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반양장)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반양장)

$18.00
Description
구청 화장실 앞 한 평짜리 법률 상담소
그곳에서 만난 찡하고 짠한 사람과 세상 이야기
법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고, 살면서 변호사를 만날 일 같은 건 없길 바라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닥치는 불행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려고 법이 있다지만, 안타깝게도 그 법조차 내 편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 법보다 사람 편에 서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친구 같은 변호사가 곁에 있다면 어떨까.
차가운 법의 빈틈을 사람의 온기로 채우려 애쓰는 천수이 변호사가 그런 사람이다. 그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출근한 첫 직장은 구청 화장실 앞 복도에 세워진 칸막이 너머 한 평짜리 무료 법률 상담소였다. 공짜 변호사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노숙자,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 일용직 건설 노동자, 유언장을 쓰려면 한글부터 배워야 하는 할머니 등 가장 법의 보호가 필요하면서도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어서 그저 손 한번 지그시 잡아 드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의뢰인들은 속 시원한 법적 해결을 원해서만 그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변호사의 돈이 되는 백 마디 조언보다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관심이 더 절실하고, 그것만으로 힘이 날 때가 있다.
난생처음 듣는 별의별 사연들 앞에서 당황하고 허둥대던 초짜 변호사를 누구의 어떤 이야기에도 맞장구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운 건 오히려 의뢰인들이었다. 학교나 책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할 인생 경험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고 가는 이들 덕분에, 다른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답을 줄 때, 저자는 의뢰인에게서 자기 인생의 답을 배웠다. 그렇게 사람 사이에서 사랑을 배우고 사람이 되어 가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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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천수이

저자:천수이
변호사,법학전문박사(민사법),사회복지사(2급).
달동네에서태어나고자랐다.'더불어함께'라는가훈아래사회운동에헌신한부모님과달리,가난이누구보다싫어서돈잘버는변호사가되고싶었다.그러나아무리발버둥쳐도도움이필요한사람들에게서벗어날수없었다.오히려그들에게도움의손길을건넬때마음이편해지는자신을발견했다.
대학시절에500시간가까이멘토링봉사활동을하고,변호사가되어서는취약계층을위한무료법률상담자리를택했다.지금은그자리를떠났지만,틈틈이마을변호사로활동하고,장애인시설에대한인권자문,학교밖청소년·한부모가정·스토킹범죄피해자등을위한법률지원을하며지내고있다.

목차

추천의말
프롤로그:법의빈틈을채우는사람의온기

1장준비―달동네K-장녀,로스쿨에가다
태어나보니다정해져있더라
이름이바뀌면인생도바뀔까
돼지에서영웅이되는반전드라마
결핍이독이아닌득이되도록
녹슨칼의쓸모

2장시작―변호사인듯변호사아닌변호사같은
긴가민가할때는대부분기다
진실과사실은다릅니다
속는것도나,속이는것도나
사실우리는모두괜찮지않다
변호사를고소하고싶어요
목도리도마뱀의가을

3장가족―가장가깝고도먼사이
압구정이씨도가능한세상인데
끔찍하게소중한내아이가끔찍한사람이되지않길
내딸이아닌사람이호적에있어요
나도엄마가되고싶다고요
브라보,아빠의인생
이제고작100일주제에탕수육을

4장관계―가장가깝고도먼사이
매일아침10시에동료가온다
명예에살고명예에죽는다
하늘아래태양은둘이될수있어요
친애하는이웃육촌들에게
대체할수없는것들에대한낭만
인정사정볼것있다

5장삶―그럼에도불구하고계속되어야하는것들
다음이궁금해서눈을감지못합니다
조금구겨져도괜찮아요
가혹한삶의끝에헛된희망이라도
망할병에걸렸습니다
차가운머리도그들편에함께서있기에

6장끝―처음과같이이제와항상영원히
세상에의미없는일은없다
가장슬픈공지를합니다
누구보다더힘차게살아남을사람이되어
세상에서제일무서운것은
마지막순간에후회가남지않도록

에필로그:잘듣다갑니다

출판사 서평

★《해방의밤》은유작가추천

"법이당신편이아닌순간에도
여전히당신편에서고자하는사람들이있다."

