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은행을 털었다

우리는 은행을 털었다

$18.00
Description
▶ 자본과 성공을 좇는 사회의 인간성을 잃은 사람들
우울한 현대 사회의 풍경을 담은 임정연 소설가의 소설집 『우리는 은행을 털었다』가 출간되었다. 책에 수록된 다채로운 작품들은 가성비와 효율성, 자본이라는 현대 사회의 가치에 제동을 걸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소설집에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한 「너의 마지막 모습」,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자본만을 좇은 나머지 자신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인물들을 그린 「불」, 「용산역」을 비롯해 총 6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임정연 소설가는 5년 만에 출간하는 소설집에서 극단적인 상황과 함께 그 상황에 놓인 인물의 생생한 감정들을 그린다. 단순한 스릴러처럼 보이는 작품들 속 비틀린 인물들이 품는 끔찍한 생각과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사람 간의 관계를 포기한 결과처럼 보인다.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타인과 연결되기를 거부할 때 우리는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 극단적인 인물들을 우리 앞에 펼쳐놓으며 저자는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관계의 형성과 감정의 교류가 부재한 지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 순수한 아이들의 섬찟함은 어른의 세계로부터 온다
표제작 「우리는 은행을 털었다」는 돈과 자본에 잠식된 어른의 세계가 아이들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네 친구인 은수, 준호, 정우는 용돈이 너무 적어 과자를 충분히 사 먹을 수 없게 되자 영화에서 본 것처럼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다. 영화에서 본 대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은행 사전답사까지 마친 아이들은 어린이집 가방을 들고 서로의 할 일을 정한 뒤 은행으로 향하는데…. 세 아이들은 과연 무사히 은행을 털어 원하는 만큼의 돈을 얻을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어떤 아저씨가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얼굴도 못 들고 벌벌 떨었다. (…) 은수가 영화를 골똘히 보더니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행을 털자.”(188쪽)

「헬로, 시카고」는 로봇 강아지와 한 가족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아들 현수가 길에서 주워 온 로봇 강아지. 죽은 반려견을 떠올리며 아빠는 그것을 수리해 준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강아지는 정상적인 작동을 하게 되자 자신을 ‘시카고’라고 소개하고 말도 하며 가족이 된다. 시카고와 깊은 감정의 교류를 나누는 현수. 과연 AI는 인간의 ‘진짜’ 친구,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임정연 소설가는 순수한 아이의 눈을 빌려 인간의 자리를 대체해 가는 인공지능의 편리함에 질문을 던진다.


▶ 관음의 대상이 된 일상, 게임이 된 타인의 고통
「너의 마지막 모습」은 명상 동호회를 가장한 자살카페 회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익명을 쓰는 사람들이 역에서 만나 펜션으로 향한다. 함께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으며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술이 떨어지자 창문을 테이프로 막고 번개탄을 피운 뒤 수면제를 먹는다. 하나둘 쓰러지는 사람들 사이 ‘솔로’가 산소 캔을 들이켜며 일어난다. 그리고 액션캠을 꺼내 쓰러지는 사람들을 하나씩 화면에 담기 시작한다.

게임에서 빠져나와 양쪽 옆의 모니터를 켜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띄웠다. 메인 화면에서 ‘1102 채널’을 선택했다. 화면에 6개의 창이 떴다. 엘리베이터 CCTV, 복도 CCTV, 거실 CCTV, 스마트폰의 화면, 아기방 CCTV 등 1102호의 모든 화면이 6개의 창에 떠올랐다.(82쪽)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나’는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퇴근 후 회사 사람들과 이웃들의 집을 관음하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에는 회사 사람들의 핸드폰을 해킹해서 얻은 집 CCTV 화면과 핸드폰 화면, 결제 내역 등이 펼쳐진다. ‘나’는 그들의 가족관계와 연애 등 일상과 그 속의 폭력을 관찰하며 주변 사람들의 숨기고 싶은 모습을 훔쳐보고 즐거움을 얻는다.


▶ 고립된 채 무너져가는 참혹한 개인의 세계
「불」과 「용산역」은 고립된 개인들이 가닿는 극단적인 파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불」의 주인공은 가상화폐 투자와 실패를 반복하며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다. 그는 옆방의 반찬을 훔쳐 먹고 담배는 나가서 피우라는 총무의 말도 듣지 않는다. 어느 날 남자는 옆방의 열린 문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훔쳐 팔게 되고, CCTV를 확인한 총무가 방으로 찾아온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들통나기 직전, 남자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린다.
「용산역」의 주인공 ‘나’는 역 근처에서 구걸을 하며 집 없이 사는 노숙인이다. 자신의 자리에 누워 있는 시체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위협하다 징역을 산 ‘나’는 출소한 뒤에도 이전과 다름없는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역 근처에서 돈을 빼앗는 무리를 만나고, 그들에게 주기적으로 돈을 빼앗기기 시작한다. 분노를 느끼며 복수를 계획하는 ‘나’. 그는 어떻게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담배 한 갑 버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힘든 사람 도울 생각도 안 하고 지들 생각만 하는지 한심했다. 담배를 사서 허겁지겁 빨았다. 힘껏 빨아들이자 담배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짜지직’ 하고 났다. 기분이 째졌다. 하늘이 어둑해지려고 했다. 슬슬 자리를 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한다.(145쪽)

저자

임정연

저자:임정연
2003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야간비행」이당선되어데뷔했다.지은책으로소설집『스끼다시내인생』,『아웃』,『불』과장편소설『질러!』,『런런런』,『페어리랜드』,『지옥만세』,그리고프랑스와베트남에번역출간된『혜수,해수1-영혼포식자』,『혜수,해수2-뱀파이어』,『혜수,해수3-구미호』,『혜수,해수4-네크로맨서』등이있다.

