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어울려 살면서도 간격을 지키는 공간의 발견)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어울려 살면서도 간격을 지키는 공간의 발견)

$15.00
Description
혼자 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사람들의 시대
개인들의 느슨한 연결을 만들어낸 새로운 집 ‘맹그로브’
혼자지만 함께 사는 공간의 미래를 그리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은 삶의 문제를 건축으로 해결하고자 한 어느 건축가의 치열한 고민을 담은 책이다.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MZ세대가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숭인’을 설계한 건축가 조성익은 혼자 있고 싶어 하면서도 타인과 어울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순된 심리를 파고들었다. 어떻게 하면 이웃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모여 사는 집을 만들 수 있을까? 주방과 복도에서 자연스러운 스침을 의도한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잘 짜인 설계도처럼 촘촘하고 섬세한 저자의 글은 평생 ‘집’이란 화두에서 멀어질 수 없는 모든 이들에게 ‘주거’와 ‘공간’에 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

조성익

서울대학교와예일대학교대학원에서건축을전공하고서울대학교건축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홍익대학교건축도시대학교수로재직하고있으며,TRU건축사사무소를설립하여교육과실무를병행하고있다.건축설계를통해발견한생각을도시로확장하기위해‘매력도시연구소’를설립하여연구와집필을하고있다.1인거주자를위한커뮤니티주택‘맹그로브숭인’으로2021년한국건축문화대상대통령상을받았다.

목차

프롤로그
혼자의시대,함께의집

1.어울려사는기술:

살아보기를권함
거실의풍경이달라지다
조금특별한주방의탄생
혼자이고싶은날을위한공간
냉장고실험:공유와사유의경계
머물고싶은공원의비밀
도시생활자들의옥상
더나은공간이더나은삶을만든다
혼자들의느슨한연결

2.혼자사는기술

작은방에대하여
중요한것만남기는비움의기술
혼자사는사람이집에원하는것들
청각의사생활
우리가공간을인지하는감각
우리는몇개의물건을가지고살까
공간의주인이되는과정
빛이만드는공간
나답게살면서외롭지않기

에필로그
우리는스침을통해성장한다

출판사 서평

“혼자살고싶지만,외로운건싫어.”

1인생활자의복잡한요구를해결한
어느건축가의사려깊은설계이야기

1인가구의비율이급속도로늘어나면서그들을위한주거형태가새롭게자리잡기시작했다.각자의방에서생활하면서주방,라운지등의시설을공유하는코리빙하우스가그것이다.국내코리빙하우스가운데가장주목받는브랜드인‘맹그로브’는매번입주펀딩을빠르게마감시키며공유주거에관한새로운담론을이끌어내고있다.맹그로브가빠르게성장한이유에는다양한커뮤니티와콘텐츠,MZ세대를공략한마케팅등이작용했지만,그뒤편에는잠재적거주자의마음을읽어내고1인가구만을위한공간을설계한건축가조성익이있었다.이책은저자가‘혼자살고싶지만외로운건싫은’1인가구의모순된요구를해결하기위해설계한공간에대한관찰기이자그공간에살고있는사람들이만들어내는거주기다.이이야기는저자가맹그로브의건축주에게한통의메일을받으면서시작된다.

‘맹그로브프로젝트’는1인가구를위한대안주거를만드는시도입니다.우리가이프로젝트를추진하는목적은가격에비해질이낮은1인주거에대안을제시하려는것도있지만,그들이함께모여사는경험을통해더나은사람으로성장하는계기를만들수있을것이라는가설이있기때문입니다.(…)우리는미래의삶을계획할때,그리고나와는다른사람과관계를맺을때서투른점이많습니다.어떤방법이있는지혼란스럽고어렵기만합니다.비슷한고민과욕구를가진사람들이동아리를만드는것처럼,비슷한생애주기에비슷한고민을가진사람들이함께모여살면서공통의문제를해결해나갈수있다면어떨까요?(7~9쪽)

1인가구에대한건축적,사회적문제의식을가지고있던저자에게이의뢰는아주근사한제안이었다.저자는주거문제를단순히집값을잡고공급을늘리는문제라고믿는사람들앞에,개인의자아가성장하고타인과의관계를맺는방법을배우는집을내놓고싶었다고말한다.‘집’이목적이아니라‘삶’이목적인집을짓는일을말이다.

저자는가장먼저1인가구의요구를정리해보았다.비용은저렴하되공간은편안해야하고,방이클필요는없지만답답하면곤란하고,좋은동네일필요는없지만걸어서5분거리에괜찮은카페하나는있어야하고.여러가지모순되는요구중에서역시가장중요한요구는이것이었다.‘완벽하게사생활이보호되었으면하지만,그렇다고혼자고립되기는싫다.’저자는이요구에서맹그로브설계의가장핵심이되는아이디어를찾는다.함께사는사람과만남의횟수를늘리되,그시간을짧게하는공간을만들어‘짧지만잦은스침’을유도하기로한것이다.

