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죄 (톨스토이 사상 선집 | 양장본 Hardcover)

거대한 죄 (톨스토이 사상 선집 | 양장본 Hardcover)

$18.37
Description
“일하지 않는 자들의 토지 소유보다 큰 죄는 없다”
민중의 고통을 직시하고 체제의 모순을 개혁하려 한 뜨거운 이성
《거대한 죄》는 바다출판사가 펴내고 있는 ‘톨스토이 사상 선집’의 열 번째 책으로, 톨스토이 사회사상의 진면목을 알려주는 글들을 엮은 책이다. 1900~1909년까지 생의 마지막 10년 동안 발표한 이 글들은 우리가 잘 몰랐던 사회사상가로서 톨스토이의 급진적 면모를 보여준다. 톨스토이는 당시 사회문제로 떠오른 토지, 조세, 소유 문제를 중심으로 러시아 민중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궁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인류가 빈곤과 예속,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를 모색한다. 위대한 리얼리스트 소설가, 학습자의 자유를 옹호한 교육가, 복음서에 기반한 비폭력 평화론의 주창자이자 실천가인 톨스토이는 차르 전제정치 아래 신음하는 민중의 고통을 직시하고, 단순한 무정부주의를 넘어 권력에 대한 불복종과 거부라는 종교적·도덕적 결단으로 전 인류가 형제애로 단합하는 기독교 아나키즘의 이상을 호소한다.

우리는 어떻게 다시 노예가 되었나?
톨스토이는 어느 날 모스크바-카잔 철도 하역 노동자들이 37시간 연속 노동을 밥 먹듯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믿기지 않아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러 간다. 그리고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서 밤을 새워 쉴 새 없이 무거운 짐을 나르고 하루 1루블도 벌지 못하며, 10평 남짓한 공간에 40명 넘는 인부들이 제대로 누울 자리도 없이 지내는 참혹한 현실을 목도하고 분노한다. 대부분 고향에서 땅을 잃고 일자리를 찾아온 농민들로, 시골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중노동을 감내하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상류계급의 평균수명이 55세인데 비해 이런 노동자들의 수명은 29세라는 충격적인 통계자료를 인용하며, “노동자들이 사방에서 서서히 고통스레 죽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의 편의와 만족을 위해 그 노동을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개탄한다.
톨스토이는 소수의 사람들이 대다수 사람들의 노동과 삶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갖는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 시대에 노예제도는 엄연히 존재한다고 단언한다. “농노제와 노예제의 폐지는 낡고 불필요해진 형태를 폐지한 것에 불과하고, 이전보다 더 다수의 노예를 장악하는 더 견고한 형태의 노예제로 교체되었을 뿐이다.” “소수가 다수 인민을 노예화한 것이 인민이 곤경에 처한 주된 원인이다.”
톨스토이에 따르면, 현대의 새로운 노예제가 견고해진 것은 정치권력과 그들의 협력자인 지식인들이 토지, 조세, 소유를 합법화하고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어떤 양의 토지든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있으며, 상속, 유증, 매매를 통해 개인 간에 넘길 수 있다는 법령이 존재한다. 부과된 조세는 누구든 무조건 납부해야 한다는 또 다른 법령도 있다. 거기다 어떤 방식으로든 획득한 물건은 그 양이 얼마가 되든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양도할 수 없는 재산이라는 법령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합법화의 결과로 노예제도가 존재한다.”
〈우리 시대의 노예제도〉 〈노동인민에게〉 〈정치인들에게〉 등의 글에서 톨스토이는, 토지를 빼앗아 그 땅에서 일하지 않는 지주들의 손에 넘기고, 사회적 필요가 아니라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 과중한 세금을 매기며, 노동의 산물을 자본가들의 소유로 돌리는 권력의 합법화와 정당화의 논리를 반박하고 그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자

