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상상력 : 관계와 사회의 새로운 힘을 모색하는 사람들

돌봄의 상상력 : 관계와 사회의 새로운 힘을 모색하는 사람들

$17.00
Description
누구나의 삶에서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불안이 돌봄이다. 또 가장 사적이면서도 가장 공적의 의제가 돌봄이다. 『돌봄의 상상력』은 지난 2년간 저자들이 다양한 돌봄의 당사자들, 새로운 사회적 돌봄을 실현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 돌봄에 연루된 우리 삶의 진면목을 이야기로 녹여낸 책이다.
저자들은 돌봄이 “실패와 좌절, 더할 나위 없는 기쁨과 보람, 사랑과 증오 등 감당하기 어려운 정동들로 요동”치는 것인 동시에 “단지 윤리거나, 단지 착한 시민의 이상이거나, 단지 온기 있는 공동체의 소망이 아니라 지역, 인구 분포, 연령, 세대, 산업 형태, 자연 환경 등을 포개놓고 살피고 분석하면서 통합적인 디자인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구체적인 돌봄의 서사, 상상력을 자극하는 돌봄의 프로젝트들을 두루 보여주는 이유다.
자녀 양육, 배우자 돌봄, 노부모 돌봄, 장애 돌봄의 내밀한 이야기부터 사회적 양육, 통합 돌봄, 방문진료, 성소수자 서로 돌봄 같은 다양한 시도까지 돌봄의 현주소와 새 지평을 다채롭게 담았다.

저자

김영옥,류은숙


저자:김영옥
노년의삶과그를둘러싼돌봄을연구하고,노년당사자와관련인을만나고듣고기록한다.
『돌봄의얼굴』(공저),『늙어감을사랑하게된사람들』,『흰머리휘날리며,예순이후페미니즘』,『돌봄과인권』(공저),『새벽세시의몸들에게』(공저)등을썼다.

저자:류은숙
1992년인권운동사랑방활동가로출발,2006년부터현재까지인권연구소‘창’의연구활동가다.인권운동속에서돌봄의가치와실천을고민하고있다.『인권을외치다』,『돌봄과인권』(공저),『사람을옹호하라』,『여자들은다른장소를살아간다』등을썼다.

목차

서문|돌봄과인권이삶위에포개지도록

행운의여신대신함께하는당신을
장애·비장애자녀돌봄

돌봄을협상의자리로
배우자들의서로돌봄

도망치는남자
남성의부모돌봄

이제,사랑의시간
비혼장애여성의독박돌봄

서로돌아보며키우는운동의힘
장애여성운동의장애·비장애활동가

‘약해진’남자들,서로돌봄에팔걷어붙이다
성소수자서로돌봄

죽음을상실한시대,‘나의죽음’을찾아서
호스피스완화의료

우리동네원더랜드
발달장애인단기거주시설

아이가디딜땅을함께다지기
사회적양육,마을건강센터의아동돌봄

그사람이보였다!
방문진료

재생산을생산하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매일건물올리는의사
지역사회통합돌봄

노년의삶속으로
여성돌봄노동자들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돌봄에삶이휩쓸리지않도록,
나의돌봄에닥친/닥칠현실을이해하고의문을해소할길잡이
사회적인돌봄을실현하는다채로운도전들의지향과현주소

돌봄에는눈물과분노,상실과그리움,회한과다짐그리고마땅한언어를찾기어려운복잡한감정들까지종잡을수없이교차한다.그리고개인과가족부터시민사회,지역사회,지자체,국가,지구적세계가복잡다단하게연결되어있다.돌봄은그만큼가장사적인생애의이야기인동시에가장공적인의제다.가장구체적이고가장보편적인주제다.

그런만큼돌봄에관한이야기는넘칠만큼많다.고단하고고통스러운개인들의서사가있고,세계를새롭게재구성하려는논의,그럴듯한정책,그에따르는비판까지쏟아진다.

『돌봄과인권:돌봄으로새로쓴인권의문법』(2022)을함께쓴김영옥,류은숙두저자는책을낸뒤,여러현장에서만난이들이토로하는갈증과거리감을마주한다.그리고돌봄의경험속에서구체적으로우리는어떤경로를겪는지,어떤도전에직면하고또어떻게문제를해결하고있는지,사회적으로제도적으로어떤변화가필요한지모색하기로한다.

저자들은지난2년간자녀양육,배우자돌봄,노부모돌봄등의당사자부터각지의요양병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발달장애인단기거주시설등을꾸리는이들까지32명을심층인터뷰했다.또별도로세미나팀,활동가캠프등을꾸려연구의깊이를더하는한편으로,일본오사카사회복지법인하트풀,한신의료생협등을직접방문취재하기도했다.『돌봄의상상력』은그결과물로서,돌봄에연루된우리삶의다층적이고내밀한면모를소설같은이야기에녹여냈다.

