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카이로스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17.63
Description
“절제에 대한 동경은 절제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소망,
딱 그만큼인 것이 틀림없다.”
21세기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서사적 소설가 예니 에르펜베크의 『카이로스』가 출간되었다.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작품으로 주목받은 『카이로스』는 “암울하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소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사이의 단절된 간극을 깊숙이 파고드는 소설” “시간, 선택, 역사의 힘에 대한 철학적 탐구”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카이로스』는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역사의 격동기를 무대로 펼쳐지는 한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다. 열아홉의 어린 여성과 서른넷 연상의 중년 남성과의 특이하고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독일의 현대사와 절묘하게 결합해냈다. 이러한 파격적인 주제는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행간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역사적 메타포는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파괴적인 사랑과 열정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권력, 예술, 문화, 역사와 함께 한 소녀의 성장에 도달한다.

독일의 현대사와 역사에 얽힌 개인의 삶에 천착해온 에르펜베크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은 “박물관으로서의 소설”이다. 자신의 기억들, 친구들의 기억들, 주변 사람들의 기억들, 어지러웠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들, 그들이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한 편의 소설 속에 담고자 한 것이다. 『카이로스』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던 시대의 혼란을 한 남녀의 관계와 교차시켜 보여주며, 6년간 이어진 두 사람의 사랑이 마치 스러져가는 동독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동독의 몰락과 맥을 같이한다.

저자

예니에르펜베크

저자:예니에르펜베크JennyErpenbeck,1967-
21세기독일어권의대표적인서사적소설가인예니에르펜베크는독일동베를린에서태어났다.훔볼트대학에서연극학을공부하고한스아이슬러음악학교에서오페라연출을공부했다.하이너뮐러,루트베르크하우스의가르침을받은그는베를린과오스트리아의오페라하우스에서많은오페라작품을연출했다.1999년『늙은아이이야기』를발표하고독일문단의호평을받으며작가로데뷔했다.단편집『탄트』(2001),장편소설『사전』(2004)과『가다,갔다,가버렸다』(2015)등여러작품을발표했다.『카이로스』(2021)로2024년부커상인터내셔널부문을수상하면서세계적인작가로발돋움했다.2023년전미문학상번역부문최종후보를비롯해2021년제5회이호철통일로문학상,잉게보르크바하만심사위원상,예술가협회문학상,졸로투른문학상,하이미토폰도더러문학상,헤르타쾨니히문학상,리테라투르노르트문학상등을수상했다.현재베를린에서전업작가와연출가로활동하고있다.

역자:유영미柳英美,1968-
연세대학교독문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전문번역가로일하며,문학을포함해다양한분야의독일어권책들을작업해왔다.『헤르만헤세의나로존재하는법』『부분과전체』『슬퍼하지말아요,곧밤이옵니다』『울림』『여자와책』『제정신이라는착각』『왜세계의절반은굶주리는가?』『창조적사고의놀라운역사』『환상적인문어』외에다수의책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프롤로그_
첫번째상자_
막간극_
두번째상자
에필로그

감사의말_
옮긴이의말_

출판사 서평

2024부커상인터내셔널수상작
이념의세계가무너지며펼쳐지는파괴적인사랑과한소녀의성장이야기

“내장례식에올거야?”이야기는자신의장례식에올것이냐는반복된물음으로시작된다.그러나넉달뒤의그의장례식날,그녀는장례식에참석하지않는다.이후누군가가그녀에게커다란상자두개를전해주고,순식간에무대는그녀가열아홉이었던수십년전의평범했던하루로전환된다.

1986년7월11일,동베를린.두사람은버스에서우연히만난다.열아홉소녀인카타리나와쉰셋의유부남한스는음악과예술을매개로쉽게가까워진다.“당신은나랑자야해요.”카타리나가선을넘고,한스는이에응한다.이들의부정不正한사랑은숱한위기를맞고,카타리나가동료인바딤과가까워지며관계는점점더파국으로치닫는다.설핏두사람사이의치정으로만보이는이이야기는마지막에밝혀지는반전을계기로,개인과역사가어떻게얽히고설키는지를은유적으로보여준다.그런작가의치밀한설계덕분에이책을두번읽은독자는에르펜베크가숨겨놓은암시들을발견하는기쁨을맛볼것이다.

『카이로스』에서눈에띄는것은반복되는교차와대비다.에르펜베크는문장의대구와상황의대비를통해두사람의심리변화를효과적으로보여준다.“결코다시는오늘과같지않을것이라고한스는생각한다.영원히이럴거라고카타리나는생각한다”와같은문장은수도없이반복된다.이러한대비는심리서술이라고할수도있지만,동독으로대표되는무너지는구체제와독일통일로대표되는새로운시대의대조라고도볼수있다.

동독출신의작가예니에르펜베크
시간,희망,그리고물거품이된희망을그리다

『카이로스』의저자예니에르펜베크의삶은작중주인공카타리나의삶과많은부분에서닮아있다.작가와카타리나는모두1967년생으로나이가같으며,동베를린출신으로고향도같다.두사람모두국영출판사에서직업교육을받았고,프랑크푸르트안데어오데르극장에서일했다.그러나작가는이소설이자전적인소설은아니며,“박물관으로서의소설”이라고일축했다.

에르펜베크는미국의유명문예지『파리리뷰』에서베를린장벽이무너지면서갑자기비상한‘자유’라는개념이혼란스러웠다며,베를린장벽이붕괴된후자신의어린시절은‘박물관’이되었다고고백한다.이소설은자전적소설은아니지만,이러한작가의성장배경과아주밀접한관계가있다.동베를린의생생한풍경은개방된사회의눈으로보기에는기이할정도로폐쇄적이다.그러나카타리나와한스,그리고작가인에르펜베크에게는이러한일상은평화롭고안전한세상이었다.우리는흔히베를린장벽의붕괴를‘해방’으로이해하곤하지만,『카이로스』가그리는장벽의붕괴는‘상실’에가깝다.작가는자신의경험과더불어철저한자료조사를통해베를린장벽붕괴전후독일에감도는긴장을선명하게묘사한다.

역사의뒤안길로사라진나라,독일민주공화국.『카이로스』는그곳의사람들이어떻게살았는지에대한리얼리즘적다큐멘터리이자,개인과체제,시대와역사가어떻게서로복잡하게관계맺으며직조되는지에대한우화다.한국독자들이소설을이해하는데도움을주기위해원작에는없는동서독의지도와베를린장벽지도를넣었다.이소설을읽는시간이우리를되돌아보는시간이되기를소망한다는에르펜베크의말처럼,한국독자들에게도이소설이사라져가는모든것들에대한애도의시간이될수있기를바란다.

줄거리

열아홉살의어린소녀카타리나와서른넷연상의유부남한스는버스에서우연히만난다.불가항력에이끌린그들은바로그날가까워지고,비밀스러운관계가된다.그들은음악과예술을매개로교감하고,마치소꿉놀이처럼가정적인환상을즐기며결혼식을연기한다.이후카타리나는학업을위해잠시프랑크푸르트안데어오데르로떠나게되고,그곳에서또래극장동료인바딤과친밀해진다.한스는이사실에분노하고,카타리나와한스의관계는점점더학대적으로변하게된다.두사람의관계가흔들리기시작하면서,베를린장벽역시흔들리기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