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손잡고 (전미화 그림책)

오빠와 손잡고 (전미화 그림책)

$13.00
Description
평범할 것 같던 어느 날, 우리 집이 사라진다면

미처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엄마 아빠는 고된 몸을 일으켜 서둘러 일터로 향합니다. 작은 집, 그보다 더 작은 창문 사이로 해가 들면 남매는 여느 때처럼 둘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좋아하는 고등어 반찬을 보고 해맑게 밥상 앞에서 몸을 흔들어 대는 동생을 오빠는 조용히 바라봅니다.
“이 닦기 싫어.” “어젯밤에도 씻었는데 왜 또 씻어.”
동생은 언제 신났었냐는 듯 금세 오빠를 향해 불평을 오물거리지만, 오빠가 칫솔질을 멈추지 않을 것도, 꿀밤을 주지 않을 것도 다 아는 눈치입니다.
동생은 제일 좋아하는 쨍한 개나리색 원피스를 입고 나와 한껏 기분이 들뜹니다. 늘 오가는 산책길이지만 오늘은 꽃들이, 나무가, 구름이 말을 거는 것 같아 더 신이 납니다. 오빠가 파란 모자를 푹 눌러쓰는 이유를 동생이 알 리 없지요.
동생에게 오빠는 ‘힘 센 사람’입니다. 엄마 아빠가 없어도 밥 차리고 씻기고 놀아 주고 힘들다 하면 척척 업어 주는 큰사람입니다. 어딜 가든 손을 꼭 잡고 끌어 줄 내 편입니다. 그래서 열 살 남짓, 응석을 부려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의 어린 오빠는 지면에서 발을 떼고 구름사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읊조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빠와 손잡고〉는 함께 밥 먹고 호흡하고 곤한 잠을 청할 ‘우리 집’을 잃은 이웃의 이야기입니다. 잠든 남매를 두고 일터로 향하는 부모, 그런 엄마 아빠 대신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첫째, 그저 오빠만 같이 있으면 불편할 일도, 무서울 것도 없는 어린 막내가 처한 현실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

전미화

쓰고그린책으로〈눈썹올라간철이〉〈씩씩해요〉〈미영이〉〈어느우울한날마이클이찾아왔다〉〈빗방울이후두둑〉〈그러던어느날〉〈어쩌면그건〉등이있습니다.

목차

이책은목차가없습니다.

출판사 서평

폐기된일상을일으키는힘
전미화작가는〈오빠와손잡고〉의시작이고레에다히로카즈감독의영화〈아무도모른다〉와이십몇년전,어느동네의철거현장이었다고고백합니다.부모에게방치된영화속네남매의일상이마치뉴타운이라는화려한미래뒤에잊혀진철거민가족의현실과오버랩되는듯합니다.어떤현실이든아이와어른을구분해찾아오진않을테지요.작가의시선이약자중에서도더약자일수밖에없는아이들에게고정되는이유도이때문일겁니다.
포크레인의굉음과함께철거가시작되고,일상을지탱하던공간이폐기물조각이되어평지에나뒹굴때,엄마아빠없는집에서남매가할수있는일이라곤더꼭꼭숨어버리는일뿐입니다.동생은오빠손을꼭잡은채,오빠는쿵쾅거리는심장박동을동생이알아챌까동생을더꼭끌어안고시간을버티겠지요.
“엄마아빠는우리가어디에있어도잘찾아.”
한번도얼굴을정면으로보이지않지만,아빠등에업힌오빠의옆얼굴에서엷은미소가읽힙니다.엄마등에업혀쌕쌕잠든막내는어느때보다단잠에든모양입니다.남매가어디에있든엄마아빠는남매를반드시찾으러올거라는믿음,더높은산동네어딘가로가더라도이네식구가함께일거라는무언의전제가어린남매가부여잡은희망의표상일겁니다.고등어반찬을보고신이나춤을추고,꽃이며나무,구름에게인사를건네는막내의재잘거림이한숨섞인엄마아빠의호흡에엷은웃음을선사하듯말이지요.

우리,손잡고걸어요
〈오빠와손잡고〉의초안이완성된것은10여년전입니다.그간전미화작가는〈미영이〉,〈달려라,오토바이〉,〈씩씩해요〉,〈물싸움〉등의그림책을통해일용직노동자가족의현실,죽음이나빈곤으로인한부모의부재에처한아이의일상,‘모두’를살게하는힘등에주목하며지금우리의이야기들을소신있게다뤄왔습니다.
20여년전철거로어느동네가사라지던그때나,〈오빠와손잡고〉의초안을완성하던10여년전이나,전국각지에새아파트가빽빽하게들어선오늘날도주거지는우리에게주요한화두입니다.코로나19로인해해고를당하거나근근이운영하던가게가문을닫으며이젠살던집에서마저쫓겨나야하는사람들의이야기,태풍이할퀴고간자리에엉망이된집터와같이남겨진사람들에대한뉴스는과거로부터쌓아왔던이화두의가치에새로이존재감을드러냅니다.어린막내가오빠의손을잡으며재잘거릴힘을얻고,일찍철이들어버린오빠가아빠등에업혀있는순간만큼은어린제나이의아이가되어안식을얻듯,서로를감쌀손바닥만한온기야말로치유와공존의시작점이라는보편적인사실이새삼스럽게맺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