레프니콜라예비치톨스토이

저자:레프니콜라예비치톨스토이
1828년9월9일러시아툴라의야스나야폴랴나에서태어났다.일찍부모를여의고친척들손에자란톨스토이는16세에카잔대학교에입학했지만,형식적인교육에실망해그만두었다.모스크바와상트페테르부르크등을오가며방황하던톨스토이는1851년형니콜라이를따라군에입대한다.군대에복무하면서〈어린시절〉등자전적삼부작을발표해창작활동을시작했다.1850년대후반에는농민들의열악한상태를극복할수있는힘이교육에있다고판단,야스나야폴랴나농민의자녀들을위한학교를열고,교육에관한다양한연구를병행한다.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등다양한영역에대한평론을썼으며,《전쟁과평화》와《안나카레니나》등의문학작품을통해세계적인작가로발돋움했다.자기완성과악에대한무저항,사적소유부정이라는철학적관점에기초하여《고백》《인생에대하여》《예술론》등을저술하고당대러시아사회와종교를강렬하게비판했다.이로인해러시아정교에서파문을당하고정부의압박을받았지만,모든걸가졌지만아무것도할수없는러시아황제와달리아무것도가지지않았지만모든걸할수있는또하나의러시아황제로불릴만큼민중의강력한지지를받았다.만년에이르러술·담배를끊고채식주의자가되었으며농부처럼입고노동하며생활했다.생전에수많은톨스토이주의자가야스나야폴랴나에몰려와농민공동체를형성하기도했다.톨스토이는말년에조용한피난처를찾아집을나선며칠후,1910년11월7일아스타포보역에서폐렴으로사망했다.그의가출은현실에대한극복이자다른삶을향한마지막도전으로상징된다.작가이자폭력을거부한평화사상가,농민교육가이자삶의철학자로오늘에이르기까지세계적으로많은영향력을주었다고평가받고있다.

역자:천호강
부산외국어대학교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부산외대러시아어과졸업,경북대노어노문학과석사졸업후,모스크바대학교에서「시월혁명이후10년간의러시아문화과정」으로문화철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부산외대와경북대등에서강의했다.저서로는『러시아개관』(2018,공저),『세계이슬람을읽다』(2020,공저),역서로는『한국학습자를위한러시아어수업연구』(2019,공역)가있다.주요논문으로는「문화와주체:레닌과보그다노프의비교를중심으로」(2015),「아방가르드와말레비치의건축적통찰」(2016),「변혁기러시아문화와건신주의:고리키의「고백」과니체의영향」(2019),「러시아혁명기보론스키의당활동과문학이념」(2019),「러시아구성주의연극」(2021),「현대러시아민족주의」(2021)등이있다.

