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20.00
Description
식민지 조선에도 최애 디저트가 있었다!
시대와 삶, 눈물과 '로맨쓰'로 빚어진 8가지 단맛
'식민지'와 '디저트'.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끼니를 해결하기조차 힘겨웠던 식민지 조선에 디저트, 간식이라니. 그런데 어쩌랴, 그때도 사람들의 최애 디저트가 존재한 게 사실이니. 국내 유일 음식문학연구자로 전작 《경성 맛집 산책》에서 경성의 번화가를 수놓은 외식 풍경과 그 위로 드리운 식민의 그늘을 쫓았던 박현수 교수가 이번에는 당대의 여덟 가지 디저트를 조명한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로 돌아왔다. '힝기레밍그레'하지만 묘한 매력으로 마음을 끈 커피, 고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 팔았던 만주, 작가 이상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 한 멜론, 얼굴보다 커다래 끼니로도 든든했던 호떡, 조선 최초의 탄산음료 라무네, 그때도 이미 연인들의 과자였던 초콜릿, 겨울밤 구수한 냄새로 발길을 붙든 군고구마, 써억써억 얼음 가는 소리만으로도 더위를 가시게 한 빙수…. 배고프고 고단했던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여덟 가지 간식을 통해 그때 그 풍경 속 웃음과 눈물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먹는다'는 행위의 다채로운 의미를 온전히 되짚어본다. 맛집과 카페가 즐비하고 먹방이 무분별한 요즘, 100년 전 이 땅에 도착한 단맛에 섞인 역사와 삶, 비극과 낭만을 두루 살펴보는 깊고 달콤한 교양서다.

저자

박현수

저자:박현수
부산에서태어나고자랐다.성균관대학교에서한국문학을공부했고지금은같은대학에서학생들에게문학과글쓰기를가르친다.얘기나강의를하면재밌는데논문은안그렇다는말에울컥해,독자들에게쉽고재미있게다가가는글을쓰려노력중이다.식민지시대에새롭게등장하거나또한편으로밀려나야했던음식,그리고경성에자리했던음식점에관심이있다.
《경성맛집산책》,《식민지의식탁》,《근대미디어와문학의혼종》,《일본문화그섬세함의뒷면》등을썼다.

목차


들어가며·달콤한문명,식민지를매혹한간식의근대사

1장.커피:모진추위를뚫고다방문을열면

1·형용하기어려운상쾌함과도취
2·도회인의낙,도시인의오아시스
3·경성의핫한다방들
4·최초의다방은어디였을까
5·끽다점이일본에등장해퍼지기까지
6·고독한꿈이악수를청하는공간
*더읽을거리:맛있는커피를사는법,커피를맛있게끓이는법

2장.만주:김이무럭무럭나는놈을뭉턱뭉턱베어먹었더니

1·고학생의궤짝속만주
2·일본전통과자,팥을품다
3·“만주노호야호야!”밤거리를메우는소리
4·만터우,만두,만주
5·찌지않고구워보니단팥빵
6·어금니에뭐라도끼었는지
*더읽을거리:식민지조선의기자가빵장수로변장한이유

3장.멜론:그들의가슴엔이국의향기가안개같이자욱하다

1·죽어가던이상이먹고싶었던것
2·귀하디귀한과류의왕
3·200년역사의과일가게,센비키야
4·더단것이덜단것을밀어내다
5·참외도가만있진않았다
6·멜론에비친모더니스트의슬픔
*더읽을거리:이름은알지만풍미는알지못하는

4장.호떡:밤에두어개신문지에싸가지고와이불속에서

1·굽고찌고팥넣고꿀넣고
2·맛있지만부끄러웠던이유
3·이것이소위‘호떡인’이라는것이다
4·설렁탕집보다많아진호떡집
5·어둡고불결하다는꼬리표
6·호떡이라는이름에담긴속뜻
*더읽을거리:학생들의최애간식

5장.라무네:여름이면서여름아닌고요한행복

1·병속의푸른구슬
2·김빠지지않게하라
3·다방엔없고,극장엔있고
4·사이다에자리를내주기까지
5·전염병이무서워탄산음료를찾다
6·문명의세례이후발견되는자연미
*더읽을거리:나쁜청량음료골라내는법

