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에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사실을알았습니다”
불행과고통속에써내려간내밀하고아름다운고백
인생의힘겨운시간을지나는이들에게회복과치유의메시지를전하며출간두달만에미국에서만10만부이상판매되고,국내에서도큰화제를모은베스트셀러『우리의인생이겨울을지날때』캐서린메이의새로운에세이가출간되었다.신간『걸을때마다조금씩내가된다』는서른아홉에아스퍼거증후군진단을받은작가가‘걷기’라는행위를통해삶을이해하고받아들이는과정을기록한회고록으로『우리의인생이겨울을지날때』보다앞선2018년에출간된책이다.이번책에는『우리의인생이겨울을지날때』에서보여준‘윈터링(wintering,갑작스럽게찾아온인생의힘겨운시기를견디는시간)’의지혜를터득하게되기까지불행과고통을온몸으로관통하며얻은깊은사색과통찰을고스란히담았다.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등주요언론이극찬하며영미권의대중과평단으로부터“인생에대한아름다운문장을쓰는작가”라는찬사를받는에세이스트캐서린메이.이번책에서도삶을바라보는숭고한시선으로,상처와오해로점철되어있던자신의과거를받아들이는고통의시간을투명하고섬세한언어로풀어내며지친우리들의마음을다정하게어루만진다.
“걷기는인생의겨울을좀더현명하고우아하게지날수있게도와준다”
가파르고험준한해안길을오르며깨달은나만의시간,나만의모험
삶은문득어딘가고장나듯한순간에잘못된방향으로흘러가버리기도한다.메이의인생역시마찬가지였다.엄마,아내,작가로서그럴듯하게포장해온삶이었지만이것이진짜‘나의삶’인지확신할수없었다.일과육아,인간관계로인해매일이휘청거렸고,스스로를돌볼여력은턱없이부족했다.애초에바라던삶과는점점멀어지고있었다.
그러던중우연히숲속에서길을잃은경험은너무도강렬했다.울창한숲한가운데서어디로가야할지방향조차알수없었지만두려움보다해방감을느꼈다.사방에서숲이자라고변화하면서내뿜는자연의소리가들려왔고,그순간얼마나자신을잃어가고있는지깨달았다.“한아이의엄마인내게세상은결코오롯이나자신이되는것을허락하지않겠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본래의나로돌아가야함을확인한순간이었다”(36쪽)그렇게메이는마흔살이되기전,삶을다시제자리로돌려놓기위해영국의가파르고험준한트래킹코스사우스웨스트코스트패스(SouthWestCoastPath)를걷기로다짐한다.
누구에게나한번쯤인생의문제와직면해야하는순간이온다.조용히침잠하는사색의시간을통해스스로삶의해답을찾아가는메이의여정은독자들에게“끝나지않을것같던겨울이지나고마침내봄을만나는쾌감을선사”(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하지현교수)한다.
“아스퍼거증후군일지도모른다는사실이위안이되었습니다”
조각조각흩어져있던삶을다시제자리로맞춰가는법
걷기를시작한지3개월,메이는라디오에서한여성의인터뷰를듣는다.아스퍼거증후군을앓고있다는여성은자신이빛,소음,접촉에극도로민감하다고말한다.의도를말해주기전까지사람들의말을이해하기힘들고,뭐든지적어서보여주지않으면받아들이기힘들다고토로한다.메이는라디오에서흘러나오는이야기가곧자신의이야기임을깨닫는다.
그이후‘걷기’는단순히취미활동이라기보다영혼과의힘겨운싸움이된다.한번도사람들과다르다는생각을하지못했던인생에‘아스퍼거증후군’이끼어들기까지긴시간이필요했다.메이는녹초가될때까지가파른해안길을오르며그동안의삶을반추하고또반추한다.한편으로아스퍼거증후군은도무지이해할수없었던자신의인생을이해하는단초가된다.어릴적친구들과제대로어울리지못하는외톨이였던성향,힘든상황이닥칠때마다나만의공간으로홀연히사라져버리는행동,아이를사랑하면서도다른엄마들과달리도망가고싶은마음등이그저민감해서그런것이아니었다는사실을깨닫는다.“사실지난몇개월동안내가아스퍼거증후군일지도모른다는것이마음의위안이되었던것은사실이니까.나에게아스퍼거증후군이있을지도모른다는것을알고나니,그래도내상태가그렇게나쁜것은아닌것같은느낌이들었으니까.”(226쪽)작가는있는그대로의자신의모습을받아들이며어긋났던삶을다시금제자리로맞춰간다.
“전류처럼따갑기만했던타인과의접촉이따스한체온으로녹아들기까지”
수백킬로미터를걷는무뎌짐의시간뒤에찾아온삶의기적
타인은늘전류가흐르는존재였다.사람들이내는소음과종잡을수없는움직임,예측불가능한요구들은전류처럼따가웠다(이책의원제는『TheElectricityofEveryLivingThing』으로,모든살아있는것들에흐르는전류를예민하게감지하는작가의상태를말해준다).눈을마주치거나오래대화를나누는것도힘들었다.심지어메이는자신의아이를안아주는것조차힘들었다.가장좋아하는길을오를때도아들과함께갈수없었다.다른엄마들이라면아기띠로아이를업고절벽꼭대기까지갔을테지만,그럴수없었다.아이를너무사랑하면서도안아줄수없고,아이가떼를쓰면눈앞이하얘져도망가고싶었던날들은메이에게고스란히죄책감이되어쌓였다.하지만1년에걸친걷기의시간뒤에놀랍게도변화가찾아온다.아들버트가“엄마,사랑해”라고하면서품안에파고드는순간,나와통하는전기를가진,나를만지는유일한사람이라는것을깨닫는다.1년은무뎌짐의시간이자회복의시간이었다.
“저자의여정을따라가다보면자폐라서특이할것도,자폐니까특별할것도없다는사실을깨닫는다.우리가그저우리이듯그도그자신일뿐이라는것을”(『젊은ADHD의슬픔』정지음작가)이라는추천사처럼이책은누군가의특별한경험담이아니다.아스퍼거증후군을계기로자신의삶을되찾은평범한여성의이야기이자내가알고있던나에대한모든것이무너진순간에결코절망하지않고,다시일어나기꺼이삶을새로쓴분투의기록이다.