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역사상수많은개념들이표어와슬로건으로유행하긴했지만,정작그뜻은여럿이거나모호한경우가다반사였지요.자유,평등,민주주의,진보,평화,제국주의등그예를일일이꼽는것조차불가능할정도예요.마찬가지로국가나사회같은일반화된개념들역시과연그것이무엇인지물어본다면누구도명확한답을주기어렵다고생각합니다.물론사람들은이런개념들을정의定意하려합니다.그러나유감스럽게도이견이없는개념정의는없지요.하나의개념정의는또다른개념정의를낳습니다.개념의정의는오히려논란을불러일으키...
“역사상수많은개념들이표어와슬로건으로유행하긴했지만,정작그뜻은여럿이거나모호한경우가다반사였지요.자유,평등,민주주의,진보,평화,제국주의등그예를일일이꼽는것조차불가능할정도예요.마찬가지로국가나사회같은일반화된개념들역시과연그것이무엇인지물어본다면누구도명확한답을주기어렵다고생각합니다.물론사람들은이런개념들을정의定意하려합니다.그러나유감스럽게도이견이없는개념정의는없지요.하나의개념정의는또다른개념정의를낳습니다.개념의정의는오히려논란을불러일으키고논쟁을낳습니다.그리고여기에는정치·사회적갈등과투쟁이개입되지요.이처럼개념은정치·사회·이데올로기적투쟁과갈등의장으로서역할을수행하고있으며,개념을정의하는것자체가하나의정치행위라고할수있지요.바로이러한역사적현상에착안해출현한것이개념사입니다.”
―?책머리에?중에서
역사학계에부는새로운바람,개념사
최근2~3년사이,한국학계에서주목받는키워드중하나가‘개념사’이다.대표적으로한림대학교한림과학원은‘동아시아기본개념의상호소통사업’프로젝트를추진하면서개념사연구의초석을다진코젤렉의개념사사전을번역출간했고,책세상에서출간중인‘VitaActiva개념사’시리즈나소화출판사의‘한국개념사총서’도활발하게목록을늘여가는중이다.학계에서는??개념과소통??이라는개념사잡지를출간하고국제개념사학술대회를유치하는등,출판작업의활기를내실있게채워나가는노력이진행되고있다.
이론과실전을겸비한국내학자가직접쓴개념사교과서
지난몇년간,서점가에는다양한개념사관련서적이소개되었다.이책들은크게두가지로분류된다.코젤렉,라이하르트,레이먼드윌리엄스,페레스등개념사의발전에굵직한족적을남긴외국학자들의원전을번역출간해온작업이그하나이고,다양한개념에대한개념사적연구결과를각각담아낸책들이다른하나이다.이가운데개념사가소개된초기에출간된몇몇책들은개념사가갖는의미자체보다는‘용어사’에더가깝거나,전통적이념사혹은관념사,넓은의미의사상사를새롭게포장한데그쳤다는아쉬운평가를받고있는것도사실이다.
이책개념사란무엇인가―역사와언어의새로운만남이가진특별한의미는이지점에서찾을수있다.저자나인호는비서구세계지식인의주체적문제의식으로독일학계의개념사연구현장에서직접연구하고,그학문적내공을바탕으로자신의관점에서개념사의이론적전개과정을말하고있다.따라서이책을읽어보면,개념사를정초한코젤렉에서부터그의한계를비판적으로극복하려했던다른학자들에이르기까지,개념사의문제의식이더욱정교화되고날카로워지는과정을한눈에확인할수있다.저자는개념사가여전히진화중인학문이며,특히한국지식인들이주체적인고민과문제의식으로개념사를더욱발전시켜나가야함을역설한다.
1부에서는개념사의이론적형성과정을살폈고,2부에서는‘근대’를지탱해온주요개념6가지를선택하여저자가직접‘개념사적글쓰기’의실재를보여준다.언어와역사가어떻게서로를규정지으며발전해왔는지,각시대마다특정한개념들은당대인들의어떤욕망과두려움을담고소통되었는지에대해,도전적이고도정밀한글쓰기를통해개념사의참맛을느껴볼수있다.또한다양한문화예술작품의도판을제시하면서당대인들의‘개념’을시각적으로설명해주는글을통해,지적이고세련된근대여행을떠나보는느낌도즐길수있을것이다.구성과내용의양면에서,명실공히개념사에입문하고자하는이들을위해가장친절하고모범적인교과서의역할을기대할수있다고자부한다.
