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 일본에서 우울증의 탄생

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 일본에서 우울증의 탄생

$25.00
Description
정신병이나 마음의 병을 기피해온 사회에서
우울증이 폭발하게 된 과정과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발표된 OECD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우울감 확산 지수는 36.8%로 OECD 주요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가 ‘우울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코로나19, 경기불황, 과로 등으로 우울증이 증가하고 그로 인한 극단적 선택도 늘어가고 있다. 이렇듯 우울증이 일상이 되고, 자살 기사에 무디어져 가는 현재 상황은 비단 우리에게만 닥친 비극일까?

이 책은 의료인류학자 기타나카 준코가 일본에서 우울증이 폭발적으로 급증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심층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1990년대 말 북미 친구들에게 받은 질문, “일본 사람들은 왜 우울증에 걸릴 만큼 일을 하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25년간 우울증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서구가 아닌 비서구의 사례를 추적하여 우울증의 사회성을 여실히 보여준 이 책은 의료인류학의 명저로 꼽히며 미국인류학회의 ‘프랜시스 수’ 도서상을 수상했고, 2011년 영어 출간 후 일본어, 프랑스어, 페르시아어로 번역되었다.

저자는 ‘이전에는 흔치 않았던 병이 어떻게 국민병으로 바뀌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울증의 역사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그리고 임상 현장으로 들어가 의사와 환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우울증 서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인류학자의 시각으로 관찰한다. 나아가 시선을 병원 밖으로 옮겨 과로 우울증을 중심으로 국가 정책과 관련된 제도 변화까지 설명해낸다. 이 책은 우울증이 단지 개인적인 질환이 아니라 제약회사, 행정 관료, 변호사, 노동조합 등 다양한 행위자에 의해 그 의미가 지속적으로 협상되는 사회적인 질환임을 보여준다. 이로써 저자는 신체적 기질, 과로사, 자살, 젠더 문제까지 우울증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룬다.
저자

기타나카준코

의료인류학자.게이오대학인문사회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정신의학과우울증의역사에관한심층연구로널리알려져있다.1970년태어나시카고대학에서문화인류학석사학위를,맥길대학인류학과및의료사회연구학과에서일본정신의학과우울증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이연구를발전시킨대표저서『우울증은어떻게병이되었나?』(DepressioninJapan,2012)는영어로첫출간되어일본과프랑스등지에번역되었으며,미국인류학회에서프랜시스수도서상을수상했다.그외저서로『우울의의료인류학』이있으며,공저서로『20세기의스트레스,충격,그리고적응』『‘나’를생각한다』『우울의구조』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옮긴이의말

1장서론-의료화의지역적동력

1부역사속의우울증
2장몸의감정을읽다-전근대적우울증언어
3장정신의학의일상으로의확장
4장과로의병리학인가,나약한성격인가?-20세기초일본에서신경쇠약의부상
5장우울증에서“생물학적인것”을사회화하기-멜랑콜리유형에대한일본의정신의학논쟁

2부임상실천속의우울증
6장성찰성의억제-우울증에대한심리치료의금지
7장의지적자살진단하기
8장우울증의젠더화와고통의선별적인정

3부사회속의우울증
9장정신의학을통한자살의사회적원인규명-과로자살사례
10장노동정신의학의도래-생물학적인것과사회적인것을재사유하기
11장우울증의미래-정신약학을넘어


참고문헌
감사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정신병이나마음의병을기피해온사회에서
우울증이폭발하게된과정과이유는무엇일까?

2021년발표된OECD보고서에의하면,2020년기준한국의우울감확산지수는36.8%로OECD주요국중가장높은것으로나타났다.한국사회가‘우울의시대’로들어가고있다고말해도과하지않다.코로나19,경기불황,과로등으로우울증이증가하고그로인한극단적선택도늘어가고있다.이렇듯우울증이일상이되고,자살기사에무디어져가는현재상황은비단우리에게만닥친비극일까?

이책『우울증은어떻게병이되었나?』는의료인류학자기타나카준코가일본에서우울증이폭발적으로급증하게된과정과이유를심층분석한책이다.저자가1990년대말북미친구들에게받은질문,“일본사람들은왜우울증에걸릴만큼일을하느냐?”에대한답을찾기위해지난25년간우울증을연구한결과물이다.서구가아닌비서구의사례를추적하여우울증의사회성을여실히보여준이책은의료인류학의명저로꼽히며미국인류학회의‘프랜시스수’도서상을수상했고,2011년영어출간후일본어,프랑스어,페르시아어로번역되었다.

