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 근대의 문을 연 최후의 중세인 -  클래식 클라우드 26

루터 : 근대의 문을 연 최후의 중세인 - 클래식 클라우드 26

$18.80
Description
『루터』는 중세의 끝에서 성서를 통해 신과 직접 만나고자 했던 루터의 삶을 담은 책이다. 중세 사회에서는 인간이 신을 만나려면 반드시 교회라는 조직과 사제라는 직제 같은 매개적 존재가 필요했다. 교회와 사제야말로 신의 은총을 대리할 수 있는 지상의 유일한 존재이며, 그것 없이는 신앙을 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루터는 직접 성서를 읽고 연구하면서 구원을 위해서는 어떤 매개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루터의 성서 번역은 독일 민중에게 자국어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독일 민족주의의 구심점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도 있었지만 루터의 이와 같은 탁월한 소통 능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소통 지향적 태도는 교회 내에서 전문가 집단의 것으로 전락한 음악 대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회중 찬송을 부활시킨 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저자

이길용

저자:이길용
약력:서울신학대학교교수
서강대학교종교학과를졸업하고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종교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울신학대학교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이야기종교학』,『종교로읽는한국사회』,『신인류와문화콘텐츠그리고대중문화』,『이야기세계종교』,『에바오디세이』,『뇌과학과종교연구』,『고대팔레스타인의종교세계』,『종교학의이해』등이있으며,공저로는『골목길근대사』,『종교근본주의』,『사람의종교,종교의사람』등이있다.

목차

PROLOGUE인간,신과단독으로만나다

01중세의끝에서
02모든것의시작
03개혁의심장부
04위대한독서혁명
05또다른개혁의현장
06미디어혁명

EPILOGUE중세의끝에서근대를부르다

루터사상의키워드
루터생애의결정적장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중세의견고한성벽을부수고
‘근대를연최후의중세인’이된루터의길을따라가다

>성서를통해신과직접만나고자했던자유인루터

서양종교의역사는16세기에이르러마르틴루터라는한탁월한인물에의해이전과이후로나누어진다.유럽인구의3분의1을앗아간페스트와100년이상지속된전쟁으로도처에죽음이넘실거리던시대에오직믿음,오직은총,오직성서를모토로깃발을든루터의종교개혁은비단종교의영역에만머물지않고사회,정치,경제등인간사의모든영역에서심대한영향을끼치며근대를여는강력한교두보가되었다.이는종교개혁을가리킬때‘종교’라는단어는빼고그냥‘개혁Reformation’이라고하는사실에서도엿볼수있다.
중세사회에서는인간이신을만나려면반드시교회라는조직과사제라는직제같은매개적존재가필요했다.교회와사제야말로신의은총을대리할수있는지상의유일한존재이며,그것없이는신앙을논할수없었다.그러나루터는직접성서를읽고연구하면서구원을위해서는어떤매개도필요하지않다는것을알았다.성서에서는조직이나직제의연원과정당성을맹백한문구로확인할수없었다.거기에는오직신과그가베푸는구원의사례만있을뿐이었다.이로써루터는신앙은신과단독자로서의나사이의문제이지,조직이나직제가해결해주는것이아님을확신하게되었다.또한그는성서를통해신이가진새로운얼굴을발견하게되었는데,바로이전까지그를끊임없이괴롭히던준엄한심판의신이아니라허물많은인간을어떤대가도요구하지않고의롭다고칭해주는사랑과자비의신이었다.
루터가당시무분별하게발행되고있던면벌부에반대하면서비텐베르크성교회문에95개논제를내건것은,또한사제와평신도의구별을해체하고만인이하느님의사제라고외친것은바로면밀한성서읽기를통한깨달음에서비롯된것이다.그가당시보통사람은평생한번도제대로접할수없었고어려운라틴어로쓰인성서를자국의민중언어로번역하는데심혈을기울인배경에도같은문제의식이놓여있었다.인간이신과직접만나기위해서는누구나성서를읽어야하고,그러기위해서는시장통사람도이해할수있는말로성서를옮겨야한다고보았던것이다.이에생활독일어사용을주저하지않았을뿐만아니라,삽화도적극적으로활용함으로써성서의내용을일반인에게훨씬힘있고또렷하게전달했다.루터의성서번역은독일민중에게자국어에관한관심을불러일으켰고,이는독일민족주의의구심점으로작동하기도했다.종교개혁이성공할수있었던배경에는구텐베르크의인쇄술도있었지만루터의이와같은탁월한소통능력도결코빼놓을수없다.그런소통지향적태도는교회내에서전문가집단의것으로전락한음악대신누구나따라부를수있는회중찬송을부활시킨데서도그대로드러난다.
이렇듯신앞에‘단독자’로서려는열정으로루터가들어올린개혁의기치는비록신앙의옷을입고있기는하지만중세의‘집단’을일깨워근대적‘개인’의탄생을알리는신호탄이되었다.그의개혁정신은사회전방위로퍼져나가민주적요소의확산에크게기여했을뿐만아니라,사랑과결혼같은개인의은밀한영역의풍속까지바꾸어놓았다(가령독신을구원의표상으로여기던당시,루터도그자신이사제이면서수녀출신의카타리나폰보라와결혼하여세간의큰화제가된바있다).

