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꽃을 아침에 줍다

저녁 꽃을 아침에 줍다

$59.00
Description
도록 『저녁 꽃을 아침에 줍다』라는 제목은 루쉰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입니다. ‘지켜봄’과 ‘기다림’의 뜻이 담겨 있지요. 제가 도록 제목으로 빌려 쓰며, ‘아침 꽃’을‘저녁 꽃’으로 바꾼 것은 아예 버려진 존재들을 살리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밀려난 이웃과 사회 뿐 아니라, 글씨도 쓰다보면 버려진 글씨들이 많습니다. 그러나‘그런 하루를 살아낸’ ‘내가’ 쓴 것이기에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글씨들이요, 다시 살리면 근사한 글씨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 홍순관

저자

홍순관

저자;홍순관
열살에서예를배웠고대학에서조소를전공했다.
이후,35년간싱어송라이터로활동하며15개국가에서공연했다.
꽤다양하고많은일을하고있지만조그만작업실에서혼자있는것을가장좋아한다.
음악,미술,무대,방송등다양하게활동한경험과정서를
모아유일한분단국가에아트피스뮤지움을짓고자하는것이오래된꿈이다.
지금용인에서비영리단체'춤추는평화'를꾸려나가고있다.

목차

작가,여는글

글씨를본다는것은6
노랫말과한글서예가장먼거리10
가장먼거리12

작품16
노랫길서옛길106

출판사 서평

홍순관이걸어온한글서예의길
루쉰이아침꽃을저녁에줍는것처럼신중한기다림을말했다면작가는더나아가소외된이웃과외면당하는사회를살리려는뜻을담았다.『먹만남다』에서그뜻을전했다면,도록과전시에서는그뜻을실천에옮겼다.그런그의한글서예를도록과전시에서만나볼수있다.
글씨를본다는것은,마음을보는일이다.글쓰는사람이마음으로글씨를쓴까닭이다.그리하여글씨를보는사람도존재전체를동원하여보고느껴야한다.글씨가어떻게이어져왔는지,누가어떤글씨를,도대체왜쓰는지살펴보고알아보고난다음에야어렴풋이글씨는보이기시작한다.
‘매일살면서오고가는우리말을쓰는것’이한글서예다.바로세종이‘정음-옳은소리-’을만든이유다.제글자를가지지못하여매일쓰는말을단한번종이에옮겨보지도못했던사람들을위해만든글자다.그렇게살아가는시민들에게죽을힘을다해세종은소리글자를선물한다.글씨를본다는것은,바로그소리를보는일이다.
사람도저마다조금씩다른높낮이와길이와셈여림과독특한말투가있다.그렇게주고받는말을종이에옮기는것이바로한글서예다.자연,글씨도말투만큼다르다.달라야제맛이다.그것이자연스럽다.말은몸에밴생각을꺼내놓는일이기에그것이곧,서예로쓰는문장이되어야한다.한국사람인우리는한글을쓸때가장자연스러운글씨를쓸수있다.

사람이산것전체가글씨가된다.그것이우리가쓰는서예다.

세상을향했던관심과사랑이여기글씨로모이다
그는어려서부터재주가많았습니다.음악과미술과문학등에서두루뛰어난재능을보였습니다.게다가개별장르안에서도창작과연주와행위에심지어연출까지망라하는솜씨를발휘하곤하였습니다.
하지만이런말은좋은뜻으로만하는것은아닙니다.옛말에한가지재주가있으면밥을먹고살지만,열가지재주가있는사람은빌어먹는다는말이있습니다.이말은제가우리어머니로부터어려서부터귀에못이박히도록들었던말입니다.잘할수있는것이많다가보니,한가지에만족을하지못하고그래서한자리에안주할수도없다는말일겁니다.
그의지나온얘기를들었습니다.그에게는죄송하나듣는내내떠오른것은저의어린시절이었습니다.그가걸어온길과제족적의흡사함속에서저는계속솟아오르는저의기억에서벗어나기가어려웠습니다.서로가걸어온방향이비록다르지만,궤적의흡사함은마치저의과거를들킨것같아제얼굴이붉어졌습니다.

