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 창비시선 457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 창비시선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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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저녁에 해 떨어지는 시간에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지금, 여기는, 지상이라고”
죽음과 신성을 무한히 왕복하며 완성하는 불멸의 시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기지가 번뜩이는 언어와 탁월한 시적 직관력으로 부조리한 현실과 황폐한 현대문명을 강렬히 비판하며 소월시문학상, 오늘의 예술상 등을 수상한 김승희 시인의 신작 시집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2018년 한국서정시문학상 수상작 ?도미는 도마 위에서?(난다 2017)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열한번째 시집이다. 코로나로 외부를 향한 문이 닫혀 사람이라는 것에 생각의 초점을 맞췄다는 시인은 절망과 죽음이 편재한 비극적 세계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진실을 통찰하는 시 세계를 펼친다. “세상 더 아픈 데만 찾아 못질하듯”(김민정 추천사)한 시편들이 생명력 넘치는 언어와 선명한 이미지를 통해 “태양을 가슴에 품은 사람이 태양의 본령을 실천한다는 불가능”(정과리 해설)이 빛나는 불멸의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

김승희

저자:김승희
1952년전남광주에서태어나서강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73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시「그림속의물」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태양미사』『왼손을위한협주곡』『미완성을위한연가』『달걀속의생』『어떻게밖으로나갈까』『세상에서가장무거운싸움』『빗자루를타고달리는웃음』『냄비는둥둥』『희망이외롭다』『도미는도마위에서』가있으며,소설집『산타페로가는사람』과산문집『33세의팡세』『어쩌면찬란한우울의팡세』등을썼다.소월시문학상,올해의예술상,한국서정시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현재서강대학교국어국문학과명예교수이다.

목차

제1부
꿈틀거리다
단무지와베이컨의진실한사람
단무지는단무지사바나는사바나단무지는사바나
2월에동백꽃은
엉겅퀴꽃
공항에가서보면
같이죽자는말
맨드라미의심연
옷걸이가보이는풍경
팽이의초상
밤의물방울극장
오월모나리자의미소
고요한밤거룩한밤
사랑의전당
진혼의다리를건너는봄에빨간사과의이름을부르다
작은영생의노래
8일의기적
눈을깜박이는사람
시인의거짓말
분만에대하여

제2부
모란의시간
꽃이친척이다
지상의짧은시
피로물든방의론도카프리치오소
나이아가라폭포
백조의호수옆에서
미역국이있는집
토마토씨앗을심고서
한여름의이장
백합자살
꽃무릇한채
파란하늘두부두모
이방인의낙타
헤어롤을머리에붙인밤의얼굴
나를부수는나에게
이건내파야
북치는소녀
감자꽃이싹트는것
바람든무
사랑받는진통제

제3부
매미
절벽의포스트잇
이슬의전쟁
섬초
토란탕
작별의포스트잇
동네북
메아리가메아리를부르는방
이름의포스트잇
카이로의포스트잇
백합꽃과포스트잇
일출명소를부르다
‘알로라’라는말
앵두
베네치아처럼
페르난도보테로의「낮잠」을보고나오는사람
용서라는말
못박힌사람
‘콩나물을길러라’포스트잇
‘연탄불꺼트리지마라’포스트잇

제4부
미역의전쟁
동행
육쪽마늘
훈민정음언해본이열릴때
아버지를가진사람
어머니
그여자의랩
그녀에대하여
탄생의시
신디셔먼의여자들
세상의걱정인형
치매할머니의시
인류의명작,어머니
라벤더밭키우는여자
빨간자두의결혼식
빨래개키는여자
비누만드는여자

해설|정과리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불타는생명력과꿈이떠받치는세계

일찍이최승호시인이지적했듯이김승희의시는“활화산같은광기”가끓어올라“안에서뜨거워진것들이분출되고폭발하고흘러넘친다”.인간상실의위기로치닫는불안과공포의시간속에서“꿈틀꿈틀/바닥을네발로기어가는인간”(?꿈틀거리다?)에대한사랑으로충만한뜨거운심장의노래와도같다.시인은“악몽의때일수록사랑에의의지와공감하는마음이필요”(시인의말)하다고말한다.벗어날수없는“생로병사의고통이절절한”(?분만에대하여?)질곡의현실일지라도“꿈이있으니까꿈틀꿈틀하는”것,시인은“토마토어금니를꽉깨물고”(?꿈틀거리다?)어둠과절망속에서도“바람이숭숭지나가는가슴을안고어떻게든살아”(?바람든무?)가려는의지의불끈거림을보여준다.그리하여“화염같은고통속의사랑”(?절벽의포스트잇?)을찾아내어강한생명력과꿈이떠받치는세계,“자전을하면서공전도하는그런삶”(?감자꽃이싹트는것?)에이르고자한다.
그러나거짓이진심행세를하며진실을왜곡하는“이망할놈의세상”(?단무지는단무지사바나는사바나단무지는사바나?)앞에서시인은“진실한사람앞에선늘불안하다”며“차라리빨리나는단무지나베이컨이되고싶다”(?단무지와베이컨의진실한사람?)고말한다.진실이사라진시대에는뼛속까지노란단무지나앞뒤로하양분홍줄무늬인베이컨처럼겉과속이같은것이진실한존재라는것이다.그리고“세상이온통거대한병동”같은지금-여기,지상의세계가“다함께비참과진혼의다리를건너”가는참담한시절에“어느산비탈아래이름모르는밭에서아직도맹렬하게자라고있을이름모르는빨간사과에이름모르는사랑을걸고싶다”(?진혼의다리를건너는봄에빨간사과의이름을부르다?)고말한다.이는“지상의모든어두운걱정을담당”(?세상의걱정인형?)하는시인으로서삶과죽음의자리에서체념하기보다“어두운세상에빛을만드는”(?눈을깜박이는사람?)희망을찾으려는간절함이다.

“세상더아픈데만찾아못질하듯시를쓰니”

시인은‘시’는“아픈데정녕낫고싶지않은사람들이쓰는것”(?못박힌사람?)이라고말한다.아마도‘세상의걱정인형’같은시인들이“세상더아픈데만찾아못질하듯시를쓰니”(김민정추천사)그럴것이다.여기서연작시처럼제목끝에‘포스트잇’이붙은시들이주목을끈다.시인은“영혼을모아서”(?이름의포스트잇?)포스트잇을쓸때면“혼자있는게아니”라“순간둘이있”는거라고말한다.그렇게“쓸때면늘둘이되는”포스트잇에“일인칭과이인칭이꿈틀거리며얽혀들고”“작고사소한우리의약속”이“잠깐손을맞잡은두개의물방울”(?절벽의포스트잇?)처럼맺힌다.시인은이렇게“고독속에죽어가는것보다/고독속에살아가는게더무서운”(?백합꽃과포스트잇?)쓸쓸한세상에서타자와의연대를이루며“존재하지만보이지않는목숨”(?작별의포스트잇?)들을끌어안고서고통을함께나누고자한다.그것이곧“절벽인데도/한걸음더나아가려는마음”이깃든“으리으리한사랑”(?사랑의전당?)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