6장.초콜릿:련애사탕이뭐니?쪼코렛트도모르나

1·디저트의제왕
2·‘로맨쓰’같은맛
3·밸런타인데이없던시절에도
4·초콜릿의세계사
5·맛은물론건강까지
*더읽을거리:혈액에도움되는초콜릿

7장.군고구마:밤이길고입이심심할수록“야키이모!”가구수하다

1·복녀가훔친건감자가아니었다
2·사건의목격자는군고구마장수
3·겨울밤,손수레위양철통
4·군밤을밀어내고겨울대표간식으로
5·화롯불에서편의점까지
6·복녀가훔친것이무엇이든
*더읽을거리:한철장사의비애

8장.빙수:뚝떠서혀위에놓으면서늘한맛이뒤통수까지

1·‘빙수’라는이름에대하여
2·어린이만큼빙수를사랑했던방정환
3·여름을알리는깃발들
4·경성에만400개,빙수점호황기
5·아이스크림에게패배하다
6·얼음,얼음물,얼음우박
*더읽을거리:20전으로피서를즐기는비법

도움받은글
이미지출처

출판사 서평

모더니스트의고독한꿈과고학생들의밤거리행상
커피,만주,멜론,호떡

오늘을사는사람들과이제는떼려야뗄수없는디저트,커피부터시작한다.1장‘커피:모진추위를뚫고다방문을열면’에서는미쓰코시백화점식당이나명치제과등당대최고커피맛집부터카카듀,멕시코,제비등조선인이개업해예술인의아지트가된카페들까지공간중심으로이야기를풀어간다.커피를마시는공간을두가지로나눌수있다던채만식·유진오등의언급이흥미롭다.그들은미쓰코시백화점식당이나명치제과는커피가아무리맛있더라도커피를파는가게이지다방은아니라고한다.여기서말하는다방은단순히커피를파는게아니라‘커피를마시는기분’을파는곳,베토벤과모차르트의음악이흐르고담배연기가득한특유의분위기를제공하는공간이다.오늘날스타벅스를‘공간의경험을파는곳’이라는전략으로세계최고커피전문점으로성공시킨하워드슐츠와100년전경성의다방을드나든문인들의철학이일치한다.2장‘만주:김이무럭무럭나는놈을뭉턱뭉턱베어먹었더니’는가난하고고단한삶을살았던식민지조선인,특히고학생들의생계가되어준만주장사이야기로시작한다.당시신문기사들은만주장수들의힘겨운겨울나기를고스란히전한다.시내식당,술집,여관등을돌아다니며만주를사달라고애걸하면하룻밤에100개정도팔아2원정도의이익을얻는다.학생모를쓰고나무궤짝을멘만주장수가추위에벌벌떨며‘만주사세요’외치는삽화가애처로움을더한다.3장‘멜론:그들의가슴엔이국의향기가안개같이자욱하다’에서가장눈에띄는이야기는아무래도식민지시대의대표작가이상에관한것이다.그가스물일곱나이로죽기직전남긴말이“레몬향기를맡고싶소”였다고알려져있는데사실은레몬이아니라멜론이었다.식민지시대멜론은비싼몸값을자랑하며과일에도‘고급’이있음을처음으로각인시켰다.과일을서열화·위계화했다는점에서근대의논리가파급되는과정을보여주는대상이었고동시에열대의,이국적과일에대한동경이“조선젊은이들의육체와정신에지진을일으켰다”는지적이흥미롭다.4장‘호떡:밤에두어개신문지에싸가지고와이불속에서’를들여다보면당대의배고픔과더불어일본위정자들의식민정책을파악하게된다.지금보다크기가훨씬커서한끼식사가되어주기도했던호떡이든든하지만어쩐지‘부끄러운’음식이었던데는중국에서유래한음식에‘어둡고불결하다’는꼬리표를붙여중국을부정적인존재로자리매김하려는일본의의도가작용했다는설명이다.

