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

이명숙

저자:이명숙
일본오사카에서해방둥이로태어난이명숙은수송국민학교,숙명여중고,서울대치대를졸업했다.미국유학시에는세계적인석학Dr.JosephR.Jarabak문하에서교정전문의과정을수료했고연세대치대에서교정학교수를역임했다.서울여의도에서이명숙치과의원을30년동안열어환자들을치료했다.대한민국예술원회장고이준화백의딸이자,국제법학자고백충현서울대학교법과대학교수의아내다.평소시에대한애틋한사랑으로시와에세이를써왔다.〈옥니썩은니뻐드렁니〉〈뒤돌아보기〉〈환자보고그림모으고글쓰며여태껏산다〉를출간했다.

09시집한권/12사랑은/14연인사이1/16연인사이2/18연인사이3/20연인사이4/22연인사이5/24연인사이6/25사제사이/28와인한잔?/30“그림에시를붙여”/32JarabakTech./34아린손끝에/38윤슬/39윤슬을그리다/42사랑이끝나갈때윤슬이머뭅니다/44서로사랑하므로가면버려준다/46밤그리고벚꽃/48시선이머무는곳/50붉은바다/52분할/54구름그리기/56구름그리기1/58기도/60해와달,동서남북/62석채화/64‘시’란/66동백그붉음이여/68꽃엄마/70병을부른꽃향/72아지랑이핑크는찔레꽃색깔/74나는붉다너를품어서…/76물망초/78“인동초는금은화”다/80소쩍새우는밤,우는낮/82세월이다~가버린…/86눈부신사랑이여/88굴레/90까다롭지않은내친구하나,둘,셋/92웃음/94아픔이모여침묵이되는/96가족/98대파꽃의일생/100쌀익는냄새김굽는냄새/102한손에소복한눈한줌을/104불더미/106어떠리/108첫번째꿈하나/110꽃구름/112닮아버린소의눈/114적삼겉주머니/116사랑은무색이다/118디테일/120섞여있는향은…/122오늘/1242023년을보내며/126그대/128시가나오는길목에서서/130그리움이쌓인다/132바람내음을남긴사람/134호흡이아주긴사람/136사랑에빠진노인이되어/138시인이혼자하는사랑/140여행중/142큰나무/144비밀이다/146아주못난사랑/148그리움도늙는다/150불쑥핀틸란드시아는정말우주에서온걸까?/152이끼/154꽃은말고,열매만/156개망초/158들판이뿌옇게깨어나고/160어떤것이려나미지의삶은/162사랑/164빈장터에서/166상사화/168물보라/170쉼/172무심/175흐릿하게오는봄/176넉넉한하얀구름품에서/178잔인한대답/180좋은벗/182빗방울/184꽃이름/사람이름/186붉은바다는어디쯤에있나/188글을쓴다는것이/190맺음말_공연히/192내가존경한나의아버지/194작가소개

책속에서

사랑은
보고만질수있어야/사랑은속삭여달콤한소리가들려야/사랑은가끔가슴속에차디찬물줄기가흘러야…

연인사이2
하고픈얘기가많아서/순서도없이/얘기가섞이곤하는사이/연인사이

와인한잔
와인한잔?/난우유한컵/네그러세요./와인은끝내/우유가되지못했다.

구름그리기1
여름한국의서울하늘은온갖형태의구름이바람결에나부낀다.속도도바람따라변하니급하기가이를데없다.눈깜박하는사이에사슴에서물결로,여인의나체에서산봉우리로바뀌다가뭉개져서희미한안개가되기도한다.사진으로찍어서순간을포착하기전에는그쉼없는변화를따를길이없다.구름그리기는너무재밌는소재이다.나는일몰그리기를즐긴다.찬란한오렌지색속의핑크빛일몰은언제나눈물나게하는순간이다.너무아름다워서…황홀해서~~

‘시’란
가슴속에잔잔한물결이/이리저리흐르고모여/가슴바다에이르는사이사이에/말로써글로써표현되는한점이‘시’이다/붉기도하고/차기도하고/아프기도한한점이/‘시’이다

나는붉다,너를품어서
청명한대낮에/아름드리나무한그루/숲속다른나무들보다/한껏부풀은마음으로해를품고섰다./어젯밤달뜨는산사의뜰보다/해품은대낮의나뭇잎은/싱싱하고붉다./해너를닮아나는항상붉다/해너를품고나는붉다./천년도./만년도./나는붉다./너를품어서…

물망초
셋으로펼쳐진꽃잎이/보라색꽃잎을활짝펴면/노란꽃술은반듯이자세를갖추어/공간을싱그럽게메운다./나머지꽃망울은고개숙이고/차례를기다린다./얌전하기이를데없다/아침나절에피었다/오후에는언제피었냐는듯/싹오무리고꽃봉오리자태로돌아간다/여러번의반복후에는/향기도소리도없이/그냥조용히꽃잎을접는다/“나를잊지마세요”하면서

가족
가족이사라진/지구촌에는/평생혼자살아야하는/인간이란동물이있다./아무것도아니었고/그리고모든것이었다.

아픔이모여침묵이되는
“세월호10주기추모식장에서”/아픔이모여/침묵이되는/4월을보았다./잔인한계절4월을./통곡이쌓여/눈물이되는/4월을보았다/가엾은계절4월을/바로볼수없어서/숨어보았다/잔인한4월의민낯을/그고운빛깔들을

닮아버린소의눈
눈이소의눈을/닮았으면싶다/소의눈과눈맞춤하면/때와장소를가리지않고/눈물이고인다.내눈에/소보다먼저/소눈에눈물이고이면/우린서로외면한다.슬퍼서/외로워서,힘들어서…/그리고서로찾는다.궁금해서…/덜서러우려고/찾고또찾는다

시인이혼자하는사랑
책상에앉아눈앞에놓인벽을보며/옛사랑을그려본다/푸르러가슴치는사랑을,/점심식사준비를하면서/어느지나간날에/함께먹던점심을떠올린다/진하디진한사랑의마음으로/밤에누워천정을보며/뜨겁게사랑하던그날들을/그려본다/눈감은채로/곁에없는사랑을더듬는다/고왔던마음과마음/생각은어느새꿈이되고/시인의사랑은/덧없이끝이난다./시인이혼자하는사랑이었다.

이끼
촉촉히물기머금은이끼같은삶/보일듯말듯/먼지같은꽃이매달려있네./이끼잎사이사이로/물기마르면바로말라버리는/꽃잎매달고그림그리며살면서도/물기닿으면언제그랬냐는듯/활짝웃는이끼!

잔인한대답
종일토록비내리는날에/어제흘리던땀방울을생각하며/고달픈초대를떠올린다/“사랑이끝난사람들은/다어디로갔을까요”/누가물었다/제자리로돌아가/“잘살고있겠지요”/너무잔인한대답입니다

내가존경한나의아버지
푸르른하늘닮은아버지/반짝이는두눈에/살짝눌러쓴베레모는/누구도흉내낼수없는/멋,화가의멋이었다./열손톱밑에/그려진순수한빛깔들은/내가슴속총천연색물감들/내가내손에연연하면서/손가락마디마디사랑하는건/내손가락이아버지손가락이어서…/하늘나라가셨어도/내손가락속에서아버지손을/읽어낸다.
2018년“너닮은난이야”하며그려주신마지막유작으로,사랑스럽게사랑을얘기한내책〈연인사이〉에영원한사랑의증표로.아버지께큰딸명숙이드립니다._2025년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