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양장)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양장)

$17.00
Description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연작 자전소설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다”
2021년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꼬박 10년이 되는 해다. 그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박완서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연작 자전소설 두 권이 16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생전에 그가 가장 사랑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는 모두 출간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독자들의 끊임없는 애정으로 ‘160만 부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 두 권은 결코 마모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완성한 고(故) 박완서 작가를 형상화한 듯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모티프로 재탄생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리고 있다. 강한 생활력과 유별난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와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작가 자신, 이와 대조적으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생활상, 인심 등이 유려한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더불어 작가가 1940년대 일제 치하에서 보낸 학창 시절과 6·25전쟁과 함께 스무 살을 맞이한 1950년 격동의 한국 현대사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고향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나던 흔하디흔한 풀 ‘싱아’로 대변되는 작가의 순수한 유년 시절이 이야기가 전개되어갈수록 더욱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아름다운 성장소설로, 박완서 문학의 최고작이라 일컬어진다.

저자

박완서

경기도개풍(현황해북도개풍군)출생으로,세살때아버지를여의고서울로이주했다.1944년숙명여자고등학교에입학한뒤교사였던소설가박노갑에게영향을받았으며,작가한말숙과동창이다.1950년서울대학국문과에입학했으나전쟁으로중퇴하게되었다.개성에서어린시절을보내고서울에서학창시절을보낸박완서에게한국전쟁은평생잊을수없을없는기억이다.의용군으로나갔다가부상을입고거의폐인...

목차

다시책머리에
작가의말

야성의시기
아득한서울
문밖에서
동무없는아이
괴불마당집
할아버지와할머니
오빠와엄마
고향의봄
패대기쳐진문패
암중모색
그전날밤의평화
찬란한예감

작품해설―김윤식(서울대명예교수,문학평론가)
지금다시박완서를읽으며―정이현(소설가)

출판사 서평

“그건앞으로언젠가글을쓸것같은예감이었다.
그예감이공포를몰아냈다.”

★박완서작가타계10주기헌정개정판★
1992년처음출간된이래30년동안
수많은독자들의사랑을받아온박완서의대표작

2021년은한국문학의거목,박완서가우리곁을떠난지꼬박10년이되는해이다.그의타계10주기를기리며박완서문학의정수로꼽히는연작자전소설두권이16년만에새로운옷을입고독자들을찾아왔다.그가가장사랑했던『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1992)와『그산이정말거기있었을까』(1995)는모두출간된지20여년이훌쩍넘었지만여전히한국소설의대표적인스테디셀러이자중·고등학생의필독서로남녀노소에게사랑받는작품이다.독자들의끊임없는애정으로‘160만부돌파’라는경이적인기록을세운이두권은결코마모되지않고자유롭게의지를펼치던고(故)박완서작가를형상화한듯생명력넘치는자연을모티프로재탄생했다.

특히이번개정판에는기존판에실려있던문학평론가고(故)김윤식선생,이남호선생의작품해설과더불어박완서의뒤를이어현재한국문학을이끌고있는정이현작가,김금희작가의서평과정세랑작가,강화길작가의추천의글이수록되었다.박완서가우리곁을떠나간지10년이흐른지금그의뒤를이어새로운이야기를써내려가는후배작가들과함께‘지금다시’박완서를읽어보길바란다.또한소설의시대배경인1940년대와1950년대의작가박완서사진이엽서로제작되어독자들을위한깜짝선물로책에포함되었다.


기억의더미를파헤쳐한폭의수채화로완성한
날카롭게빛나는성장소설의진수

『그많던싱아…』는연작자전소설의첫번째이야기로,1930년대개풍박적골에서보낸꿈같은어린시절과1950년한국전쟁으로황폐해진서울에서의스무살까지를그리고있다.박완서의실제고향이자『그많던싱아…』의도입부에아름답고정감있게그려지는시골마을인개풍박적골은한국전쟁이후북한땅으로흡수된지역으로황해도개성인근에위치해있다.이곳의뼈대있는양반집안에서태어난‘나’는세살때아버지를잃고어머니마저오빠의교육을위해서울로떠나며홀로남겨지지만,손녀딸을하염없이안쓰러워하는할아버지의비호아래서따뜻하게자라게된다.

소설의초반부는1930년대개풍지방의풍속과훼손되지않은산천의모습,자연에서모든유희를구하는그시절어린아이들의천진한놀이모습등이박완서특유의기지가엿보이는유려한필치로그려진다.풍부한감성으로순우리말을자유자재로구사하는문체의매력을소설곳곳에서느낄수있는데,사소해보이는장면에서도절묘한비애와아름다움을뽑아내는박완서만의감성이자라나기시작한곳이바로이곳박적골이었음을엿볼수있는대목들을감상할수있다.

내가최초로맞본비애의기억은앞뒤에아무런사건도없이외따로인채다만풍경만있다.엄마등에업혀있었다.막내라커서도어른들에게잘업혔으니다섯살때쯤이아니었을까.저녁노을이유난히새빨갰다.하늘이낭자하게피를흘리고있는것같았다.마을의풍경도어둡지도밝지도않고그냥딴동네같았다.정답던사람도모닥불을통해서보면낯설듯이.
나는참을수가없어서울음을터트렸다.엄마는내갑작스러운울음을이해하지못했다.나또한설명할수가없었다.그건순수한비애였다.그와유사한체험은그후에도또있었다.바람이유난히을씨년스럽게느껴지는저녁나절동무들과헤어져홀로집으로돌아올때,홍시빛깔의잔광이남아있는능선을배경으로텃밭머리에서너울대는수수이삭을바라볼때의비애를무엇에비길까.(32~33쪽)

고향박적골산천에지천으로자라나던흔하디흔한풀‘싱아’가작중주인공‘나’의싱그러운유년기를대변한다면,소설의중반부부터펼쳐지는눈뜨고도코베인다는서울에서의빈곤한생활과인왕산자락을뒤덮은‘아카시아’는그의성장을위한뼈아픈통과의례를은유한다.1940년대일제치하의학교생활과변소에가는일도주인집눈치를봐야하는서글픈서울살이속에서점차세상을깨달아가는‘나’의모습이펼쳐진다.

