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였다.지금껏내가만난최고의문장은.나는오늘도너라는낱말에밑줄을긋는다.너라는말에는다정이있어서,진심이있어서,쉬어갈자리가있어서,차별이없어서,사람이있어서좋았다.나는너를수집했고너에게온전히물들었다.”
_프롤로그중에서
너와나사이를채운관계의언어,
그말에밑줄을그으며
‘우리’라는순간이시작된다
『관계의물리학』의저자,림태주작가의신작이3년만에출간되었다.이번에세이는‘문장’,즉‘언어’의세계에서시작된다.『관계의물리학』이사람사이에작용하는마음의중력을시적상상력으로물리학에빗대어풀어냈다면,이번책『너의말이좋아서밑줄을그었다』는나를살피고타인을살리는말들,수많은관계를만들어내는언어들을사유한다.
1부‘사이의명도’에서는우리사이를채우는언어를읽어나간다.‘믿는다’는말이주는부담스러운진심을,‘하지않은말’이지켜주는관계를바라보는식이다.2부‘마음의날씨’는오로지마음으로들어야만이해할수있는말들에대해이야기한다.시인은말한다.머리가아닌마음으로받아들여야하는말,그언어를제대로이해할때관계의역학은달라진다고.3부‘식물의빛깔’에서는식물의언어에감각을열어둔다.마지막으로4부‘글의채도’에는자신만의언어로무엇을어떻게쓸것인지에대한고민들이담겨있다.
왜시인은언어의세계에서글을시작했을까.그에따르면,우리는모두‘언어의연금술사’다.수십만수백만개의말들중고작몇개의단어와표현을고르고세상에내놓는다.그러므로내가사용하는언어는곧나자신이라고말할수있다.그러니나를제대로알기위해서도,또내가알고싶은그를이해하기위해서도반드시각자의언어를들여다보아야한다.시인에따르면,우리의모든실패한사랑들은상대방의언어를제대로이해하지못한데원인이있다.가까워지고싶은상대가있다면,제일먼저그의언어를배워야한다.
“다시말하면은어는이방인의세계에들어가는비밀코드다.(…)둘만의사적인은어를밀어(密語)라고한다.은어를직역할수준이됐을때,드디어우리는속삭일수있게된다.아주낮은목소리로도몇마디의짧은밀어로도사랑의본질에닿을수있게된다.”
-본문중에서
시인은마음의사이를잇는언어를찾기위해,사랑의본질에닿기위해상대방의언어를온마음으로들어보자고말한다.기계적인사랑과보살핌대신에“오늘기분이어때요?”라는은근한배려의물음과상대의말을헤아리는노력이우리사이를채워줄것이라는말이다.
사는동안,어떤언어로어떤관계를만들어나갈것인가.누구의말에밑줄을그으며‘우리’라는순간을써나갈것인가.시인은언어가머무는정거장에서차분히,다정한언어로말을건넨다.그렇게언어로이룬관계에대한에세이는우리가어떤언어로각자의삶을살아낼것인지,어떻게커다란사랑의우주를지켜낼것인지그길을비춰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