“돌봄을추상적인윤리강령으로,정의로운주의주장으로내세우는건돌봄생태계에아무런보탬이되지않는다.언제나돌봄의실질적인요청을급작스런‘닥침’이나당혹스런‘호출’로만만나게된다면,시민사회가헛돌고있다는징표다.시민의시민됨,즉시민적덕성을무엇보다돌봄의실천경험,돌봄의역량,돌봄자산을기준으로이해하는전환이필요하다.”_‘서문’,10쪽

만인만색의돌봄의현주소
누군가를돌보는일은어쩌다고통과고난이되었는가

준희와수연은장애-비장애다섯살쌍둥이형제를둔부부다.아이들이태어난뒤둘의삶은완전히뒤바뀌었다.매일새벽깨는아이,각각어린이집과재활치료를가는아이들일정,당장해야할업무등을두고퍼즐맞추듯그날그날의스케줄을정한다.맞벌이에서외벌이가된빠듯한살림도불안하다.장애의끝은어디일까,비장애형제자매의성장또한그장애의영향을받는다던데하는고민도커진다.더욱이‘자폐아가있는가정의8할은이혼한다’,‘아빠들은장애아돌봄에서다달아난다’하는세간의말들도마음을후빈다.

평소사회정치적가치관이배울만하다싶었는데사고를당하자똥오줌수발을아내말고다른사람에게맡길수없다고고집을부리는남편,부모를돌봐야하는상황이닥치고서야육십평생누군가를돌봐본적없는자신을발견하는‘남자’도있다.

이책은이렇듯누군가는바로지금겪고있는돌봄의상황,막연하게‘어쩌지?’불안한마음으로상상하게되는돌봄의상황을구체적인이야기에담았다.그런만큼돌봄에맞닥뜨렸을때마음에휘몰아치는감정의파고들이고스란히전달된다.돌봐야하는대상도,돌보는대상도각기다른이야기지만그현실,그감정은익숙하게전달된다.

왜돌봄뒤에‘닥쳤다’는말을붙일까.흔히어떤일이‘닥친다’앞에는시련,위험,역경같은말이오는데누군가를돌보는일에닥친다는말이왜이렇게잘들러붙을까.그만큼누군가를돌본다는일은보편적인일이면서도자기삶의경로를수정하고계획을다시짜야하는큰일이기도하다.그리고엄연히존재하는생로병사를,누군가를돌봐야하는상황을구체적인공포로받아들이는사회가정상일리없다.
이책은각각의사연에해법을다는대신,아주간단해보이는돌봄의국면에도얼마나여러겹의역할이필요하고,다양한질문들로갈등하게되는지여실히보여준다.돌봄의그진면목을이해할때비로소다음으로나아갈수있기때문이다.

“돌봄이당장공적의제로다뤄진다고해서정의로운제도로부드럽게안착하는그런낭만은없다.돌봄의배치를달리하는상상력이필요하다.(…)돌보고돌봄받는몸들은이런배경속에서서로의관계를기획하고끊임없이움직인다.성공,결렬,어느정도의포기,재시도,재도약….매순간이기획을어떻게실현케할것인가,협상이필요하다.”_‘돌봄을협상의자리로’,53-54쪽

돌봄을중심으로
관계와사회의새로운힘을모색하는사람들

“그냥지쳤어요.모든관계가노동이에요.눈뜨고있는모든시간이노동이에요.”

드라마<나의해방일지>속주인공염미정의대사다.아프고다치고늙어돌봄이필요할때조차돈걱정,일걱정부터하는것이보통의삶이다.노동의시계에맞춰삶이돌아가고,돌봄은이른바‘생산활동’의부차적인것으로여겨진다.그런사회에서돌봄은삶에‘닥치는’것이된다.

이책은각자의고단한삶을극복하고이질서를대신할다채로운시도들을보여준다.의사,활동가,사회복지사등이주민들과함께지역사회아이들을돌보는사회적양육프로젝트,수십년전병원하나없던빈민촌에뜻을모아만든조합에서출발해이제돌봄으로영역을넓히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질환만이아니라환자의삶자체를직접찾아가돌보는방문진료,돌봄과의료가별개가아니기에지역사회통합돌봄을기획하는의사,HIV감염인끼리서로를돌보는퀴어공동체까지.

아직내용이희미하거나성과가미미한경우도있다.재정부족,사회의냉담처럼이들이부딪히는한계도있다.그러나이들의시도가정부의정식‘사업’이되고,더많은지역으로,더많은사람에게퍼져실현되고있다는것또한분명하다.여기서중요한건프로젝트하나하나의내용이아니라이들이지향하는그끝의지향점이다.바로서로돌보고같이돌보는관계를만들려는도전,돌봄을중심에놓고삶을재구성하려는시도라는공통분모다.

저자들은“돌봄의경험은실패와좌절,더할나위없는기쁨과보람,사랑과증오등감당하기어려운정동들로요동”치는것이라고말한다.그러면서도“또한단지윤리거나,단지착한시민의이상이거나,단지온기있는공동체의소망이아니라지역,인구분포,연령,세대,산업형태,자연환경등을포개놓고살피고분석하면서통합적인디자인해야하는대상”이돌봄이라고도말한다.그중어느하나가아니라그모두다.이책이구체적인돌봄의서사,상상력을자극하는돌봄의프로젝트들을두루보여주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