목차

애국주의와정부
우리시대의노예제도
노동인민에게
정치인들에게
거대한죄
세가지거짓된것
토지문제의유일하게가능한해법
국가에대하여
이해할때가되었다

옮긴이해설_역사적·시대적고통의직시,비폭력불복종연대와평화공존의길
레프톨스토이연보

출판사 서평

“일하지않는자들의토지소유보다큰죄는없다”
민중의고통을직시하고체제의모순을개혁하려한뜨거운이성

우리는어떻게다시노예가되었나?
톨스토이는어느날모스크바-카잔철도하역노동자들이37시간연속노동을밥먹듯한다는이야기를듣고도저히믿기지않아노동자들을직접만나러간다.그리고영하20도의혹한속에서밤을새워쉴새없이무거운짐을나르고하루1루블도벌지못하며,10평남짓한공간에40명넘는인부들이제대로누울자리도없이지내는참혹한현실을목도하고분노한다.대부분고향에서땅을잃고일자리를찾아온농민들로,시골의가족을부양하기위해이런열악한환경에서중노동을감내하고있었다.톨스토이는상류계급의평균수명이55세인데비해이런노동자들의수명은29세라는충격적인통계자료를인용하며,“노동자들이사방에서서서히고통스레죽어가고있는데,우리는스스로의편의와만족을위해그노동을이용하고있지않은가”라고개탄한다.
톨스토이는소수의사람들이대다수사람들의노동과삶에대해완전한통제권을갖는현실을바라보며,우리시대에노예제도는엄연히존재한다고단언한다.“농노제와노예제의폐지는낡고불필요해진형태를폐지한것에불과하고,이전보다더다수의노예를장악하는더견고한형태의노예제로교체되었을뿐이다.”“소수가다수인민을노예화한것이인민이곤경에처한주된원인이다.”
톨스토이에따르면,현대의새로운노예제가견고해진것은정치권력과그들의협력자인지식인들이토지,조세,소유를합법화하고정당화하기때문이다.“어떤양의토지든개인의소유물이될수있으며,상속,유증,매매를통해개인간에넘길수있다는법령이존재한다.부과된조세는누구든무조건납부해야한다는또다른법령도있다.거기다어떤방식으로든획득한물건은그양이얼마가되든지그것을소유한사람의양도할수없는재산이라는법령역시존재한다.그리고이러한합법화의결과로노예제도가존재한다.”
〈우리시대의노예제도〉〈노동인민에게〉〈정치인들에게〉등의글에서톨스토이는,토지를빼앗아그땅에서일하지않는지주들의손에넘기고,사회적필요가아니라권력자의이익을위해과중한세금을매기며,노동의산물을자본가들의소유로돌리는권력의합법화와정당화의논리를반박하고그근본적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일하지않는자들의토지소유보다큰죄는없다
톨스토이는식인풍습,인신공양,영아살해,집단학살,사법고문,능지처참,화형,태형그리고노예제같은역사적으로사라진악습들만큼이나해롭고사악한제도들이여전히존재한다고말한다.“매춘이그러하고,육식이그러하며,군국주의와전쟁이그러하며,또한당장의시급하고절실한문제로서의사적인토지소유제가그러하다.”
현재의토지소유제는“농사꾼이토지에투입한노동의산물을누릴그의권리를보호하는게아니다.그것은오히려농사꾼이일구는토지를빼앗아그땅을일하지않는사람에게넘겨주는수단”이다.“자신이태어난곳의토지일부를사용하는의심할여지없는자연스러운각자의권리를대다수인민에게서빼앗는”이제도야말로“끊임없이러시아인민을고통에빠트리는주요악”이다.
톨스토이는일하지않는사람들이토지를점유하는것을‘거대한죄’라고일갈한다.“토지는소수의예외적인전유물이될수없으며,토지가필요한사람들을토지에접근하지못하도록막는것은죄악이라는,인민가운데최고의사람들이항상잘알고있는의심할여지없는진리가모든사람의공통된의식이되어야한다.땅을일궈서생계를유지하려는사람을땅에서떼어놓는건부끄러운일이고,궁핍한사람들을땅에서떼어놓는행위에가담하는것또한부끄러운일이되도록해야한다.토지에대한합법적인권리를빼앗겼다는이유만으로어쩔수없이일하도록강요당하는사람들의노동을이용하는것은부끄러운일이되도록해야한다.”
톨스토이는이러한인식의변화,윤리적반성의촉구에그치지않고토지문제의근본적해법을고민한다.톨스토이는황실소유의토지기부,미개간지로의이주,의무임대제,토지기금같은정부대책에도,강제몰수후분배라는사회주의혁명가들의토지개혁안에도반대한다.정부안은단기적미봉책일뿐이고,사회주의방식은‘몰수된토지를어떻게분배할것인가?’라는문제를필연적으로안고있기때문이다.“토지문제의해법은일부소유자들에게서토지를몰수해서타인들에게배분하는것에,즉토지의자의적인처분에있을수없으며,토지소유라는오래된불의의소멸그한가지뿐이다.”토지문제를근본적으로해결하기위해서는“위반되고있는토지에대한자연적인권리와자신의노동생산물에대한인간각자의권리를복원하는것이필요하다.”
토머스스펜스,토머스페인,패트릭에드워드도브등의토지개혁안들을비판적으로검토한후,톨스토이가토지에대한천부적자연권을복원하는유일한방법으로주목하는것은헨리조지의‘토지단일세’다.19세기후반미국의정치경제학자인헨리조지는토지는사람이창조하지않은것으로모든사람에게공평하게귀속되지만,몰수나공산제는현실적으로불가능하다고여겼다.따라서토지소유를그대로인정하되,토지가치(토지에서얻는수익)에대해서만세금을매기고다른모든세금은폐지하자고주장했다.이렇게되면대토지를소유한부재지주는과도한세금을피하기위해토지를양도할것이고,세금부담이줄어든노동자의복지는증대될것이다.
사적소유제의불공정을시정하려는헨리조지의혁신적이론은유산계급의이익을대변하는학계와종교계,심지어사회주의자들(중요한것은토지문제가아니라사적소유제의완전한폐지라고여겼다)의의도적침묵에부딪혀거의알려지지못했다.하지만초기부터‘토지단일세’의열렬한옹호자였던톨스토이는〈노동인민에게〉〈거대한죄〉〈토지문제의유일하게가능한해법〉등여러글에서헨리조지의이론을자세히소개하고그장점을예찬한다.

