면뭐라답할까요96
안간힘을씁니다98

강영매시집해설-공광규99

출판사 서평

시집해설

(1)
강영매선생은충청남도예산출생이다.이화여대중문과를졸업하고대만에유학하여국립대만사범대학교중문학석사과정과대만문화대학교일문학석사과정을졸업하고,연세대학교에서중문학박사과정을마쳤다.현재이화여대통역번역대학원겸임교수다.동양고전문학자인선생은그동안『고사성어문화답사기』(2권),『중국의성문화』(2권),『중국통사』(4권),『중국인쇄사』(5권),『중국역사박물관』(10권),『백록원』(5권)등50여권의저서및역서를출간했다.
선생은이미월간《책과인생》에필명으로시를발표해등단한거나마찬가지임에도계간《인간과문학》2024년겨울호를통해한번더등단이라는절차를다졌다.배우자와사별후슬픔의늪에서시를붙잡은그는등단소감에서“무엇인가토해내지않으면안될것같은시간이었습니다.무언가를쓰지않으면못견딜것같은시간이었습니다.닥치는대로읽었고,그중시가가장많은위로를주었습니다.”라고고백하고있다.
오랜기간고전학문을통해문장의원리를터득하고있는선생은사별로인한남편부재기간동안시쓰기를통해심리적위로를받으면서시집한권분량의시를썼다.그가토해낸서정적충동은시집한권분량인70편이나된다.그가운데직간접으로남편이등장하는시편이40여편으로과반이넘는다.모두망자에대한그리움과원망,슬픔이묻어나는사부곡들이다.

(2)
부부는서로최상의벗이다.부부의인연을불교에서는7천겁인연이라고한다.1겁은천년에한방울떨어지는물방울로바위에구멍을내는데걸리는시간이다.백년에한번씩내려온선녀의치맛자락에바위가닳아사라지는시간이다.그러니부부로만난다는것은기적이거나운명이다.부부인연을기적이나운명이아니고는설명하기가불가하다.
강영매시집의대부분시편들은부부가되기로마음먹은사연과부부로서재미있게보낸시간,사별과사별후애도와슬픔을진술하고있다.그가운데시「쑥잎몇장뜯었소」는두사람이어떻게부부가되었는지,그처음인연을진술하고있다.부부의서사가시작되는과정을간명하고쉽게표현한가작이다.

늦봄이른아침전화
힘없는목소리

“된장국에넣을게없어
정원에서쑥잎몇장뜯었소”

측은지심
강물처럼흘러흘러

앞으로거센파도모른척하고 
당신과의동행을결심했었지
-「쑥잎몇장뜯었소」전문

상대인물이된장에넣을쑥을뜯고,이에측은지심이든화자가부부의동행을결심했다는내용이다.힘없는목소리와정원의쑥잎몇장이가져다주는적은질량감이화자의측은지심을일으켜부부가된것이다.부부로서겪어야할“앞으로거센파도”는미래의일이다.부부가된이들은부부동행의시간속에서즐거운나날을보낸다.
남편은화자에게“유일한어머니유품이라고”(「실반지」)실반지를조심스럽게건네주기도하고,봄비가그치면“죽순을꺾어와/함께껍질을벗겨삶아/냉동실에갈무리하며즐거워”(「죽순」)한다.“봄에는대숲에서시화전열고/가을에는사진전열기로”(범우죽림원)낭만이가득한약속을하고,영화의“주인공처럼정원을가꾸”(「만화원」)며‘만화원’이라는현판글씨까지부탁해놓기도한다.

평생본영화보다
요몇년당신과본영화가훨씬많다고
행복해하던당신

아내차를타고
아내학교에와서
영화를보고저녁먹고
돌아가는시간이정말행복하다던당신
-「아트하우스모모에서」부분

부부는2백여편의영화를본다.부부가영화를보면서함께보낸행복했던시간을진술하고있다.부부는자신들이본영화공간과주인공들의삶을통해영화속의풍경들과같은정원생활을꿈꿨다.그리고시「만화원」의내용처럼꽃으로어우러진정원만들기를실천했다.
두사람의예술감각과정서의공유지인영화를통해부부애는무르익는다.
부부의삶은영화의서사와다르지않다.“우리이야기가영화고/영화가우리이야기”였다.부부생활도중화자가푸념을할때면남편은“7090때는함께책도쓰고/월드컵경기장빌려/한바탕잔치합시다”(「7090」)며호기를부리기도했다.
그러나생명은영원할수없다.모든생물은시든다.호기를부리던남편이노환에이르자“운동하러/서오릉에”(「호숩다」)가서휠체어를태워준다.휠체어를탈때“어린애처럼좋아하던남편”은7090의약속을저버리고89세에저세상으로갔다.그리고화자는70살을혼자맞이했다.

백중날
무더위속불화로앞에서 
스님은옷을태우고 

나는스님뒤에서서
불길을바라보았다
곱게곱게싼한지는불쏘시개가되고
그안에넣은편지가태워지고
양말속옷바지와셔츠가차례로불에탔다

불길은연통을따라양갈래로나뉘어
연기가되어허공으로사라졌다

훨훨훨타는불길처럼 
훨훨훨자유롭게하늘로가시길빌었다

마음이좀가벼워졌느냐는스님말씀
나는옅은미소로답했다

오늘은처음으로혼자맞이한 
결혼기념일
-「원각사에서」전문

생전에부부가다닌것으로보이는사찰에서스님의주관으로거행되는소의식광경을구체적으로묘사하고있다.화자는사별후처음혼자맞이하는백중날에소의식을지낸다.마침고인과결혼한날이기도하다.
소의식은고인의옷을태우는의식이다.소의식은무당이나스님이거행하는의식이다.사십구재나천도재와별개로망자의옷을태우며영혼이천국이나천상의좋은곳에왕생하기를바라며지내는의식이다.중생을선처로이끌기위한불교의식이다.(―후략―)―시인공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