나는불현듯싱아생각이났다.우리시골에선싱아도달개비만큼이나흔한풀이었다.산기슭이나길가아무데나있었다.그줄기에는마디가있고,찔레꽃필무렵줄기가가장살이오르고연했다.발그스름한줄기를꺾어서겉껍질을길이로벗겨내고속살을먹으면새콤달콤했다.입안에군침이돌게신맛이,아카시아꽃으로상한비위를가라앉히는데는그만일것같았다.
나는마치상처난몸에붙일약초를찾는짐승처럼조급하고도간절하게산속을찾아헤맸지만싱아는한포기도없었다.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나는하늘이노래질때까지헛구역질을하느라그곳과우리고향뒷동산을헷갈리고있었다.(89쪽)

소설의후반부에접어들며‘나’를둘러싼세계는이제1950년한국사의격랑에휘말려산산이부서지기직전의위기상태로치닫는다.전쟁으로무참하게깨져버린가족의단란함,그렇게되기까지엎치고덮친고약한우연에대한정당한복수로서언젠가글을쓸것같은예감에사로잡히는것으로매듭짓는소설의말미는한국현대문학의거목,작가박완서의등장을예고하는프리퀄과도같다.


박완서문학의처음과중간,마지막을완벽하게재현한
박완서소설의최고작

『그많던싱아…』는이미발표된박완서의여러소설속에서파편적으로드러나거나소설적으로변용되어나타난자전적요소들의처음과중간,마지막까지의모습을완벽하게재현하고있다.특히제5회이상문학상대상수상작인「엄마의말뚝2」를비롯해서여러작품속에서끊임없이소설적탐구의대상이되어온작가의가족관계(강한생활력과유별난자존심을지닌어머니와이에버금가는기질의소유자인작가자신,이와대조적으로여리고섬세한기질의오빠가어우러져살아가는가족관계)가예리하게묘사되며작중이야기를이끌어간다.『그많던싱아…』의작품해설을쓴고(故)김윤식선생과개정판의서평을쓴정이현작가는이점을언급하며이소설이박완서문학의모태혹은원형인이유를이렇게설명한다.

만일이작가의전작품을골똘히읽어온독자라면『그많던싱아…』라는,전대미문의‘기억력에만’‘순전히’의존한이작품은이작가가조심스럽게써온「엄마의말뚝4」임을알아차릴수있겠지요.「엄마의말뚝1」이박적골에서서울로와바느질품팔이로현저동에머문기숙(己宿)여사의몸부림이라면,「엄마의말뚝2」가그다음의이야기고,「엄마의말뚝3」은기숙여사의죽음을다룬것아닙니까.(…)작가박씨는결코(4)라는번호의작품을남기지않았습니다.제가그(4)의번호를헌정하고자하는것입니다.
―김윤식,「작품해설」중에서

김윤식평론가의분석처럼『그많던싱아…』는「엄마의말뚝」연작을장편으로확장시킨작품으로읽을수있다.작가에게그시절의기억을소설로온전히복원하는것이필생의과제였음을짐작케한다.
―정이현,「지금다시박완서를읽으며」중에서

생전에작가는“내문학의뿌리는어머니”라고말했다.소설의후반부로가면‘나’와가족들은아버지와도같던숙부와오빠마저없는세계로내던져진다.강인한어머니와영리하고생활력강한올케,그리고이모든장면들을기억하고증언하리라다짐하는‘나’가소설의말미한국전쟁직후의텅빈서울에남겨진채로작품은일단락되며,후속작『그산이정말거기있었을까』로이야기의바통을넘긴다.

『그많던싱아…』는순진한이상주의로좌익에가담했다가결국의용군으로끌려가반죽음이되어돌아온오빠,동네사람들로부터빨갱이로몰려온갖문초를당한‘나’,인민군에부역했다는혐의로사형을언도받는숙부등작가박완서개인의내밀한가족사를그리고있지만,동시에일제강점기부터해방전후한국현대사의주요사건들을그어떤자료보다소상히보여주는증언문학역할을하기도한다.한개인의성장을통해인생의의미를새겨보는눈부신성장소설인동시에한국사회의어두웠던시절을생생히고발하는이소설은가히박완서문학의최고작이라할만하다.

홀로목격한자의책무는증언하는것이다.‘나’의기억을글로남겨후대에전하는것이다.마지막장의소제목은‘찬란한예감’이다.그토록처절한현실속에서감히찬란하다는표현을쓸수있는건예감이기때문일것이다.새삼인간은무엇인가를생각한다.누구도쉽게정의내릴수없겠지만두가지만은확실하다.하나,인간은벌레가아니다.그리고또하나,인간은희망을가질수있다.찬란한예감이글을쓸것같은예감이라서정말로다행이라고나는되뇐다.그리하여우리가박완서라는작가를가질수있었으니.
―정이현,「지금다시박완서를읽으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