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과학잡지 에피 24호, “인공지능과 소설가의 일”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창작에 활용되는 흐름에 대한 소설가들의 시선을 담았다. 이들의 시선을 통해 그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을 인간이 아닌 존재가 한다는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로 창작에 활용될 수 있는지 등을 살피고, 나아가 그저 경외를 느꼈던 창작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

김연수,김초엽,정지돈,장강명,정인경,오철우,윤신영,신방실,홍민키,김혜윤,

1993년『작가세계』여름호에시를발표하고,1994년장편소설『가면을가리키며걷기』로제3회작가세계문학상을수상하며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여러소설집과산문집이있다.동서문학상,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황순원문학상,이상문학상,허균문학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챗지피티와글쓰기|전치형

키워드-숨(Exhalation)
그건오해다.나는이해했다.|김연수
인공지능은소설가의친구가될수있을까|김초엽
쓰여진문장과쓰여지지않은문장사이|정지돈
야생앞에서|장강명

뉴스-갓(Ansible)
이계절의새책|몇계단을내려가면다른종의신비로운의식세계가있다|정인경
과학뉴스전망대|태양광지구공학,무대밖논란에서무대위논란으로|오철우
과학이슈돋보기|우주공간은어떻게팽창하나…새국면접어든허블상수관측|윤신영
글로벌기후리포트|‘산불’이라고쓰고‘기후재난’이라고읽는다|신방실

컬처-터(Foundation)
현대미술,과학을분광하다|메타버스라는신기루|홍민키
SF|딥러닝레퀴엠|김혜윤

이슈-길(Farcast)
재활의발견|로봇과물리치료사|강미량
스탈린,파시즘,방사능의변경사(邊境史):우크라이나전쟁의역사적배경을이해하기위한시도|우동현

인류세(Anthropocene)
탄소중립개념검토|박선아

INDEX

출판사 서평

인공지능이미치는영향은어디까지일까.생성형인공지능이그동안인간고유의영역으로여겨졌던창작에도본격적으로활용되면서인공지능에대한인간과사회의고민은더깊어졌다.과학잡지에피24호는이흐름에대한소설가들의시선을담았다.인간이아닌존재가창작한다는것에어떠한의미가있는지,그리고인공지능이창작에어떤역할로활용될수있는지등을살폈다.

김연수는M과의협업을통해작품을완성해나가는이야기를담은단편소설‘그건오해다.나는이해했다.’를통해인공지능이읽을수있는것과읽을수없는것에대해성찰할수있는이야기를건넨다.김초엽은장편소설집필과정에서ChatGPT를활용한사례를바탕으로소설가의창작에인공지능이어떤기여를할수있는지,소설가가염두에두어야할것은무엇인지구체적으로조언한다.

인공지능을활용한프로젝트‘AI와함께한수요일’사례를중심으로자기경험을소개한정지돈은인공지능의전형적인오류인환각현상을통해쓰여진문장과쓰여지지않은문장사이의가능성이라는지평을제시했다.이른바‘알파고쇼크’부터시작된인공지능에대한관심을환기하며인공지능이창작에다양하게활용될앞으로를대부분예측에서벗어날‘야생’으로비유한장강명은인공지능이문학에미칠다양한영향에대한‘인간’소설가로서의견해와전망을진솔하게남겼다.

인공지능이기대와우려를동시에갖게하는것은아직경험하지않은새로운가능성이기때문이다.경험으로이어진가능성은경험이전의예상과전망을새로고침한다.창작자의입장에서메타버스전시의과제를설명한홍민키의글은메타버스에대해우리가기대에가깝게전망하느라불분명하게여겼던과정을생각하도록한다.한편김혜윤의단편SF‘딥러닝레퀴엠’은주체에대한인상적인물음을통해인공지능에대한현재의논의가희망과절망중어느하나만을향하고있는것은아닌지생각하게한다.

인공지능을통해그리는미래는현재와분리될수없다.그런데우리의현재는인공지능을막연하게떠올리며앞으로를기약할여유가없어보인다.해마다기록을갱신중인산불을이제‘기후재난’으로여기고보다체계적으로대응해야한다는신방실의글과다양한자료와문헌을교차적으로분석함으로써탄소중립의개념을세밀하게검토한박선아의글은그것이불안이든희망이든맞이할미래를위해지금취해야하는행동이시급하다는것을다시금확인시켜준다.

