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과 욕망의 방 (동서양 미술품의 수집과 진열 | 반양장)

호기심과 욕망의 방 (동서양 미술품의 수집과 진열 | 반양장)

$28.00
Description
동서양 역사 속 수집과 진열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
동서양의 대표적인 수집과 진열의 역사를 살펴본 책이다. 15세기 이탈리아의 스투디올로, 16~17세기 알프스 이북 지역 호기심의 진열장과 분더카머, 18세기 청 황실의 다보격, 18세기 말~19세기 조선의 책거리가 주요 대상이다.
내용은 미술사에 기초를 두었다. 작품이 지닌 양식과 도상, 연대, 제작 방법 등에 바탕을 두되 좀 더 문화인류학적인 현상과 해석을 시도했다. 서양은 자료 정리 등 기본 정보 연구가 이미 되어 있고, 이에 대한 양식과 도상 연구도 상당히 진척됐다. 더 나아가 사회학적, 문화인류학적 시각에서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양은 문화사적 현상으로 해석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아직 연대, 고증 등 정확한 기본 정보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론화할 수 있는 통사보다는 특정 지역이나 시대에 두드러지는 수집과 진열의 유형을 찾는 데 주력했다.

‘서재에서 갤러리로’, 15~16세기 이탈리아의 수집 문화
1장에서는 스투디올로에서 시작해 갤러리로 변천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의 수집과 전시를 살펴보았다. 15~16세기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군주들은 자신의 궁에 스투디올로라는 작은 방을 마련했다. 서재라는 뜻이지만 책을 읽는 장소라기보다 외교적인 공간이었다. 군주의 자기 칭송과 과시가 궁극적 목적이었지만, 지적 포장을 하는 과정에서 인문주의와 예술이 발달했다. 메디치가의 수집과 전시는 단연 최고였다. 최초의 미술관이라 일컫는 우피치도 그중 하나였다. 지금은 고대의 조각과 르네상스 회화 전시장으로 유명하지만, 18세기까지만 해도 회화와 조각은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무기, 지도, 보석 등이 미술품과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지식 체계가 분류되기 이전의 모습이다.

‘호기심에서 과학으로’, 16~17세기 알프스 북쪽 지역의 수집 문화와 진열
2장에서는 16~17세기 알프스 북쪽 지역의 수집 문화를 다루었다. 알프스산맥 북쪽, 지금의 독일어권 지역엔 당시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강력한 국가가 존립했다. 현재의 독일과 동유럽에 속하는 지역으로, 이탈리아 지역과 대립하는 문화권역이라 할 수 있다. 지리상의 발견 이후 전 세계의 새로운 물건을 접하면서 ‘경이의 시대’를 맞이했다. 희귀한 물건을 모으고, 이를 조합해 ‘호기심의 캐비닛’을 만들고, 경이로운 방이라는 뜻의 ‘분더카머’에 진열했다. ‘호기심의 캐비닛’은 온갖 귀한 자연물과 이를 인간의 손으로 가공한 예술품을 모아 완성한 하나의 진열장이다. 경쟁적인 수집 열광은 궁 전체를 변화시켰다. 도자기의 방, 조개의 방, 귀한 광물의 방, 바다의 방, 동물의 방으로 분류해 각각의 방을 가득 채웠다. 분더카머는 사물의 수집과 진열을 통해 지식 체계화가 시작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역사를 수집하다’, 다보격을 통해 본 18세기 청 황실의 수집 문화
3장에서는 18세기 청 황실의 수집 문화를 살펴보았다. 중국은 가장 오래된 수집의 역사를 가진 문명이다. 청 황실은 수집 활동을 통해 중국 고대에서 명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수집 문화 전체를 포괄하면서 그들의 정통성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청의 수집이 이전 시대의 계승에만 초점을 두었던 것은 아니다. 청은 중화의 패자가 됐으나, 만주족으로서 이민족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었다. 청의 건륭제는 전통 서화뿐 아니라 불교와 도교 회화도 수집했고, 중국의 골동뿐 아니라 일본과 서양의 물건도 수집했다. 하나의 사상, 종교의 계승자가 아니라 모든 문화의 대변자이고자 한 것이다. 그의 다양한 수장품이 들어 있는 상자, 다보격(多寶格)은 말 그대로 모든 민족과 문화를 수용한 청 제국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취향을 수집하다’, 책거리를 통해 본 18~19세기 조선의 수집 문화
4장에서는 18세기 말~19세기 조선의 수집 문화를 살펴보았다. 물건의 수집과 감상은 조선 후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18세기에 이르면 한양에 세거하는 문인을 중심으로 특정한 물건과 취미에 몰두하는 현상이 등장한다. 상업과 무역이 발달하면서 수입품과 사치품이 풍부해지고 물건은 더 넓은 계층에서 소비되었다. 도시의 시정(市井) 문화가 형성되고, 부유한 중인 계층이 수집 경쟁에 뛰어들면서 문화 소비에 대한 열기가 가열됐다. 책거리(책가도)는 18세기 말 조선, 이러한 변화의 기점에서 탄생한 회화 장르다. 책거리에는 수입 서적과 화려한 골동 기물, 시계와 안경 같은 서양 기구가 진열됐다. 그렇다면 책거리는 당시 조선의 수집 문화를 얼마나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까? 당시 수집가의 수장품 목록과 책거리 기물의 양상을 비교하면서 그 간극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 간극은 실제와 허상의 차이일 뿐 아니라, 수집이 가진 두 측면, 곧 개인적 취향과 대중적 선호의 차이, 현실과 욕망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

이은기,유재빈

저자:이은기
목원대학교명예교수,서양중세와르네상스미술사학자.홍익대학교서양화과와같은대학대학원미술사학과를졸업하였고,이탈리아피사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중세와르네상스미술을통해보는여성상에관심을두고있다.지은책으로『르네상스미술과후원자』,『서양미술사』(공저),『욕망하는중세』,『권력이묻고이미지가답하다』,『중세의침묵을깬여성들』등이있다.

