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씨 있어요? (고성만 시집)

파씨 있어요? (고성만 시집)

$12.00
Description
‘시를 사는 시인’ 고성만 시인이
펼치는 ‘만들어지는 시’의 진경
고성만 시인의 신작 시집 『파씨 있어요?』가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26년 동안 8권의 시집(시조집 1권 포함)을 출간하면서도 태작 없이 매번 시적 밀도를 유지하고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 자세는, 30여 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종사해 온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차창룡 시인은 고성만 시인을 일컬어 ‘시를 사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대학 문학동아리에서 만났던 선배, 고성만 시인은 시는 ‘기성 시인들을 대충 흉내 내는 것’이 아니며, ‘만들어 내는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삶을 통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논리는 명쾌하고도 자신감 넘쳤다고 기억하고 있다.

시골에서 나서 도시로 나와 살아온 또래의 그들처럼 고성만 시인이 지닌 꾸준함과 성실함은, 삶에서뿐만이 아니라 시에서도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한 슬픔과 생채기를 시적 자양분으로 삼아 모순된 정서와 왜곡된 자연 질서, 삶의 순리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것은 어떤 사명이나 시대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저 그의 삶과 시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면서 만들어지는 진경이다.

이전 시집을 통해, 살아가면서 인간이 느끼고 맞닿아 있는 다양하고 원초적인 슬픔을 단단하고 아름다운 무늬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던 고성만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는 한층 더 따뜻하고 감동적인 시편들을 선보인다. 이 따뜻함은 메시지가 아니라 간략한 상황이나 풍경, 이미지만으로 그려낸다. 독자 스스로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시인은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소통 부재의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의미를 헤아리고 짐작해 보는 새로운 의사소통의 방식을 추천한다. 독자의 몫을 철저하게 남겨둔다. 여백이 많다고 할 수도 있고, 시의 숨구멍이 많다고 할 수도 있다.
저자

고성만

저자:고성만
전북부안에서태어났다.1998년《동서문학》으로등단했다.
시집『올해처음본나비』『슬픔을사육하다』『햇살바이러스』『마네킹과퀵서비스맨』『잠시앉아도되겠습니까』『케이블카타고달이지나간다』,시조집『파란,만장』등이있다.

목차


1부우리동네날씨
갑자기비를만났어/개망초는피어흔들리고/우리동네날씨/몬순여자눈사람/실어증/천사들다어디갔지/이웃을기억하는방식/소녀를숭배하다/담양/하늘을찾아서/데이지원룸301호/죽은새의눈을보다/6월에쓰는편지

2부상담시간
아름다운지옥/봄/숲의기분을느껴보세요?상담시간·1/어쩌다이렇게?상담시간·2/참말로징하고만?상담시간·3/옛날여자/폭설/변산바닷가에서/패총이있는마을/금계국/마리우폴/그루밍/제2근린공원/대결60

3부꽃씨여인숙
씨앗파는남자/씨앗/시집발간축하모임/갖고싶은,가질수없는/옛집마당은하얗고/모계/가와바타야스나리를읽다/발푸르기스의푸른밤/갈라파고스로간사람/꽃씨여인숙/엘리베이터/불꽃놀이/설도에서/아파트/마다가스카르

4부나는저녁연기를사랑했네
향기는이별을꿈꾼다/목포내항에서/목공소/봄을개봉하다/이번생은흰빛인가/학저수지에가자/나는저녁연기를사랑했네/벙어리장갑/양림동/강물에띄운편지/구례발부산행영화여객을타고/햇살수집가/꽃밭일기

해설
평상심(平常心)이시(詩)다|차창룡(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대수롭지않은듯이야기하지만,
우주로달려가는상상력,생의의미를묻는화두들

고성만시인의이번시집은일상에서마주치는다양한경험들을대수롭지않은듯이이야기하지만,그안에는산넘어바다건너우주로달려가는상상력이있고,생의의미를묻는다양한화두가살고있는데,그것들이통일된의미로모아지기보다는의문이분화되는양상으로던져진다.도대체무슨뜻이지?곱씹어보는데이시집의묘미가있다.그의미는「갖고싶은,가질수없는」것이어서끝내의미를찾을수없다하더라도그의미를생각해보는것자체가곧시를즐기는것이다.

나는고성만시인의새시집을읽고‘가상의고성만시인’에게물었다.
“시란무엇입니까?”
“평상심이곧시입니다.”
이결론은비약일수있겠다.그럼에도나는고성만시인의이번시집은평상심시시(平常心是詩)를시도한시라고감히말한다.여기서평상심이란시를위해조작된것이아닌있는그대로의마음자체이다.이태도로시작에임한다면,시를쓰기위해애쓸필요가없다.조작되지않는시심(詩心)을받아적는것자체가시이기때문에,시심이읽어주는시를그대로받아적기만하면된다.그렇다고시가자동으로생산되는것이아닌것은우리의마음이이미조작에길들여져있어서,조작된마음을덜어내는것이필요한작업일수있다.문제는조작된마음을덜어내는것또한조작이될수있다는것인데,이를해소하는방법이곧‘시를사는것’이다.
고성만시인이많은작품을쓸수있는이유를나는그가‘평상심이곧시’라는마음으로‘시를살고있기때문’이라고본다.대부분의사람들에게는대수롭지않게여겨질일들이그에게는중요한시적모티프가되고,스쳐지나갈이미지들이그에게는지워지지않는사진이나영상으로찍히며,웃어넘길일이건통곡할일이건넘겨짚을일이건그에게는잘풀리지않는화두가되어,이것들이종합적으로고성만표시가된다.그리하여나는이번시집에이르러고성만특유의‘자연스럽게’‘만들어지는’‘고성만표시’가완성되었다고보는것이다.

시인의말

초등학교4학년때쯤
백일장대회에나가난생처음
상을받았다.부안군장원이었다.

학교에서는명예를드높였으니
부상으로‘송아지낳을소’를준다했는데
아버지는소키우기가번거롭다는이유로거절하셨다.
그때썼던글짓기의주제가아마
‘먼곳’이었던것같다.

그후나는자주먼곳으로갔다.
몸은여기매어있지만
먼,그곳으로가서영영
돌아오지않는꿈을꾸기도한다.

-2024년봄
연제호숫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