저자는‘이전에는흔치않았던병이어떻게국민병으로바뀌었는가?’라는질문을던지며우울증의역사에서부터논의를시작한다.그리고임상현장으로들어가의사와환자의상호작용속에서‘우울증서사’가어떻게구성되는지인류학자의시각으로관찰한다.나아가시선을병원밖으로옮겨과로우울증을중심으로국가정책과관련된제도변화까지설명해낸다.이책은우울증이단지개인적인질환이아니라제약회사,행정관료,변호사,노동조합등다양한행위자에의해그의미가지속적으로협상되는사회적인질환임을보여준다.이로써저자는신체적기질,과로사,자살,젠더문제까지우울증에관한거의모든것을새로운시각으로다룬다.

■우울증은어떻게‘국민병’이되었는가-일본을통해읽는한국의우울증

2023년서울연구원이건강보험심사평가원‘건강보험통계’를분석한내용을보면,서울시개인병원가운데2017년대비가장많이늘어난진료과목은정신건강의학과로,2017년302개에서2022년534개로76.8%증가했다.심리적어려움을겪는사람을위해지자체에서제공하는‘마음건강진료비지원’광고를출근길버스안에서보는것도더이상낯설지않게되었다.이처럼정신장애는소수의사람이겪는특별한일이아니라일상속에서누구나겪을수있는일이되고있으며,특히우울증은유전병이라는오랜낙인을벗고급격하게의료서비스와사회정책속으로들어오고있는중이다.

우울증이폭발적으로의료화되고있는현재상황을어떻게바라보아야할까?『우울증은어떻게병이되었나?』는21세기로넘어가는일본에서우울증이갑자기‘국민병’이되고정신의학이고통에빠진사회질서를교정하는새로운수단으로등장하는과정을심층분석한책이다.1990년대말부터경기침체로인해약10여년간매년무섭게최고자살률을경신해갔던일본역시현재우리와유사한고민을했었고,또여전히고민하고있다.일본사회는만연하는우울증과치솟는자살률의문제를무엇으로읽어냈을까?

당시일본에서우울증이국민병이된거대한변화는무엇보다정신의학이일상생활에개입하는것을일본인들이오랫동안거부해왔다는점에서놀라운일이었다.이미1880년대에독일로부터정신의학이도입되고제도적으로구축되었지만,이는심각한중증환자를대상으로한것일뿐이었다.일부정신과의사들은일본에서우울증이특히드문증상으로여겨졌던것은일본인들이우울한기분을‘미화’하기때문이라고추론했다.게다가몇몇정신의학전문가들은제약회사일라이릴리가시장성없는일본에프로작의홍보와판매를진행하지않도록설득하기까지했다.그런데이런모든상황이1990년대후반급격히뒤집힌것이다.

■우울증이라는‘언어’의역할-생물학과사회학의교차위에정신의학의혁신이일어나다

저자는여기서정신과의사들이핵심적인역할을했음을지적한다.정신과의사들은경기침체로지친사람들에게그들의피로감과무기력을우울증이라는개념으로이해하게하는효과적역할을했으며,놀랄정도로높은자살수치를보이던일본인에게자살과우울증의연관성을보여주었다.저자는일본의정신의학이우울증의사회적성격을드러내는새로운‘우울증언어’를발명함으로써일본인의오랜저항을극복했다고설명한다.정신과의사들이그전까지생물학적이고개별적인영역에만머물러있었던정신의학언어를사회적문제까지포괄할수있도록변형시켰다는것이다.

예컨대과로우울증에관한법의학적논쟁을통해정신과의사들은깊은경제침체와무너진평생고용제도속에서회사에대한환자들의자기희생적헌신이더이상보상받지못했기에우울증이발생했다고설명했다.이런새로운설명을통해그들은우울증을경제적불확실성의시대에수많은일본인들이겪을수있는집단적고통의상징으로격상시켰다.그로인해정상과비정상,건강과병의경계에대한일본인의사고방식과국가정책및제도가바뀌면서우울증은회사에서병가를받는가장흔한이유중하나가되었고,매우희귀한질병에서최근일본역사에서가장많이회자되는질병으로바뀌게되었다.새로운우울증언어를통해우울증은사회적고통에대한사람들의감각을담는‘고통의관용어’가된것이다.

