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사람들 (문래동 야간 택시 운행 일지)

밤의 사람들 (문래동 야간 택시 운행 일지)

$15.00
Description
“아직 우리는 견디는 중입니다.”
“아직 우리는 견디는 중입니다.”

생활인이자 시인인 이송우가 야간 택시를 운행하면서 만난 우리 시대 사람들. 하루치 노동을 마친 땀내 나는 청년들부터 콜을 부르지 못해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 노인들까지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택시 운전사는 이들과의 만남과 대화에서 ‘우리 시대’와 ‘자신의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떠올린다. 남자 친구의 면회 시간에 맞춰 서울구치소로 가는 길을 재촉하는 여성한테서 어릴 적 대구교도소에서 아버지를 만난 기억을 떠올린다. 이제는 야근하지 않는 광고회사 국장한테서는 큰 기업에서 대여섯 시간만 자며 일하던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 떠올림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 생존자의 아들, 곧 ‘빨갱이 자식’으로 자라면서 그가 겪어야 했던 견딤의 정서다. 이 책은 글쓴이가 택시 운전사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묶음이자,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과 나눈 대화록이다.
저자

이송우

저자:이송우
2018년시<유신의기억>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나는노란꽃들을모릅니다》,《신세기타이밍》이있다.
‘인혁당재건위사건’수형수인아버지,3남매를키우며아버지를옥바라지한어머니의영향을받아자랐다.23년동안기업에서마케팅/분석업무를하다가퇴직하고,프리랜서마케팅데이터분석가로일했다.2023년중반이후경기악화에따른일감감소로,2024년약6개월동안법인택시운전을병행했다.이책은그때택시운전사로만났던사람들의이야기묶음이자,그이야기속에서자신과나눈대화록이다.
어제얻은성찰덕분에오늘을충만하게살고내일을겸허하게받아들일수있다고믿는다.앞으로‘과거와현재,미래가나누는서사’를확장해갈생각이다.

목차


책을펴내며

1부청년들
조울증그녀
모텔촌을향하는청춘남녀
조소작가들
벤츠영업사원
패션마케터들
피시방가는청년
심리학연구자
불금의청춘들
미대입시생
땀내나는청년들
‘멸실’되고‘폄훼’된사람들
예비신부와그친구들
첫째딸

2부인혁당재건위사람들
‘광인’이영호와‘교수’조영건
빡빡산할머니
큰아버지
내친구형직이
철인28호
열음문학동인회
아버지와어머니

인혁당재건위사건피해생존자들
면목동할머니

3부우리들
대리기사
초로의남성
보험사영업사원들
저가득한뒷좌석의사람들
세일즈맨
취객
대표님
칠십대여인
중동사업가
광고회사국장
장거리손님
아시아나선후배동료들
나는택시운전사였다

연대의말·밤을지새우는사람들·함세웅(신부)

출판사 서평

야간택시운전사가만난우리시대사람들

정오를막지난시각에포스코뒷골목에서이십대여성한명을태웠다.그녀는서울구치소로가고자했는데이동시간30분을요구했다.카카오택시앱이예상한시간은40분이었다.앱에서알려주는대로운행하는데갑자기승객이“이상하다”라는말을반복했다.그녀의요구대로경로를재설정해달리는데도그녀는계속불만을제기했다.예상시간에택시가구치소앞에도착하자,그녀는“제가조울증이있어서요”라말하고면회소로총총히들어갔다.

면회소를향하는승객을보며택시운전사는대구교도소에서아버지를만난초등학교저학년생때의어느날이떠올랐다.그날교도소장이특별면회를허락해서어머니와3남매는소장의접견실에서아버지를만났다.정치범이었던아버지에게특별대우를해준것이다.아버지와식구들은어머니가준비한음식을먹었고,어머니는교도소장과교도관들에게음식일부를대접했다.택시운전사는승객의남자친구가어떤이유로구치소에갇혔는지알수는없었지만,정장원피스차림으로종종걸음을치는그녀의급하고애타는마음을이해할수있었다.

