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상태의 사랑 - 매일과 영원 5

액체 상태의 사랑 - 매일과 영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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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에게 문학과 사랑이란 나의 엉망인 상태, 엉망이면서도 환한 정념에 휩싸인 상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유리잔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채 울리는 소리다.”

머물던 장소, 함께한 시간, 껴안았던 사람을
하나둘 촛불처럼 밝히는 부지런한 기억
차가운 기쁨과 뜨거운 상처 사이로
흘러가기를 멈추지 않는 액체 상태의 사랑
2018년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2021년 첫 시집 『재와 사랑의 미래』를 펴낸 시인 김연덕의 첫 번째 에세이가 ‘매일과 영원’ 다섯 번째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김연덕의 시들은 한결같이 꺼지지 않는 사랑을 품고 있다. 그러나 사랑을 품은 그 시들의 질감은 마치 눈의 결정 같다. 시인이 온몸으로 통과한 사랑의 뜨거움과, 그것을 시로 빚어 내고 깎아 낼 때 생기는 차가움. 에세이 『액체 상태의 사랑』은 그 서로 다른 온도에 대한 솔직하고 용기 있는 고백을 담는다. 사랑으로부터 상처가 남고, 우정으로부터 기쁨이 오며, 그 자리가 매번 뒤바뀌기도 하는 삶. 슬픔이 환희가 되고 가장 가깝던 이가 가장 멀어지기도 하는, 그 모든 상태 변화를 받아들이는 한 명의 시인, 한 명의 인간에게는 문학이 있고 시 쓰기가 있고 또다시 사람들이 있다. 김연덕은 스쳐 간 사람과 머무는 장소, 그날의 장면과 읽었던 책을 한데 기록한다. 사랑이 남긴 수치와 슬픔조차도 잊어버리기보다 기억하기를 택한 시인의 태도는 불꽃에 안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눈사람 같다. 얼음과 촛불 사이에 생기는 물처럼, 시인의 일기는 천천히 발생하고 촘촘히 흐른다. 시와 삶 사이로. 그리고 그런 시인의 문장은 상냥하고 애틋한 마중물이 되어, 사랑이 흐르고 상처가 자라고 우정이 뿌리내리는 스산하고 아름다운 정원처럼 가꿔진 시인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저자

김연덕

저자:김연덕
1995년서울에서태어났다.한국예술종합학교서사창작과를졸업했으며2018년<대산대학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재와사랑의미래』가있다.

목차

2022년2월1일7
2019년2월20일25
2020년1월27일부터2월17일사이의짧은일기들31
2020년3월4일부터4월8일사이의짧은일기들38
2020년4월27일55
2020년5월10일64
2020년7월15일75
2020년9월24일87
2020년10월6일97
2020년11월1일의짧은일기106
2020년11월14일108
2020년12월31일119
2021년1월13일128
2021년1월21일부터3월20일사이의짧은일기들138
2021년3월21일145
2021년4월6일부터9월28일사이의짧은일기들156
2021년10월14일171
2021년12월3일179
2021년12월7일191
2021년12월17일217
2022년1월4일새해의짧은일기230
2022년1월31일234
2022년2월3일241
2022년2월22일247
2022년3월19일255

출판사 서평

■흐르는발걸음이닿는곳

“엄마와옛집에다녀왔다.종로구부암동산자락,지금은가정집대신박물관이되어버린,내유년기의창백한기쁨이자글쓰기의전부인곳.언니의방이있던자리가이제매표소가되어버린,노크만하면드나들었던방문대신차례로줄을서표를끊고들어가야하는곳.나는그거칠고높고기이한곳에서태어나11년을살았다.”

