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or(릿터) 51호(2024년 12월/2025년 1월) (회복하는 문학 | 안세진 「간신히 옮겨 가는 삶 - 한강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 6P)

Littor(릿터) 51호(2024년 12월/2025년 1월) (회복하는 문학 | 안세진 「간신히 옮겨 가는 삶 - 한강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 6P)

$13.00
Description
읽고 쓰는 ‘릿한’ 사람들을 위한 잡지 『Littor(릿터)』. 문학을 읽어 왔던 이들에게는 즐거운 읽을거리가, 문학을 멀리했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즐길 거리가 되고자 한다. 민음사 출판그룹의 모든 편집자가 기획에 참여하여 독자의 읽기 감각을 자극하고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는 편집을 보여 주고자 한다. 무엇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문학은 계속해서 읽을 만하며, 읽어야 하며, 읽기에 즐거운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고자 한다.
저자

민음사편집부

목차

[Littor(릿터)51호(2024년12월/2025년1월)목차]

2—3Editor’sNote

9CoverStory:회복하는문학

10—15안세진간신히옮겨가는삶-한강의소설을읽는다는것
16—19최경란프랑스에서본한국문학
20—23보메이탈-비주류,한국문학
24—25이나혜미래비슷한걸봤던날
28—32이소문학이있는자리-곁,정류,앎
33—37전청림투과하는영원-조해진소설속빛의감각
38—41최가은구멍난해골-김숨의역사쓰기
43—46최유안낱낱의죽음이삶에끌어올려져
47—50민병훈아주약간의자유
51—53함윤이뼈이야기

57Essay
58—63황희승나만귀여워?갯가재2회
64—68서이제이제는말할수있다6회
69—74정은귀나의에밀리14회

77Interview
78—88정대건X강보원긴시간을통과하는사랑
90—100정은채X이은선때맞춰내리는좋은비
102—111김유나X이수희구겨진덕분에왠지더맛있는

115ShortStory
116—129박솔뫼아오모리에서
130—167이아토숨구멍
168—193이준아박력있게스파이크

197Poem
198—199정끝별소설
200—201김성대한밤의그네
202—205한연희톡톡두드리기연습
206—207정우신팔마도(八馬圖)

213Review
214—217조예은조예은『필로우맨』
214—217최원호『메마른삶』
214—226심진경『이중하나는거짓말』
227—230정기현『맨투맨』
231—234김지현『백합의지옥』
235—238강소희『비눗방울퐁』

