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계절안에서흩어질나의지금”
나와당신을이어주는글쓰기
작가는어느아기의돌을축하하는글을쓰면서,그글이돌고돌아자신에게로오는경험을한다.축사를통해자신이아는남자아이‘일리야’의이야기를들려주는데,무더운프랑스에서만난일리야는태양을피해그늘에숨은어른들을비웃기라도하는듯시원한물줄기가흐르고있는분수대를향해달려가물줄기를끌어안았다.그이야기를빌려“뜨거운태양이나옷이젖는것을두려워하지말고달려가꼭껴안기를”바라는마음으로축사를마쳤을때,그는자신이쓴모든축복이다시자신에게로돌아오고있음을깨닫는다.
그러니까거기적힌이야기는사실내가한살부터마흔한살을살아낸나에게되돌려주고싶은말이었던것이다.나는그렇게얼굴모르는아기의돌을축복하며내가잃어버린축복을다시손에쥘수있었다.돌이켜보면누군가를향해썼던모든글이내게로되돌아왔던것같다.기쁜이야기는내마음의기쁨의자국으로,슬프고아픈이야기는작은성장으로.그러니글쓰기란결국보내는말이아니라맞이하는말이아닐는지.
―89쪽
누군가에게로보낸말을기꺼이다시맞이하면서,그는글쓰기의또다른가능성을발견한다.이제는흔적으로남은나의순간들이언젠가당신의순간들이될가능성이다.그렇기에그는단순히글을좇기보다“손에쥘수없는”계절을,“고요”를말하는법을생각하며걷는다.“이이야기들은내눈앞에펼쳐진것,내가온몸으로맞이하는것,그러니까지금에관한것이다.”자신의글이누군가의풍경이되기를바라는마음으로,언제든‘거기’에있을당신을상상하며작가는나와당신을순환하는글을써내려간다.
“문맹의사고를간직한언어”로
현실을부드럽게끌어안기
유학시절프랑스에서보낸문맹의시간,연극이라는꿈을포기해야했던순간,섬유유연제로가난과자신의냄새를가려야했던상처많은계절을지나이제는두언어사이에길을내는번역가로서작가는언어의경계에서본사람만이내뱉을수있는‘바깥언어’로상상의폭을넓혀간다.와인잔에수많은여름을담아건네고,의자와함께즐기는고독의목소리를들려주며,“사랑사랑”부는봄바람의촉감을전한다.성실히,절실하게글을쓰고옮기는작가에게서대체할수없는미묘함을간직한언어가탄생한다.
번역을하면할수록서로다른두세계가완전히포개지지않고살짝어긋날때언어의폭이더넓어진다는것을실감한다.언어의폭이라는말은상상의폭이라는말로바꿔도좋을것이다.언어는보이지않는것을,존재하지않는것을그릴수있게해주니까.오직언어로벨벳은향기처럼그윽할수있고,눈은손처럼촉각을가질수있다.
―44쪽
이제꿈에서걸어나와,“읽고옮기고쓰는일을향해몸을휘는”간절함으로글을향해가지를휘는작가에게다시시작되는미래가있다.바로‘계속쓰는사람’이되어글로자신과사랑하는사람들을돌보는일이다.글쓰기를통해그림자가빛이되던순간을,이제더이상상처가아니게된계절을작가는수많은‘당신’에게건넨다.이책을읽는사람에게‘상처없는계절’이도래하기를바라는마음으로,그것이자신이내어줄수있는것중가장아름다운것이라고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