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환상 여행 : 궁궐에 숨은 73가지 동물을 찾아서

경복궁 환상 여행 : 궁궐에 숨은 73가지 동물을 찾아서

$18.00
Description
궁의 처마 끝, 천장 깊숙한 곳,
굴뚝의 연기 속, 전각의 가장자리에 숨어
불과 액운으로부터 궁을 지키는 ‘동물 순라군’ 이야기
궁궐에 갔을 때 처마 위의 잡상을 보고 ‘저게 대체 뭐지?’ 하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저게 어처구니란 건데,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가 있어”라고 아는 척해본 사람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는가? 사실 경복궁에는 광화문의 해치와 근정전의 28수 별자리 동물을 포함해 100여 마리의 동물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이 동물들은 기거하는 장소(방위, 건물 용도, 거주자)에 따라 각기 다른 유래와 세계관을 품고 별스러운 표정과 포즈를 하고 있다. 예컨대, 광화문을 들어가면 맞닥뜨리는 영제교 밑에는 혓바닥을 날름 내밀고 있는 ‘천록’이 있다. 천록은 상상 속의 동물로, 온몸이 비늘로 뒤덮이고 뿔이 난 노루 모양의 신수인데, 이익의 《성호사설》에서는 천록을 ‘뿔 끝에서 오색 광채가 나며 하루에 1만 8000리나 달린다’고 설명한다. 천록은 외부의 침입과 흉한 기운을 막는 ‘벽사’의 의미로, 보통 문 앞이나 다리 위, 무덤 입구에 두곤 했다. 경복궁 영제교의 천록은 다리와 물길을 건너오는 액운으로부터 궁과 왕을 지키기 위해 놓인 것이다.
이 책은 다른 궁궐 가이드서와 달리 궐내 전각의 모양이나 내력을 살피지 않는다. 경복궁의 남문 광화문에서 북문 신무문으로 향하면서 다리 밑, 처마 끝, 월대 가장자리, 천장 깊숙한 곳, 굴뚝 밑 돌담까지, 남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구석구석을 톺아보며 73마리의 동물을 좇는다. 동물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궁궐을 돌아볼 때, 무심코 지나쳤던 과거의 유물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환상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특히 각 동물 캐릭터의 상세한 표정과 포즈를 구현한 일러스트 덕분에 당시의 철학, 이상세계,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해치, 봉황, 용, 현무뿐 아니라 불가사리, 귀면, 산예, 공복, 달두꺼비까지, 다양한 동물이 각자의 사연을 품고 어디를 지키고 있는지, 경복궁이 오늘날까지 살아남기를 바라며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 찾아가는 새로운 궁궐 역사 가이드서다.

저자

유물시선

저자:유물시선
한국의유물을과거에두지않고동시대로가져온다.《백제금동대향로동물백과》《유물시선:돌》《탐라의귀신:제주의영원한수호자들》을출판했다.*인스타그램@yumool_eyes

글:조부용
웹을통해영화와책을소개하는에디터로일했다.‘왜한국유물이나전통을소개하는플랫폼은없을까?’하는생각으로X(트위터)에‘한국의맛과멋’계정을무작정만들어운영하기시작했다.역사학자인아버지와함께한국사이메일뉴스레터〈나만의한국사편지〉를발행하고,‘유물시선’동료들과한국역사와유물에관한책을출판하고있다.앞으로도비일상적인과거의유산을일상적으로향유하고‘덕질’할수있는,새로운형태의유물콘텐츠를만들고싶다.*X(트위터)@my_k_history인스타그램@khistory_letter

그림:남연주
PaTi.IS(PaTIillustrationstudio)에서일러스트레이션을공부한뒤그래픽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로활동하고있다.《백제금동대향로동물백과》일러스트작업을통해백제금동대향로속85가지캐릭터를되살려소개했다.이름붙여지지않은존재를이야기로소환하고다른이들과전시,워크숍을통해함께나누는것에관심을두고있다.그림책을통해더많은사람에게가닿는작업을꾸준히할예정이다.*인스타그램@kokukoku20

목차

경복궁동물순례지도

광화문(光化門):임금의큰덕이온나라를비춘다12
광화문앞파수꾼:해치새로운입주자:해치광화문터줏대감:해치턱밑의괘:용문지킴이삼총사:용중앙문수호자:쌍봉동쪽협문수호자:용마서쪽협문수호자:거북용마루내뿜는입:용고개를치켜든:용

