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당신을기억할게요”
세계의불가해성속소시민의분투
다른존재를향한연민과연대,그리고애도의이야기
죽은자들이바다에나가거꾸로박혀있다는전설로전해지는말뚝들.어느날해변으로말뚝들이밀려들고,은행의대출심사역‘장’은영문도모른채트렁크에갇히는기이한사건에휘말린다.결혼을준비하던연인과파혼하고,은행에서는본부장의눈밖에나는등장에게는좀처럼좋은일이일어나지않는다.반상의엄연한법도속에자신을쌍놈이라자조하는장이지만아직은만회할기회를노리고있다.그런장의바람과달리잇달아터지는악재들속에아무도그의편이되어주지않고,스스로감당하기힘든불행은하루하루그를압박한다.경찰은피해자가된장에게냉소적이고,은행도뜻밖의일로장을몰아붙인다.모든것이자신에게등을돌렸다고생각할때절친했던옛친구태이의부고마저듣게된다.태이의유품을전해받은장은친구와의오랜오해를다시돌아본다.그러는동안뭍으로올라온말뚝들은심상찮은사회적혼란을초래하건만정부는제대로된역할을하지못한다.
말뚝들의정체는무엇인가?그들은무엇을하기위해뭍으로올라왔고,사람들에게무엇을요구하는가?말뚝들앞에만서면사람들은알수없는눈물을흘리고,흰방호복을입은수거자들이말뚝들을실어간다.치워도다시나타나는말뚝들.바다에서뭍으로,뭍에서도시로,도시에서당신들에게로계속다가오는말뚝들.누군가에겐불안으로,누군가에게는심각한위협으로인식된다.그런데조금씩밝혀지는말뚝들의과거가운데십수년전장이한어떤행동이연루되어있다니.적대와회유가교차하듯장에게쏟아지고,이제는누구를믿어야할지모를만큼이상한일들이연달아일어난다.
장은과연자신에게닥친불행들을극복하고온전한삶을살아갈수있을까?미지의타자를조우한사회는공포와불안을이겨내고진정한공동체를만들수있을까?
《말뚝들》은“6시면퇴근을기대하지만그러지못하는날이많고,외근잦고,자기삶에불만족하는평범한사람”인‘장’에게일어난믿기지않는불행에서출발해,편리와합리로포장한자본주의가호령하는신계급사회에서우리가쉽게소거했던사회적죽음의면면을‘말뚝들’로호명한다.바다에서도시로,도시에서내앞으로말뚝이진군해들어올때우리는알수없이눈물을흘린다.최루의존재를눈앞에두고아수라장이되는인간과기업,정부의시스템을꼬집는눈매는날카롭다.예리한문제의식과비현실과현실을아우르는소설적재미가작가특유의리드미컬한문체로생생히살아난다.
아무에게도빚지지않은사람의마음은가난하다.서로에게내어준마음을잊지않기위해노트에눌러쓰고,그빚을기억하며평생을사는사람들이있다.이것으로언젠가세상을설득할것이다._본문에서
한겨레문학상,한국문학의활력30년
미스터리,페이소스,유머로설득한기발한작품
한국인최초로세계유수의문학상을휩쓰는작가들을비롯해그어느때보다한국문학에대한국내외적인관심이뜨거워지는이즈음30주년을맞는한겨레문학상의다짐은각별하다.한국문학의활력과미래를도모해온서른해를마무리하는작품으로도《말뚝들》은의미가깊다.급격한압축성장을이룩한한국사회의문제를관통하는주제의식과미스터리,페이소스,유머로설득한이야기자체의기발함을무기로단단한문학적징표를획득한소설《말뚝들》을경유해한겨레문학상은한걸음더나아가고자한다.‘지금여기우리’의이야기를무한한상상력으로발굴하여앞으로도한국문학의새로운영토를굳건히다져갈것이다.
저자의말
단지이소설을위한폴더에든메모가220개다.
“너의모든운을여기서시험하지마.”
이건2017년10월7일에썼다.문장이그대로쓰이진않았지만장의어떤결정들을걱정하며되뇌었다.
“똑똑하긴한데애가바보예요.”
2021년2월8일에썼다.태이를이야기할때옮겨적었다.
“너인마헤겔백날읽어봐라.백배가된다지혜가.”
2019년9월10일에썼다.뭐라는건지모르겠다.왜써놨지?
가장오래된기록은2014년9월14일의것.
“거꾸로박혀있는사람들의말뚝.”
미처소설의문장이되지는못했지만기억하고싶어하나를더옮겨둔다.
“말뚝이널지킨다.니가지키는게아니라.”
2025년2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