이렇듯우울증은단순히유전적인뇌질환에의한병일뿐아니라사회적인원인에의해발생되는병이기도하다.저자가한국어판서문에서밝히듯“정신장애는삶의괴로움의표현이자증명이고,이러한삶의괴로움은사회구조에서생겨난다.”(11쪽)저자는또한우울증이그나라의정치적상황을직접적으로반영하는것이며,또역사적으로변화하는것임을거듭말하고있다.이책은과거의문헌,임상실천의관행,제도적변화까지모두고려하여이와같은우울증의복잡한연대기를입체적으로살펴본다.그리고이를통해우리가한국사회에서우울증의폭발적의료화를어떻게바라보아야할지에대해서도중요한힌트를제공해준다.

■우울증의과거에서현재,그리고미래까지-역사,임상실천,사회를가로지르는탐구

저자는이책의각부에서우울증의인류학적·사회학적변천을1.역사적추이,2.임상적측면,3.사회문화적측면으로나누어우울증이라는질병의변화를가능한모든측면에서살펴보고있다.

우선1부「역사속의우울증」에서저자는‘정신병리적우울증에대한대중적관심이생겨나기이전에는일본에우울증이란존재하지않았던것인가?’또는‘이전에는흔치않았던병이어떻게국민병으로바뀌었는가?’라는질문을던지며,우울증의역사에서부터논의를시작한다.마음과기(氣)의정체,때로는미화되기까지한우울함이서구의학의틀에서멜랑콜리아와신경이라는개념의도입과함께새로운언어를갖게되고,뇌의병,특정유형의성격으로이해되어생물학적대상이자의료화의대상으로포섭되는과정을폭넓은역사서연구를통해간결하고도명확히설명한다.특히지금까지거의연구되지않은일본에서의우울증변천의역사를개괄적으로서술함으로써,일본정신과의사들이어떻게우울증을오늘날가장많이언급되는질병들중하나로성공적으로변화시켰는지를보여준다.

2부「임상실천속의우울증」에서는임상의현장으로이야기의무대를옮겨입원부터퇴원까지의사와환자의상호작용에서드러나는우울증서사와의미의구성을다룬다.‘환자의고통을누가어떤방식으로설명하는가?’‘자살은우울증과어떻게연관지어졌는가?’‘자살은의료화의대상인가’‘죽으려고굳게결심한사람을자신의의지에반해의사는어떤권리로치료할수있는가’등예민하고도아직도끝나지않은문제에대해저자는적절한거리를두며다양한직종의남녀환자들과여러세대의의사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특히자살을미화하기도했던일본의문화적토양에서,감금과통제라는역사적오명을지닌정신의학이어떻게정신과적문제의경계를새롭게그려내고있는지정신과의사들의고민마저공감되도록생생히기술되어있다.

특히8장에서는일본우울증특유의‘젠더화’에주목하여정신의학적설득이실제로환자스스로의우울증에대한이해와경험을구조화하는데어떻게작용하는지살펴본다.서양에서는우울증이주로‘여성의병’으로묘사되고있음에도불구하고,일본에서는남성역시여성만큼이나우울증으로고통받는것으로드러났다.여기에는고통에대한선별적인의학적,사회적인식이놓여있다.여성들은그들의절망감에대해곰곰이생각하는동안에도그고통을우울증의구조적원인과연관짓는경우가거의없는것으로나타난다.따라서우울증의경험은성별에따라다른형태를취하는데,이는일본여성들이일본남성들보다더많이고통을받거나덜고통받기때문이아니라,그들의사회적고통의본질이다르게구성되었기때문임을저자는보여주고있다.

3부「사회속의우울증」에서는병리적대상으로서의우울증을병원밖으로옮겨과로사,과로우울증을중심으로담론분석과제도적변화를설명한다.여기서정신과의사들이엄격하게유지해온임상적우울증에대한개념적통제가무너지고,제약회사,의사,행정관료,변호사,판사등의다양한행위자에의해우울증의의미가지속적으로협상되고수정되는유동적맥락을밝혀낸다.현재의‘과로사’를일본문화에서의‘자결’과의상이한양상에두고,그죽음의책임에대한실로방대한논쟁과소송자료를일례로하여핵심을꿰어낸다.과로자살소송과노동정신의학에서정신의학은우울증의실재적존재를설득하기위해대중적언어를제공했고,사회적의식이덧붙여진과학적인정신의학을만들어냈다.나아가정신약리학의성격에대한대중적논쟁,산업에서의직업정신과학의출현등우울증의의료화가가져온변화를다각도로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