흥례문(興禮門):예를널리일으킨다38

영제교(永濟橋):영원히백성을구제하라40
금천의호위무사:천록왕의호위무사:용(공복)

근정전(勤政殿):근면하게정사를돌보라48
왕의길:봉황과해치동쪽사방신:청룡서쪽사방신:백호남쪽사방신:주작북쪽사방신:현무근정전천장쌍룡:칠조룡동방칠수:교룡(뱀)동방칠수:낙(소)동방칠수:토끼서방칠수:이리(양)서방칠수:원숭이서방칠수:닭남방칠수:안(들개)남방칠수:말북방칠수:쥐으르렁,악귀막는:법수다정한가족:쌍법수사자를닮은용:산예하늘높이뻗은꼬리:용
근정전전체동물석상배치도

사정전(思政殿):백성에대해늘깊이생각하라96
여의주를희롱하는:쌍룡
강녕전(康寧殿):마음을바르게하고덕을닦으라100
용문에오르다:잉어

교태전(交泰殿):하늘과땅의기운이조화롭게화합한다104
왕비의정원:아미사굴뚝부조귀신의얼굴:귀면오래살기를기원하는:학생김새가불가사의:불가사리맹수의품위:표범복을불러오는:박쥐불로초훔쳐먹은:두꺼비

자선당(資善堂):선한품성을기른다122

함원전(含元殿):원기를간직한다124
첫째의무게:거북(비희)

자경전(慈慶殿):어머니께경사가생기길바라는마음128
십장생굴뚝:십장생과박쥐,학,불가사리,귀면짝없는신세:해치

경회루(慶會樓):임금과신하가덕으로만난다134
용의새끼:리믿음과의리:추우왕을맞이하는:용조선의유니콘:기린길상의상:코끼리경복궁의마스코트:해치연못에아른거리는:청동용서유기를품은지붕:잡상
경회루동물석상배치도

건청궁(乾淸宮):고종의자립과좌절이어리다160

향원정(香遠亭):향기는멀수록더욱맑다162
하늘을수놓은:봉황

집옥재(集玉齋):옥처럼귀한보물을담은곳166
도서관지킴이:용두,천록,해치한가닥수염을가진:용
마주보는:봉황

집경당(緝敬堂):계속해서공경한다174
지붕의마침표:용
동문건춘문:쌍룡북문신무문:쌍구서문영추문:쌍호

부록:경복궁,못다한이야기185
참고문헌및그림출처211
주215

출판사 서평

물을머금은광화문의입벌린용,
경회루를지키는기린과코끼리,
각자의임무를맡은동물들

《경복궁환상여행》은광화문에서자신의‘수호동물’을정하는것에서부터시작된다.광화문에해치말고,3문천장에동물이산다는것을아는사람은몇이나될까?왕이드나드는중앙문천장에는봉황이,동문에는용마가,서문에는거북이쌍으로노닐고있다.문관이출입했던동문으로입장했다면,당신의수호동물은하늘을나는용마!용마는‘용의머리’에‘말의몸’을한신수로,‘현명한군주가있을때용마가나타난다’는이야기가전해지며,왕의행차때의장기로사용된동물이다.아기장수‘우투리’도조선을세운‘이성계’도용마를타고왔다고전해지니,용마는곧‘왕의위엄’을상징한다.

수호동물을정했다면광화문안쪽으로들어와지붕끝을올려다볼차례.고개를올리면‘아’하고입을벌린용의형상이눈에들어온다.자세히보면턱밑에웬기호가보인다.이는바로《주역》의팔괘가운데하나인‘감괘’로,물을상징하는기호다.그런데왜광화문돌벽위에‘물의괘’를새긴용머리모양물내림돌을올려다둔것일까?음양오행상남쪽은‘불’을상징한다.광화문은경복궁의남문이고,거기서남쪽으로향하면‘관악산’을마주하게되는데,옛사람들은관악산을화기가강한산이라고생각했다.목조건물에서가장무서운것은당연히‘불’이아닌가.하여물을상징하는‘용’모양‘물내림돌’에‘물의괘’를넣어이를퇴치하려했던것이다.그야말로물,물,물인셈!

