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뉴욕 : 편견과 편애의 리스트 - 아무튼 시리즈 72

아무튼, 뉴욕 : 편견과 편애의 리스트 - 아무튼 시리즈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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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 일흔두 번째 이야기. 뉴욕 맨해튼의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며 국내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신현호의 첫 에세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뉴욕과 모르는 뉴욕이 뒤섞여 하나의 지도를 이루는 이 책에는 여행자의 시선과 생활인의 감각으로 건져 올린 매력적인 뉴욕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1부 ‘뉴욕에서 길 잃기’에는 저자가 뉴욕에 처음 입성한 순간부터 낯선 도시 생활에 적응해나가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언어와 음식, 사고방식의 차이 등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느낀 감각들을 통해 우리 삶의 무정형성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한다.

2부 ‘뉴욕에서 길 찾기’는 비교적 우리에게 잘 알려진 뉴욕의 여러 장소와 음식, 예술 등을 중심으로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 숨은 스폿들도 포함되어 있어 뉴욕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는 말한다. “뉴욕에서 길을 잃는 건 꽤 멋진 일”이라고. 무수한 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복잡한 지도를 읽어 내려가듯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은 뉴욕 곳곳을 헤매다 보면, 다양한 인종과 문화 속에 섞여 사는 한 개인의 성장담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신현호

저자:신현호
뉴욕에서10년넘게거주중인회사원.실용적낙관주의자이자산책애호가.주40시간을제외한나머지시간에는음식과여행에관한글을쓰거나요리를한다.뉴욕의겨울을싫어한다.

목차


프롤로그

1부뉴욕에서길잃기
미래완료형시제
이삿짐의고고학
뉴욕에서살아남을수있다면
오래된뉴욕,진짜뉴욕
팬데믹의기억
한아름마트에서울다
가난한외국어
슬픈한식
기억이담기는장소
세계의끝,코니아일랜드

2부뉴욕에서길찾기
뉴요커가되기위한체크리스트
타임스스퀘어를좋아하는법
가면증후군의반대말
뉴욕의맛
여름김장
근본주의자의햄버거
사치스러운피크닉
직장인의갤러리산책
재즈클럽
크리스마스의차이나타운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8p
한때서울은나에게명백한오답이었다.하지만떠나고나서야비로소서울을진심으로좋아할수있게되었고그곳에도다른버전의정답이존재한다는사실을깨닫게되었다.먼미래에뉴욕을떠날때똑같은방식으로이곳을그리워하게될것이다.

24p
공항에는떠남과돌아옴이있고만남과헤어짐이있고기다림과허전함이있다.물론이같은감정들은세상어디에나있다.하지만모든곳에균질하게분포하는것은아니다.어떤감정들은특정장소에서더밀도가높다.공항은사랑과그리움,설렘,그리고내가속한도시로돌아왔을때의안도감,보고싶었던사람을다시만나는기쁨의밀도가높아지는곳이다.

36p
내가만났던많은뉴욕사람들이말버릇처럼행운을이야기했다.행운이라는단어는개인적이고특수한상황을보편적으로만들어준다.마치여기에도착한것이우주적섭리의일부이며정해진운명이라도되는것처럼.그리고뉴욕이라는도시에서생존은중요한문제이다.거대하고불안정한,예민하고냉정한뉴욕에서살아남는데는정말운이필요하다.뉴욕은그운이자기것이라고믿는운명론자들을위한도시일지도모른다.

65p
처음뉴욕에왔을때H마트는‘한아름마트’라는조금더정겨운이름이었고규모도지금처럼크지않았다.미국의그로서리에서살수없는삼겹살이라든가무말랭이나오징어채같은밑반찬,포장김치같은것들이시야에있는것만으로도타지생활이훨씬더견딜만해졌다.이제와서는H마트가없는이민생활은상상하기힘들다.누가미국어떤도시로이사간다는이야기를들었을때할수있는가장큰걱정은아마도‘거기는H마트도없는데?’일것이다.

75p
종종영혼이몸을빠져나가전지적시점이되어남들이치열하게의견을주고받는회의속에서혼자초등학생같은문장으로말하고있는자신을바라보고는한다.모국어가유려하면유려할수록내영어문장은더초라하게느껴졌다.자신의이런바보같은모습을외면해야외국생활을견딜수있다.새로운언어에충분히익숙해질때까지대략몇년,길게는몇십년동안어눌한상태,좋게말하면어린아이같은상태를버티고있어야한다.어지간히낙천적이거나둔하지않으면쉽지않은일이다.

117p
“뉴욕사람들이지겨워지면언제든타임스스퀘어에가면돼.거긴뉴요커들이없거든.”타임스스퀘어의초입에서친구가시니컬한농담을던졌다.우리는미드타운을가로지르는42번가를달리는택시안에서창밖을보고있었다.영국사람들이끊임없이영국음식으로농담하는것처럼뉴욕사람들은타임스스퀘어로농담을한다(어느도시나이런농담거리가하나정도는필요하다).

149p
여행자와이민자와뉴욕토박이들이길바닥에뒤섞여8달러짜리무슬림의음식을먹고있다.이풍경속에서는누구나뉴욕이라는거대한모자이크의한조각이된다.아무리생각해도난이장면보다더뉴욕이라는도시를정확하게묘사할수있는방법을찾지못하겠다.

186-187p
재즈는무규칙적이고즉흥적이면서지적이다.화음과코드진행은늘우리의예측을벗어난다.자유롭고다른장르와의융합을두려워하지않으며무한히확장한다.이음악은뉴욕이라는도시를닮아있다.뉴욕에서재즈가발전한것은그런의미에서당연한인과관계처럼느껴진다.지난세기내내7번애비뉴한구석피자집과세탁소사이같은자리를지키고있던오래된재즈클럽의문을열고열다섯개의계단을내려갈때마다생각한다.현재의뉴욕에사는나도지금재즈역사의한장면을목격하고있는증인일지도모른다고.

192p
뉴욕이라는도시에서내가느끼는편안함도사실비슷하다.미국사회에뿌리내리지못하고뉴욕주류에영원히편입될수없을거라는두려움이있지만,한편변두리에있어서안심이되기도하는것이다.나에게주어진적당한무관심이만들어내는뜨겁지도차갑지도않은온기.나의크리스마스는영원히이들의크리스마스와같아질수없겠지만뉴욕이란도시는너무나다양해서어딘가에는나같은사람이반드시존재할거라는안도감.그리고그런사람들과언제든마주칠수있는장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