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을 권리

잊혀지지 않을 권리

$18.50
Description
아이가 죽었다. 맞아서, 굶어서, 그것도 부모로부터…
초등학생 아이가 맞아서 죽었다. 몇 시간 동안 무참히 맞아, 갈비뼈가 16개가 부러졌다. 그러나 계모는 아이를 때리면서도, 아이가 죽을 줄 몰랐다고 진술한다. 가해자의 변호사는 그녀가 징역 5년 형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이가 죽었는데, 죄명은 살인이 아니었다. 아이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몸에는 늘 멍이 들어 있었다. 삐쩍 마르고 늘 집에 가기 싫어했던 아이, 그러나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서현’이가 집에서 맞고 있을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새 아파트에 사는, 싹싹하고 사교적인 엄마, 공부 잘하는 아이, 이런 조건들이 우리의 눈을 가렸던 걸까. 아무도 아이의 구조 신호를 듣지 못했고, ‘서현’이는 소풍 날이었던 그날,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도 송두리째 달라졌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죽어야 이 비극이 끝날까
굶어 죽은 지 6개월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된 구미 보름이, 21일간 방치되어 굶어 죽은 아산 주현이, 개 사료를 훔쳐 먹다 굶어 죽은 울산 예린이, 태어날 때보다 몸무게가 덜 나갈 정도가 되어 굶어 죽은 창원의 76일된 아기 별리….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굶어서 죽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끔찍하고 잔혹한 아동 방임과 학대 살해는 어쩐 일인지 끊이지 않고 있다. 2023년의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86%는 부모, 학대가 발생한 장소는 대부분이 가정이었다. 그리고 44명의 아동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국내 아동학대 사건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지만, 가해자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아동 학대에 대한 신고가 반복적으로 들어가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은, 우리는, 끝내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믿을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굶어서, 맞아서, 집에서 죽었다. 이 책의 저자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는 ‘탄원서 쓰는 법을 아냐’는 지인의 한마디 말에 아동학대 사건 속으로 휘말려 갔다. 평생 시민단체 활동이라곤 모르곤 살았던 그녀는 〈울산 계모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후, 180도 달라진, 활동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료를 모으고, 사건의 재판정마다 찾아가 방청 기록을 하고,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또한 아동의 권리와 보호에 관한 법을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학대를 당하다가, 원가정과 분리된 아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이 모든 활동들을 정부의 지원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꾸려가는 중이다.
이 책은 지난 12년 동안 아동학대 사건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저자가 재판정에서 보고 듣고 정리한 자료들을 1년에 걸쳐 기록한 결과물이다. 너무 참혹하여 다시 펼쳐보기 싫었던 이 자료들을 다시 정리하는 일은 저자에겐 오랜 숙제와도 같았다. 아이들의 사건 자료와 사진을 다시 들추고, 가해자들이 받은 말도 안 되는 최종 판결을 더듬는 일은 말로 할 수 없이 괴롭고 애가 끊어지는 일이었다. 몇 번이고 그만두고 도망가려 했지만 끝까지 이 기록들을 새로 적어, 엮은 까닭은 다시는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더불어 이 기록이 먼저 간 아이들을 위해 남겨진 어른들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을 기록하다
아이가 잘못을 하면, 때릴 수도 있다는 말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종종 듣는다. 맞으면서 자란 아이들이 더 잘 된다거나, 내 자식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어른들의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부모에게 받은 상처와 미움과 학대를 영원히 기억한다. 어쩌다 실수로도 어른은,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든, 그저 사랑만 받기에도 충분한 존재들이니 말이다.
이 책에 기록된 아동학대 사건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이와 비슷한 일이 앞으로 단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사랑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기록을 오늘 남긴다.

〈blockquote〉“이제 나는 아동학대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지, 살아남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리는 일. 그것은 올바른 강사를 양성하여 제대로 아동학대에 관해 세상에 알리고 예방하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하늘로 소풍 간 많은 아이들에 대한 나의 애도이자 미안함이고 내 나머지 밥값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잊는 순간 아이들의 존재와 함께 미안하다는 반성과 다른 아이들은 지켜주겠다는 다짐마저 사라져버리고 만다. 아이들의 죽음이 법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슬픈 계기가 되었기에 이 아이들은 ‘잊혀지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주어야 한다.”
〈/blockquote〉

