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각과당신의이해사이
잘맺고끊고적당한거리를주는
이른바지구적삶을산다는것
관계와관계사이에서대책없이흔들리는순간이있다.균형이란적당한힘과거리를줄때에야비로소잡을수있겠으나,고고하게버티고서있기쉬운사람이얼마나될까.가만히놓인듯보이는작은공에도,서로거세게밀치는다른방향의힘이작용하고있을지모를일이다.
저자역시서툴기그지없는이다.다만글을짓는사람이기에,이리저리난길위우리가붙들고걸었으면싶은은유몇낱을던지고자하였다.당신의마음어딘가에가닿는지점이있기를바라면서.
“아무래도나는태양과지구사이에작동하는강렬한힘을말할때보다모래와모래사이미세한공극을말할때의사이가좋다.스웨터가따뜻한이유는털실의보푸라기들이틈사이사이에온기를붙들고있기때문일것이다.”
본문중에서
스스로를누구라고생각하든우리가자신이라여기는모든특징들은어느날갑자기변하거나흔적도없이사라져버릴수있다.본래의나라고말할수있는대상은과연존재하는것일까.아이러니하게도우리는그답의실마리를타인과의관계에서발견하게된다.나자신보다오히려누군가를의식하고,남과다르려혹은다르지않으려애쓰지만결국세상에스며드는삶,내안팎의끊임없는변덕속에도대체피아는누구이고내가원하는게무엇인가를더듬어찾아가는여정같은삶에서말이다.
“당신과나의만남이우연처럼쉽고사소해보이지만,사실은지난하고지극한운동의결과다.당신이내게오는동안의저항을나는알지못하고,내가당신에게가는동안의저항을당신이알지못할뿐이다.그러므로내가살아온날들이당신을만나기위해부단히애쓴필연과두려움을이겨낸행운의결과였다는말은결코과장이아니다.”
본문중에서
1부‘관계의날씨’에서는세상에생겨난모든사이들을우주에비유한다.우리는나의우주와누군가의우주가만나확장한서로의우주안에있다.서로간의평행을이루기위한적당한틈,적당한거리는얼마쯤일까.2부‘관계의언어’에서는사람을얻고또잃는말과태도의얄궂음을전한다.끊임없이고민하고또실패했던시인의고백은간간이웃음을자아낸다.3부‘행복의질량’에서는세상과의관계에서취해야할마음가짐,밀도있는삶을위한선택과집중에대해사유한다.4부‘마음의오지’는나자신과의관계,스스로에대한오해와마주하며외로움의본질에대해탐구한다.
아무래도세상은그리만만하지않아서,만남과헤어짐은수없이이어진다.다행스럽다할지,인연이끝난다해서우주가함께떠나는것은아니다.지금이순간도우리는누군가를향한속도와마음의기울기위에서수평을잡고시간과거리의힘으로견뎌내는,이른바지구적삶으로의적응을계속하고있다.새로운어딘가를여행해도,새로운누군가를만나도우리는결국일상에서아늑하고평화로워진다.설렘과떨림후다다른내면의고요,그기억을잊지않고일상을살아가면되는것이다.
오늘이그러하듯어제는그제와같았고내일은또오늘과같을테지만,평범함의힘을믿고버티는삶을귀히여기는이들에게,저자는다독이듯이한마디로슬쩍위안을건넨다.“관계란,반복되는일상의의미를놓치지않는사람들의것이다”라고.책장을덮는순간,서로닿기쉬우면서도또상처받지않는적당한거리그리고온전한나의속도는얼마쯤인지가늠하고싶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