경복궁의남문인광화문에서북문신무문으로향하면서우리는이렇게각전각을지키는동물과그들이맡은임무,의미들을톺아본다.교태전의후원‘아미사’에왜어울리지않는불가사리와박쥐가있을까?지붕위의취두에왜‘칼’을꽂아둔것일까?경회루에는왜조선에살지도않았던동물인‘코끼리’와‘기린’이좌정하고있을까?그들이맡은임무와그에담은옛사람들의메시지를알고나면,궁궐구석구석이이야기로넘실댄다.

사방신과28수별자리,칠조룡이있는근정전
유일하게아무동물도없는전각,건청궁
건물에얽힌가지가지사연들

경복궁에서가장많은동물이사는건물은어딜까?흥미롭게도건물의중요도와동물의개수는거의일치한다.국왕이정무를보던곳,현존하는한국최대의목조건물근정전에는계단의봉황부터월대의동물들,천장의칠조룡까지약60마리의동물이서식하고있다.그중에서도월대의동물들은단연근정전의백미!그동안은이들을12지신이라일컬어왔지만,2018년일본와세다대학에서《경복궁영건일기》가발견되면서‘28수별자리동물’임이밝혀졌다.28수는밤하늘의동서남북에각각7개씩배치되어있는별자리를말하는데,이에따라그동안미스터리였던근정전천장에있는일곱발톱의칠조룡또한중앙에서사방의7수를관장한다는의미인것으로추측되고있다.저자는고대중국의신화집《산해경》,《설문해자》,《삼국사기》등고문헌과《조선왕조실록》그리고다양한민담을바탕으로이별자리동물들을포함해궁궐의신묘한동물들을소개한다.

경복궁에는근정전처럼수많은동물이지키는건물도있지만,단1마리의동물도,화려한단청도없는전각도있다.고종10년때내탕금으로지어진고종의거처건청궁이다.경복궁에서도가장안쪽깊숙한곳에있는건청궁은사가의양반집처럼지은목조건물로,궁궐어디에나있는잡상조차없다.그래서일까?조선왕실에서벌어진가장기구한사건으로손꼽히는일들이바로이곳에서벌어졌다.명성왕후가시해됐고,고종은건청궁을떠나러시아공사관으로간뒤다시는경복궁으로돌아오지않았으며,일제에의해철거되었다.우리가지금보는건청궁은2007년에복원된것이다.
유물시선은이렇게동물을중심으로전각에얽힌사연들도들여다본다.자경전에혼자앉아있는해치를통해일제가우리궁궐을훼손한사건을되짚어보고,경회루석교의용조각상을통해비운의왕,단종의말로를살피는식이다.동물들을따라궁궐을여행하다보면,역사책속에서딱딱하게만느껴졌던사건들과문화재에불과했던건물들이손에잡힐듯입체적으로다가온다.

무심코지나치고,육안으로볼수없는작은동물들까지,
유물시선의감각으로그려낸73마리동물일러스트

한국의유물을독특한일러스트와함께현대적으로해석하는팀유물시선은이른바‘본격한국유물입덕서’《백제금동대향로동물백과》로금동대향로‘덕후’들을양산하며열풍을일으켰다.약65센티미터에불과한향로에서85가지캐릭터를찾아내선보인‘한국판신비한동물사전’으로2030독자들의‘덕심’을자극했던것.그유물시선이이번에는약43만제곱미터의경복궁구석구석에서73개수호동물을찾아내현대로소환한다.

조선을건국하면서1395년에완공된경복궁은지은지약200년만에전소되었고,약270년동안폐허로남겨져있었다.1868년경복궁이다시중건될때,흥선대원군과궁궐을지은사람들은건물에서작은소품까지하나하나에메시지를담아배치해두었다.향원정연못에서발견된‘청동용’은더이상불타지않기를바라는마음을,경회루의‘기린’은태평성대를바라는마음에서석교에놓았다.왕의처소인강녕전처마끝에는‘잉어’모양토수를끼워자손의번창을기원하고,근정전월대의향로다리에는불과연기를좋아하는용의아들‘산예’를새겨놓고불을소중히모시게했다.경복궁의동물들은바로그메시지의시각적표현이었던것이다.

유물시선은우리가무심코지나치고,육안으로볼수없을만큼멀리떨어진동물들까지그모습을일러스트로충실히재현해낸다.움직임과표정에역동성을불어놓은드로잉과각동물에대한설명을따라구석구석을살피다보면,그저건물만훑고다녀가는경험과는전혀다른경복궁을만날수있다.조선의‘이상세계’와옛사람들의‘마음’을발견하는그야말로‘환상여행’이시작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