현재의문제는이제막부상한문제도있고새로운지평을열어가는과제도있다.문제를해결하는데크게기여할수있으나그로인해지구에미치는악영향이클수있다는점에서논쟁적인태양광지구공학기술을소개한오철우의글은앞으로논쟁할시간이충분하지않다는것을감안하면더욱귀를기울이게된다.우주의진화와운명을가늠할수있는근거가되는허블상수관측의새로운전환을소개한윤신영의글은현재와미래를잇는심란함이세계의근원을탐구하는인간의호기심을지속하기위해서라도반드시해소되어야함을생각하게한다.

그것이무엇이든,우리앞에놓인크고작은문제들을해결하는것은결국우리자신이다.우리가인공지능에대해갖는두려움은어쩌면우리가우리를아직잘몰라서일수도있다.아무리인공지능이사람처럼글을금방써낸다고할지라도,인공지능으로써도되는글과그렇지않은,왠지‘쉽게써지면안될것같은글’을구분하는것은인간이기때문이다.해양생물의다양한생태계를다룬책『후생동물』을다룬정인경의서평은깊은밤바닷가의고요한파도소리와함께겸허한마음을갖게한다.로봇이물리치료에새로운기여를할수있지만인간의눈과손과귀가함께할때더큰효과를얻을수있다는강미량의글은인공지능을대할때에도필요한태도라는생각이들게한다.우크라이나전쟁의역사적배경을폭넓은자료를활용해입체적으로분석한우동현의글은우리가경험하는현재가이루어지기까지과거로부터이어지는다양한맥락이존재할수밖에없음을깨닫게한다.우리의현재는미래로어떻게이어지게될까.인공지능은무어라답할까.

책속에서

하지만먼미래의일들까지는아직알지못하던그때,시연은어떤충동을느꼈을뿐이다.시연은이어지는후기입학시험에지원해합격했다.봄부터시연은영문학과에서공부하기시작했다.
---p.30김연수,「그건오해다.나는이해했다.」중에서

인공지능은점점발전해소설가의더욱유용한보조도구가될수있다.언젠가는특별한지시없이도직접여러편의소설을써낼지도모르겠다.(중략)그렇다고해서인공지능과소설가들의관계가평화롭기만한것은당연히아니다.
---p.43김초엽,「인공지능은소설가의친구가될수있을까」중에서

이소설에는내가쓴문장도있고챗이쓴문장도있다.그러나그둘을구분하는일은무의미하다.소설을쓰며가장의미심장하게느껴졌던것은챗의능력보다나의변화였다.
---p.55정지돈,「쓰여진문장과쓰여지지않은문장사이」중에서

정직하게말해그런분업은문학이라는예술의핵심가치가어디에있느냐에달려있지않다.인공지능이어떤작업을잘하느냐,그리고이런파트너십이얼마나수익성을내느냐에달려있다.나는인공지능에대해서는잘모르지만인간에대해서는조금안다.많은인간들은추구할만한가치보다돈벌이를훨씬더중요하게생각한다.
---pp.72-73장강명,「야생앞에서」중에서

나는각장이시작될때마다바다풍경을묘사하는문장에매료되었다.해변을거닐다방파제계단에이르면“몇걸음내려가면”을속으로중얼거리는습관이생겼다.고프리스미스가탐험하고기록한해양생물이이바닷속에있다.
---pp.85-86정인경,「몇계단내려가면,다른종의신비로운의식세계가있다」중에서

기본적으로물질성을기반으로하는전시감상에서신체로경험하는공간감은중요한정보이기때문에디지털세계에서의감상은제한적이다.결국메타버스전시장에디지털데이터로변환돼업로드된작품들은새로운감상까지나아가지못하고,심지어는지나치게열화된기호가되어원본의아우라까지훼손할수있다.
---p.136홍민키,「메타버스라는신기루」중에서

우크라이나전쟁을보는가장지배적인프레임은‘피해자’우크라이나와‘가해자’러시아라는극명한이분법이다.(중략)이러한이분법의프레임속에서우크라이나전쟁의복잡한현실과역사적배경이온전히전해지기보다는끊임없이왜곡된다는느낌을받았다.
---pp.211-212우동현,「스탈린,파시즘,방사능의변경사(邊境史)」중에서

언어가살아남으려면실체적효력이있어야한다.살펴본바에의하면탄소중립이라는개념으로현재의위기에진정으로대처하기에는부족한점이많다.지금은모든것을해결할대안으로여겨지고있지만결국실망을안겨주게된다면,이탄소중립이라는개념이야말로2050년까지살아남기어려운,효력을잃어버린한때의유행어로그치게되지않을까.
---p.246박선아,「탄소중립개념검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