목차


헬로,시카고
너의마지막모습
마이리틀텔레비전

용산역
우리는은행을털었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자본과성공을좇는사회의인간성을잃은사람들
우울한현대사회의풍경을담은임정연소설가의소설집『우리는은행을털었다』가출간되었다.책에수록된다채로운작품들은가성비와효율성,자본이라는현대사회의가치에제동을걸고의문을제기한다.
이번소설집에는타인의고통에공감하지못하는현대사회를비판한「너의마지막모습」,「마이리틀텔레비전」과자본만을좇은나머지자신의삶을벼랑끝으로몰아가는인물들을그린「불」,「용산역」을비롯해총6편의단편소설이담겨있다.
임정연소설가는5년만에출간하는소설집에서극단적인상황과함께그상황에놓인인물의생생한감정들을그린다.단순한스릴러처럼보이는작품들속비틀린인물들이품는끔찍한생각과그들이저지르는범죄는사람간의관계를포기한결과처럼보인다.스스로를고립시키고타인과연결되기를거부할때우리는어디까지추락할수있는가.극단적인인물들을우리앞에펼쳐놓으며저자는비효율적인것으로치부되는관계의형성과감정의교류가부재한지금의우리사회를돌아보게만든다.

순수한아이들의섬찟함은어른의세계로부터온다
표제작「우리는은행을털었다」는돈과자본에잠식된어른의세계가아이들의사고에미치는영향을확인할수있는작품이다.동네친구인은수,준호,정우는용돈이너무적어과자를충분히사먹을수없게되자영화에서본것처럼은행을털기로결심한다.영화에서본대로선글라스와마스크를쓰고은행사전답사까지마친아이들은어린이집가방을들고서로의할일을정한뒤은행으로향하는데….세아이들은과연무사히은행을털어원하는만큼의돈을얻을수있을까?

영화에서는어떤아저씨가장난감총을들고은행으로뛰어들었다.그러자안에있던사람들이바닥에납작엎드렸다.얼굴도못들고벌벌떨었다.(…)은수가영화를골똘히보더니결심한듯고개를끄덕이며말했다.
“은행을털자.”(188쪽)

「헬로,시카고」는로봇강아지와한가족의에피소드를담고있다.아들현수가길에서주워온로봇강아지.죽은반려견을떠올리며아빠는그것을수리해준다.인공지능이탑재된로봇강아지는정상적인작동을하게되자자신을‘시카고’라고소개하고말도하며가족이된다.시카고와깊은감정의교류를나누는현수.과연AI는인간의‘진짜’친구,‘진짜’가족이될수있을까.임정연소설가는순수한아이의눈을빌려인간의자리를대체해가는인공지능의편리함에질문을던진다.

관음의대상이된일상,게임이된타인의고통
「너의마지막모습」은명상동호회를가장한자살카페회원들의이야기를담은작품이다.익명을쓰는사람들이역에서만나펜션으로향한다.함께맛있는고기를구워먹으며그간살아온이야기를나누던사람들은술이떨어지자창문을테이프로막고번개탄을피운뒤수면제를먹는다.하나둘쓰러지는사람들사이‘솔로’가산소캔을들이켜며일어난다.그리고액션캠을꺼내쓰러지는사람들을하나씩화면에담기시작한다.

게임에서빠져나와양쪽옆의모니터를켜고‘마이리틀텔레비전’이라는프로그램을띄웠다.메인화면에서‘1102채널’을선택했다.화면에6개의창이떴다.엘리베이터CCTV,복도CCTV,거실CCTV,스마트폰의화면,아기방CCTV등1102호의모든화면이6개의창에떠올랐다.(82쪽)

「마이리틀텔레비전」의‘나’는평범한회사원처럼보이지만퇴근후회사사람들과이웃들의집을관음하는악취미를가지고있다.‘마이리틀텔레비전’이라는프로그램에는회사사람들의핸드폰을해킹해서얻은집CCTV화면과핸드폰화면,결제내역등이펼쳐진다.‘나’는그들의가족관계와연애등일상과그속의폭력을관찰하며주변사람들의숨기고싶은모습을훔쳐보고즐거움을얻는다.

고립된채무너져가는참혹한개인의세계
「불」과「용산역」은고립된개인들이가닿는극단적인파멸의모습을그리고있다.「불」의주인공은가상화폐투자와실패를반복하며고시원에서살아가는한남자다.그는옆방의반찬을훔쳐먹고담배는나가서피우라는총무의말도듣지않는다.어느날남자는옆방의열린문으로들어가핸드폰을훔쳐팔게되고,CCTV를확인한총무가방으로찾아온다.자신이저지른범죄가들통나기직전,남자는돌이킬수없는선택을내린다.
「용산역」의주인공‘나’는역근처에서구걸을하며집없이사는노숙인이다.자신의자리에누워있는시체를살아있는사람으로착각하고위협하다징역을산‘나’는출소한뒤에도이전과다름없는삶을산다.그러던어느날‘나’는역근처에서돈을빼앗는무리를만나고,그들에게주기적으로돈을빼앗기기시작한다.분노를느끼며복수를계획하는‘나’.그는어떻게궁지에몰린상황을타개할수있을까.

담배한갑버는데한시간이걸렸다.어떻게힘든사람도울생각도안하고지들생각만하는지한심했다.담배를사서허겁지겁빨았다.힘껏빨아들이자담배가타들어가는소리가‘짜지직’하고났다.기분이째졌다.하늘이어둑해지려고했다.슬슬자리를맡아야지그렇지않으면좋은자리를잡지못한다.(1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