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하루

조용한 하루

$13.00
Description
『조용한 하루』는 한동안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저자 오수영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부터 2023년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게 기록해둔 사적인 메모집이다. 하늘길이 닫혔던 그 시절 저자는 본래의 꿈이었던 전업 작가가 되는 일에 전념하기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과 꿈 사이의 균형은 위태로워지고, 자신의 정체성은 불분명해진 탓에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에 사로잡혀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게 된다. 결국 그는 모든 걸 잠시 중단한 채 타인과의 비교로 스스로 불안하고 초라했던 마음을 반추하며 늦게나마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작은 변화를 시작한다.
저자

오수영

저자:오수영
일상의작은이야기를쓰고만듭니다.사진으로장면을포착하듯찰나의순간과마음을문장으로기록하는작업을이어가고있습니다.저서로는산문집『사랑의장면들』『아무날의비행일지』『깨지기쉬운마음을위해서』『우리는서로를모르고』『진부한에세이』와,메모집『순간을잡아두는방법』『긴작별인사』가있습니다.

목차


1부
서문8/행복의구성15/이국의거리에서(1)16/휴식의예감17/삼청로30,미술관앞19/타인의일상22/바다의풍경23/오래된말씀25/사막의선인장27/오늘의문장29/파주와나32/일상의맷집33/등의곡선35/경쟁의되풀이36/계절의사물들38/유월의마음39/집밥40/소원의순서43/원점44/마음의공원46/시간과마음48/사과의그물49/문장의경로50/개운한아침52/이국의거리에서(2)/책과사람55/문턱의초입58/눈내리는밤60

2부
기억의파도65/바람부는길66/사랑의흔적67/작품과인생69/설원의발자국71/생각의심연73/몽상의의미75/자기소개77/일상의장막80/길고검은차82/우리두사람84/위태로운길목85/빗소리87/기도88/기억의성질89/세상의속도90/귀마개92/첫눈94/도서관95/미래의흔적97/다음의시간98/사람의뒷모습100/물방울화가101/유영하는밤102/중식축105/몰아쓴시간106/예술병108/거창함109/기다리는마음110/겨울의온기112

3부
파도의질문115/절반의감정117/이국의거리에서(3)119/방랑하는삶121/몸이보낸신호123/산책의다짐125/우연과노력127/자화상129/몸의시간130/정직한예감132/사람의일134/멈춤의시간135/숲길136/한낮의산책137/초기화139/회복의다짐140/상자의풍경142/산책의마음144/루틴의행복153/조용한대답155/지난날156/산책자의발자국157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결국기댈수있는건시간의흐름뿐이었다.시간은세정력이탁월해서마음의얼룩을무심히지우며흘러갔다.그때는너무깊숙하고절실했던마음이라생각했는데,이제와조각난글들을돌아보니그토록마음을앓을만한문제는아무것도없었다.말그대로평범하고조용한날들이었으나,나만홀로생각의우물에갇혀유별나게소란한날들을보냈다.P.9

팬데믹으로서로가단절되고고립되었을때,사람들은모처럼타인이아닌자신에게로눈을돌리고귀를기울였다.자신을어루만지는낯선고독의손길이실은불안과공포가아닌스스로건넬수있는최대치의위안이었다는걸그때는모른채살았다.범람하는소란과말들사이에서는좀처럼들리지않던내면의목소리.이제는옛시대의철지난화두처럼외면받는그내면의목소리가그때는낯설게만느껴졌다.P.19

누구에게나그런순간이찾아오는걸까.이정도면남들보다잘하고있다며오만해지는순간.자신보다걸음이조금느린사람들의표정을외면한채앞선사람들의뒷모습만쫓게되는순간.과거를잊은채상황이달라진만큼태도도달라질수밖에없다는자기모순에빠져드는순간.그리고그모든변화를어른이되는과정이라는성장통의틀안에뭉뚱그려넣으려는순간.P.26

세상을적당히만알고싶다고적었던문장을읽었다.세상이야기를반정도만받아들이고나머지반쯤은외면한채살아가고싶었던철없는마음이었을것이다.세상을너무많이알게되면정작내가좋아하는것들보다내게절박한것들만을가까이둘것이라는두려운예감을했던걸까.P.29

모두가같은곳을향해같은속도로질주하며행복을추구한다는건터무니없는말처럼들리지만,어쩌면우리는대부분그렇게평범한삶을살고있는지도모른다.그대열속행복도있고,대열을이탈한행복도있겠지만,언젠가대열을의식하지않을때진정한내몫의행복이결정되지않을까.P.37

너무빠른시간속의나는추격하는사람없이도달아나는사람,다그치는사람없이도불안한사람.더많은여유와더느린시간을목격하고체험하다보면나도조금은시간과나란히걷는방법을알게될까.P.53

남겨진작품들은날마다낯선사람앞에서이렇게다시태어나며영생을이룬다.생물학적죽음만으로는끝나지않는삶도있다는것.오히려세월이흐를수록더많은축복과기대를받으며다시태어나는삶도있다는것.아무리생각해봐도인생은결코짧지않다.P.70

집에돌아오는길이허탈하고씁쓸했던건모임의문제도사람의문제도아니었다.생각해보면언제나나를가장괴롭히는사람은다른누구도아닌바로나자신이었다.나한테기대하고,나한테실망하고,나한테화내면서,그렇게한시도나를가만히내버려두질않았다.이정도면스스로못살게구는일은충분히한듯한데,그렇다면이제나한테사과하는일만남은걸까.P.79

금방이라도다시찾아올듯했던순간이칠년의세월이흐른뒤에야찾아왔다.그것은오늘뿐만은아니었다.이제는모든다음이라는시간이얼마나까마득한약속인지안다.아마도다음은무리하지않으면웬만해선다시찾아오지않는시간일지도모른다.P.99

일상에새카만때가묻기시작한건언제부터였을까.몰랐다고둘러대기에는나는날마다내일의일상만차려입고어제의일상은벗어서그대로빨래바구니에던져둔채오랫동안살펴보지않았다.그렇게흐른시간이오늘의밀린빨래를만들어낸걸까.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