우리가보기에기존의주거는중간이없었다.한쪽에서는너무과하게사생활을보호했고,다른한쪽에서는커뮤니티를만들기위해지나치게애쓰고있었다.적당한거리에서서로의존재를인지할정도의거리감을만들어주는것이필요했다.교류하고대화를유도하는공간을만드는것도중요하지만,쑥스러움을완화하고만남의부담을덜어주는집을만드는일도못지않게중요해보였다.깊은관계를맺기도전에지레포기하지않도록,계단에서지나치거나주방에서요리를하다가짧게눈인사를하며스치는기회를만들어주고싶었다.(35~36쪽)

책곳곳에는‘짧지만잦은스침’이일어나기위해저자가만든장치들이소개된다.짧은만남속에교류의스파크가일어나도록복도의폭을늘리고,‘워터팟’이라고이름붙인공간에는물을쓰는시설을모아두어거주자들이순환할수있는동선을만들었다.사람들과의자연스러운만남을유도한이런장치와함께개인의프라이버시를지킬수있도록섬세하게배려한공간도놓치지않았다.공유주거라는새로운콘셉트부터구현과정,완공후입주기,집에서성장하고교류하는사람들의사례가흥미진진하게펼쳐지는글을읽다보면주거와공간에관해저마다의힌트와영감을얻을수있을것이다.

“살아보지도않고어떻게알아?”
맹그로브에살아보며주거실험을시작하다

맹그로브가완공되고청년들의입주가시작되던즈음,저자는하나의실험을시작한다.코리빙하우스를위해고안했던설계포인트가정말애초의의도대로작동할것인가?거주자들끼리의스침을의도했던주방과복도,담장공원,거주자의프라이버시를지키기위해만들었던우회로와조망포인트등이기대한역할을해주고있을것인가?

어찌보면이런의문은무언가를완성하고나면당연히생기는것이다.자동차도출시를하고나면승차감과안전도테스트를하고,토스터하나를팔아도빵을구워본고객에평가를들어보는데,건물처럼복잡하고거대한물체에서사는사람들의평가를들어보지않는쪽이오히려이상하지않은가.그런데실상은그렇지않다.역사속위대한건축가들조차자기마음에드는멋진공간을그리는것에만신경을쓴나머지,거주자를무시했다고비난받아왔다.비용을댄다는이유로자신의취향을거주자들의경험보다우선시하는건축주들또한이런비난에서자유로울수없다.이들에게사람들이던지는질문이이것이다.“당신의생각이맞는지,살아보지도않고어떻게알아?”(16쪽)

가설을확인할수있는유일한방법은직접살아보는일뿐이었다.저자는맹그로브설계에참여했던사무소의젊은직원현수에게그임무를맡기기로했다.현수는월세를지원받는대신거주자의행동과감정을꼼꼼히살피며맹그로브에서의생활을매일매일기록했다.사람들의행동이공간이더해지자설계단계에서했던가정이사실로확인되기도했고,실패로드러난부분도있었다.저자는공간에만들어놓은장치속에서사람들이어떻게움직이고행동하며살아가는지또거기엔어떤이야기가생겨나는지직업과생각의경계를넘나들며흥미로움을갖고관찰했다.그깨달음의결과물인이책은그동안건축가들이쉽게보여주지않았던‘설계이후의이야기’를담고있다.

공간은삶의문제를해결할수있을까?
1인가구주거실험에서얻는건축인사이트

건축가이자연구자인조성익교수는공간을사회적,주변맥락안에서실체로구현될수있도록조율하는사람이다.평소커뮤니티문제에관심이많던그는복합적이고다양한문제를끌어안고있는우리의공간들을여러각도에서바라보며건축이삶의문제를해결하는도구로서어떻게작용하는지를연구했다.이책에는1인가구가모여사는코리빙하우스가다른주택과어떻게달라야하는지에대해깊이고민했던흔적이가득하다.

설계초기에코리빙하우스에서살아본경험이있는사람들과인터뷰를해보니,이들이공통적으로불편해하는점이있었다.다른누군가와함께살면누군가와끊임없이마주친다는긴장감이었다.우리가설계에서의도한짧고잦은스침이어떤이들에게는스트레스를주는요인이될수있었다.(…)이런경우,사람들과마주칠필요없이눈에안띄고살짝돌아가는우회로를만들어주면어떨까?이것이설계과정에서떠오른아이디어였다.주방으로가는일반적인방법은사람들이모여있는라운지를가로질러가는것이다.여기에길을하나추가했다.세탁실을거쳐주방뒷문으로가는우회로를만든것이다.(65쪽)

맹그로브에는거주자들이모여있는라운지를지나치지않고돌아갈수있는‘우회로’가있다.누구와도마주치기싫은날을위한장치인것이다.우회로와더불어만들어진‘조망포인트’도있다.우회로로지나갈지사람들과인사하며라운지를지나갈지결정할수있는장소로,저자는실내보다조금높게바닥을두어한눈에공간을내려다볼수있는공간을마련했다.딱원하는시간만큼만커뮤니티에참여하고싶어하는1인가구의마음을읽어내어만든공간들이다.저자에게건축가의일이란,머릿속에만존재하는공간에가구를배치하고사람을살게하며,실제로사용할사람들의심리에감정이입하는일이다.『혼자사는사람들을위한주거실험』은건축가의상상이실제와공명하는순간과그순간의성공과실패를보여주며흥미로운책읽기경험을선사한다.이책에서보여주는사례들이이시대의우리가마주한보편적문제,즉더불어살면서도건강하게자신의고독과마주할수있는방법에해답을주길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