저자

공혜정

저자:공혜정
아이들을키우고일하며평범하게살던어느날,우연히이일에발을들이게되었다.탄원서쓰는법을아느냐는지인의한마디로,아동학대사건에깊이관여하게된것이그계기였다.끔찍하고비참하게죽은아이들사건앞에서때때로도망가고싶다고생각하지만,다시힘을내는까닭은여기에남은이들이해야할일이있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먼저떠난아이들을생각하며,다시는이런일들이일어나지않기를바라며,이책을엮는다.
사단법인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표
전국학대피해아동보호지원(생활용품,여가활동,문화체험지원)
학대피해아동심리치료지원
학대경험부모학대대물림끊기활동
아동학대예방교육,아동학대예방강사양성,아동학대관련정책및제도개선활동에앞장서고있음.

목차

프롤로그새우잠을자는고래의꿈

1부지키지못한아이들
하늘로소풍간아이울산계모사건
어리석은모정통영큰딸암매장사건
어느고딩엄빠의최후대구세살아동학대사건
콩쥐의비극천안캐리어사건
사람의법,신의정의화성입양아사건
벗어나지못한지옥용인조카물고문학대사건
이팝나무꽃의전설부산가을이사건
용서하지않을권리외삼촌부부조카학대사건
정인아,미안해양천16개월입양아사건

2부끝내구한아이들
감옥에갇힌아이김해방임아동사건
큰엄마큰아빠네집창녕탈출소녀
얘들아노올~자목포지호사건
생존자들

에필로그비겁한자의변명
추천사

출판사 서평

얼마나더많은아이들이죽어야이비극이끝날까

굶어죽은지6개월만에미라상태로발견된구미보름이,21일간방치되어굶어죽은아산주현이,개사료를훔쳐먹다굶어죽은울산예린이,태어날때보다몸무게가덜나갈정도가되어굶어죽은창원의76일된아기별리….21세기대한민국에서아이들이굶어서죽다니믿을수없는일이지만이끔찍하고잔혹한아동방임과학대살해는어쩐일인지끊이지않고있다.2023년의통계를보면,아동학대행위자의86%는부모,학대가발생한장소는대부분이가정이었다.그리고44명의아동이지난해아동학대로사망했다.국내아동학대사건은계속해서증가하는추세지만,가해자는그에합당한벌을받지않고있다.또한아동학대에대한신고가반복적으로들어가고있음에도,대한민국은,우리는,끝내아이들을구조하지못하고있다.

그동안믿을수없이많은아이들이굶어서,맞아서,집에서죽었다.이책의저자인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공혜정대표는‘탄원서쓰는법을아냐’는지인의한마디말에아동학대사건속으로휘말려갔다.평생시민단체활동이라곤모르곤살았던그녀는〈울산계모사건〉의진상을알게된후,180도달라진,활동가의삶을살아가고있다.아이들의비극적인죽음을막기위해만들어진〈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아동학대사건의진실을밝히기위한자료를모으고,사건의재판정마다찾아가방청기록을하고,가해자가제대로된처벌을받을수있도록탄원서를제출하고있다.또한아동의권리와보호에관한법을바꾸기위한시민들의서명운동도진행하고있다.한편학대를당하다가,원가정과분리된아이들을위한심리치유프로그램도진행중인데,이모든활동들을정부의지원없이오로지시민들의후원으로만꾸려가는중이다.

이책은지난12년동안아동학대사건의참상을알리기위해저자가재판정에서보고듣고정리한자료들을1년에걸쳐기록한결과물이다.너무참혹하여다시펼쳐보기싫었던이자료들을다시정리하는일은저자에겐오랜숙제와도같았다.아이들의사건자료와사진을다시들추고,가해자들이받은말도안되는최종판결을더듬는일은말로할수없이괴롭고애가끊어지는일이었다.몇번이고그만두고도망가려했지만끝까지이기록들을새로적어,엮은까닭은다시는아동학대사건이일어나지않기를바라는마음,더불어이기록이먼저간아이들을위해남겨진어른들이꼭해야만하는일이라생각했기때문이다.

절대,잊혀져서는안되는아이들을기록하다

아이가잘못을하면,때릴수도있다는말을,아이를키우고있는부모들에게종종듣는다.맞으면서자란아이들이더잘된다거나,내자식이니내마음대로해도된다는생각이어른들의마음속에있는지도모르겠다.아이들은자라는동안부모에게받은상처와미움과학대를영원히기억한다.어쩌다실수로도어른은,아이를때려서는안된다.아이들은어떤모습이든,그저사랑만받기에도충분한존재들이니말이다.