“중국을부정적타자로규정하는과정을통해스스로강력한중앙집권국가를건설하는한편,아시아에대한침탈을정당화하려던것이다.모멸과차별로상징되는중국과중국인에대한새로운인식은식민지조선에서도확산되어갔다.(…)호떡집과중국음식점이어둡고불결하게그려진것,또중국인을악마에,그들의거주지를악마의소굴에비유한것역시이러한과정과긴밀하게관련되어있었다.”_172쪽

새로운달콤함이근대에녹아드는방식
라무네,초콜릿,군고구마,빙수

5장‘라무네:여름이면서여름아닌고요한행복’은조선최초의탄산음료라무네를소개한다.라무네는레모네이드(lemonade)가일본을거치면서변형된명칭인데독특한병모양이이목을끈다.탄산이새는것을막으려병의중간부분을오목하게만들고구슬을넣었다.현대의콜라처럼‘톡’쏘는상쾌함으로사랑받은동시에당시유행한수인성전염병인장티푸스,콜레라등을피하려는목적으로도애용됐다고한다.6장‘초콜릿:련애사탕이뭐니?쪼코렛트도모르나’에서는디저트의제왕초콜릿이그때도이미연인들의과자였다는점에주목한다.한국에서기업들이밸런타인데이마케팅을시작하기전부터일찌감치사랑의상징으로자리잡은것이다.이기영의소설《고향》에서초콜릿을‘연애사탕’이라부르고는풀밭을데굴데굴구르며웃는처녀들의모습으로부터어두운시절에도천진하게살아남은청춘의사랑스러움을느낄수있다.7장‘군고구마:밤이길고입이심심할수록“야키이모!”가구수하다’에서는겨울밤손수레를끌고다니던군고구마장수의목소리가아련하다.군고구마가군밤을밀어내고겨울대표간식이된데는요즘개념의‘간식’이라기보다는주린배를채우기에좋은크기였다는점,즉포만감이가장큰이유로작용했다고저자는설명한다.마지막8장‘빙수:뚝떠서혀위에놓으면서늘한맛이뒤통수까지’에서는지금우리에게도친숙한여름디저트인빙수가등장한다.빙수사랑이남달랐던소설가나쓰메소세키,어린이만큼빙수를사랑했던방정환의이야기가실감을더한다.‘빙수업’은한철장사였기에계절이바뀌면생계를위해군고구마나팥죽등으로업종을전환했다고한다.

“1903년5월부터는〈제국신문〉에‘국영당’이라는빙수점광고가연속해서실린다.빙수를먹고나서배탈이나는것에대비해미리예방약을가미한빙수를판매한다고광고했다는점이흥미롭다.(…)배탈이날것을감수하면서도먹을만큼빙수가인기가있었다는것을말해준다.”_334쪽

배고프고고단했던사람들을위로한‘모던’간식
소설과기사,다채로운이미지자료로경성을다시읽다

《호떡과초콜릿,경성에오다》는전작《경성맛집산책》처럼풍부한사진과일러스트,소설과기사자료를통해식민지조선을섬세하게복원한다.전작이경성의거리와장소를중심으로당대‘핫플’을재현했다면이번에는여덟가지디저트메뉴자체에집중해그유래와정착,인기와변화의풍경을조망한다.여덟가지의선정기준은당시사람들이가장즐겨찾고좋아했던간식이되,다양하게소개하고자비슷한종류는중복되지않도록했다고저자는밝힌다.그러다보니아이스크림이나사이다처럼충분히사랑받았으나불가피하게제외되어서운한간식도있다고덧붙인다.오랜시간문학을통해한국의식문화를탐구해온저자만의성취가여전히돋보인다.인물사이의갈등과배경을통해추위속에서분투하는행상의모습부터외상값에시달리는고단한얼굴까지꼼꼼히그려내는당대소설작품들은어떤단편적인사료보다귀하다.박태원,이상,이효석,심훈,김동인,이광수등국문학사에서빼놓을수없는작가들을비롯해나쓰메소세키와루쉰등일본과중국문학을오가며식민지조선을탐구하는동안독자는음식과삶,맛과시대가고색창연하게어우러지는지적경험을누릴수있다.

“누구보다열심히모던을좇았던이효석이근대조선의자연미를발견한것을이상하게생각할지도모르겠다.하지만그것역시가장푸른존재를라무네라고생각한것과마찬가지이유였다.‘순수하다’,‘깨끗하다’는근대자연의아름다움은문명의세례를거친사람의눈에만보이는것이기때문이다.”_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