차가운법이미처헤아리지못한빈틈을
사람의온기로채워간682일의기록

리어카를끌며폐지줍는할머니가있었다.어느날그리어카로비싼자동차를긁어재판까지가게됐다.판사가제발묻는말에만답하라고했지만,할머니는타령을하듯그간본인의고단한삶을다토해냈다.급기야상대측변호사에게거짓말쟁이라고고래고래소리를지르자,참다못한판사도같이소리쳤다."자꾸이렇게소란피우면감치할겁니다!"할머니가그게뭐냐고물었다.어차피설명해봤자말만길어진다고생각한판사는이렇게답했다."엄청무서운거예요!"심각한분위기와그렇지못한대사에웃음이터지려는그때,할머니가다시물었다."얼마나무서운거예요?돈드는거예요?"
사회복지사의요청으로엉겁결에할머니의재판에동행한변호사는그말을듣고10톤화물트럭에실려있던돌들이가슴위로떨어지는듯했다.무거운마음으로할머니를모시고법정에서나왔다.식사시간이훌쩍지난터라밥이라도들고가시라고하자,집에치매걸린할아버지를묶어놓고와서얼른가봐야된다고하신다.할아버지가젊어서바람피운일이나,늙어서아픈것도다감당할수있는데,날씨가궂은날에폐지를줍지못하면벌이가없어서자신도모르게할아버지를미워하게만드는돈이할머니는세상에서제일무섭다고한다.평생게으름이나낭비라는단어와는어울리지않게살아왔음에도,여전히그리고앞으로도계속돈의무게에짓눌려있을삶은어떻게감당해내야하는지도저히알길이없었다.
할머니를집앞까지모셔다드리고,식사라도챙기시라고수중에있는현금을몽땅털어,한사코거절하시는손에쥐여드렸다.저희할머니가생각나서그런다고,손녀가주는용돈이라생각하고맛있는고기반찬사드시라고말씀드리고서둘러자리를떠났다.

구청화장실앞한평짜리법률상담소
그곳에서만난찡하고짠한사람과세상이야기

지금이순간에도어딘가에는이런사람들의이야기가,그리고이런이야기를들어주는변호사가있다.법이라고하면어렵고딱딱하게만느껴지고,살면서변호사를만날일같은건없기를바라는사람이대부분일것이다.하지만아무리열심히살아도어느날갑자기예고도없이닥치는불행은누구도피할수없다.그런어려운처지에놓인사람들을구하려고법이있다지만,안타깝게도그법조차내편이아닌경우가허다하다.그럴때법보다사람편에서서내이야기에귀기울여주는친구같은변호사가곁에있다면어떨까.당장명쾌한법적해결책을주지못한다해도,내억울한처지와가까운사람에게조차털어놓지못한심정을헤아려주는것만으로큰힘이되지않을까.
지금은신림동이라고불리는난곡달동네에서나고자란천수이변호사가바로그런사람이다.달동네판자촌에서사회운동에헌신한부모님과달리,그는누구보다가난이싫어서돈잘버는변호사가되고싶었다.그런데어쩌다보니또다시어려운사람들곁에머물며그들을돕는자리에가게됐다.구청복도화장실앞한평짜리무료법률상담소가그곳이다.
공짜변호사를찾아오는의뢰인들은노숙자,야쿠르트배달아주머니,일용직건설노동자,유언장을쓰려면한글부터배워야하는할머니등가장법의보호가필요하면서도그보호를받지못하는분들이대부분이다.때로는돕고싶어도도울방법이없어서그저손한번지그시잡아드리는것이할수있는전부였다.의뢰인들의무력한모습에서어린시절이웃들의모습이겹쳐보일때는저도모르게화가나고,별도움도못되는자신이이자리에있는게맞나고민이깊었다.'의뢰인들이나보다더훌륭한변호사를만났다면더좋은답을얻어가지않았을까?'
그런데상담을거듭할수록이자리는말하는자리가아니라들어주는자리라는생각이들었다.의뢰인들은속시원한답을원해서만그를찾는것이아니었다.때로는변호사의돈이되는백마디조언보다한사람의진심어린관심이더절실하고,그것만으로힘이날때가있다.
난생처음듣는별의별사연들앞에서의뢰인보다더황망해하던초짜변호사를누구의어떤이야기에도맞장구치며함께울고웃을수있는사람으로키운건오히려의뢰인들이었다.학교나책에서는결코배우지못할인생경험을한보따리씩풀어놓고가는이들덕분에,다른변호사들이의뢰인에게답을줄때,저자는의뢰인에게서자기인생의답을배웠다.그렇게사람사이에서사랑을배우고사람이되어가는이야기가이책에담겨있다.