이책은생활인이자시인인이송우가야간택시를운행하면서만난우리시대사람들이야기다.하루치노동을마친땀내나는청년들부터콜을부르지못해손을들어택시를잡는노인들까지다양한주인공들이등장한다.택시운전사는이들과의만남과대화에서‘우리시대’와‘자신의과거-현재-미래’를동시에떠올린다.남자친구의면회시간에맞춰서울구치소로가는길을재촉하는여성한테서어릴적대구교도소에서아버지를만난기억을떠올린다.이제는야근하지않는광고회사국장한테서는큰기업에서대여섯시간만자며일하던자신의옛모습을떠올린다.그리고이떠올림의바탕을이루는것은인혁당재건위사건피해생존자의아들,곧‘빨갱이자식’으로자라면서그가겪어야했던견딤의정서다.이책은글쓴이가택시운전사로만났던사람들의이야기묶음이자,그이야기속에서자신과나눈대화록이다.

‘빨갱이자식’의성장서사

4월9일은국제법학자협회가선언한‘세계사법사상암흑의날’이다.1975년4월9일새벽,소위인혁당재건위사건관련자8명이대법원에서사형확정판결을받은지불과20여시간만에사형당했다.이책을쓴이송우는인혁당재건위피해생존자인이창복의아들이다.전도유망했던이창복의삶은8년간수형생활과이어진12년간보호관찰로무너졌다.그리고연좌제에따른직업선택의자유침해,빨갱이가족이라는낙인으로가까운친구들에게말한마디못했던오랜시간,가까운친구를만들기어려웠던,아니만들어서는안됐던환경.이송우역시그렇게주홍글씨를숨기고살았다.

지긋지긋한이국가폭력의기억은‘인혁당재건위피해자대상국가배상금반환소송’을통해다시피어났다.그리고2023년6월,장장10여년을끈사건,특히나최근몇년간이송우의삶을갉아먹은이다툼은부모님의부동산을매매하고,매매금의대부분인약5억원을소위‘부당이익금’이라는명목으로고등검찰청소송과에납부하면서종결됐다.이과정에서이송우는“아무도없는교실에서혼자책을읽거나때로는어머니를기다리며혼자앓았던,빨갱이자식이라고나무에묶인채다가오는밤에몸서리쳤던,나고자란곳을떠나야했던,그래서누구에게도가족사를말하기두려워했던,폭력에맞서기위해폭력으로대응하고자했던소년을생각한다.”

이렇게청소년기의중요한심리과제인‘사회화’를제대로배우고익히지못한이송우는직장생활하고나서야사회화훈련을받았던것같다고고백한다.누군가와합을맞추지않으면성과를낼수없는협업의구조가그의눈과귀를열었다.그리고이제그는야간택시를운전하면서스스로불편을추구하기에이르렀다.그는“반갑게인사하고승객들의말에귀를기울인다.무거운짐을싣고내린다.외진길은후진으로나오는한이있어도진입한다.회차시간이라도길가의노인은태운다.”봉인에서해제된고통스러운기억을통해그가마주한것은성숙해진자기자신이었다.

아직우리는견디는중입니다

15년전에글쓴이는택시운전사자격증을땄다.칸타코리아에서약10년간일하던때다.자격증을따고난다음삼성전자프린팅사업부와그후신인HP코리아에서13년을일했다.그리고약2년전‘삼성출신마케팅인력은(임원)승진이사실상어렵다’라는내용을통보받은뒤미련없이회사를나왔다.그뒤칸타코리아로돌아와프리랜서데이터분석가로일했다.그러다2023년중반에삼성반도체사태가벌어졌고,삼성전자의프로젝트가끊기다시피했다.그는택시운행을병행하게됐다.

글쓴이는야간택시를운행하면서자기와비슷한처지의승객들을만났다.미술을전공하고그것을생업으로삼았던대리기사,대기업임원으로남부럽지않은삶을살았던대리기사를만났다.대기업임원출신대리기사는이태원참사로자식을잃고밤에도저히잠을잘수없어대리기사가됐다.또한정부지원으로중동사업에뛰어든사업가,승진회식을마치고돌아가는만취한가장,아이들이걱정할까봐몰래병원을가는중년의여인,콜을부르지못해손을들어택시를잡는노인들도만났다.그들의사연은제각각이었지만,모두지치고힘들어보였다.이책은우리시대의작은‘만인보’다.

글쓴이가밤의택시에서만난사람들을기록하는바탕에있는정서는바로‘견딤’이다.그견딤은인혁당재건위사건피해생존자의아들로자라면서그가겪은경험의산물이고,지독한경쟁속에서중고등학교를졸업하고,간신히대학교에입학하고,다시쉼없는경쟁을거쳐대기업에입사했는데결국물러나야만했던치열한삶의산물이다.글쓴이는섣불리낙관하거나쉽게비관하지않는다.“아직우리는견디는중”이라고“아직우리는힘을모으고있”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