240Awards김수영문학상
240—253윤지양『기대없는토요일』

254—255Epilogue

출판사 서평

■고통과상처,그리고회복과문학
어려운시절은고통만남기고가는게아니다.다가져도못가지는,오히려다가져서못가지는선물도주고간다.이를테면인간관계의리셋같은것들.좋은시절에는드러나지않던‘내사람’이누구인지가르쳐준다는점에서어려운시절은인생의적재적소에배치되어야할필수위기이고,그런관점에서보자면나는인생에관한한위기론자가맞다.그런데왜어려운시절에이르러서야‘내사람’이드러나는걸까.고통이야말로내것과네것이철저하게구분되는‘유물론적’사건이기때문이다.타인이겪는고통은타인의고통일뿐이다.당연히반대도마찬가지다.내가겪는고통이타인에게도고통스럽기를기대하는건과도한욕심이거나사실상망상에가깝다.우리가진심으로체험할수있는고통의반경은자기자신이최대치이고,자신의고통마저외면하는사람도세상에는드물지않다.
2022년에출간된김혜진의소설『경청』은타인의고통을평가하던주인공이타인에게자신의고통을평가받는위치로전락하는얘기다.소설의주요플롯은고통의시점(時點)변화를동반한다.모두의타인인어느유명인의불행은3인칭고통이다.다들그남자의인생을두고다안다는듯떠들어댄다.그러다남자가자살하자그의죽음에도의적책임을느낄법한주인공에게비난의화살이집중된다.주인공은걷잡을수없는1인칭고통에빠져든다.그러던주인공이한마리길고양이를구조하며타자의고통과자신의고통이뒤섞인‘주인없는고통’상태를경험한다.그경험은1인칭고통이라는늪에서빠져나오는계기가되는동시에3인칭고통이라는벽을뚫고나가는계기가된다.요컨대성장이라고부를수도있을이변화에서우리가목격하는것은‘2인칭고통의탄생’이다.‘너’의의미는부르는‘나’와불려지는‘너’가공존한다는데에있다.‘경청’은2인칭고통에다다르기위한심화된듣기이자우리가서로의형식으로살아가는데필요한자세에관한은유다.
스웨덴아카데미(SvenskaAkadedmien)가2024년노벨문학상수상자로한강을호명했다.한강의문학은1인칭고통과3인칭고통으로양분된세계에서살아가는보통사람들에게2인칭고통이라는공감의시점(時點)을제공함으로써주체적으로상처받는태도의미학적,윤리적가치를호소력있게그린다.1인칭고통은개인고유의체험이다.3인칭고통은나에게허락되지않는고통이다.그사이에는단절만이아니라연결도있다.타인의고통을받아들여자신의고유한고통으로만드는사람은쉽게상처받는사람일것이다.상처받기쉬움(vulnerability)은인간적취약성이분명하지만,동시에인간적강점임에도분명하다.한강의문학에서‘인간’은고통받는인간(homopatiens)이고,세계가한강에게표한경외감은작가이자인간으로서그가자처하는상처받는존재를향한경외감과다르지않다.
《릿터》51호커버스토리는‘회복하는문학’이다.한국작가의노벨문학상수상과함께한국문학의저력이‘회복’되고있음을상기하는면도있고이시대문학의핵심에회복이있다는의미도있다.애초에내것이아닌고통이어떻게나의고유한고통이될수있을까.고통앞에서우리는어떻게참여하는구경꾼,그모순과한계를가능성으로바꿀수있을까.2인칭고통의영역에서성취를이룬한강,김숨,조해진의문학세계를근작중심으로살펴본다.안세진평론가는한강소설을다시읽으며죽음이삶으로전환되는회복의순간에피어나는생의열기를마주한다.최가은평론가는『오키나와스파이』를중심으로김숨소설을돌아보며빈틈에충실함으로써역사적가능성을소설화하는김숨의‘열려있음’을호평한다.전청림평론가는『빛과멜로디』를바탕으로타인의삶과접촉하는조해진식점등의순간을해석한다.이른바문학의자리란‘곁’이자‘정류’이며그로써배열되는잔해들의빛이야말로예술이자‘앎’이라는‘문학적정의’가이소평론가의글을통해갈음된다.
소설가최유안,민병훈,함윤이는자신과타인의헤맴을어떻게소설화할까.상처와회복이라는주제에대한작가노트도저마다흥미롭다.노벨문학상발표를기점으로해외에서바라보는한국문학에대한위상도달라졌다.한강소설『작별하지않는다』의프랑스어번역자최경란은세계의독자들에게지금한국문학이어떤존재감으로커지고있는지를현장감있게전달한다.한국문학을공부하는중국인유학생보메이의글은더이상비주류가아닌한국문학이10년후어떤모습일지기대하게한다.미국에서비교문학과번역을공부하고자하는스무살신입생이나혜는한강의수상소식에힘입어자신이설계해나갈전공의길을도전적으로꿈꾼다.‘한강키즈’는언제든지한국문학의흐름을바꾸는새로움으로등장할수있다.
한원로미술사학자와대화를나누다인상적인얘기를들은적이있다.종교가있냐는내질문에그는아름다움이자신의신앙이라고답했다.그의확신이존경스러운한편그의고독은좀쓸쓸해보였다.유독이번호에는문학을‘믿는’사람들의고백과체험이많이보인다.소수의믿음과취향으로‘지역화’되는것같던한국문학에한줄기보편적빛이들었다.어둠이깊어서그런지이빛이더눈부시다.문학이세상을이끌던시대는지나갔을지몰라도,문학이세상에상처받은사람들을부활시켜주는시대는아직오지않았다.《릿터》51호는부쩍희망적이다.어려운시절이고통만남기고가는건아니다.-Editor’sNote

■김수영문학상수상작발표
올해<김수영문학상>수상작은윤지양의「소설」외57편이다.시적공간이자아의내면으로좁혀들어가는최근의경향과달리윤지양의시는독특한착상과정형화되지않은감각으로설득력있는스토리텔링을전개하는독창성을보여준다.《릿터》에서심사평과수상소감을비롯해수상작가운데대표작4편을먼저만나볼수있다.

■박솔뫼,이아토,이준아단편소설
박솔뫼의「아오모리에서」는일본소도시아오모리를여행하는주인공이앞으로만날법한사람들을한명씩써나가는소설이다.시간은과거에서현재로,현재에서미래로흐르는한편미래에서현재로,현재에서과거로흐른다는또다른관점을만날만날수있는작품이다.두명의신인소설가를소개한다.민음사와서울대학교가공동으로주관하는‘라이터스쿨’2기수강생이아토의「숨구멍」은학교에서,가정에서,사회에서고립된두십대가서로를알아가며친구가되는과정을그린버디무비식소설이다.가정폭력,학교폭력,영케어러문제등돌봄과안전의사각지대에서두사람이상처의구멍을숨구멍으로바꾸는과정이감동적이다.이준아의「박력있게스파이크」는본업외에도대부업알바를하며‘지나치게열심히’사는직장인‘산드라’와산드라의실적을올려주는‘외롭고궁지에몰린이웃들’이또다른직장인의관조적인시선으로그려지는작품이다.먹고사는일의고단함과절박함이궁핍한명랑속에서애잔하게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