오스트리아의소설가아르투어슈니츨러가환갑을맞았을때,같은도시빈에서평생을살면서한번도만난적이없었던정신분석가지그문트프로이트가용기를내어그에게축하편지를썼습니다.편지에서프로이트는자신과너무나흡사하여도플갱어처럼느꼈던슈니츨러를애써피하려고했다는그간의속내를고백했습니다.
프로이트는의사이자정신분석가이고슈니츨러는소설가라는각기다른분야에있었지만,슈니츨러가소설에서보여주던인간에대한견해를읽은프로이트는자신과참으로흡사하다고생각했습니다.그리하여프로이트는닮았다는부끄러움이그에게쉽게다가가는것을막았다고밝힌것이죠.
저는그의이야기를들으면서슈니츨러를만난프로이트의심정이연상되었습니다.물론그의활동은저에비해서모든면에서훨씬도전적이며,성취는더욱크고,완성도도아주높습니다.그래서여전히호사가의수준에머물러있는저와는비교할것이되지못하지만말입니다.감히저와비유한점을널리용서해주시기바랍니다.

그는중학교시절음악선생님의눈에띄어선생님의짧은지도끝에성악대회에나아가최고상을받습니다.그리고음악선생님의사랑을독차지하며음악세계로들어갑니다.미션스쿨인고등학교에진학하자성가를불러서온학교를휘어잡습니다.책가방대신에기타를들고등교를해도아무도제지하지못하는면죄부를교장선생님으로부터부여받습니다.그렇게학교의음악스타이면서동시에특출난미술의재능을보입니다.당대최고의경지에있었던서예의대가였던그의아버지는귀한아들을곁에두고싶어했습니다.반면그런아들이종종그러듯그는아버지로부터달아나서울로갈궁리만했습니다.방법은그의고향대학에는없었던전공을택하는것이었습니다.그렇게그는조소를선택합니다.
우여곡절끝에그는조소전공으로미대에진학합니다.그리고대학축제에서미술전공임에도넘치는의욕과재능으로행위미술을공연하였습니다.그때마침뉴욕에서귀국한무용과교수님이그의공연을보고커다란인상을받습니다.이후로교수님이제작하는많은현대무용공연에서그는무대미술을도맡습니다.
그러면서그는이제남을위한노래를부르기시작합니다.기타를들고세계를돌아다니면서더나은세상을만들기위해목청을높였습니다.자신이작사와작곡에노래와반주까지한것이죠.일본군성노예문제를알리기위한공연이10년,평화박물관건립을위한공연이10년,결식학생을위한공연이5년에다,그외에통일,환경,디아스포라등200회가넘는공연을하며무심한세상의고독한나팔수를자처했습니다.그렇게내놓은정규음반이10집에이릅니다.
또한전공을살려서자신만의설치미술세계에탐닉합니다.예술가를자처하는많은이들이세간의인기와돈을쫓을때,그는다만자신이불러야할노래만을부르고자신의만들어야할작품만을만들며35년의세월을묵묵히걸어왔습니다.

그렇게음악과미술과문학을아우르며여러무대를넘나든그를바라보면,모든예술은사실하나이며어떤장르에서무엇을표현하더라도그런것은모두수단에불과하고예술가가나타내려는것은작가의정신이라는진실이뚜렷해집니다.그는오직자신의내면에서터져나와서말하지않을수없는것만을노래하며여기까지걸어왔습니다.
그런그가이번에는서예를통해서새로운말을,그만의세계를세상에내놓습니다.아버지로부터이어온그의혈관에흐르는서예를향한뜨거운사랑과분출하는열정의작품들입니다.긴시간동안제가짐작도할수없는추위와외로움속에서탄생했을노고의소중한결과물들입니다.한글을자랑하고내세우면서도정작우리가별반주목하지못했던한글서예분야에획을긋는새로운깨달음의잔치가될것입니다.
어쩌면이번전시는평생세상과남을위한노래만불러왔던그가비로소내놓은자신을위한노래일지도모른다는생각이듭니다.
-박종호(풍월당대표)

한글서예전시회도함께열려
이번출간과함께홍순관의한글서예작품세계를한눈에확인할수있는전시회도열린다.누구나배워쓰기쉬우나구성은단촐하다여겨지는한글로작가홍순관은그동안어떤붓의길을만들어왔을까.『먹만남다』가한글서예에관한홍순관의뜻을한권의책에모은것이라면이번전시회는그뜻이종이위에서실현된바를하나의시공간에모아겪어볼수있게한것이다.글로알게될뿐아니라,눈으로,마음으로,온몸으로끌어안는데까지가기를바라는마음에서열게된전시다.전시회를기해도록『저녁꽃을아침에줍다』(풍월당)도함께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