'출생의비밀'부터전세사기와보이스피싱까지
평범한사람들의드라마보다더드라마같은사연

"서로의이야기에귀기울이고관심을두는것만으로도
이미세상은비가그치고무지개가뜰준비가된다."

아동추행범으로몰려교도소에다녀오니가족들은다이사가버리고어디하나자신을받아주는곳이없어노숙자가되었다는남자.그는억울하게옥살이한것은보상받을수없더라도가족은되찾고싶다며변호사를찾아왔다.
남편의폭력을견디다못해임신한몸으로집을뛰쳐나와과거를숨기고재혼한여자.뱃속의아이를차마입양보낼수없어현재남편의아이인양키운그녀는여전히자신의가족관계증명서에남아있는50년전의흔적을지울수있는지묻는다.괴롭더라도자신만입을다물면,모두가행복할수있다고믿기때문이다.
자전거를타다보행자와부딪쳐상해를입힌의뢰인은지체장애가있다.기초수급70만원으로살아가는그에게400만원의벌금과2000만원의민사소송보상금을마련할돈이있을리없다.노역이라도해서벌금을내고피해를보상하고싶지만,불편한몸을그렇게죗값을치르는것조차허용하지않는다.벌금을감경해주십사재판부에선처를구하게된이유다.
사람은이름따라간다더니,어려서부터'수이한'사건사고를몰고다니던저자는변호사가되어서도기막히고억울하고엉뚱한사연들을자석처럼끌어당긴다.드라마보다더드라마같은'출생의비밀'부터보이스피싱,깡통주택전세사기,사생활동영상유포,명예훼손,파산/회생등평범한사람들이살면서겪을법한불운할일들까지그야말로각양각색이다.
언뜻흔하고별것아닌일처럼보이는사연도자세히들여다보면드라마같지않은인생이없다.법적으로는판단이분명하나,인간적으로는잘잘못을쉽게단정할수없는상황도많다.배가고파서마트에서즉석밥과라면을훔친현대판장발장같은어르신,살아서평생가족들에게짐만된아버지의장례치르기를거부하는자식을뭐라고나무랄수있을까.법은옳고그름과유무죄를냉정하게가르지만,사람사는세상은그렇게무자르듯나뉘지않는다.알고보면저마다안타깝고어찌할수없는속사정이있다.그러니내가그삶을살아보지않고는어떤것도,그누구의삶도쉽게함부로말할수없다.
법이아무리잘나고똑똑해도세상만사를해결해줄수는없기에법또한완벽하지않은것이당연하다.그래서2006년대전고등법원의한판결문에서는법을기성복에비유했다.아무리다양한치수의옷을만들어두어도모든사람이그옷에맞을리없는것처럼,법의이성에도빈틈이있다면그틈을메우는것은사람의사랑이라고저자는믿는다.
사랑이라고해서그리거창하고대단한무언가가아니다.우리인생에시린겨울이닥칠때,저자가의뢰인들의이야기를들어주었듯서로의이야기에관심을갖고귀기울이는것,힘들어보이는누군가에게먼저손내밀어주기도하고,누군가가내민손을붙잡기도하며그계절을무사히헤쳐나가는것이다.저자의믿음처럼,이책에는고단하고팍팍한사연들사이로곳곳에따스한온기가가득하다.의뢰인들이수임료대신놓고간,갓쪄낸고구마와손수튀긴오징어튀김처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