◎책속에서

루터의개혁은종교에만한정되지않는다.그가의도한개혁은직제와조직을겨냥한것이아니었다.는당시가톨릭교회가독점하고있는신앙에대한해석을바꾸기를원했다.(11쪽)

히스토리채널은이종교개혁의영웅을선정한이유를이렇게밝혔다.“그는인간이직접신을만날수있도록해주었다.”이말은종교개혁의모토이기도하다.루터가그토록힘주어외쳤던‘오직성서solascriptura’,‘오직믿음solafide’,‘오직은총solagratia’의정신이바로이한문장안에모두들어있다.루터는신앙을신과인간사이의문제로보았다.이때인간은집단이아닌‘단독자’다.(12쪽)

루터는죽음의두려움에서벗어나마음의평안을찾기위하여지속해서신을찾았다.남들보다몇배이상많은시간을고해실에서보낼정도로그는신에게집착적으로매달렸다.하지만그때마다신은엄중한심판자의모습으로그를더힘들게만들었을뿐이다.(52쪽)

루터역시회중과멀어진전문가의음악은원하지않았다.그는예배에참여한이라면누구든지쉽게따라하고,함께공유할수있는간단하고쉬운가락의노래를기대했다.그래서그는일반회중이부르기어려운기법으로만든교회노래는과감히버리기시작했다.누구든지쉽게따라부를수있어야노래가가지고있는최고의기능을공유할수있지않은가.그러니루터의노래는결코어려워질수없었다.(61쪽)

그는보았고,읽었다!어쩌면종교개혁의핵심이라고할수있는모든것이이미이때시작되고있었는지모른다.왜냐하면루터의개혁은‘읽음’에서비롯되었기때문이다.(73쪽)

성서에는무엇이적혀있을까?성서는당시교회와사제계급을무엇이라고증언할까?기대와는다르게조직과직제의연원과정당성을성서에서는명백한문구로확인할수없었다.성서에는교황이라는직제와그를위한자리도찾기어려웠다.오직신과그가베푸는구원의다양한사례가적혀있을뿐이다.(74쪽)

읽음을통한새로운세계로의도약!이렇게진정한종교개혁의서곡은젊은루터의성서읽기에서이미시작되고있었다.성서를읽고,그것을이해하고,충실히암송하고사용할수있는능력이야말로견고한직제와조직으로무장한가톨릭교회와대결할수있는최선의무기였다.(75쪽)

그러다모든것을내려놓고성서연구에전념하던그는신의의가가진새로운면을찾게되었다.아니어쩌면그것은새로운면이아니라처음부터신의의가가지고있는본디뜻이라하겠다.관점의전환이이러한새로운발견을하게한것이다.이제새롭게이해된신의의는신을‘목적’으로삼고거기에인간이얼마나도달했는지를놓고재고따지고판단하고재단하는것이아니라,도리어부족한인간을어떤비용도청구하지않고의롭다고해주기위한것이었다.즉신의의는심판을위한판사의언어가아니라자식을사랑하는부모의것이었다.(104~105쪽)

루터역시이런전통적인성서해석방법을십분수용했으나점차그만의고유한주해법을내세우기시작했다.그것을우리는‘그리스도중심적성서해석’이라부른다.루터가보기에성서의중심에는언제나‘그리스도’가자리하고있다.따라서그는성서를해석할때언제나그핵심에그리스도를놓아야한다고생각했다.(116쪽)

이제성서해석의권위는교황이나교회같은외부의직제나조직에있는것이아니라성서그자체에있다.성서의원문을이해하는능력을갖추고제대로본문을이해했다면누구도해석의권위를훼손할수없게된다.성서의본문을읽거나이해할능력이없거나부족하다면아무리교황이라도해석의권위를독점할수없다.이렇게루터는일개수도원의수사요독일작은도시의신설대학교수에지나지않았지만지상의어떤권위앞에서도당당할수있는자신감과자긍심을갖게되었다.(119쪽)

루터는평범한인물이아니었다.고독의세월을그는다시무엇인가로채워가기시작했다.그것은또다른‘읽음’이었다.누군가알려준내용을의심없이받아들인것이아니라직접눈으로읽어그내용을확인하고성서에서말하는신앙의핵심을스스로깨우친뒤,그것을다시글로옮겨이웃에게전한것이루터가행한개혁운동의요체였다.그러니루터는종교라는조직을바꾼것이아니라특정종교조직이독점한믿음과신앙에대한해석을바꾼것이라할수있다.(178쪽)

사회전방위로퍼져나간루터의개혁정신은가장은밀하고사적인영역까지바꾸어버렸다.그중대표적인것이바로결혼제도였다.사제였던루터는마침내결혼했고,심지어아내로맞이한카타리나도수녀출신이었다.부부간의성적결합마저상스럽게여기며억압하고독신을구원의표상처럼받아들이던중세에사제와수녀가만나결혼하는것만큼파격적이고혁명적인사건이있었을까?(189쪽)

그래도우리는저물어가는중세의끝자락에서올곧게한목소리로신의은총을기리는주체적자아를외친루터를잊어서는안된다.아울러성서를읽으면서찾아낸진리를이웃으로확장하려했던그의투지도기억해야만한다.그는먼저알았다고사람들위에군림하지않았다.오히려모두가사제여야만한다고강조하면서이웃이요친구로서자신의자리를지켰다.또한자신이깨우친방식대로생활세계의모든이들도신의은총을받을수있다고생각했다.그래서그들에게성서를돌려주었다.(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