이책에기록된아동학대사건들을끝까지기억하고,이와비슷한일이앞으로단하나라도일어나지않기를바라며.아이들이사랑받고존중받는사회가되기를바라며이기록을오늘남긴다.

“이제나는아동학대에대해‘제대로’알리고싶다.왜이런일들이일어나고있는지,어떻게하면조금이라도예방할수있는지,살아남은아이들을안전하게지키고건강하게성장시킬수있는일이무엇인지알리는일.그것은올바른강사를양성하여제대로아동학대에관해세상에알리고예방하는일이다.그것이지금까지하늘로소풍간많은아이들에대한나의애도이자미안함이고내나머지밥값은하는거라고생각한다.

이글은잊혀져서는안되는아이들에대한이야기다.우리가잊는순간아이들의존재와함께미안하다는반성과다른아이들은지켜주겠다는다짐마저사라져버리고만다.아이들의죽음이법과시스템을개선하는슬픈계기가되었기에이아이들은‘잊혀지지않을권리’를가지고있고우리는그것을지켜주어야한다.”

책속에서

여전히많은아이들이학대를당하고있고,그로인해죽음에이르기도한다.어느때는무기력에시달리고어느때는끔찍한학대의참상에맞닥뜨려분노로몸살을앓다손을놓고싶을때도있었다.하지만많은아이들이죽음으로남겨놓고간숙제를풀어내는것이어른의의무이고사람으로서밥값이라여긴다.
〈프롤로그〉중

서현이는학대받는아동의신체적,심리적징후를고스란히드러내고있었다.하지만그걸알아차린사람은아무도없었다.몸여기저기에자주드는멍들,아파트단지안마을도서관에서시간을보내며집에가는시간을늦추던날들,식탐이심한데도점점말라가는몸,박씨에대해서극도로위축된행동을하는서현이를,사람들은그저말잘듣고책좋아하고공부잘하는아이가덜렁거리는탓에자주부딪혀다치는것이라고생각했다고한다.
아동학대는가난하고,못배운가정에서벌어지는일일뿐평수넓은신축아파트에살며학부모회장까지맡고있는싹싹한성격의엄마,모든교과마다백점을맞는똑똑하고말잘듣는아이에게는일어나지않을거라는편견이그들의눈을가렸기때문이었을까.
〈하늘로소풍간아이〉중

이경희는아이들을베란다에감금하고못나오게하거나하루한끼만주었다.그마저도물에밥을말아간장을타서주라고시켰다.유씨할머니가안타까워서밥을많이담으면이경희가질책해서그대로따를수밖에없었다고한다.특히수인이는아이들중나이가많고똑똑하고기질상쉽게기가꺾이지않는아이였기에제일많이맞았다.
이경희를만나기전박제영은두딸을귀하게키우던,보통의엄마였다.수인이도엄마박씨를몹시따랐고엄마없이못사는아이였다고했다.그런그녀가이경희를만난후딸을수시로폭행하고방치하게되었으니,사이비종교가얼마나사람을세뇌시키는것인지…두려움마저느껴졌다.
〈어리석은모정〉중

제발가해자의서사를아동학대범죄의변명으로써먹지않았으면좋겠다.계모의서사
가그무엇이든겨우37개월을사는동안상습적인학대와굶주림,개목줄로목이묶인채비인간적으로살다비참하게짧은생을마감한서준이보다더불쌍하랴.
친부박재호의변호사는아버지의도리를저버린박재호는처벌받아마땅하지만,나쁜아버지였을뿐공동정범은아니라고주장을했다.또한이에상응하는처벌을달게받겠다고했다.박재호는다음과같이최후진술을했다.
〈어느고딩엄빠의최후〉중

죽어가는아이를두고‘병원에데려가?형식적으로’‘그게좋겠다번거롭겠지만’이라고주고받은양부모의문자는아이가죽어가고있음을알았다는걸반증한다.위급한순간에구급차를부르지않고택시를탔다는것또한아이를구할마음이전혀없었다는뜻으로보인다.이것이아이가죽어도상관없다는마음이아니고뭐란말인가.길고긴끔찍한학대끝에사망했으면살인이지어쩌다보니실수로죽게됐다는어처구니없는꼬리표가웬말인가.나는분노에차서8년전울산계모사건에서했던바로그말을내뱉었다.
“이게어떻게살인이아니야?”
〈정인아,미안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