저자:유재빈
홍익대학교대학원미술사학과조교수.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대학원에서「정조대궁중회화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조선과청의궁중회화를통해미술에담긴정치성을연구해왔다.조선후기물질문화와여성미술에관심을가지고글을쓰고있다.지은책으로『정조와궁중회화』,『촉각의미술관』(공저),『동아시아미술,젠더Gender로읽다』(공저)등이있다.

목차


prologue

1서재에서갤러리로:15~16세기이탈리아의수집문화
스투디올로:소우주에담긴대우주|우피치:메디치가의수집과진열|코시모1세의‘지도의방’

2호기심에서과학으로:16~17세기알프스북쪽지역의수집문화와진열
경이로운방:분더카머|호기심의진열장|교육적인‘경이로운방’

깊이읽기_현대의‘호기심의진열장’:마크디온
깊이읽기_유럽의청화백자사랑:서양이수집한동양

3역사를수집하다:다보격을통해본18세기청황실의수집문화
건륭제의호기심상자,다보격을열어보다|청대다보격,어떻게만들어졌나:다보격의기원,종류,설치|건륭제의수집품으로이룩한제국의이미지

4취향을수집하다:책거리를통해본18~19세기조선의수집문화
책거리,손에잡힐듯한이국(異國)|정조의중국물건인식과책거리|한사대부의수장품목록에서찾은세계|책거리,이국의서가에서조선의안방으로

깊이읽기_동양이수집한서양,시계
깊이읽기_현대의‘책거리’

epilogue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서재에서갤러리로’,15~16세기이탈리아의수집문화
1장에서는스투디올로에서시작해갤러리로변천하는과정을중심으로,이탈리아르네상스시대의수집과전시를살펴보았다.15~16세기이탈리아의도시국가군주들은자신의궁에스투디올로라는작은방을마련했다.서재라는뜻이지만책을읽는장소라기보다외교적인공간이었다.군주의자기칭송과과시가궁극적목적이었지만,지적포장을하는과정에서인문주의와예술이발달했다.메디치가의수집과전시는단연최고였다.최초의미술관이라일컫는우피치도그중하나였다.지금은고대의조각과르네상스회화전시장으로유명하지만,18세기까지만해도회화와조각은3분의1정도밖에되지않았고무기,지도,보석등이미술품과함께진열되어있었다.지식체계가분류되기이전의모습이다.

‘호기심에서과학으로’,16~17세기알프스북쪽지역의수집문화와진열
2장에서는16~17세기알프스북쪽지역의수집문화를다루었다.알프스산맥북쪽,지금의독일어권지역엔당시신성로마제국이라는강력한국가가존립했다.현재의독일과동유럽에속하는지역으로,이탈리아지역과대립하는문화권역이라할수있다.지리상의발견이후전세계의새로운물건을접하면서‘경이의시대’를맞이했다.희귀한물건을모으고,이를조합해‘호기심의캐비닛’을만들고,경이로운방이라는뜻의‘분더카머’에진열했다.‘호기심의캐비닛’은온갖귀한자연물과이를인간의손으로가공한예술품을모아완성한하나의진열장이다.경쟁적인수집열광은궁전체를변화시켰다.도자기의방,조개의방,귀한광물의방,바다의방,동물의방으로분류해각각의방을가득채웠다.분더카머는사물의수집과진열을통해지식체계화가시작되는과정을보여준다.

‘역사를수집하다’,다보격을통해본18세기청황실의수집문화
3장에서는18세기청황실의수집문화를살펴보았다.중국은가장오래된수집의역사를가진문명이다.청황실은수집활동을통해중국고대에서명대에이르기까지중국의수집문화전체를포괄하면서그들의정통성을증명하고자했다.그러나청의수집이이전시대의계승에만초점을두었던것은아니다.청은중화의패자가됐으나,만주족으로서이민족의정체성도가지고있었다.청의건륭제는전통서화뿐아니라불교와도교회화도수집했고,중국의골동뿐아니라일본과서양의물건도수집했다.하나의사상,종교의계승자가아니라모든문화의대변자이고자한것이다.그의다양한수장품이들어있는상자,다보격(多寶格)은말그대로모든민족과문화를수용한청제국의축소판이라고할수있다.

‘취향을수집하다’,책거리를통해본18~19세기조선의수집문화
4장에서는18세기말~19세기조선의수집문화를살펴보았다.물건의수집과감상은조선후기를이해하는중요한키워드다.18세기에이르면한양에세거하는문인을중심으로특정한물건과취미에몰두하는현상이등장한다.상업과무역이발달하면서수입품과사치품이풍부해지고물건은더넓은계층에서소비되었다.도시의시정(市井)문화가형성되고,부유한중인계층이수집경쟁에뛰어들면서문화소비에대한열기가가열됐다.책거리(책가도)는18세기말조선,이러한변화의기점에서탄생한회화장르다.책거리에는수입서적과화려한골동기물,시계와안경같은서양기구가진열됐다.그렇다면책거리는당시조선의수집문화를얼마나반영한다고할수있을까?당시수집가의수장품목록과책거리기물의양상을비교하면서그간극을살펴보고자한다.그간극은실제와허상의차이일뿐아니라,수집이가진두측면,곧개인적취향과대중적선호의차이,현실과욕망의차이라고도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