개념사란무엇인가―2011년한국사회가개념사를주목해야할이유
“모든언어는역사적으로조건지어져있고,모든역사는언어적으로조건지어져있다.”
―라인하르트코젤렉
개념사는언어와역사가어떻게얽혀있는지탐구하는역사의미론의한분야이다.전통적역사학에서언어는단지과거가실제로어떠했는지파악하는수단으로여겨졌다.그러나역사의미론에의하면오히려언어가역사적실재를구성한다.한마디로,과거의사실은언어가없다면존재할수도경험할수도없고,그것에대해어떤지식도얻을수없다.
역사의미론으로서의개념사는언어와텍스트에의해역사적실재가어떻게구성되었는가를연구하면서,언어현상중특히개념에초점을맞춘다.개념사는역사행위자들이개념을사용하면서표현하고자했던여러의미의성층을파헤쳐,그들의경험과기대,경험을해석하는방식,세계관과가치관,사고방식이나심성,그리고희망과공포등을읽어낸다.
역사의미론으로서의개념사는본격적으로라인하르트코젤렉에의해체계화되었다.이념이나개념은역사세계와동떨어진것이아니라,정치적·사회적·경제적요소와함께역사세계를구성하면서이것들과상호영향을주고받는다는게그의강조점이었다.그는서구와미국을모델로‘좋은근대’와‘발전’을강조하는근대화론을비판하고,개념연구를통해근대성의숨겨진이면을역사적으로성찰하려했다.바로이런문제의식이,서구와다르게진행된자신의근대경험을주체적으로해석하려는비서구세계학자들의주목을받았다.
개념사연구를통한근대성찰이야말로코젤렉이비서구세계연구자들에게남겨준커다란지적유산이다.특히혼란스러울정도로매우역동적인근대를경험해왔고지금도경험하고있는우리나라의경우,경험에의미를부여하며,미래에대한기대를담고,이데올로기와정치적힘으로작용하고있는근대적기본개념들에대한본격적인연구가반드시요구된다.여기에우리가개념사를주목하고기대해야할이유가있다.
[개념사맛보기]
여자라는존재,동반자에서적으로변화하다
19세기근대부르주아사회가성립되면서,남자들은여자를자신들과완전히구별되는‘타자’로만들었다.처음에여자는남자보다열등하지만필요한가치를지닌타자로인정되었다가곧존재가치를부정당했고,더나아가여자라는존재,혹은여성성을근절해야한다는사고가자리잡았다.‘여자’라는개념의이런의미론의변화는어떤과정을거쳤을까?저자나인호는당대예술가들의그림과조각,만화와사진등으로형상화된남자와여자의의미들,다양한텍스트들에담긴욕망과두려움을개념사적시각으로재구성해낸다.
근대적남자의동반자현모양처
―“여성이여성스러울수록,남성이남성다울수록사회와국가는건강하다.”(19세기속담)
프랑스대혁명이후,먼저근대적의미의‘남자’가나타났다.전사의덕목인애국심에충실한것은물론,충실한남편이자가부장,그리고성실한노동자로서의남성상이‘남자’라는개념의내용이되었다.용기,자기통제력,자기지배력등은남자의특징으로고정되었고,여자는어머니,성적욕망의대상,남성적지배본능의대상이되었다.하지만이런불평등한관계속에서도여자가반드시남자보다열등한존재라는의미는아직나타나지않았다.오히려남자와여자는다른기능을담당하면서서로보완하는존재로인식되었다.남자와남성성은스스로를규정하기위해서라도반드시여성과여성성을필요로했다.
팜므파탈의등장,남성의위기
19세기중엽이후산업화,도시화,민주화가진전되면서여성의사회적.정치적.문화적성장이두드러지고신여성의약진이이루어졌다.세기말모더니즘의예술가들은그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