권력없는사회를어떻게건설할것인가?
“노동자들이처한곤경의원인은노예제도이다.노예제도의원인은합법화이다.합법화는조직화된폭력을기반으로한다.그렇기에사람들의처지를개선하는것은조직화된폭력을제거하는경우에만가능하다.”
조직화된폭력이란곧정부,국가,권력이다.“권력은이전에생각했듯이어떤신성하고위용있는것이아니며사회생활의필수조건역시아니고,누군가에대한다른누군가의거친폭력의결과”일뿐이다.권력은소멸되어야할악이지만,과연어떻게해야없앨수있을까?톨스토이는고드윈,프루동,바쿠닌,크로포트킨,막스슈티르너,벤저민터커등여러아나키스트들의주장을검토하며,이들이“권력의실질적인제거는완력이아니라권력의무익성과해악을사람들이자각함으로써이뤄져야한다”라고올바른결론에이르고도,비종교적이고유물론적인세계관에매달림으로써막연한예측과공허한염원에그치고말았다고말한다.
조직화된폭력을제거하기위해폭력을사용할수도없는데,이는“다른사람이자신을대하기를바라는대로다른사람을대하라”라는황금률의도덕에부합하지않을뿐아니라,부도덕한자들의폭력에의한지배라는악순환을낳기때문이다.“여러분들이원하는것을성취한다고해봅시다.현정부를무너뜨리고새로운정부를세우고,공장들과토지모두를몰수합니다.여러분은어째서새정부를구성할사람들이지금의정부와는다른새로운원칙을따르게될것이라고생각하는것일까요.그들이동일한원칙에의거한다면지금과똑같을테고,그들은그권력을유지하고강화하려할뿐만아니라,제권력을써서자기이익을위해해낼수있는무엇이든뽑아낼것입니다.어째서여러분은공장과토지관리를담당할사람들이제몫을과도하게챙길수단을찾아내지않으리라생각하십니까.몽매하고순종적인사람들에게그저필수품만남겨둘테지요.”사회주의혁명후의미래를예견한혜안이아닐수없다.
권력은오직하나의정신적도구를통해서만소멸시킬수있는데,바로“삶에대한종교적인이해”이다.이는민중의삶을억압하는“정부의활동에참여하지않음과더불어정부의요구에대한불복종을필수조건으로하는생명의기독교”의가르침을따르는것이다.톨스토이는〈세가지거짓된것〉에서병역,조세,토지수탈의고통에서벗어날유일한방법은“사람들에게복종하는것이아니라하느님에게복종하는것”이라고말한다.우리는“자발적으로동의한것에만복종해야한다.정부,병역,조세,경찰,재판같은일에참여하지말아야한다.”
권력에대한절대적불복종과거부,황금률의도덕에바탕한톨스토이의‘기독교아나키즘’은정부가사라진이후의무정부적혼란을걱정하지않는다.외적인강요에의해서가아닌내적인의식변화가사람들을서로억압하지않는평화로운공동체의삶,그리하여“병역도,전쟁도,조세도,세금도,인민이사용하지못하는토지도없는”진정행복한삶으로이끌것이라고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