시인은자신이잘담겼던곳들을잊지않는다.그장소는11년동안살아온옛집이기도하고,발견한지얼마되지않은카페이기도하며,아침저녁으로오가는산책길의고궁이기도하다.자유롭게흘러가는그의문장처럼부지런히걷는액체상태의시인은흐르던자신의몸을알맞게담을공간을명민하게찾아내고,찾아낸곳을결코소홀히하거나놓치지않는다.김연덕에게다양한공간들은다채로운감정으로남는다.남자친구와다툼후에그를만나러가던길의공단은거칠고차가운쓸쓸함으로,<대산대학문학상>등단의부상으로가게된런던은함께갔던이들과나누었던신비롭고오래된설렘으로,우연히단골이된카페와와인바는첫눈에우정을느끼게될것이라고확신하는뿌듯한다정함으로남아있다.시인의마음이입혀진공간은결코단순하게묘사되지않는다.그의눈동자를통과하고나면,추운겨울할머니와함께있던요양원의모습도건조하고두렵게만보이지않는다.그가한장소를두번방문하기때문이다.처음발걸음이닿았을때와문장으로다시한번닿을때.첫눈에흐리고앙상했던곳도,혹은처음본순간부터명쾌하고온화했던곳도데생의빈부분을채우듯다시손을뻗어그려본다.시간과문장이한차례더어루만진공간은시인의글속에서서서히일어선다.우리는그공간으로천천히걸어들어가게될것이다.

●마침내다정한사람에게고일때

“그날의상처에대해쓴것인지,다정하고싶은의지에대해쓴것인지,사랑하는사람의뒷모습과그것을지켜볼수밖에없던나에대해쓴것인지,오늘만난바위산,부드럽게파열되던풍경에대해쓴것인지잘모르겠다.전혀아름답지않게피로하고어지러운모양으로얽힌글이되어버렸다.다만이것만은분명하다.이글이이시기를지나고있는나에게유일하게쓸수있고,써야만하는글이었다는것.”

시인의친구는시인에게말한다.“연덕은사랑할때도꼭공무원시험준비하는것같아.어떻게그렇게성실해?”시인은그말에당황해서자신을부정하거나,안도해서자신을부풀리지않고그저다짐한다.“사랑을포기하지않게해주세요.차가워지지않도록해주세요.”사랑을주고받는일에,그마음에몰두하는시인의성실함은아주대단한것은아니지만,퍽쉬운일도아니다.세계여행을마치고돌아온친구가그에게조개껍데기로엮은장식품을선물하면,그는멀리서온마음에답장을하기위해공방에서유리로조개와소라를깎으며한겨울을보낸다.단골이된카페에서편한자리와맛있는커피를건네주면,어느날여행을떠난시인은카페주인을떠올리며그에게건넬빈티지접시를고른다.그것은쉬운교환인것같지만아무나가능한교환은아닐것이다.설령그가경험한모든관계가등가교환이아니더라도그마음의접촉을간직한다.김연덕에게사랑하는일은해온것을후회하지않고해나갈것을포기하지않는일이다.시인의산문에는그런그의사랑하는자세가다부진모양으로담겨있다.받기만하거나주기만하는관계는없어,그렇게믿는듯한태도로신념과혼돈사이를거닐며소원을빌듯그사람에대한일기를적는다.그일기를차곡차곡쌓은『액체상태의사랑』은,겨울을닮은시를쓰는시인의봄같은기도처럼보인다.

■영원을담은매일의쓰기,문학론에세이시리즈‘매일과영원’

하루하루지나가는일상과,시간을넘어오래기록될문학을나란히놓아봅니다.매일묵묵히쓰는어떤것,그것은시이고소설이고일기입니다.우리의하루하루는무심히지나가지만그속에서집요하게문학을발견해내는작가들에의해우리시대의문학은쓰이고있으며,그것들은시간을이기고영원에가깝게살것입니다.‘매일과영원’에담기는글들은하루를붙잡아두는일기이자작가가쓰는그들자신의문학론입니다.내밀하고친밀한방식으로쓰인이에세이가,일기장을닮은책이,독자의일상에스미기를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